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에 살았던 고대 한인의 자취…‘재당 한인 묘지명’ 발간

입력 2021.09.30 (10:17) 수정 2021.09.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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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에 살았던 고대 한반도 사람들의 활동과 역할 등이 고스란히 담긴 묘지명 32점을 연구한 신간 <재당 한인 묘지명 연구> 두 권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발간됐습니다.

묘지명(墓誌銘)은 죽은 사람의 생애와 공로를 후세에 전하고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리기 위해 묘주의 선조와 가계, 활동과 업적, 죽음과 장례, 후손과 무덤 위치, 묘주에 대한 칭송의 글을 새겨 무덤 속에 넣은 석판(石板) 또는 거기에 새긴 글입니다.

최근 100여 년 동안 중국에선 당나라 시대 한반도 삼국과 발해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사람과 그 후손들의 묘지명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고구려 유민 묘지명 17점, 백제 유민 묘지명 10점, 재당 신라인 묘지명 4점, 발해인 묘지명 1점 등 총 32점입니다.

권덕영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쓴 이 책에선 재당 한인 묘지명 32점을 전수 조사해 자료편과 역주편으로 나눠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연구했습니다. 32개 금석문에 주석만 2,112개에 이르며, 한국, 중국, 일본의 논저를 아우르는 연구성과를 반영하고, 묘지명에 쓰인 각 단어의 출처와 용례까지 역사, 고전문학, 고문서, 서지학 등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선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고구려 유민 고자(高慈), 고모(高牟), 이타인(李他人) 3인의 묘지명 탁본을 처음으로 소개합니다.

고자 묘지명의 주인공인 고자(高慈)는 당나라에서 활약한 고구려 귀족 출신의 무장으로, 아버지인 고질과 마미성에서 함께 전사해 같은 해 같은 날 낙주합궁현 평락향에 묻힌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묘지명의 정확한 출토 경위는 알 수 없지만, 비문의 내용만 중국학자 뤼전위(羅振玉)를 통해 알려졌을 뿐 탁본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었습니다. 이 자료는 중국 국가도서관에 소장된 탁본을 대한민국 국회도서관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입수해 소개한 것입니다.

고모 묘지명의 주인공인 고모(高牟)는 당나라에 귀순해 표도위대장군을 역임한 고구려 유민입니다. 고모의 묘지석은 현재 소재지를 알 수 없고 지석 탁본만 전하는데, 이번에 소개된 탁본이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자료입니다. 이 자료는 저자가 낙양(洛陽)에서 탁본을 발견해 구매해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타인 묘지명의 주인공인 이타인(李他人)은 책성 출신으로 집안 대대로 태대사자와 책주도독을 역임한 고구려 귀족의 후손입니다. 이 묘지석의 소재지는 발견 직후부터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며, 최근 탁본 2점만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 가운데 1점을 저자가 시안(西安) 현지에서 구매해 소장하고 있습니다.

연구원 측은 "이 책은 향후 100년 내에는 다시 나오기 어려운 연구성과가 담겨 있다고 평가될 만큼 한국 고대 묘지명 연구의 결정판"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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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나라에 살았던 고대 한인의 자취…‘재당 한인 묘지명’ 발간
    • 입력 2021-09-30 10:17:10
    • 수정2021-09-30 10:19:18
    문화
당나라에 살았던 고대 한반도 사람들의 활동과 역할 등이 고스란히 담긴 묘지명 32점을 연구한 신간 <재당 한인 묘지명 연구> 두 권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발간됐습니다.

묘지명(墓誌銘)은 죽은 사람의 생애와 공로를 후세에 전하고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리기 위해 묘주의 선조와 가계, 활동과 업적, 죽음과 장례, 후손과 무덤 위치, 묘주에 대한 칭송의 글을 새겨 무덤 속에 넣은 석판(石板) 또는 거기에 새긴 글입니다.

최근 100여 년 동안 중국에선 당나라 시대 한반도 삼국과 발해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사람과 그 후손들의 묘지명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고구려 유민 묘지명 17점, 백제 유민 묘지명 10점, 재당 신라인 묘지명 4점, 발해인 묘지명 1점 등 총 32점입니다.

권덕영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쓴 이 책에선 재당 한인 묘지명 32점을 전수 조사해 자료편과 역주편으로 나눠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연구했습니다. 32개 금석문에 주석만 2,112개에 이르며, 한국, 중국, 일본의 논저를 아우르는 연구성과를 반영하고, 묘지명에 쓰인 각 단어의 출처와 용례까지 역사, 고전문학, 고문서, 서지학 등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선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고구려 유민 고자(高慈), 고모(高牟), 이타인(李他人) 3인의 묘지명 탁본을 처음으로 소개합니다.

고자 묘지명의 주인공인 고자(高慈)는 당나라에서 활약한 고구려 귀족 출신의 무장으로, 아버지인 고질과 마미성에서 함께 전사해 같은 해 같은 날 낙주합궁현 평락향에 묻힌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묘지명의 정확한 출토 경위는 알 수 없지만, 비문의 내용만 중국학자 뤼전위(羅振玉)를 통해 알려졌을 뿐 탁본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었습니다. 이 자료는 중국 국가도서관에 소장된 탁본을 대한민국 국회도서관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입수해 소개한 것입니다.

고모 묘지명의 주인공인 고모(高牟)는 당나라에 귀순해 표도위대장군을 역임한 고구려 유민입니다. 고모의 묘지석은 현재 소재지를 알 수 없고 지석 탁본만 전하는데, 이번에 소개된 탁본이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자료입니다. 이 자료는 저자가 낙양(洛陽)에서 탁본을 발견해 구매해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타인 묘지명의 주인공인 이타인(李他人)은 책성 출신으로 집안 대대로 태대사자와 책주도독을 역임한 고구려 귀족의 후손입니다. 이 묘지석의 소재지는 발견 직후부터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며, 최근 탁본 2점만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 가운데 1점을 저자가 시안(西安) 현지에서 구매해 소장하고 있습니다.

연구원 측은 "이 책은 향후 100년 내에는 다시 나오기 어려운 연구성과가 담겨 있다고 평가될 만큼 한국 고대 묘지명 연구의 결정판"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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