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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4,000% 살인 이자’ 10만원 빌리려다 24곳 대부업체 돌려막기
입력 2021.09.27 (11:00) 취재K

■10만원 빌리려고 시작한 대출의 늪...'돌려막기'로 24개 업체에 손 벌려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20대 후반 여성 A 씨. 숙박업소에서 일하며 월 200만 원 가량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자취를 하다 보니 늘 생활비가 모자랐습니다. 작은 식당을 하는 부모님께 손 벌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인터넷 소액대출에 손을 댔습니다. 10만 원을 빌리고, 엿새 뒤 18만 원을 갚는 조건입니다. 월급 날짜가 곧 다가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소액이다 보니 부담도 적었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이 소액대출이 끊을 수 없는 족쇄가 될지 A 씨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곧 상환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수중에 돈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업체에 돈을 빌렸습니다. 대출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A 씨는 결국 24곳 업체에 손을 벌렸습니다. 업체들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가 전송됐습니다. 협박과 욕설이 난무했습니다. 부모님이 일부 변제했지만, 턱도 없었습니다.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지경까지 몰렸습니다.

돈을 갚지 않으면 문자메시지나 전화 통화로 채무자를 협박했다 (제공: 부산경찰청)돈을 갚지 않으면 문자메시지나 전화 통화로 채무자를 협박했다 (제공: 부산경찰청)

결국, A씨는 부산 사상경찰서를 방문해 해당 업체를 신고했습니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총경 박준경)의 '고리 대부 범죄단체 조직' 검거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경찰은 인터넷을 통해 소액 대출을 해주면서 과도한 이자를 받고, 이를 상환하지 않으면 협박한 혐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114조))로 모 불법 대부업체 관련자 25명을 검거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사장과 팀장 등 2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들은 불법 대부업을 목적으로 동종 전과가 있는 주변 선후배 등 지인을 모집했습니다. 사장, 팀장, 관리자, 하부조직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인터넷에 대출 광고를 올렸습니다.

■ 10만 원 빌려주고 엿새 뒤 18만 원 상환...年 4,000% 넘는 살인 이자

광고를 보고 연락해오는 피해자를 상대로 고율 이자를 상환하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10만 원을 빌리면 엿새 뒤 18만 원을 갚는 조건입니다. 별 부담 없어 보이지만 일 년 단위로 치면 4,670%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살인 이자' 인 셈이죠.

일당은 이런 식으로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240여 명에게 10만 원에서 50만 원을 빌려주고, 2억 5천만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겼습니다.

경찰 압수품   (제공: 부산경찰청)경찰 압수품 (제공: 부산경찰청)

■ 채무자 얼굴 사진 미리 확보… 돈 안 갚으면 지인에게 연락해 '망신주기'

이들은 대출을 실행하기 전 채무자의 가족, 지인, 직장동료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채무자의 얼굴 사진도 확보했습니다. 채무자가 이자를 상환하지 않으면 우선 욕설과 협박으로 상환을 독촉했습니다. 그래도 갚지 않으면 채무자의 개인정보와 얼굴 사진을 이용해 지인들에게 채무 사실을 알렸습니다. 일종의 망신주기입니다. 금액이 많지 않아 이 과정에서 상당수 채무자의 지인이나 부모들은 돈을 대신 갚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범행하면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하고 텔레그램으로만 채무자와 연락했습니다. 대출과 관련한 모든 행위는 일정한 장소를 이용하지 않고 매번 바꾸었습니다. 조직원들 간의 연락도 막으면서 수사에 치밀하게 대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채무자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고, 다른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 기존 채무를 갚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피해를 본 피해자들은 처벌을 두려워하지 말고, 경찰서에 곧바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장성길 skjang@kbs.co.kr
  • ‘연 4,000% 살인 이자’ 10만원 빌리려다 24곳 대부업체 돌려막기
    • 입력 2021-09-27 11:00:40
    취재K

■10만원 빌리려고 시작한 대출의 늪...'돌려막기'로 24개 업체에 손 벌려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20대 후반 여성 A 씨. 숙박업소에서 일하며 월 200만 원 가량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자취를 하다 보니 늘 생활비가 모자랐습니다. 작은 식당을 하는 부모님께 손 벌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인터넷 소액대출에 손을 댔습니다. 10만 원을 빌리고, 엿새 뒤 18만 원을 갚는 조건입니다. 월급 날짜가 곧 다가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소액이다 보니 부담도 적었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이 소액대출이 끊을 수 없는 족쇄가 될지 A 씨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곧 상환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수중에 돈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업체에 돈을 빌렸습니다. 대출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A 씨는 결국 24곳 업체에 손을 벌렸습니다. 업체들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가 전송됐습니다. 협박과 욕설이 난무했습니다. 부모님이 일부 변제했지만, 턱도 없었습니다.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지경까지 몰렸습니다.

돈을 갚지 않으면 문자메시지나 전화 통화로 채무자를 협박했다 (제공: 부산경찰청)돈을 갚지 않으면 문자메시지나 전화 통화로 채무자를 협박했다 (제공: 부산경찰청)

결국, A씨는 부산 사상경찰서를 방문해 해당 업체를 신고했습니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총경 박준경)의 '고리 대부 범죄단체 조직' 검거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경찰은 인터넷을 통해 소액 대출을 해주면서 과도한 이자를 받고, 이를 상환하지 않으면 협박한 혐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114조))로 모 불법 대부업체 관련자 25명을 검거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사장과 팀장 등 2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들은 불법 대부업을 목적으로 동종 전과가 있는 주변 선후배 등 지인을 모집했습니다. 사장, 팀장, 관리자, 하부조직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인터넷에 대출 광고를 올렸습니다.

■ 10만 원 빌려주고 엿새 뒤 18만 원 상환...年 4,000% 넘는 살인 이자

광고를 보고 연락해오는 피해자를 상대로 고율 이자를 상환하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10만 원을 빌리면 엿새 뒤 18만 원을 갚는 조건입니다. 별 부담 없어 보이지만 일 년 단위로 치면 4,670%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살인 이자' 인 셈이죠.

일당은 이런 식으로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240여 명에게 10만 원에서 50만 원을 빌려주고, 2억 5천만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겼습니다.

경찰 압수품   (제공: 부산경찰청)경찰 압수품 (제공: 부산경찰청)

■ 채무자 얼굴 사진 미리 확보… 돈 안 갚으면 지인에게 연락해 '망신주기'

이들은 대출을 실행하기 전 채무자의 가족, 지인, 직장동료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채무자의 얼굴 사진도 확보했습니다. 채무자가 이자를 상환하지 않으면 우선 욕설과 협박으로 상환을 독촉했습니다. 그래도 갚지 않으면 채무자의 개인정보와 얼굴 사진을 이용해 지인들에게 채무 사실을 알렸습니다. 일종의 망신주기입니다. 금액이 많지 않아 이 과정에서 상당수 채무자의 지인이나 부모들은 돈을 대신 갚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범행하면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하고 텔레그램으로만 채무자와 연락했습니다. 대출과 관련한 모든 행위는 일정한 장소를 이용하지 않고 매번 바꾸었습니다. 조직원들 간의 연락도 막으면서 수사에 치밀하게 대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채무자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고, 다른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 기존 채무를 갚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피해를 본 피해자들은 처벌을 두려워하지 말고, 경찰서에 곧바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장성길 skj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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