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아프간 소녀와 망원렌즈, 사생활 침해 보도의 민낯

입력 2021.09.26 (22:39) 수정 2021.10.0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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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미디어의 본질을 묻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오늘은 아프간 특별기여자 사례를 통해서 개인의 일상까지 염탐하는 사생활 침해 보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또 이어지는 Q플러스에서는 아프간 사태를 전달하는 우리 언론의 왜곡된 시선을 전반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오늘 주제에 꼭 맞는 전문가분들을 모셨는데요. 먼저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님 어서 오세요. 교수님께서는 사생활 침해 보도 관련한 발표도 하고 하셨다고 해서요.

유현재 : 얼마 전에도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인권진흥재단 그다음에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관심이 많아졌죠. 취재권 보호 그다음에 또 인격권 보호 이게 접점이 어디일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고 상당히 좋은 흐름인 것 같습니다.

김솔희 : 그리고 오늘 또 특별히 모신 분이 계세요. 언론인권센터에서 활동하는 권현정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권현정 : 안녕하세요?

김솔희 : 언론인권센터 어떤 일하는 곳인가요?

권현정 : 저희 언론인권센터는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당한 피해자분들을 돕는 시민 단체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피해자분들을 만나서 법률 상담을 하거나 센터에서 공익 소송을 진행할 경우에 소송에서 변론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솔희 : 그렇군요. 그러면 오늘 유 교수님 또 권현정 변호사님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 듣도록 하고요. 또 KBS 임주현 기자도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임주현 : 안녕하세요? 오늘 다룰 주제가 사실 어제오늘 나왔던 문제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가 취재하다 보니까 어려운 지점들이 좀 있더라고요. 오늘 방송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그 고민의 지점들을 덜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희망을 갖고 나왔습니다.

김솔희 : 알겠습니다. 그럼 세 분과 함께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코너1] 아프간 소녀와 망원렌즈…사생활 침해 보도 왜?

김솔희 :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탈레반의 위협을 피해 한국으로 무사 탈출한 390명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이야기에 언론의 관심도 무척 높았는데요. 언론은 이들의 입국부터 임시 생활 시설에 입소하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아서 상세히 전했습니다. 그런데 촬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빨래를 널고 전화 통화를 하고 또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까지도 시시각각 보도된 건데요. 임주현 기자가 취재한 영상 먼저 보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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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①] 아프간 소녀와 우한 교민 어린이

자가격리 중인 아프간 소녀가 밖을 바라보다 눈을 훔칩니다.

빨래를 널거나 통화를 하고 실내에 모여 앉아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과 어린아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우리 정부가 지난 달 말 구출 작전으로 데려온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모습입니다.

문제는 이들의 신원공개.

한국일보는 기사에서 아프간 소녀의 행복을 기원했지만,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외교부가 이미 고향에 남은 다른 가족의 안전 등을 고려해 이들의 신원노출을 피해달라고 강조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해당 기사에는 몰카, 도촬,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 댓글이 달렸고 테러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한국일보는 논란이 불거지자 사과문을 기사에 첨부하고 뒤늦게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사진은 이미 인터넷 공간에 퍼진 뒤였습니다.

난민 인권 단체들은 잇달아 항의 성명을 발표했고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한국일보는 결국 별도의 사과문을 통해 ‘독자의 윤리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재차 사과하고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서 삭제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일보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논란이 된 사진 보도가 나가기 이틀 전 동아일보는 입국하는 아프간인들의 모습에 모자이크를 한 한국 언론과 모자이크를 하지 않은 해외 통신사의 사진을 비교하며 어떤 사진이 보고 싶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진에 찍히는 아프간 사람들의 입장보다 보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내세운 질문이었습니다.

얼굴 공개에 대한 기자의 생각을 독자들과 나눠보려는 시도였다고 하지만 해당 기사에는 '의도가 뭐냐?''이런 건 알 권리가 아니다'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식의 사진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

지난 해 지금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머물고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진천 본원에는 코로나19로 중국 우한에서 돌아온 교민들이 격리돼 있었습니다.

당시 연합뉴스가 교민들의 모습을 마찬가지로 망원렌즈를 이용해 찍은 뒤 모자이크 없이 내보내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는 논란이 된 사진 보도에 대해 사생활 침해가 맞다고 판단했고 연합뉴스 측은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했지만 의도와 다른 논란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더 고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년 전 제기됐던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판박이 같은 상황이 그대로 재현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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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일련의 사태를 쭉 짚어봤는데요. 교수님 어떻게 보셨어요?

유현재 : 일단 사진 건지고 그런 다음에 헤드라인 약간 감정 실어서 이렇게 얹어서 감동 코드를 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감동이 아니라 감정만 상한 거예요. 이걸 취재 감수성이라고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아무래도 대중과의 눈높이는 어긋났다는 생각이 조금 들고요.

그 다음에 저 사진 보면 섬뜩했던 게 사진 찍힐 때 수용 시설 상황을 한번 생각을 해보자고요. 저분들이, 아프간 기여자들이 한 15시간 정도 걸렸다잖아요. 그러면 비행기 타고 대포를 피해서 온 거예요. 그런데 창문을 열었더니 또 다른 대포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포 망원경인 거죠. 계속 해서 공포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뻗치기’를 해서 사진을 계속해서 양산하고 그런 모습들은 결코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김솔희 : 이게 모자이크 안 하고 사진이 쭉 나오니까요. 보면서도 참 당황스러웠는데 여기에 취재 윤리 어겼다 이런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윤리는 윤리고 법적으로도 이거 잘못된 거 아닌가요?

권현정 : 맞습니다. 법적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되는데요. 방금 교수님께서도 잠깐 지적을 해주셨지만 일반적으로도 보도 대상의 동의 없이 얼굴이 노출된다 이러면 초상권 또는 사생활 침해가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이번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경우에는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렇게 얼굴이 노출되면 추가적인 박해나 테러의 위험성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조심을 해야 되고요.

또 이들의 지위는 난민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저희 난민법에서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인적 사항 즉 얼굴이나 성명이나 직업 이런 부분들이 공개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이것이 어겨졌을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도 처하도록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언론이 이런 부분에 좀 더 신중을 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위법성의 정도가 더 크다고 보여집니다.

김솔희 : 생명의 위협을 피해서 우리나라로 온 사람들인데 우리가 더 큰 위험에 몰아넣은 건 아닌가 걱정이 되는데요. 해당 언론사는 어떤 입장입니까?

임주현 : 제가 문제의 사진을 찍은 기자를 통해서 직접 들어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접촉할 수는 없었고요. 대신 동료 기자나 다른 타사 기자들을 통해서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이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 사진 찍은 기자가 마음고생이 많이 심했다고 합니다. 논란 초기에는 그런 것도 있었대요. 좋은 취지로 보도를 했는데 예상 외로 너무 많은 비판이 쏟아지네, 라는 내부의 어떤 그런 시각도 있었다고 해요. 초반에는.

한국일보가 비판받았던 이유 중의 또 하나가 뭐냐 하면 자체 보도 준칙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언론사 중의 한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자기들 규정도 어겼다 이런 비판이 나왔는데 관련해서도 물어보니까 준칙이 있긴 한데 이게 안의 기자들 대상으로 전원에게 의무적으로 교육을 한 건 아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모르는 기자들도 많다.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김솔희 : 한국일보 사과문을 보면요.‘많은 관심과 응원을 요청하는 의미로 보도했다’ 이렇게 썼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와 또 언론 소비자 사이의 인식의 차이가 이렇게 크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유현재 : 기자들이 대부분이 속해 있는 곳이 한국기자협회잖아요. 그런데 거기 인권보도준칙이라든가 각종 강령들이 떠 있어요. 그런데 거기 보면 항상 디폴트로 가장 먼저 있는 게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사항, 그다음 인격권 보호 이런 것들이 있고요. 그다음에 언론중재위원회 보면 시정 권고 내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 심의 기준 보면 1장 1조가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원칙상으로 보면 인격권을 앞서는 취재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부분에 있어서는 개선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교민들이 귀국했을 때 연합뉴스가 그 교민들의 생활을 망원렌즈로 촬영해 보도해서 큰 물의를 빚었습니다. 연합뉴스, 올해는 보도 어떻게 좀 달라졌나요?

임주현 : 연합뉴스 사진부 기자와 얘기를 나눠봤는데 말씀하셨다시피 1년 전에는 연합뉴스 보도가 재난 보도 준칙이 정한 신상공개 주의 원칙도 어겼잖아요. 그래서 논란이 컸고 당시 신문 윤리 위원회에서도 주의 조치를 받았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홍역을 좀 치렀는데, 그때 당시 이후에 그래서 사진부 내부에서도 사생활 침해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올라갔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진천 특별기여자들 취재 현장에 갔을 때도 숙소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망원 렌즈로 이렇게 당겨서 찍거나 하는 취재는 안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말이 맞는지 제가 직접 출고된 사진들을 쭉 찾아봤더니 실제로 그런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김솔희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지난해 우한 교민 보도도 참 문제가 많았어요.

유현재 : 저는 개인적으로는 교민 다룬 기사나 보도 중 최악의 보도라고 하면 JTBC 보도였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김솔희 : 어떤 거 있었죠?

유현재 : 기자가 르포 형식으로 가서 리포트를 하시는데 뭐라고 말씀하시냐면 울타리가 없다. 그리고 울타리가 있어도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서 허술하다, 경비가 강화돼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저는 그거 듣다가 이분들이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굉장히 잠재적인 어떤 일탈자, 이런 거로 조금 생각이 들도록 하는 거다. 그래서 지금도 검색되거든요. 그런데 보시면 제가 지금 말씀드린 논리들이 전부 다 댓글에 있어요. 그래서 댓글을 보면 제일 센 게 뭐였냐면 격리될 것은 언론이다라고 얘기를 할 정도였거든요.

김솔희 : 이런 일들이요. 국민적인 관심사가 높은 사안일수록 또 언론사들의 보도 경쟁이 치열한 사안일수록 사생활 침해 보도 논란이 참 많았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거든요. 한번 살펴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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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②] 국민적 관심사 높은 사건의 사생활 침해 보도 사례

화장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북한 응원단 모습입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손을 말리는 등 화장실 안팎 상황이 고스란히 찍혀 보도됐습니다.

모두 연합뉴스가 찍은 사진들입니다.

화장실 장면 보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연합뉴스는 일부 판단이 흐려졌다면서 문제가 된 사진을 삭제했지만 논란은 오래도록 계속됐습니다.

지난해 일부 방송사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의 손영미 소장이 사망하자 손 소장 자택을 찾아가 문 열쇠 구멍에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별 의미도 없는 집안 모습을 촬영해 자극적인 방송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제가 된 YTN, TV조선, MBN이 방송심의규정 자살 묘사 조항을 어겼다며 법정제재 조치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잠자고 있던 8살 어린이를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 사건 때는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가 극에 달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사건 현장을 무단으로 찍어 보도했고 피해 아동의 집을 특정할 수 있는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사건과 무관한 일기장 내용을 단독이라며 공개했고 심지어 병원에서 촬영한 피해 아동의 상처 부위를 방송에 내보내 공분을 샀습니다.

언론이 2차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고 피해 아동의 가족은 ‘고종석보다 더 나쁜 건 언론’이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때의 보도 행태는 이후 성범죄 보도 준칙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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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여자 화장실은 왜 들어가고 열쇠구멍으로 남의 집은 왜 보고 왜 이렇게 무리하게 취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권현정 : 정말 저희도 저런 보도가 나올 때마다 정말 심장이 철렁하는데요. 특히 저 고종석 사건을 보시면 당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가 정말 심각했습니다. 고종석 사건은 저희 언론인권센터에서도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분들을 대리해서 정정 보도 청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었고 일부 승소해서 피해자 가족분들에게 언론사마다 약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가량의 손해배상금이 인정이 되기도 했었는데요.

당시 정말 여러 언론사들이 피해자 가족분들의 사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내용까지 보도를 함으로 인해서 오히려 피해자 가족 악플을 받기도 했었어요. 재판 과정에서 이런 보도들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고 명예훼손적인 부분도 있다고 다 입증이 되었고 특히 또 이런 범죄에 대한 보도에도 이런 피해자들의 사생활 측면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법원의 판단이 있었어도 이미 피해를 받은 피해자분들의 삶은 온전히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려웠고 당시 피해자분들은 언론 취재가 계속적으로 이어질까 봐 여러 번 이사를 다니시기도 하고 실제 당시 피해자분들이 가해자도 나쁘지만 더 나쁜 건 우리에게 더 나쁜 건 우리의 삶을 더 괴롭히는 건 언론이다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시기도 하고 저도 정말 마음이 안 좋은 사건이었습니다.

김솔희 : 그렇네요. 이게 피해자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본다면 이런 보도가 나올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유현재 : 정말 저는 고종석 사건하고 그다음에 북한 응원단 화장실 추격 사건, 이건 정말 대표적인 흑역사고요.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안이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부 언론인들은 아직도 약간의 특권 의식 그리고 그걸 넘어서 선민의식까지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마음이겠죠. 나 정도 되면 이 정도는 해도 돼,라고 생각하고 그다음에 취재를 하시다가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도 있을거고 그다음에 이거는 공공에 관련된 거야라고 계속해서 자체 뭔가 양산을 하지 않는가라는 말도 안 되는 명분이긴 하죠.

그다음에 또 하나는 지금 뉴스 소비 상황이 굉장히 경쟁이 엄청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마 회사도 그렇고 데스크도 그렇고 일선 기자들에게 아마 명시적으로 암시적으로 압박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그림 좀 되는 거 그리고 그림 좀 되는 거 여러 개 갖고 와라고 한다면 그러니까 자꾸 미장센 저널리즘, 섬네일 저널리즘 이렇게 하는 것처럼. 이렇게 되면 일선 기자들이 벼랑에 몰리게 되겠죠.

김솔희 : 그러면 취재 현장을 직접 뛰고 있는 입장에서, 임주현 기자, 어떻게 생각해요?

임주현 : 교수님께서 되게 좋은 지적을 해주셨는데 현장에서 기자들끼리 일종의 눈치게임이 벌어지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누구 하나가 과도하게 취재를 하면 다른 기자들도 과도하게 확 몰아가고 또 반대로 좀 약간 원리 원칙대로 하면 다른 기자들도 원리 원칙을 따르려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는데 관련해서 과거 저희 고참 기자의 일화를 하나 전해드리고 싶은데 1996년에 강릉 무장 공비 침투 사건이 있었단 말이에요.

그때는 우리 국군이 무장 공비를 사살해서 어떤 시신을 발가벗겨놓고 취재원들 불러서 취재도 하고 방송도 하고 하는 그런 시절이었는데 한번은 현장에 있던 사진기자가 그래도 이런 방식은 아니지 않느냐. 우리 적이기는 하지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좀 지켜야 하지 않냐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니까 일부 가리기도 하고 약간 과열됐던 분위기가 누그러졌다는 일화가 있더라고요. 그런 자정 노력의 케이스가 잘 눈에 안 보인다는 게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어쨌든 앞서 살펴봤던 여러 가지 문제가 됐던 사례들 이런 것들은 사생활 침해 보도 대상이 공인이 아닌 사인, 그러니까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한 행위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솔희 : 그러게요. 얘기 듣다 보니까 궁금한 게요. 그러면 취재 대상이 공인이냐, 아니면 사인, 일반인이냐에 따라서 사생활 침해 보도의 처벌 수위가 달라지나요?

권현정 : 아무래도 달라지게 되는데요. 헌법 제17조에서는 사실 모든 국민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그런 권리가 보장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인, 즉 일반인이냐 아니면 공인이냐에 따라서 법원은 위법성의 정도에 차이를 두고 있는데요. 사실 사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가 문제가 되면 대부분의 사건에서 법원도 위법한 보도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인은 이미 대중에게 목소리나 얼굴이나 이런 부분들이 노출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보도에 대해서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보고 있고 또 그 보도의 목적이 공익적인 목적이었다고 하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이렇게 판단되고 있습니다.

유현재 : 좀, 저도 공부를 해봤는데요. 공인에 대한 공인된 정의가 없어요.

김솔희 : 그렇죠.

유현재 : 사회자님은 공인이 어떤 정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김솔희 : 저도 말씀하신 것첯럼 ‘공인’ 하면 그냥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정도로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물의를 일으켰을 때 공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사과를 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 대중의 인식 속에서 공인이라는 범주가 생각보다 굉장히 넓구나.

유현재 : 공인의 직접적인 의미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돼 있고요. 비슷하지만 약간 더 넓은 개념이 공적 인물이라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거기에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공직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연예인이라든가 대기업 간부라든가 이런 식으로 확대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대표적으로 애매할 수 있는 케이스를 좀 한번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그거 한번 맞혀보십시오. 첫 번째는 정치인은 분명히 아니에요. 그런데 평론가로 분류되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뭔가 SNS에 남기기만 하면 그다음 날 다 언론에서 받아쓴다거나 이렇게 되거든요. 그러면 그 영향력만으로 공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애매하죠?

김솔희 : 그러게요.

유현재 : 그리고 또 한 분 있습니다. 이분 굉장히 유명하신 분인데요. 아무런 공적 지위가 없었는데 굉장히 적극적으로바쁘게 사셨던 분이 있어요. 그러니까 최서원 씨죠. 그러니까 구 최순실 씨. 그러니까 이분 같은 경우에는 공인일까 아닐까라는 것도 헷갈리게 되는 겁니다.

김솔희 : 정말 방금 들은 몇 개의 사례만 봐도 너무 고민스럽거든요. 이분을 공인으로 봐야 하지 말아야 할지 취재를 하다보면 현장의 기자들이 분명히 착각할 수 있는 부분 또 잘 모르고 애매한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요. 그런 사례를 좀 예시로 들어서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O, X 팻말을 딱 들고 이게 사생활 침해가 인정된다 하면 O 들어주시고 아니다 인정 안 된다 하면 X를 들어주시면 됩니다.

김솔희 : 세월호 참사 당시 특정 종교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는데요. 한 언론사가 유명 연예인이 해당 종교 활동을 하고 있다며 모임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건 사생활 침해에 해당될까요? 고민이 좀 되시나요? 침해에 해당된다?

권현정 : 정답은 O가 맞고요. 해당 보도가 몰래 촬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도 방법 자체도 문제가 됐었고 종교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종교뿐만이 아니고 병원 기록이나 성적 지향 그런 부분도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해당해서 이런 부분은 정말 상당한 공익적 목적이 있다, 그런 사건이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 사생활 침해에 해당해서 언론사의 책임이 인정될 것 같습니다.

김솔희 : 그렇군요. 다음 사례 보겠습니다. 대기업 부회장이 상견례를 하기 위해 호텔 건물 앞에서 가족끼리 서로 인사 나누는 모습을 언론이 촬영해서 보도를 했는데요. 이건 사생활 침해일까요? 조금 고민들이 되시는.

권현정 : 정답은 세모.

김솔희 : 정말요?

권현정 : 세모라고 볼 수 있는데 법원에서는 어떻게 봤냐 하면 대기업 부회장의 상견례 보도 자체는 대중의 정당한 관심사가 인정되는 부분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일부 내용만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는데 그 일부 내용이라는 것은 공적 인물이라고 볼 수 없는 약혼녀의 초상이 포함된, 그런 사진이 포함된 보도 내용만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고 약혼녀의 사진이 공개된 장소, 그 호텔 로비에서 촬영됐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던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김솔희 : 그러면 상견례 보도한 거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권현정 : 그렇죠.

김솔희 : 그렇군요. 일단 앞서 사례들을 쭉 들어보니까요. 법원 판례에도 나와있듯이 이게 취재 대상이 공인이라고 할지라도 사생활 침해 보도에 대해서 어떤 무조건적인 면죄부는 없다. 늘 경각심을 좀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권현정 : 맞습니다. 공공의 정당한 관심사가 인정되는 인물이더라도 보도의 목적이 공익 목적인지 또 보도를 정당한 방법을 했는지 이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심의해서 이들에 대한 보도가 나갔을 때 이익 형량을 따져서 그들의 사생활과 언론의 자유 사이에 어느 쪽에 더 우선할 것인지, 어떤 기본권에 더 중점을 둘 것인지 그런 측면에서 법원은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김솔희 : 그런가 하면 공인을 대상으로 한 도를 지나친 취재 관행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공인의 장례 관련 취재였죠.

임주현 : 각종 윤리강령에는 보도 준칙 같은 데 보면 사망자 유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도록 돼 있거든요. 그런데 공인의 죽음은 공인이라는 이유로 그 원칙이 자주 무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례로 2018년에 노회찬 의원이 사망했을 때 시신을 싣고 구급차가 가는데 TV조선이 뒤에서 차량으로 따라붙어서 그걸 계속 찍으면서 생중계를 했단 말이에요. 신호대기에 걸려서 구급차가 멈추니까 또 뒤에서 렌즈 줌인으로 당겨서 뒷좌석 유리창을 막 들여다본 겁니다. 되게 논란이 돼서 이후에 방심위로부터 행정 지도를 받았거든요.

그러고 나서 이듬해에는 연예인이죠. 설리가 사망을 했었는데 그때 또 일부 언론들이 시신 운구 장면을 그렇게 찍어서 보도를 하고 또 시신 수습 과정이나 유가족 반응을 가지고 또 막 속보 경쟁이 붙고 그랬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조문 현장에 취재진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자꾸 반복이 되고 있어요.

김솔희 : 이게 사실 훔쳐보는 건데 언론이 한다고 해서 이게 정당화 되고 공식화하는 게 아니잖아요.

유현재 : 이게 소위 말하는 관음 저널리즘이죠. 언론이 절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관음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게 강력한 메시지가 정말 세계인에게 모두 전달됐던 사례가 있습니다. 얼마 전이었죠, 6월이었는데요, 유로 2020. 유로 2020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인데요. 핀란드랑 덴마크랑 경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덴마크 팀 선수 중에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라고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 절친이었죠. 토트넘에서도 뛰고.

그런데 이분이 전반 한 42분 정도 됐는데 드로잉 패스 받으러 가다가 팍 쓰러지셨어요. 그래서 심정지 오시고 그렇게 됐었는데 문제는 그때 BBC에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안 끊어요. 그걸 안 끊고 그다음에 심지어 심폐소생술 하는 것도 다 보여주고 그다음에 아내가 스탠드에 있다 그라운드로 내려오거든요. 거기서 오열을 하죠. 그런데 그 모습까지 다 방영이 됐어요.

그래서 어떤 반응이 있었을까요? 한마디로 비난이 엄청났습니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거냐. 그리고 이게 피핑이라고 하잖아요. 훔쳐보기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또 공영방송이다라는 거죠. BBC가 한마디로 굉장히 큰 망신을 당한 거죠.

김솔희 :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요.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된 829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이중에 사생활 침해 사유가 가장 많은 293건을 차지했습니다. 그만큼 언론의 사생활 침해 보도가 공인과 사인/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런데 임주현 기자도 열심히 취재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딱 고민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임주현 : 사실 저도 취재하면서 헷갈리거나 고민이 되는 지점들이 많았고 취재를 한 다른 기자들도 그런 고민들을 많이 토로를 했거든요. 그러면 기자들이 대체 어떤 부분에 대한 고민들을 갖고 있는지 제가 영상으로 담아왔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한번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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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③] 사생활 침해 보도에 대한 일선 기자들의 생각

경험 많은 중견 기자라 해도 현장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인식 차이가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인터뷰] 박종식 / 한겨레신문 사진기자
사진기자로 생활한 게 올해로 만으로 15년째인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부분들(독자의 눈높이)이 굉장히 많이 변했거든요. 이제 대중의 감수성, 독자들의 인권 감수성을 저조차도 쫓아가기가 쉽지 않구나. 이런 취재들을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 그런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임주현 기자
이런 논란들이 반복되는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 박종식 / 한겨레신문 사진기자
관성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뭐 20년, 30년 동안 한국의 언론들 그런 방식들의 취재를 해왔고 그래서 그게 크게 고민하지 않고 옳은 방식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그 현장(특별기여자 숙소)을 똑같이 나간다면 아마도 저도 고민은 하겠지만 일단 사진을 찍을 것 같아요.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라면 고민의 깊이는 더 얕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선상원 / KBS 영상기자
방송 뉴스는 시급함이 있잖아요. 취재해서 오면 한두 시간 뒤에 바로 뉴스 나가야 하고. 그런 영상을 두고 되게 숙고할 시간이 부족한 체계라고 봐요. 현장 기자들은 그런 괴로움이 쌓이면서도 현장에서 늘 고민해야 하는, 하지만 답이 명확히 나오지 않는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아요.

공익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현장 판단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선상원 / KBS 영상기자
사안별로 기준을 뭘로 잡느냐가 너무 모호하고, 개인별로 기준이 다 다를 거고. 언론을 접한 시민들이 판단했을 때의 기준이 또 다르기 때문에 그걸 현장에서 매번 판단하기는 좀 많이 어렵습니다.

3년 전 발간해 세 번의 개정을 거친 영상 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한 나준영 기자는 판단이 어려울 땐 현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나준영 / MBC 영상기자(한국영상기자협회장)
일본 TBS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인데 거기에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어떤 골목의 가정집에 우리가 취재할 대상이 있는데 그 사람을 취재하기 위해서 모든 언론이 버티기를 하고 있다. 나도 거기서 계속 버티기를 하고 있는데 이거를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스러운 상황이 있다. 그럴 때 당신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하면서 그럴 때 잠깐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무리 밖을 나와서 그 현장을 한번 바라봐라. 그래도 저것이 취재할 가치가 있다면 당신은 들어가야 하고 그 가치가 없다고 판단이 든다면 카메라를 들고 나오라 하는 그런 규정이 있더라고요. 우리는 그런 것까지를 그동안 고민하고 자율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과연 기자들이 스스로 해 왔는가에 대한 것을 한번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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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 결국 현장 판단이 너무 어렵다라는 게 공통적으로 나왔던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지난 7월에 건강상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집 앞, 전두환 전 대통령 얘기인데 집앞 골목길을 홀로 산책하는 모습이 한국일보 사진기자 카메라에 담겨서 보도가 됐죠.

김솔희 : 그렇죠.

임주현 : 그래서 이게 호평을 받았고 결국은 보도 사진상까지 탔거든요. 그런데 좀 헷갈리는 지점이 있어요. 그러니까 집 주변을 산책한다는 그 행위가 과연 사적인 행위냐 아니면 공적인 행위냐에 대한 판단이 퍼뜩 안 들어오거든요. 그러니까 변호사님 보시기에는 어떻게 보세요? 이 산책 행위에 대해서.

권현정 : 우선 전두환 씨가 공인에 해당한다는 건 이견이 없을 것 같고 그렇다면 그 집 주변을 산책하는 행위가 사적인 행위냐, 공적인 행위냐, 이런 판단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은 그냥 집 앞 주변 산책하는 행위는 사적인 행위가 맞죠. 그런데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그 행위가 사적인지 공적인지보다는 그 보도의 목적이 무엇이었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전두환씨가 계속 건강 악화 등의 문제로 그런 핑계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었는데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재판에 불출석하는 게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변명에 불과했다. 이런 걸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굳이 따지자고 한다면 그 보도로 인한 침해되는 사생활의 영역이 최소화됐다. 보도의 정당성이 인정됐다. 그렇게 판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주현 : 이런 비슷한 사례가 있을 때 기자들이 과연 잘 판단할 수 있겠냐라는 것을 다른 기자들도 걱정을 하는 거죠. 그런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을 너무 염두에 둘 경우에 취재 활동이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이런 방식의 보도가 잘 안 나올 수도 있지 않겠냐라고 하는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솔희 : 맞습니다. 충분히 공감이 되는데 더 고민스러워졌어요. 공인의 사생활 보도, 어느 선까지 허용이 돼야 할지요.

유현재 : 그래서 일단 해외에서는 어떨까라고 해서 사례들을 찾아보니 첫 번째는 유럽 케이스인데요. 지난 2012년이었는데 유럽 인권재판소 결정이 하나 있더라고요. 결정문을 읽어드리면 공인의 사생활을 보도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라고 해서 이게 가치가 어떻고 이게 가치가 어떻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 무게추는 분명히 언론의 자유에 있다고 얘기를 한 거고요. 미국도 약간 좀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공인 이론이라고 있는데 이거는 공인에 대한 취재를 어쨌든 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고요. 그래서 예를 들어서 혹시라도 오보가 있더라도 무조건적인 징벌은 피해야 한다, 지양해야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굉장히 무서운 단서 조건이 하나 있어요.

김솔희 : 어떤 거요?

유현재 : 만약에 이 제공한 정보에 있어서 현실적이고 명백한 악의가 있을 경우에는 굉장히 큰 대가를 치른다. 그래서 그게 액추얼 멜리스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하나의 잣대, 그냥 단일 잣대로 이걸 들이대면 기자들도 힘들고 그다음에 현실에도 안 맞고 그럴 것 같아요. 그러면 예를 들면 TPO라고 하지 않습니까? 타임 플레이스 오케이션. 아까 전두환 씨 케이스도 마찬가지인 거고 TPO를 대입해보면 어떤 기사가 정당성이 있는지 판단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병우 전 수석 사진 찍힌 거 있지 않습니까? 보도상도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한번 판단을 해보면 공적 인물이죠. 전 수석이니까. 그리고 공적 사안이었어요. 국정농단이니까. 그리고 너무나 엄격한 공적 건물에 있었죠. 그리고 또 하나 굉장히 공적 인물, 수사 검사가 있고 그다음에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건 명백하게 공적인 목적도 있고 공익적인 목적도 있고 그다음에 정당화가 돼서 아마 상도 받았다는 생각이 조금 들고요.

김솔희 : 권 변호사님, 어떻게 보세요?

권현정 : 저는 한번 피해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려보고 싶은데요. 사실 최근 언론 매체가 굉장히 다변화 되었잖아요. 그래서 또 한번 언론 보도가 있으면 이런 피해가 과거에 비해서 굉장히 즉각적이고 또 파급력이 더 커졌어요. 그래서 사생활 침해가 있다라고 하면 그 피해자들은 이후에 침해 이후에 피해를 구제해준다는 것이 사실은 큰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법적인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이 처벌 수위를 높인다거나 아니면 보상의 금액을 증액한다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나 법원에서 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수 있게 그런 측면에서 규제를 들어가야 된다라고 보고 있고요. 지금까지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언론사의 자정 능력이나 고민의 정도가 조금 약하지 않나라고 생각이 돼요. 언론사들도 그런 측면에서 좀 더 고민을 해봐주시기를 부탁드리는 그런 입장입니다.

김솔희 : 시대가 변하면서 사생활 보호와 인격권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우리 언론만 구시대 관행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현실적인 고민은 얼마나 깊게 하고 있는 건지 오늘 세 분과 함께 짚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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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아프간 소녀와 망원렌즈, 사생활 침해 보도의 민낯
    • 입력 2021-09-26 22:39:40
    • 수정2021-10-01 19:07:20
    질문하는 기자들Q
김솔희 : 미디어의 본질을 묻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오늘은 아프간 특별기여자 사례를 통해서 개인의 일상까지 염탐하는 사생활 침해 보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또 이어지는 Q플러스에서는 아프간 사태를 전달하는 우리 언론의 왜곡된 시선을 전반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오늘 주제에 꼭 맞는 전문가분들을 모셨는데요. 먼저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님 어서 오세요. 교수님께서는 사생활 침해 보도 관련한 발표도 하고 하셨다고 해서요.

유현재 : 얼마 전에도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인권진흥재단 그다음에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관심이 많아졌죠. 취재권 보호 그다음에 또 인격권 보호 이게 접점이 어디일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고 상당히 좋은 흐름인 것 같습니다.

김솔희 : 그리고 오늘 또 특별히 모신 분이 계세요. 언론인권센터에서 활동하는 권현정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권현정 : 안녕하세요?

김솔희 : 언론인권센터 어떤 일하는 곳인가요?

권현정 : 저희 언론인권센터는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당한 피해자분들을 돕는 시민 단체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피해자분들을 만나서 법률 상담을 하거나 센터에서 공익 소송을 진행할 경우에 소송에서 변론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솔희 : 그렇군요. 그러면 오늘 유 교수님 또 권현정 변호사님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 듣도록 하고요. 또 KBS 임주현 기자도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임주현 : 안녕하세요? 오늘 다룰 주제가 사실 어제오늘 나왔던 문제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가 취재하다 보니까 어려운 지점들이 좀 있더라고요. 오늘 방송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그 고민의 지점들을 덜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희망을 갖고 나왔습니다.

김솔희 : 알겠습니다. 그럼 세 분과 함께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코너1] 아프간 소녀와 망원렌즈…사생활 침해 보도 왜?

김솔희 :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탈레반의 위협을 피해 한국으로 무사 탈출한 390명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이야기에 언론의 관심도 무척 높았는데요. 언론은 이들의 입국부터 임시 생활 시설에 입소하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아서 상세히 전했습니다. 그런데 촬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빨래를 널고 전화 통화를 하고 또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까지도 시시각각 보도된 건데요. 임주현 기자가 취재한 영상 먼저 보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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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①] 아프간 소녀와 우한 교민 어린이

자가격리 중인 아프간 소녀가 밖을 바라보다 눈을 훔칩니다.

빨래를 널거나 통화를 하고 실내에 모여 앉아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과 어린아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우리 정부가 지난 달 말 구출 작전으로 데려온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모습입니다.

문제는 이들의 신원공개.

한국일보는 기사에서 아프간 소녀의 행복을 기원했지만,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외교부가 이미 고향에 남은 다른 가족의 안전 등을 고려해 이들의 신원노출을 피해달라고 강조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해당 기사에는 몰카, 도촬,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 댓글이 달렸고 테러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한국일보는 논란이 불거지자 사과문을 기사에 첨부하고 뒤늦게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사진은 이미 인터넷 공간에 퍼진 뒤였습니다.

난민 인권 단체들은 잇달아 항의 성명을 발표했고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한국일보는 결국 별도의 사과문을 통해 ‘독자의 윤리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재차 사과하고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서 삭제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일보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논란이 된 사진 보도가 나가기 이틀 전 동아일보는 입국하는 아프간인들의 모습에 모자이크를 한 한국 언론과 모자이크를 하지 않은 해외 통신사의 사진을 비교하며 어떤 사진이 보고 싶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진에 찍히는 아프간 사람들의 입장보다 보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내세운 질문이었습니다.

얼굴 공개에 대한 기자의 생각을 독자들과 나눠보려는 시도였다고 하지만 해당 기사에는 '의도가 뭐냐?''이런 건 알 권리가 아니다'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식의 사진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

지난 해 지금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머물고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진천 본원에는 코로나19로 중국 우한에서 돌아온 교민들이 격리돼 있었습니다.

당시 연합뉴스가 교민들의 모습을 마찬가지로 망원렌즈를 이용해 찍은 뒤 모자이크 없이 내보내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는 논란이 된 사진 보도에 대해 사생활 침해가 맞다고 판단했고 연합뉴스 측은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했지만 의도와 다른 논란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더 고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년 전 제기됐던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판박이 같은 상황이 그대로 재현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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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일련의 사태를 쭉 짚어봤는데요. 교수님 어떻게 보셨어요?

유현재 : 일단 사진 건지고 그런 다음에 헤드라인 약간 감정 실어서 이렇게 얹어서 감동 코드를 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감동이 아니라 감정만 상한 거예요. 이걸 취재 감수성이라고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아무래도 대중과의 눈높이는 어긋났다는 생각이 조금 들고요.

그 다음에 저 사진 보면 섬뜩했던 게 사진 찍힐 때 수용 시설 상황을 한번 생각을 해보자고요. 저분들이, 아프간 기여자들이 한 15시간 정도 걸렸다잖아요. 그러면 비행기 타고 대포를 피해서 온 거예요. 그런데 창문을 열었더니 또 다른 대포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포 망원경인 거죠. 계속 해서 공포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뻗치기’를 해서 사진을 계속해서 양산하고 그런 모습들은 결코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김솔희 : 이게 모자이크 안 하고 사진이 쭉 나오니까요. 보면서도 참 당황스러웠는데 여기에 취재 윤리 어겼다 이런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윤리는 윤리고 법적으로도 이거 잘못된 거 아닌가요?

권현정 : 맞습니다. 법적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되는데요. 방금 교수님께서도 잠깐 지적을 해주셨지만 일반적으로도 보도 대상의 동의 없이 얼굴이 노출된다 이러면 초상권 또는 사생활 침해가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이번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경우에는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렇게 얼굴이 노출되면 추가적인 박해나 테러의 위험성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조심을 해야 되고요.

또 이들의 지위는 난민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저희 난민법에서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인적 사항 즉 얼굴이나 성명이나 직업 이런 부분들이 공개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이것이 어겨졌을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도 처하도록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언론이 이런 부분에 좀 더 신중을 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위법성의 정도가 더 크다고 보여집니다.

김솔희 : 생명의 위협을 피해서 우리나라로 온 사람들인데 우리가 더 큰 위험에 몰아넣은 건 아닌가 걱정이 되는데요. 해당 언론사는 어떤 입장입니까?

임주현 : 제가 문제의 사진을 찍은 기자를 통해서 직접 들어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접촉할 수는 없었고요. 대신 동료 기자나 다른 타사 기자들을 통해서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이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 사진 찍은 기자가 마음고생이 많이 심했다고 합니다. 논란 초기에는 그런 것도 있었대요. 좋은 취지로 보도를 했는데 예상 외로 너무 많은 비판이 쏟아지네, 라는 내부의 어떤 그런 시각도 있었다고 해요. 초반에는.

한국일보가 비판받았던 이유 중의 또 하나가 뭐냐 하면 자체 보도 준칙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언론사 중의 한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자기들 규정도 어겼다 이런 비판이 나왔는데 관련해서도 물어보니까 준칙이 있긴 한데 이게 안의 기자들 대상으로 전원에게 의무적으로 교육을 한 건 아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모르는 기자들도 많다.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김솔희 : 한국일보 사과문을 보면요.‘많은 관심과 응원을 요청하는 의미로 보도했다’ 이렇게 썼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와 또 언론 소비자 사이의 인식의 차이가 이렇게 크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유현재 : 기자들이 대부분이 속해 있는 곳이 한국기자협회잖아요. 그런데 거기 인권보도준칙이라든가 각종 강령들이 떠 있어요. 그런데 거기 보면 항상 디폴트로 가장 먼저 있는 게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사항, 그다음 인격권 보호 이런 것들이 있고요. 그다음에 언론중재위원회 보면 시정 권고 내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 심의 기준 보면 1장 1조가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원칙상으로 보면 인격권을 앞서는 취재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부분에 있어서는 개선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교민들이 귀국했을 때 연합뉴스가 그 교민들의 생활을 망원렌즈로 촬영해 보도해서 큰 물의를 빚었습니다. 연합뉴스, 올해는 보도 어떻게 좀 달라졌나요?

임주현 : 연합뉴스 사진부 기자와 얘기를 나눠봤는데 말씀하셨다시피 1년 전에는 연합뉴스 보도가 재난 보도 준칙이 정한 신상공개 주의 원칙도 어겼잖아요. 그래서 논란이 컸고 당시 신문 윤리 위원회에서도 주의 조치를 받았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홍역을 좀 치렀는데, 그때 당시 이후에 그래서 사진부 내부에서도 사생활 침해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올라갔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진천 특별기여자들 취재 현장에 갔을 때도 숙소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망원 렌즈로 이렇게 당겨서 찍거나 하는 취재는 안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말이 맞는지 제가 직접 출고된 사진들을 쭉 찾아봤더니 실제로 그런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김솔희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지난해 우한 교민 보도도 참 문제가 많았어요.

유현재 : 저는 개인적으로는 교민 다룬 기사나 보도 중 최악의 보도라고 하면 JTBC 보도였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김솔희 : 어떤 거 있었죠?

유현재 : 기자가 르포 형식으로 가서 리포트를 하시는데 뭐라고 말씀하시냐면 울타리가 없다. 그리고 울타리가 있어도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서 허술하다, 경비가 강화돼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저는 그거 듣다가 이분들이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굉장히 잠재적인 어떤 일탈자, 이런 거로 조금 생각이 들도록 하는 거다. 그래서 지금도 검색되거든요. 그런데 보시면 제가 지금 말씀드린 논리들이 전부 다 댓글에 있어요. 그래서 댓글을 보면 제일 센 게 뭐였냐면 격리될 것은 언론이다라고 얘기를 할 정도였거든요.

김솔희 : 이런 일들이요. 국민적인 관심사가 높은 사안일수록 또 언론사들의 보도 경쟁이 치열한 사안일수록 사생활 침해 보도 논란이 참 많았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거든요. 한번 살펴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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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②] 국민적 관심사 높은 사건의 사생활 침해 보도 사례

화장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북한 응원단 모습입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손을 말리는 등 화장실 안팎 상황이 고스란히 찍혀 보도됐습니다.

모두 연합뉴스가 찍은 사진들입니다.

화장실 장면 보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연합뉴스는 일부 판단이 흐려졌다면서 문제가 된 사진을 삭제했지만 논란은 오래도록 계속됐습니다.

지난해 일부 방송사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의 손영미 소장이 사망하자 손 소장 자택을 찾아가 문 열쇠 구멍에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별 의미도 없는 집안 모습을 촬영해 자극적인 방송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제가 된 YTN, TV조선, MBN이 방송심의규정 자살 묘사 조항을 어겼다며 법정제재 조치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잠자고 있던 8살 어린이를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 사건 때는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가 극에 달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사건 현장을 무단으로 찍어 보도했고 피해 아동의 집을 특정할 수 있는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사건과 무관한 일기장 내용을 단독이라며 공개했고 심지어 병원에서 촬영한 피해 아동의 상처 부위를 방송에 내보내 공분을 샀습니다.

언론이 2차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고 피해 아동의 가족은 ‘고종석보다 더 나쁜 건 언론’이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때의 보도 행태는 이후 성범죄 보도 준칙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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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여자 화장실은 왜 들어가고 열쇠구멍으로 남의 집은 왜 보고 왜 이렇게 무리하게 취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권현정 : 정말 저희도 저런 보도가 나올 때마다 정말 심장이 철렁하는데요. 특히 저 고종석 사건을 보시면 당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가 정말 심각했습니다. 고종석 사건은 저희 언론인권센터에서도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분들을 대리해서 정정 보도 청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었고 일부 승소해서 피해자 가족분들에게 언론사마다 약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가량의 손해배상금이 인정이 되기도 했었는데요.

당시 정말 여러 언론사들이 피해자 가족분들의 사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내용까지 보도를 함으로 인해서 오히려 피해자 가족 악플을 받기도 했었어요. 재판 과정에서 이런 보도들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고 명예훼손적인 부분도 있다고 다 입증이 되었고 특히 또 이런 범죄에 대한 보도에도 이런 피해자들의 사생활 측면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법원의 판단이 있었어도 이미 피해를 받은 피해자분들의 삶은 온전히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려웠고 당시 피해자분들은 언론 취재가 계속적으로 이어질까 봐 여러 번 이사를 다니시기도 하고 실제 당시 피해자분들이 가해자도 나쁘지만 더 나쁜 건 우리에게 더 나쁜 건 우리의 삶을 더 괴롭히는 건 언론이다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시기도 하고 저도 정말 마음이 안 좋은 사건이었습니다.

김솔희 : 그렇네요. 이게 피해자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본다면 이런 보도가 나올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유현재 : 정말 저는 고종석 사건하고 그다음에 북한 응원단 화장실 추격 사건, 이건 정말 대표적인 흑역사고요.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안이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부 언론인들은 아직도 약간의 특권 의식 그리고 그걸 넘어서 선민의식까지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마음이겠죠. 나 정도 되면 이 정도는 해도 돼,라고 생각하고 그다음에 취재를 하시다가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도 있을거고 그다음에 이거는 공공에 관련된 거야라고 계속해서 자체 뭔가 양산을 하지 않는가라는 말도 안 되는 명분이긴 하죠.

그다음에 또 하나는 지금 뉴스 소비 상황이 굉장히 경쟁이 엄청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마 회사도 그렇고 데스크도 그렇고 일선 기자들에게 아마 명시적으로 암시적으로 압박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그림 좀 되는 거 그리고 그림 좀 되는 거 여러 개 갖고 와라고 한다면 그러니까 자꾸 미장센 저널리즘, 섬네일 저널리즘 이렇게 하는 것처럼. 이렇게 되면 일선 기자들이 벼랑에 몰리게 되겠죠.

김솔희 : 그러면 취재 현장을 직접 뛰고 있는 입장에서, 임주현 기자, 어떻게 생각해요?

임주현 : 교수님께서 되게 좋은 지적을 해주셨는데 현장에서 기자들끼리 일종의 눈치게임이 벌어지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누구 하나가 과도하게 취재를 하면 다른 기자들도 과도하게 확 몰아가고 또 반대로 좀 약간 원리 원칙대로 하면 다른 기자들도 원리 원칙을 따르려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는데 관련해서 과거 저희 고참 기자의 일화를 하나 전해드리고 싶은데 1996년에 강릉 무장 공비 침투 사건이 있었단 말이에요.

그때는 우리 국군이 무장 공비를 사살해서 어떤 시신을 발가벗겨놓고 취재원들 불러서 취재도 하고 방송도 하고 하는 그런 시절이었는데 한번은 현장에 있던 사진기자가 그래도 이런 방식은 아니지 않느냐. 우리 적이기는 하지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좀 지켜야 하지 않냐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니까 일부 가리기도 하고 약간 과열됐던 분위기가 누그러졌다는 일화가 있더라고요. 그런 자정 노력의 케이스가 잘 눈에 안 보인다는 게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어쨌든 앞서 살펴봤던 여러 가지 문제가 됐던 사례들 이런 것들은 사생활 침해 보도 대상이 공인이 아닌 사인, 그러니까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한 행위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솔희 : 그러게요. 얘기 듣다 보니까 궁금한 게요. 그러면 취재 대상이 공인이냐, 아니면 사인, 일반인이냐에 따라서 사생활 침해 보도의 처벌 수위가 달라지나요?

권현정 : 아무래도 달라지게 되는데요. 헌법 제17조에서는 사실 모든 국민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그런 권리가 보장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인, 즉 일반인이냐 아니면 공인이냐에 따라서 법원은 위법성의 정도에 차이를 두고 있는데요. 사실 사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가 문제가 되면 대부분의 사건에서 법원도 위법한 보도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인은 이미 대중에게 목소리나 얼굴이나 이런 부분들이 노출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보도에 대해서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보고 있고 또 그 보도의 목적이 공익적인 목적이었다고 하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이렇게 판단되고 있습니다.

유현재 : 좀, 저도 공부를 해봤는데요. 공인에 대한 공인된 정의가 없어요.

김솔희 : 그렇죠.

유현재 : 사회자님은 공인이 어떤 정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김솔희 : 저도 말씀하신 것첯럼 ‘공인’ 하면 그냥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정도로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물의를 일으켰을 때 공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사과를 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 대중의 인식 속에서 공인이라는 범주가 생각보다 굉장히 넓구나.

유현재 : 공인의 직접적인 의미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돼 있고요. 비슷하지만 약간 더 넓은 개념이 공적 인물이라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거기에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공직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연예인이라든가 대기업 간부라든가 이런 식으로 확대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대표적으로 애매할 수 있는 케이스를 좀 한번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그거 한번 맞혀보십시오. 첫 번째는 정치인은 분명히 아니에요. 그런데 평론가로 분류되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뭔가 SNS에 남기기만 하면 그다음 날 다 언론에서 받아쓴다거나 이렇게 되거든요. 그러면 그 영향력만으로 공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애매하죠?

김솔희 : 그러게요.

유현재 : 그리고 또 한 분 있습니다. 이분 굉장히 유명하신 분인데요. 아무런 공적 지위가 없었는데 굉장히 적극적으로바쁘게 사셨던 분이 있어요. 그러니까 최서원 씨죠. 그러니까 구 최순실 씨. 그러니까 이분 같은 경우에는 공인일까 아닐까라는 것도 헷갈리게 되는 겁니다.

김솔희 : 정말 방금 들은 몇 개의 사례만 봐도 너무 고민스럽거든요. 이분을 공인으로 봐야 하지 말아야 할지 취재를 하다보면 현장의 기자들이 분명히 착각할 수 있는 부분 또 잘 모르고 애매한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요. 그런 사례를 좀 예시로 들어서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O, X 팻말을 딱 들고 이게 사생활 침해가 인정된다 하면 O 들어주시고 아니다 인정 안 된다 하면 X를 들어주시면 됩니다.

김솔희 : 세월호 참사 당시 특정 종교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는데요. 한 언론사가 유명 연예인이 해당 종교 활동을 하고 있다며 모임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건 사생활 침해에 해당될까요? 고민이 좀 되시나요? 침해에 해당된다?

권현정 : 정답은 O가 맞고요. 해당 보도가 몰래 촬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도 방법 자체도 문제가 됐었고 종교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종교뿐만이 아니고 병원 기록이나 성적 지향 그런 부분도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해당해서 이런 부분은 정말 상당한 공익적 목적이 있다, 그런 사건이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 사생활 침해에 해당해서 언론사의 책임이 인정될 것 같습니다.

김솔희 : 그렇군요. 다음 사례 보겠습니다. 대기업 부회장이 상견례를 하기 위해 호텔 건물 앞에서 가족끼리 서로 인사 나누는 모습을 언론이 촬영해서 보도를 했는데요. 이건 사생활 침해일까요? 조금 고민들이 되시는.

권현정 : 정답은 세모.

김솔희 : 정말요?

권현정 : 세모라고 볼 수 있는데 법원에서는 어떻게 봤냐 하면 대기업 부회장의 상견례 보도 자체는 대중의 정당한 관심사가 인정되는 부분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일부 내용만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는데 그 일부 내용이라는 것은 공적 인물이라고 볼 수 없는 약혼녀의 초상이 포함된, 그런 사진이 포함된 보도 내용만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고 약혼녀의 사진이 공개된 장소, 그 호텔 로비에서 촬영됐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던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김솔희 : 그러면 상견례 보도한 거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권현정 : 그렇죠.

김솔희 : 그렇군요. 일단 앞서 사례들을 쭉 들어보니까요. 법원 판례에도 나와있듯이 이게 취재 대상이 공인이라고 할지라도 사생활 침해 보도에 대해서 어떤 무조건적인 면죄부는 없다. 늘 경각심을 좀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권현정 : 맞습니다. 공공의 정당한 관심사가 인정되는 인물이더라도 보도의 목적이 공익 목적인지 또 보도를 정당한 방법을 했는지 이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심의해서 이들에 대한 보도가 나갔을 때 이익 형량을 따져서 그들의 사생활과 언론의 자유 사이에 어느 쪽에 더 우선할 것인지, 어떤 기본권에 더 중점을 둘 것인지 그런 측면에서 법원은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김솔희 : 그런가 하면 공인을 대상으로 한 도를 지나친 취재 관행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공인의 장례 관련 취재였죠.

임주현 : 각종 윤리강령에는 보도 준칙 같은 데 보면 사망자 유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도록 돼 있거든요. 그런데 공인의 죽음은 공인이라는 이유로 그 원칙이 자주 무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례로 2018년에 노회찬 의원이 사망했을 때 시신을 싣고 구급차가 가는데 TV조선이 뒤에서 차량으로 따라붙어서 그걸 계속 찍으면서 생중계를 했단 말이에요. 신호대기에 걸려서 구급차가 멈추니까 또 뒤에서 렌즈 줌인으로 당겨서 뒷좌석 유리창을 막 들여다본 겁니다. 되게 논란이 돼서 이후에 방심위로부터 행정 지도를 받았거든요.

그러고 나서 이듬해에는 연예인이죠. 설리가 사망을 했었는데 그때 또 일부 언론들이 시신 운구 장면을 그렇게 찍어서 보도를 하고 또 시신 수습 과정이나 유가족 반응을 가지고 또 막 속보 경쟁이 붙고 그랬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조문 현장에 취재진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자꾸 반복이 되고 있어요.

김솔희 : 이게 사실 훔쳐보는 건데 언론이 한다고 해서 이게 정당화 되고 공식화하는 게 아니잖아요.

유현재 : 이게 소위 말하는 관음 저널리즘이죠. 언론이 절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관음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게 강력한 메시지가 정말 세계인에게 모두 전달됐던 사례가 있습니다. 얼마 전이었죠, 6월이었는데요, 유로 2020. 유로 2020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인데요. 핀란드랑 덴마크랑 경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덴마크 팀 선수 중에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라고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 절친이었죠. 토트넘에서도 뛰고.

그런데 이분이 전반 한 42분 정도 됐는데 드로잉 패스 받으러 가다가 팍 쓰러지셨어요. 그래서 심정지 오시고 그렇게 됐었는데 문제는 그때 BBC에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안 끊어요. 그걸 안 끊고 그다음에 심지어 심폐소생술 하는 것도 다 보여주고 그다음에 아내가 스탠드에 있다 그라운드로 내려오거든요. 거기서 오열을 하죠. 그런데 그 모습까지 다 방영이 됐어요.

그래서 어떤 반응이 있었을까요? 한마디로 비난이 엄청났습니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거냐. 그리고 이게 피핑이라고 하잖아요. 훔쳐보기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또 공영방송이다라는 거죠. BBC가 한마디로 굉장히 큰 망신을 당한 거죠.

김솔희 :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요.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된 829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이중에 사생활 침해 사유가 가장 많은 293건을 차지했습니다. 그만큼 언론의 사생활 침해 보도가 공인과 사인/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런데 임주현 기자도 열심히 취재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딱 고민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임주현 : 사실 저도 취재하면서 헷갈리거나 고민이 되는 지점들이 많았고 취재를 한 다른 기자들도 그런 고민들을 많이 토로를 했거든요. 그러면 기자들이 대체 어떤 부분에 대한 고민들을 갖고 있는지 제가 영상으로 담아왔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한번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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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③] 사생활 침해 보도에 대한 일선 기자들의 생각

경험 많은 중견 기자라 해도 현장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인식 차이가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인터뷰] 박종식 / 한겨레신문 사진기자
사진기자로 생활한 게 올해로 만으로 15년째인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부분들(독자의 눈높이)이 굉장히 많이 변했거든요. 이제 대중의 감수성, 독자들의 인권 감수성을 저조차도 쫓아가기가 쉽지 않구나. 이런 취재들을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 그런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임주현 기자
이런 논란들이 반복되는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 박종식 / 한겨레신문 사진기자
관성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뭐 20년, 30년 동안 한국의 언론들 그런 방식들의 취재를 해왔고 그래서 그게 크게 고민하지 않고 옳은 방식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그 현장(특별기여자 숙소)을 똑같이 나간다면 아마도 저도 고민은 하겠지만 일단 사진을 찍을 것 같아요.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라면 고민의 깊이는 더 얕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선상원 / KBS 영상기자
방송 뉴스는 시급함이 있잖아요. 취재해서 오면 한두 시간 뒤에 바로 뉴스 나가야 하고. 그런 영상을 두고 되게 숙고할 시간이 부족한 체계라고 봐요. 현장 기자들은 그런 괴로움이 쌓이면서도 현장에서 늘 고민해야 하는, 하지만 답이 명확히 나오지 않는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아요.

공익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현장 판단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선상원 / KBS 영상기자
사안별로 기준을 뭘로 잡느냐가 너무 모호하고, 개인별로 기준이 다 다를 거고. 언론을 접한 시민들이 판단했을 때의 기준이 또 다르기 때문에 그걸 현장에서 매번 판단하기는 좀 많이 어렵습니다.

3년 전 발간해 세 번의 개정을 거친 영상 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한 나준영 기자는 판단이 어려울 땐 현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나준영 / MBC 영상기자(한국영상기자협회장)
일본 TBS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인데 거기에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어떤 골목의 가정집에 우리가 취재할 대상이 있는데 그 사람을 취재하기 위해서 모든 언론이 버티기를 하고 있다. 나도 거기서 계속 버티기를 하고 있는데 이거를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스러운 상황이 있다. 그럴 때 당신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하면서 그럴 때 잠깐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무리 밖을 나와서 그 현장을 한번 바라봐라. 그래도 저것이 취재할 가치가 있다면 당신은 들어가야 하고 그 가치가 없다고 판단이 든다면 카메라를 들고 나오라 하는 그런 규정이 있더라고요. 우리는 그런 것까지를 그동안 고민하고 자율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과연 기자들이 스스로 해 왔는가에 대한 것을 한번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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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 결국 현장 판단이 너무 어렵다라는 게 공통적으로 나왔던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지난 7월에 건강상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집 앞, 전두환 전 대통령 얘기인데 집앞 골목길을 홀로 산책하는 모습이 한국일보 사진기자 카메라에 담겨서 보도가 됐죠.

김솔희 : 그렇죠.

임주현 : 그래서 이게 호평을 받았고 결국은 보도 사진상까지 탔거든요. 그런데 좀 헷갈리는 지점이 있어요. 그러니까 집 주변을 산책한다는 그 행위가 과연 사적인 행위냐 아니면 공적인 행위냐에 대한 판단이 퍼뜩 안 들어오거든요. 그러니까 변호사님 보시기에는 어떻게 보세요? 이 산책 행위에 대해서.

권현정 : 우선 전두환 씨가 공인에 해당한다는 건 이견이 없을 것 같고 그렇다면 그 집 주변을 산책하는 행위가 사적인 행위냐, 공적인 행위냐, 이런 판단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은 그냥 집 앞 주변 산책하는 행위는 사적인 행위가 맞죠. 그런데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그 행위가 사적인지 공적인지보다는 그 보도의 목적이 무엇이었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전두환씨가 계속 건강 악화 등의 문제로 그런 핑계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었는데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재판에 불출석하는 게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변명에 불과했다. 이런 걸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굳이 따지자고 한다면 그 보도로 인한 침해되는 사생활의 영역이 최소화됐다. 보도의 정당성이 인정됐다. 그렇게 판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주현 : 이런 비슷한 사례가 있을 때 기자들이 과연 잘 판단할 수 있겠냐라는 것을 다른 기자들도 걱정을 하는 거죠. 그런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을 너무 염두에 둘 경우에 취재 활동이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이런 방식의 보도가 잘 안 나올 수도 있지 않겠냐라고 하는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솔희 : 맞습니다. 충분히 공감이 되는데 더 고민스러워졌어요. 공인의 사생활 보도, 어느 선까지 허용이 돼야 할지요.

유현재 : 그래서 일단 해외에서는 어떨까라고 해서 사례들을 찾아보니 첫 번째는 유럽 케이스인데요. 지난 2012년이었는데 유럽 인권재판소 결정이 하나 있더라고요. 결정문을 읽어드리면 공인의 사생활을 보도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라고 해서 이게 가치가 어떻고 이게 가치가 어떻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 무게추는 분명히 언론의 자유에 있다고 얘기를 한 거고요. 미국도 약간 좀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공인 이론이라고 있는데 이거는 공인에 대한 취재를 어쨌든 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고요. 그래서 예를 들어서 혹시라도 오보가 있더라도 무조건적인 징벌은 피해야 한다, 지양해야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굉장히 무서운 단서 조건이 하나 있어요.

김솔희 : 어떤 거요?

유현재 : 만약에 이 제공한 정보에 있어서 현실적이고 명백한 악의가 있을 경우에는 굉장히 큰 대가를 치른다. 그래서 그게 액추얼 멜리스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하나의 잣대, 그냥 단일 잣대로 이걸 들이대면 기자들도 힘들고 그다음에 현실에도 안 맞고 그럴 것 같아요. 그러면 예를 들면 TPO라고 하지 않습니까? 타임 플레이스 오케이션. 아까 전두환 씨 케이스도 마찬가지인 거고 TPO를 대입해보면 어떤 기사가 정당성이 있는지 판단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병우 전 수석 사진 찍힌 거 있지 않습니까? 보도상도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한번 판단을 해보면 공적 인물이죠. 전 수석이니까. 그리고 공적 사안이었어요. 국정농단이니까. 그리고 너무나 엄격한 공적 건물에 있었죠. 그리고 또 하나 굉장히 공적 인물, 수사 검사가 있고 그다음에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건 명백하게 공적인 목적도 있고 공익적인 목적도 있고 그다음에 정당화가 돼서 아마 상도 받았다는 생각이 조금 들고요.

김솔희 : 권 변호사님, 어떻게 보세요?

권현정 : 저는 한번 피해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려보고 싶은데요. 사실 최근 언론 매체가 굉장히 다변화 되었잖아요. 그래서 또 한번 언론 보도가 있으면 이런 피해가 과거에 비해서 굉장히 즉각적이고 또 파급력이 더 커졌어요. 그래서 사생활 침해가 있다라고 하면 그 피해자들은 이후에 침해 이후에 피해를 구제해준다는 것이 사실은 큰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법적인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이 처벌 수위를 높인다거나 아니면 보상의 금액을 증액한다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나 법원에서 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수 있게 그런 측면에서 규제를 들어가야 된다라고 보고 있고요. 지금까지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언론사의 자정 능력이나 고민의 정도가 조금 약하지 않나라고 생각이 돼요. 언론사들도 그런 측면에서 좀 더 고민을 해봐주시기를 부탁드리는 그런 입장입니다.

김솔희 : 시대가 변하면서 사생활 보호와 인격권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우리 언론만 구시대 관행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현실적인 고민은 얼마나 깊게 하고 있는 건지 오늘 세 분과 함께 짚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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