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30년 베테랑 곤돌라 기술자 사망…‘직장 내 괴롭힘’ 산재 인정

입력 2021.09.28 (19:39) 수정 2021.09.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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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말 '곤돌라' 제조 업체에서 50대 남성이 분신해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 남성이 숨진 것으로 보고 산업재해를 인정했는데요.

회사는 가해자 처벌은 커녕, 유족들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수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년 넘게 곤돌라를 만들고 정비해 온 55살 임 모 씨는 지난해 말 회사 사무실에서 분신해 숨졌습니다.

유서는 없었고, 가족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라는 문자만 남겼습니다.

[임준형/아들 : "그때는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저희 가족은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까지 했거든요."]

가족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고, 공단은 조사에 나섰습니다.

동료들은 임 씨가 책임자급 직원에게서 수차례 모욕적인 발언을 듣는 걸 목격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사망 2주 전쯤엔 회사가 임 씨의 책상을 갑자기 다른 부서로 옮긴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박소윤/임 씨 담당 노무사 : "퇴사를 회유하는 목적이 있다면, 그것 또한 이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판정위원 7명은 만장일치로, 임 씨의 산재를 인정했습니다.

업무 관련 갈등과 스트레스 정황이 확인됐고, 회사가 상의도 없이 책상을 옮긴 것도, 임 씨에겐 간접적인 퇴사 압박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산재가 인정됐지만, 회사는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자체 조사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구체적으로 저희가 조사를 했습니다. 했는데, '봤냐?' '안 봤다. 못 봤다.' 이렇게 진술 다 했어요."]

회사는 유족에게 아직 임 씨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임 씨의 분신으로 피해를 봤다며 구상금 1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임준형/아들 : "산재가 끝나면 사실 이제 당연히 회사의 잘못이 인정이 되는 거고, 그 뒤에는 당연히 이제 지급이 될 줄 알았는데..."]

유족은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며, 회사 측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민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 박세준 조창훈/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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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보] 30년 베테랑 곤돌라 기술자 사망…‘직장 내 괴롭힘’ 산재 인정
    • 입력 2021-09-28 19:39:29
    • 수정2021-09-28 19:54:38
    뉴스 7
[앵커]

지난해 말 '곤돌라' 제조 업체에서 50대 남성이 분신해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 남성이 숨진 것으로 보고 산업재해를 인정했는데요.

회사는 가해자 처벌은 커녕, 유족들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수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년 넘게 곤돌라를 만들고 정비해 온 55살 임 모 씨는 지난해 말 회사 사무실에서 분신해 숨졌습니다.

유서는 없었고, 가족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라는 문자만 남겼습니다.

[임준형/아들 : "그때는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저희 가족은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까지 했거든요."]

가족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고, 공단은 조사에 나섰습니다.

동료들은 임 씨가 책임자급 직원에게서 수차례 모욕적인 발언을 듣는 걸 목격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사망 2주 전쯤엔 회사가 임 씨의 책상을 갑자기 다른 부서로 옮긴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박소윤/임 씨 담당 노무사 : "퇴사를 회유하는 목적이 있다면, 그것 또한 이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판정위원 7명은 만장일치로, 임 씨의 산재를 인정했습니다.

업무 관련 갈등과 스트레스 정황이 확인됐고, 회사가 상의도 없이 책상을 옮긴 것도, 임 씨에겐 간접적인 퇴사 압박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산재가 인정됐지만, 회사는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자체 조사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구체적으로 저희가 조사를 했습니다. 했는데, '봤냐?' '안 봤다. 못 봤다.' 이렇게 진술 다 했어요."]

회사는 유족에게 아직 임 씨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임 씨의 분신으로 피해를 봤다며 구상금 1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임준형/아들 : "산재가 끝나면 사실 이제 당연히 회사의 잘못이 인정이 되는 거고, 그 뒤에는 당연히 이제 지급이 될 줄 알았는데..."]

유족은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며, 회사 측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민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 박세준 조창훈/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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