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없는 횡단보도 사고 빈발…법 개정 추진

입력 2021.09.29 (19:11) 수정 2021.09.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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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좀처럼 멈추지 않는 차량 행렬 탓에 언제 길을 건너야 하나, 망설였던 경험 있으실텐데요,

보행자가 횡단보도 끝에만 서도 운전자가 차를 멈추게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안전한 보행 환경 만들 수 있을까요? 최위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아파트 주변 횡단보도.

한 여성이 길을 건너기 위해 연신 좌우를 살핍니다.

하지만 신호등이 없다 보니 차들은 좀처럼 멈춰 서지 않습니다.

겨우 횡단보도에 들어섰지만 눈 앞으로 차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보행자들은 차를 피해 횡단보도 위를 황급히 달리기 바쁩니다.

[고석준/인근 주민 : "어린이 보호구역도 있고 그런데 차를 멈춰야지. 저렇게 지나가는, 지금도 지나가고 있잖아요. 사람이 서 있는데도."]

부산의 횡단보도 가운데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7천 2백여 곳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

대부분 보행자 통행량이 적거나 도로 폭이 좁은 경우입니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 52명 가운데 30%가 넘는 16명이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경우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승용차 기준 7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차량의 일시정지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뿐 아니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때도 차들이 잠시 멈추게 하는 겁니다.

[한문철/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보행자뿐만이 아니라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는 경우에 대비해서도 일시 정지 의무가 있다.'라는 그런 대법원 판결이 작년 12월에 나왔어요."]

하지만 여전히 현장 단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 개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KBS 뉴스 최위지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그래픽:김명진

[앵커]

앞서 보셨다시피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겪는 불편도 문제지만 사고 위험도 큰데요.

더 안전한 보행 환경을 만들 방법은 없을까요?

보도국 최위지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궁금한 게, 횡단보도에 신호등을 설치하고 안 하고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 건가요?

[기자]

핵심은 통행량입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거나 좁은 도로에 놓인 횡단보도에는 대체로 신호등이 없습니다.

신호등을 모두 설치하기엔 예산 부담도 있는 데다, 차량 정체를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신호등 설치 기준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하루 중 횡단보도의 통행량이 가장 많은 1시간 동안의 보행자가 150명을 넘거나 차도의 폭이 16미터 이상인 경우입니다.

또 차량 신호만으로는 보행자에게 언제 통행을 해도 되는지 분별하기 어려운 경우, 어린이보호구역 등의 횡단보도 등에 신호등을 설치하게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사고 건수만 놓고 보면 신호등이 없는 곳보다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나는데요.

하지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통행이 적고, 도로 폭도 좁은 곳이라는 건데요,

신호 없이 자율 통행을 할 정도면 사고도 적게 나야 하는데, 사고 발생 건수를 보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앞서 보셨듯이 부산지역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전체 보행자 사망사고 가운데 신호등이 없었던 경우가 30%를 넘습니다.

최근에도 사상구의 한 시멘트 공장 앞에서 길을 건너던 60대가 레미콘 차량에 치여 숨졌고요.

강서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는 80대가 배달 오토바이에 치여 중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고를 줄이려면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먼저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대체로 원인이 뭔가요?

[기자]

도로교통법을 보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는 운전자는 차를 잠시 멈추게 하고 있습니다.

굳이 법조문을 살펴보지 않아도 운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죠.

하지만 알면서도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고들 역시 횡단보도 앞에서 운전자가 잠시만 차를 멈춰 세웠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취재를 위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두 곳을 1시간가량 지켜봤는데요.

보행자를 보고 차량을 정지선에 멈춰 세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사고가 잇따르자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들어오기 전, 대기 중일 때부터 차량을 일시 정지하게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습니다.

횡단보도가 보이면 보행자가 있든 없든 일단 멈추고 주변을 살피자는 것이죠.

하지만 원래 있던 일시 정지 의무도 지켜지지 않고, 실제 단속도 안 되는데, 법만 강화하는 게 소용이 있겠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그러네요,

법만 고친다고 해결될 것 같진 않은데요,

사고 예방을 위한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은 없을까요?

[기자]

운전자 스스로 교통 안전 의식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차에서 내리면 누구나 보행자 입장이 되잖아요.

'사람이 먼저' 라는 생각으로 보행자를 보호하는 운전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거죠.

또 전문가들은 횡단보도라고 해서 보행자들도 무조건 안심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데요.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먼저 차가 오는 쪽을 바라보고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면서 차가 멈추는 걸 확인한 다음 길을 건널 것을 당부했습니다.

또 불법 주·정차된 차들 때문에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보이지 않을 때는 천천히 몸을 빼서 주변을 꼭 살피라고도 조언했습니다.

[앵커]

네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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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호 없는 횡단보도 사고 빈발…법 개정 추진
    • 입력 2021-09-29 19:11:30
    • 수정2021-09-29 20:09:39
    뉴스7(부산)
[앵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좀처럼 멈추지 않는 차량 행렬 탓에 언제 길을 건너야 하나, 망설였던 경험 있으실텐데요,

보행자가 횡단보도 끝에만 서도 운전자가 차를 멈추게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안전한 보행 환경 만들 수 있을까요? 최위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아파트 주변 횡단보도.

한 여성이 길을 건너기 위해 연신 좌우를 살핍니다.

하지만 신호등이 없다 보니 차들은 좀처럼 멈춰 서지 않습니다.

겨우 횡단보도에 들어섰지만 눈 앞으로 차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보행자들은 차를 피해 횡단보도 위를 황급히 달리기 바쁩니다.

[고석준/인근 주민 : "어린이 보호구역도 있고 그런데 차를 멈춰야지. 저렇게 지나가는, 지금도 지나가고 있잖아요. 사람이 서 있는데도."]

부산의 횡단보도 가운데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7천 2백여 곳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

대부분 보행자 통행량이 적거나 도로 폭이 좁은 경우입니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 52명 가운데 30%가 넘는 16명이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경우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승용차 기준 7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차량의 일시정지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뿐 아니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때도 차들이 잠시 멈추게 하는 겁니다.

[한문철/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보행자뿐만이 아니라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는 경우에 대비해서도 일시 정지 의무가 있다.'라는 그런 대법원 판결이 작년 12월에 나왔어요."]

하지만 여전히 현장 단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 개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KBS 뉴스 최위지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그래픽:김명진

[앵커]

앞서 보셨다시피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겪는 불편도 문제지만 사고 위험도 큰데요.

더 안전한 보행 환경을 만들 방법은 없을까요?

보도국 최위지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궁금한 게, 횡단보도에 신호등을 설치하고 안 하고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 건가요?

[기자]

핵심은 통행량입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거나 좁은 도로에 놓인 횡단보도에는 대체로 신호등이 없습니다.

신호등을 모두 설치하기엔 예산 부담도 있는 데다, 차량 정체를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신호등 설치 기준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하루 중 횡단보도의 통행량이 가장 많은 1시간 동안의 보행자가 150명을 넘거나 차도의 폭이 16미터 이상인 경우입니다.

또 차량 신호만으로는 보행자에게 언제 통행을 해도 되는지 분별하기 어려운 경우, 어린이보호구역 등의 횡단보도 등에 신호등을 설치하게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사고 건수만 놓고 보면 신호등이 없는 곳보다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나는데요.

하지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통행이 적고, 도로 폭도 좁은 곳이라는 건데요,

신호 없이 자율 통행을 할 정도면 사고도 적게 나야 하는데, 사고 발생 건수를 보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앞서 보셨듯이 부산지역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전체 보행자 사망사고 가운데 신호등이 없었던 경우가 30%를 넘습니다.

최근에도 사상구의 한 시멘트 공장 앞에서 길을 건너던 60대가 레미콘 차량에 치여 숨졌고요.

강서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는 80대가 배달 오토바이에 치여 중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고를 줄이려면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먼저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대체로 원인이 뭔가요?

[기자]

도로교통법을 보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는 운전자는 차를 잠시 멈추게 하고 있습니다.

굳이 법조문을 살펴보지 않아도 운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죠.

하지만 알면서도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고들 역시 횡단보도 앞에서 운전자가 잠시만 차를 멈춰 세웠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취재를 위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두 곳을 1시간가량 지켜봤는데요.

보행자를 보고 차량을 정지선에 멈춰 세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사고가 잇따르자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들어오기 전, 대기 중일 때부터 차량을 일시 정지하게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습니다.

횡단보도가 보이면 보행자가 있든 없든 일단 멈추고 주변을 살피자는 것이죠.

하지만 원래 있던 일시 정지 의무도 지켜지지 않고, 실제 단속도 안 되는데, 법만 강화하는 게 소용이 있겠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그러네요,

법만 고친다고 해결될 것 같진 않은데요,

사고 예방을 위한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은 없을까요?

[기자]

운전자 스스로 교통 안전 의식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차에서 내리면 누구나 보행자 입장이 되잖아요.

'사람이 먼저' 라는 생각으로 보행자를 보호하는 운전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거죠.

또 전문가들은 횡단보도라고 해서 보행자들도 무조건 안심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데요.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먼저 차가 오는 쪽을 바라보고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면서 차가 멈추는 걸 확인한 다음 길을 건널 것을 당부했습니다.

또 불법 주·정차된 차들 때문에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보이지 않을 때는 천천히 몸을 빼서 주변을 꼭 살피라고도 조언했습니다.

[앵커]

네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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