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휴대폰 보면서 타고”…‘킥라니’, 97% 헬멧 안 써

입력 2021.09.28 (12:00) 수정 2021.09.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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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을 걷다 보면 인도나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아슬아슬 스쳐 지나가는 전동킥보드 때문에 깜짝 놀라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운전 중에 도로 위를 질주하는 전동킥보드 때문에 아찔한 상황이 벌어져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을 하신 분들도 꽤 많습니다.

오죽하면 '킥라니'라는 말이 생길 정도인데요. '킥라니'는 ‘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로, 고라니처럼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안전을 위협하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말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전동킥보드 안전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지역 12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를 대상으로 기기 안전관리와 이용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 3년 동안 접수된 전동킥보드 관련 신체상해 1,458건 … "머리나 얼굴 다치는 경우가 절반 넘어"

지난 5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반드시 안전모를 써야 합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전동킥보드에서 내려야 하고 운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고 한 대에 여럿이 탈 수 없습니다. 또 운전면허를 소지한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고 술을 마신 뒤에는 전동킥보드를 탈 수 없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 CISS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위해 사례 가운데 신체 상해가 확인된 1,458건의 51.9%는 머리와 얼굴 부상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대부분 머리와 얼굴을 다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차도 한가운데로 다니는 전동킥보드 이용자 / 한국소비자원 제공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차도 한가운데로 다니는 전동킥보드 이용자 / 한국소비자원 제공

하지만 소비자원이 지난 5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이용률이 높은 지하철 역 주변과 대학교 주변 등 10개 지역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이용자 64명 가운데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은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법상 안전모를 쓰지 않으면 범칙금까지 부과되지만, 97%의 이용자가 안전모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었습니다. 안전모를 제공하는 공유서비스 사업자도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석 달 만에 누적 범칙금 10억 원 돌파" … "안전모 안 쓰고 둘이 타고 한 손으로 휴대폰 조작하기도"

이뿐만이 아닙니다. 혼자 타야 하는 전동킥보드에 둘이 함께 타고 운행 도중 한 손으로 휴대폰을 하는 '묘기'까지 선보이는 이용자도 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안전 기준이 강화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석 달 동안 누적 범칙금은 1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적발 건수도 3만여 건에 달합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차도와 지하철역 앞 점자보도블럭에 방치된 전동킥보드어린이보호구역 차도와 지하철역 앞 점자보도블럭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 곳곳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 "걸려 넘어지고 다치고"

사용한 뒤 아무 데나 버려져 있는 전동킥보드도 문제입니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대부분이 별도의 대여·반납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아 주택가 골목이나 차도 또는 대중교통 정류장 등에 전동킥보드가 방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시민들이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지거나 자동차 이동 경로를 방해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또 점자블록 위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는 시각장애인의 통행을 가로막고 소방시설과 같은 안전시설의 이용을 방해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에 전동킥보드 주·정차 금지 구역을 표준화하고 이와 관련해 단속·견인 관련 특례 조항을 신설하도록 요청할 계획입니다. 또 경찰청에 전동킥보드 법률 위반 이용자에 대한 단속 강화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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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둘이 휴대폰 보면서 타고”…‘킥라니’, 97% 헬멧 안 써
    • 입력 2021-09-28 12:00:51
    • 수정2021-09-28 14:18:44
    취재K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인도나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아슬아슬 스쳐 지나가는 전동킥보드 때문에 깜짝 놀라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운전 중에 도로 위를 질주하는 전동킥보드 때문에 아찔한 상황이 벌어져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을 하신 분들도 꽤 많습니다.

오죽하면 '킥라니'라는 말이 생길 정도인데요. '킥라니'는 ‘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로, 고라니처럼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안전을 위협하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말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전동킥보드 안전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지역 12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를 대상으로 기기 안전관리와 이용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 3년 동안 접수된 전동킥보드 관련 신체상해 1,458건 … "머리나 얼굴 다치는 경우가 절반 넘어"

지난 5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반드시 안전모를 써야 합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전동킥보드에서 내려야 하고 운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고 한 대에 여럿이 탈 수 없습니다. 또 운전면허를 소지한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고 술을 마신 뒤에는 전동킥보드를 탈 수 없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 CISS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위해 사례 가운데 신체 상해가 확인된 1,458건의 51.9%는 머리와 얼굴 부상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대부분 머리와 얼굴을 다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차도 한가운데로 다니는 전동킥보드 이용자 / 한국소비자원 제공
하지만 소비자원이 지난 5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이용률이 높은 지하철 역 주변과 대학교 주변 등 10개 지역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이용자 64명 가운데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은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법상 안전모를 쓰지 않으면 범칙금까지 부과되지만, 97%의 이용자가 안전모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었습니다. 안전모를 제공하는 공유서비스 사업자도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석 달 만에 누적 범칙금 10억 원 돌파" … "안전모 안 쓰고 둘이 타고 한 손으로 휴대폰 조작하기도"

이뿐만이 아닙니다. 혼자 타야 하는 전동킥보드에 둘이 함께 타고 운행 도중 한 손으로 휴대폰을 하는 '묘기'까지 선보이는 이용자도 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안전 기준이 강화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석 달 동안 누적 범칙금은 1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적발 건수도 3만여 건에 달합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차도와 지하철역 앞 점자보도블럭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 곳곳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 "걸려 넘어지고 다치고"

사용한 뒤 아무 데나 버려져 있는 전동킥보드도 문제입니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대부분이 별도의 대여·반납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아 주택가 골목이나 차도 또는 대중교통 정류장 등에 전동킥보드가 방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시민들이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지거나 자동차 이동 경로를 방해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또 점자블록 위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는 시각장애인의 통행을 가로막고 소방시설과 같은 안전시설의 이용을 방해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에 전동킥보드 주·정차 금지 구역을 표준화하고 이와 관련해 단속·견인 관련 특례 조항을 신설하도록 요청할 계획입니다. 또 경찰청에 전동킥보드 법률 위반 이용자에 대한 단속 강화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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