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손녀 학대한 할머니·어머니에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징역형

입력 2021.09.3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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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년이 넘는 기간동안 5살 손녀를 학대한 외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그 누구보다도 피해 아동의 건강과 행복, 안전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줬다”며 당초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 더 무거운 형을 내렸습니다.

자해 신고가 접수된 현장에서 발견된 5살 여아. 발육 상태는 2살 수준이었다자해 신고가 접수된 현장에서 발견된 5살 여아. 발육 상태는 2살 수준이었다

올들어 지난 3월, 강원도 춘천경찰서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춘천의 한 주택가에서 50대 여성이 자해하려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자해 소동을 일으킨 50대 여성의 집 안에서 여자 아이 한 명을 발견했습니다.

쇄골이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데다, 손등엔 상처가 나 있고, 머리에는 멍이 든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이 아이를 보호기관으로 데려갔습니다. 5살 난 아이의 키는 97cm, 몸무게는 10킬로그램에 불과했습니다. 발육 상태로만 보면 2살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발견 당시 여 모 양 손등에 나 있던 상처발견 당시 여 모 양 손등에 나 있던 상처

경찰은 아이가 학대를 당한 것으로 보고, 외할머니인 54살 안 모 씨와 친모 28살 이 모 씨를 상대로 수사를 벌였습니다.

초기 조사에서 이들은 “훈육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학대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아이의 진술과 병원 진료 기록 등을 토대로 외할머니 안 씨가 최소 1년 넘게 손녀를 굶기고 때리는 등 학대를 저질렀고, 엄마인 이 씨는 이를 방치해 딸이 영양실조에 따른 발육 부진 상태에 빠지게 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역시 이 두 사람이 아이를 학대한 것으로 보고,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외할머니 안 씨에게 징역 4년, 엄마 이 씨에게는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밥을 주지 않거나 잠을 재우지 않는 식으로 아이를 수차례 학대했습니다. 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말썽을 피우거나, 친할머니 집에 간다고 말하고, 거짓말을 했다는 게 학대의 이유였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재판부에는 두 사람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와 진정서 130여 통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1심 판결을 맡은 춘천지방법원 형사2단독은 외할머니 안 씨에게 징역 4년 6개월, 어머니 이 씨에겐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당초 검찰이 요청한 형량보다 각각 6개월씩 더 많은 형량이 선고된 겁니다.

여기에 더해, 두 사람에겐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 관련 기관 5년 취업 제한 조치 명령도 내려졌습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씨에 대해선 실형 선고 후 그 자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재판을 맡은 춘천지방법원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피해 아동의 건강, 행복, 안전을 지켜주며 피해 아동에게 선한 영향을 미쳐야 할 사람들임에도 피해 아동에게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람이 견디기 힘든 열악한 상황에 있었다고 해서 그 보호 아래에 있는 어린 아동에 대한 위해나 학대 등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선처가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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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살 손녀 학대한 할머니·어머니에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징역형
    • 입력 2021-09-30 07:03:28
    취재K
1년이 넘는 기간동안 5살 손녀를 학대한 외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그 누구보다도 피해 아동의 건강과 행복, 안전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줬다”며 당초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 더 무거운 형을 내렸습니다.
자해 신고가 접수된 현장에서 발견된 5살 여아. 발육 상태는 2살 수준이었다
올들어 지난 3월, 강원도 춘천경찰서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춘천의 한 주택가에서 50대 여성이 자해하려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자해 소동을 일으킨 50대 여성의 집 안에서 여자 아이 한 명을 발견했습니다.

쇄골이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데다, 손등엔 상처가 나 있고, 머리에는 멍이 든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이 아이를 보호기관으로 데려갔습니다. 5살 난 아이의 키는 97cm, 몸무게는 10킬로그램에 불과했습니다. 발육 상태로만 보면 2살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발견 당시 여 모 양 손등에 나 있던 상처
경찰은 아이가 학대를 당한 것으로 보고, 외할머니인 54살 안 모 씨와 친모 28살 이 모 씨를 상대로 수사를 벌였습니다.

초기 조사에서 이들은 “훈육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학대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아이의 진술과 병원 진료 기록 등을 토대로 외할머니 안 씨가 최소 1년 넘게 손녀를 굶기고 때리는 등 학대를 저질렀고, 엄마인 이 씨는 이를 방치해 딸이 영양실조에 따른 발육 부진 상태에 빠지게 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역시 이 두 사람이 아이를 학대한 것으로 보고,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외할머니 안 씨에게 징역 4년, 엄마 이 씨에게는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밥을 주지 않거나 잠을 재우지 않는 식으로 아이를 수차례 학대했습니다. 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말썽을 피우거나, 친할머니 집에 간다고 말하고, 거짓말을 했다는 게 학대의 이유였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재판부에는 두 사람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와 진정서 130여 통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1심 판결을 맡은 춘천지방법원 형사2단독은 외할머니 안 씨에게 징역 4년 6개월, 어머니 이 씨에겐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당초 검찰이 요청한 형량보다 각각 6개월씩 더 많은 형량이 선고된 겁니다.

여기에 더해, 두 사람에겐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 관련 기관 5년 취업 제한 조치 명령도 내려졌습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씨에 대해선 실형 선고 후 그 자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재판을 맡은 춘천지방법원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피해 아동의 건강, 행복, 안전을 지켜주며 피해 아동에게 선한 영향을 미쳐야 할 사람들임에도 피해 아동에게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람이 견디기 힘든 열악한 상황에 있었다고 해서 그 보호 아래에 있는 어린 아동에 대한 위해나 학대 등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선처가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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