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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UN 순방 암호명은 ‘시그널’…北 응답 이어질까
입력 2021.09.26 (13:46) 취재K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한 이후 한반도 평화 시계가 다시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4일 종전선언이 '흥미 있는 제안'이라고 밝힌 데 이어, 어젯밤에는 담화를 내고,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된다면,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같은 문제들이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UN 순방 암호명은 '시그널'…北에 보내는 신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 대해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제시한 선결 조건들이 많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식적인 입장은 신중론이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김여정 부부장의 연이은 담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의 순방은 기밀이기 때문에 준비 작업을 할 때 암호명을 사용해서 부릅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영국 G7 순방의 암호명은 '콘서트'였습니다. 과거에도 '백두산'이나 '벽란도' 같은 암호명이 사용됐습니다.

이번 UN총회 순방의 암호명은 '시그널'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청와대가 UN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북한에 대한 대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또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을 맞아, 이번 유엔 방문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신호'란 뜻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중

북한에 보내는 신호의 중요한 키워드는 '종전선언'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제안했고, 언론 매체 인터뷰나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상호 유해 인수식' 등에서도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도 '종전선언'을 고리로 화답하는 모양새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종전선언을 골자로 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응답한 건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 김여정 통한 '전향적 대남 제스처' 의도는?

이번 김여정 담화가 전향적인 대남 제스처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경색된 북남 관계를 하루 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램은 다르지 않다.

지금 북과 남이 서로를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 어제(25일) 발표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내년 베이징 올림픽, 한국의 대선 등을 앞두고 남북 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대화에 나오기 위한 정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의 발언에 비추어보면, 북한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통신선 복원과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재설치로 시작해, 올림픽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남북미중의 4자 종전선언과 남북 정상회담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앞으로 빠르게 정세 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이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면 조만간 남북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北 진의 확인 위해 통신선 복원·친서 교환 진행할 필요"

다만 김여정의 대남 유화 발언을 너무 확대 해석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빠져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대화를 위한 선결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공정성을 잃은 이중 기준대조선 적대시 정책, 온갖 편견과 신뢰를 파괴하는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남조선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랄뿐이다.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련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과 같은 관계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론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어제(25일) 발표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선결 조건으로 밝힌 '공정성을 읽은 이중 기준', '대조선 적대시 정책', '적대적 언동' 등의 표현은 주체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가 불명확하고 모호하다면서 "이런 의도적 모호성으로 북한이 주도권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은 대화와 도발의 가능성을 다 열어놓았다"면서 "김여정이 개인적 견해라고 밝힌 것도 형식상 대남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어 "북한이 추후 한국이 제안하는 대화를 수락할지가 일차적으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해 북한이 원하는 요구 사항을 구체화하지 않고, 성명과 담화 등을 통해 모호한 적대시 정책 철회만 계속 주창한다면 대화보다는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 친서 교환이나 남북 통신선 복원 등을 통해 대화가 우선 재개되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 文 UN 순방 암호명은 ‘시그널’…北 응답 이어질까
    • 입력 2021-09-26 13:46:19
    취재K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한 이후 한반도 평화 시계가 다시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4일 종전선언이 '흥미 있는 제안'이라고 밝힌 데 이어, 어젯밤에는 담화를 내고,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된다면,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같은 문제들이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UN 순방 암호명은 '시그널'…北에 보내는 신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 대해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제시한 선결 조건들이 많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식적인 입장은 신중론이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김여정 부부장의 연이은 담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의 순방은 기밀이기 때문에 준비 작업을 할 때 암호명을 사용해서 부릅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영국 G7 순방의 암호명은 '콘서트'였습니다. 과거에도 '백두산'이나 '벽란도' 같은 암호명이 사용됐습니다.

이번 UN총회 순방의 암호명은 '시그널'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청와대가 UN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북한에 대한 대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또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을 맞아, 이번 유엔 방문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신호'란 뜻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중

북한에 보내는 신호의 중요한 키워드는 '종전선언'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제안했고, 언론 매체 인터뷰나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상호 유해 인수식' 등에서도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도 '종전선언'을 고리로 화답하는 모양새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종전선언을 골자로 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응답한 건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 김여정 통한 '전향적 대남 제스처' 의도는?

이번 김여정 담화가 전향적인 대남 제스처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경색된 북남 관계를 하루 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램은 다르지 않다.

지금 북과 남이 서로를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 어제(25일) 발표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내년 베이징 올림픽, 한국의 대선 등을 앞두고 남북 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대화에 나오기 위한 정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의 발언에 비추어보면, 북한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통신선 복원과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재설치로 시작해, 올림픽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남북미중의 4자 종전선언과 남북 정상회담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앞으로 빠르게 정세 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이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면 조만간 남북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北 진의 확인 위해 통신선 복원·친서 교환 진행할 필요"

다만 김여정의 대남 유화 발언을 너무 확대 해석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빠져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대화를 위한 선결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공정성을 잃은 이중 기준대조선 적대시 정책, 온갖 편견과 신뢰를 파괴하는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남조선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랄뿐이다.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련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과 같은 관계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론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어제(25일) 발표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선결 조건으로 밝힌 '공정성을 읽은 이중 기준', '대조선 적대시 정책', '적대적 언동' 등의 표현은 주체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가 불명확하고 모호하다면서 "이런 의도적 모호성으로 북한이 주도권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은 대화와 도발의 가능성을 다 열어놓았다"면서 "김여정이 개인적 견해라고 밝힌 것도 형식상 대남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어 "북한이 추후 한국이 제안하는 대화를 수락할지가 일차적으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해 북한이 원하는 요구 사항을 구체화하지 않고, 성명과 담화 등을 통해 모호한 적대시 정책 철회만 계속 주창한다면 대화보다는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 친서 교환이나 남북 통신선 복원 등을 통해 대화가 우선 재개되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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