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할 땐 고객님, 취소·환불할 땐 호갱님?

입력 2021.09.30 (13:04) 수정 2021.09.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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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 오픈마켓을 통해 해외직구로 16만 원대 코트 한 벌을 구매했습니다.

2주 뒤 상품을 받고 보니 기대했던 것과 달라 반품을 하려 했는데 11만 원이 넘는 반품비를 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상품 가격의 70% 가까이를 반품 비용으로 요구하면서, 판매자는 어떤 근거로 이 비용이 산정된 것인지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30대 여성 B 씨는 오픈마켓에서 230만 원을 주고 시계를 구매한 다음 날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문 취소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했습니다.

이미 일본에서 구매 완료된 상품이어서 취소 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해외직구는 일상적인 쇼핑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초창기와 달리 이제는 어렵게 해외 사이트를 찾아 보지 않아도 국내 오픈마켓 등에서 해외직구를 대행해주는 판매처를 쉽게 찾을 수 있어 간편하게 해외직구가 가능해졌는데요.

그런데 여전히 소비자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는 문제가 바로 취소 환불 규정입니다. 국내 쇼핑몰에서 구매할 때보다 취소나 환불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해외구매대행 관련 소비자상담은 6,800여 건 가운데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25.9%)가 가장 많은 불만 유형이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해외구매대행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이 접수된 국내 5개 오픈마켓(네이버, 11번가, 옥션, G마켓, 쿠팡)을 대상으로 해외직구 거래조건과 정보제공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우선 5개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해외구매대행 제품 200개를 살펴봤더니, 10개 중 7개 이상이 상품 발송 후 취소 불가 등 주문 취소를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또, 10개 중 2개는 단순변심에 의한 주문 취소를 제한했고, 10개 중 1개는 제품 하자가 있거나 표시 광고와 달라도 주문 취소를 쉽게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제품을 수령하기 전후로 구매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점입니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1항 단순변심의 경우 소비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재화 등의 공급이 시작된 날로부터 7일까지 청약철회 가능
제17조 제3항 표시 광고와 다르거나 계약 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그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 가능

이처럼 소비자에게 불리한 거래 조건을 판매처 홈페이지에서는 쉽게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5개 오픈마켓 가운데 2개(G마켓, 옥션)은 취소 환불 조건과 판매자 정보가 한 페이지에 표시돼 있지 않고 여러 번 추가로 클릭해야 확인할 수 있어서 소비자가 찾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취소 환불을 쉽게 포기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오픈마켓을 통해 해외구매대행 이용하면서 취소 환불을 고려해 본 적 있는 소비자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에 가까운 44% 정도가 취소 환불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로는 취소 환불 금액이 적거나 반품비용이 너무 비싸서가 47%로 가장 많았고, 취소 환불 절차가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37.6%였습니다.


이렇듯 소비자에게는 어렵고 복잡한 취소 환불이 반대로 판매자에게는 쉽고 간편했습니다.

소비자 700명 가운데 40% 가까이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판매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문이 취소된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72명은 취소 사유조차 안내받지 못했습니다.

해외구매대행 거래가 지나치게 판매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원은 이들 거래를 중개하고 있는 오픈마켓을 상대로 ▲ 판매자가 소비자의 청약철회 권리를 제한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 ▲ 주요 거래조건 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 위치를 개선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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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구할 땐 고객님, 취소·환불할 땐 호갱님?
    • 입력 2021-09-30 13:04:33
    • 수정2021-09-30 14:33:07
    취재K

2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 오픈마켓을 통해 해외직구로 16만 원대 코트 한 벌을 구매했습니다.

2주 뒤 상품을 받고 보니 기대했던 것과 달라 반품을 하려 했는데 11만 원이 넘는 반품비를 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상품 가격의 70% 가까이를 반품 비용으로 요구하면서, 판매자는 어떤 근거로 이 비용이 산정된 것인지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30대 여성 B 씨는 오픈마켓에서 230만 원을 주고 시계를 구매한 다음 날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문 취소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했습니다.

이미 일본에서 구매 완료된 상품이어서 취소 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해외직구는 일상적인 쇼핑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초창기와 달리 이제는 어렵게 해외 사이트를 찾아 보지 않아도 국내 오픈마켓 등에서 해외직구를 대행해주는 판매처를 쉽게 찾을 수 있어 간편하게 해외직구가 가능해졌는데요.

그런데 여전히 소비자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는 문제가 바로 취소 환불 규정입니다. 국내 쇼핑몰에서 구매할 때보다 취소나 환불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해외구매대행 관련 소비자상담은 6,800여 건 가운데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25.9%)가 가장 많은 불만 유형이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해외구매대행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이 접수된 국내 5개 오픈마켓(네이버, 11번가, 옥션, G마켓, 쿠팡)을 대상으로 해외직구 거래조건과 정보제공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우선 5개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해외구매대행 제품 200개를 살펴봤더니, 10개 중 7개 이상이 상품 발송 후 취소 불가 등 주문 취소를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또, 10개 중 2개는 단순변심에 의한 주문 취소를 제한했고, 10개 중 1개는 제품 하자가 있거나 표시 광고와 달라도 주문 취소를 쉽게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제품을 수령하기 전후로 구매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점입니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1항 단순변심의 경우 소비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재화 등의 공급이 시작된 날로부터 7일까지 청약철회 가능
제17조 제3항 표시 광고와 다르거나 계약 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그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 가능

이처럼 소비자에게 불리한 거래 조건을 판매처 홈페이지에서는 쉽게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5개 오픈마켓 가운데 2개(G마켓, 옥션)은 취소 환불 조건과 판매자 정보가 한 페이지에 표시돼 있지 않고 여러 번 추가로 클릭해야 확인할 수 있어서 소비자가 찾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취소 환불을 쉽게 포기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오픈마켓을 통해 해외구매대행 이용하면서 취소 환불을 고려해 본 적 있는 소비자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에 가까운 44% 정도가 취소 환불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로는 취소 환불 금액이 적거나 반품비용이 너무 비싸서가 47%로 가장 많았고, 취소 환불 절차가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37.6%였습니다.


이렇듯 소비자에게는 어렵고 복잡한 취소 환불이 반대로 판매자에게는 쉽고 간편했습니다.

소비자 700명 가운데 40% 가까이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판매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문이 취소된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72명은 취소 사유조차 안내받지 못했습니다.

해외구매대행 거래가 지나치게 판매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원은 이들 거래를 중개하고 있는 오픈마켓을 상대로 ▲ 판매자가 소비자의 청약철회 권리를 제한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 ▲ 주요 거래조건 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 위치를 개선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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