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하려면 병원 인테리어비 내라”…“브로커 없이 새 약국 개설 불가능”

입력 2021.09.27 (21:42) 수정 2021.09.2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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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재 약국 수익의 90% 이상은 의사의 처방전에 따른 '약 조제료'입니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많이 줘야 약국도 돈을 버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새로 약국을 시작할 때 병원에 갖가지 지원금을 내라는 이른바 '리베이트' 요구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약사 김 모 씨는 경기도 파주의 한 신축 건물에 약국을 열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을 소개해 준 브로커가 해당 건물에 함께 입주하는 병원 인테리어비 명목으로 3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아동 전문병원이라 약 처방을 많이 한다며 수익을 보장한다고 말합니다.

[브로커/음성변조 : "겨울에 진짜 3백 장, 4백 장씩 처방전이 하루에 나오는 게 쉽지 않아요. 약국이 가치가 최소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뛸 거예요."]

김 씨가 결국 파주를 포기하고 하남시에서 약국을 열려 하자 이번엔 다른 브로커로부터 2억 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병원 측에서 하루 처방전 2백 장을 약속할테니 리베이트를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김OO/약사/음성변조 : "그 돈을 아무리 생각해도 만들 수가 없는 거예요. 20군데를 가면 19군데에서는 다 돈을 요구를 해요. 인테리어비를.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 약사 1,9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약국 개설 때 돈을 요구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병원 인테리어비가 가장 많았고, 건물 임대료, 처방전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환자 보호를 위한 의약분업의 본래 목적이 불법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권혜영/목원대학교 의생명바이오공학부 교수 : "의약품 복용에서 안전성을 담보해 내는 것이 의약분업의 원래 취지라고 본다면 (지금은) 약에 대한 관심보다는 처방전 개수가 훨씬 더 중요해지는 상황이 돼버린 거죠."]

하지만 적발은 쉽지 않습니다.

돈을 주고 받은 양측이 다 처벌받아 신고를 꺼리는 데다, 개원 전인 병원이나 브로커는 처벌 대상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병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더불어민주당 : "과잉 처방을 하고 더 불필요한 약들을 팔아서 국민 건강을 악화시키는 데 나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행으로 자리 잡은 병원과 약국 간 불법리베이트가 근절되도록 신고자의 처벌 수위를 낮추는 관련 법 개정안은 최근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촬영기자:김진환 김제원 조정석/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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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국 하려면 병원 인테리어비 내라”…“브로커 없이 새 약국 개설 불가능”
    • 입력 2021-09-27 21:42:11
    • 수정2021-09-27 22:13:14
    뉴스 9
[앵커]

현재 약국 수익의 90% 이상은 의사의 처방전에 따른 '약 조제료'입니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많이 줘야 약국도 돈을 버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새로 약국을 시작할 때 병원에 갖가지 지원금을 내라는 이른바 '리베이트' 요구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약사 김 모 씨는 경기도 파주의 한 신축 건물에 약국을 열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을 소개해 준 브로커가 해당 건물에 함께 입주하는 병원 인테리어비 명목으로 3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아동 전문병원이라 약 처방을 많이 한다며 수익을 보장한다고 말합니다.

[브로커/음성변조 : "겨울에 진짜 3백 장, 4백 장씩 처방전이 하루에 나오는 게 쉽지 않아요. 약국이 가치가 최소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뛸 거예요."]

김 씨가 결국 파주를 포기하고 하남시에서 약국을 열려 하자 이번엔 다른 브로커로부터 2억 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병원 측에서 하루 처방전 2백 장을 약속할테니 리베이트를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김OO/약사/음성변조 : "그 돈을 아무리 생각해도 만들 수가 없는 거예요. 20군데를 가면 19군데에서는 다 돈을 요구를 해요. 인테리어비를.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 약사 1,9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약국 개설 때 돈을 요구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병원 인테리어비가 가장 많았고, 건물 임대료, 처방전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환자 보호를 위한 의약분업의 본래 목적이 불법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권혜영/목원대학교 의생명바이오공학부 교수 : "의약품 복용에서 안전성을 담보해 내는 것이 의약분업의 원래 취지라고 본다면 (지금은) 약에 대한 관심보다는 처방전 개수가 훨씬 더 중요해지는 상황이 돼버린 거죠."]

하지만 적발은 쉽지 않습니다.

돈을 주고 받은 양측이 다 처벌받아 신고를 꺼리는 데다, 개원 전인 병원이나 브로커는 처벌 대상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병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더불어민주당 : "과잉 처방을 하고 더 불필요한 약들을 팔아서 국민 건강을 악화시키는 데 나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행으로 자리 잡은 병원과 약국 간 불법리베이트가 근절되도록 신고자의 처벌 수위를 낮추는 관련 법 개정안은 최근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촬영기자:김진환 김제원 조정석/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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