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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日 총리 선거에 민심은 온데간데…‘암투’ 최종 승자는 또 아베?
입력 2021.09.30 (19:31) 특파원 리포트
9월 29일 치러진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당선이 확정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9월 29일 치러진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당선이 확정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일본의 100번째 총리 자리는 결국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조회장에게 돌아갔습니다.

1년 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관방장관과 맞붙어 2위로 낙선한 뒤 두 번째 도전 끝에 얻은 성과입니다.

선거 전 일본 주요 언론들의 판세 분석에서 기시다는 1차 투표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상에 이어 2위를 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29일 총재 선거 1차 투표부터 1위에 오르면서 일찌감치 당선을 예약해 놓았습니다.

2차 결선 투표에선 무려 87표 차이로 고노를 꺾고 압승을 거뒀고, 이제 다음 주 총리 취임만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 민심 외면한 선거

9월 17일 자민당 선거 고시와 함께 후보 등록이 이뤄졌습니다. 그 다음날인 18일과 19일 산케이신문이 ‘누가 차기 총리에 적합하냐’고 묻는 여론조사를 했는데요. ‘고노 다로’라고 응답한 사람이 52%가 넘었습니다.

기시다는 3분의 1도 안 되는 15% 수준에 그쳤습니다. 다른 일간지 여론조사에서도 고노는 최소 40%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민심은 본 선거에도 반영돼 고노는 당원, 지방 표를 각각 169표, 39표 얻었습니다. 반면 기시다는 110표, 8표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총리가 되려면 먼저 집권당의 총재가 돼야 하고, 집권당 총재 선거에서 이기려면 소속 국회의원의 표가 절대적입니다.

2차 결선 투표에서 기시다는 의원들로부터 249표를 받아 131표를 받은 고노를 크게 따돌렸습니다. 고노는 당원 투표에서 크게 앞섰고 광역자치단체 47표 가운데 무려 39표를 가져갔지만, 결과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민심이 외면당한 선거였다는 얘기는 그래서 이번에 또 나왔습니다.


■ 다카이치 출격에 고노 추락

선거는 기시다의 승리로 끝났지만 많은 이들은 그 뒤에 있는 아베를 떠올렸습니다.

알려진 대로 아베는 이번에 정치 입문 동기이자 같은 극우 세력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의 출마를 독려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다카이치는 1차 투표에서 3위로 탈락했지만, 그가 가져간 의원 표는 114표로 고노보다 28표나 더 많았습니다.기시다는 2차 투표에서 다카이치가 받았던 표를 거의 그대로 흡수했고, 낙승을 거뒀습니다.

아베가 던진 ‘다카이치 카드’가 결과적으로 눈엣가시였던 고노를 주저앉히고 기시다를 총리로 만드는데 큰 위력을 발휘한 셈입니다.

9월 27일 아베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세제조사회장과 만나 ‘고노-기시다가 결선에서 맞붙을 경우 기시다에 몰표를 주자’고 합의했습니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 내용인데, 닛케이는 “선거 결과는 사실상 이날 결정됐다”고 썼습니다.

9월 29일 치러진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투표하고 있다.   KBS뉴스 화면 갈무리9월 29일 치러진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투표하고 있다. KBS뉴스 화면 갈무리

■ 아베 그림자 여전

총리 자리가 아베에서 스가로, 스가에서 다시 기시다로 넘어가게 됐지만, 아베의 그림자는 옅어질 줄 모릅니다.

신임 ‘기시다 내각’과 당내 요직에 아베의 최측근들이 포진할 것이라는 일본 주요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상황은 더욱 그렇게 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은 ‘총리 아래 2인자’ 자리인 내각관방장관에 등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직 각료이면서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당당하게 참배해 왔던 인물입니다. 공천권과 자금을 쥐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민당 간사장 자리엔 아마리가 유력합니다. 역시 아베 2기 내각을 좌지우지했던 인물입니다.

당정 통틀어 가장 중요한 두 자리가 이대로 확정된다면 인사권자가 도대체 아베인지 기시다인지 헷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만인지상 일국의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 기시다 역시 아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기시다 당선 직후 기자회견 때 누군가가 아베의 아킬레스건인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재조사할 거냐고 묻자 그는 어물쩍 구체적 답변을 피해갔습니다.

권좌에서 물러난 상왕이 구중궁궐 모처에서 암투를 벌이며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사극 같은 장면은 앞으로 언제까지 더 보게 될까요.
  • [특파원 리포트] 日 총리 선거에 민심은 온데간데…‘암투’ 최종 승자는 또 아베?
    • 입력 2021-09-30 19:31:49
    특파원 리포트
9월 29일 치러진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당선이 확정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9월 29일 치러진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당선이 확정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일본의 100번째 총리 자리는 결국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조회장에게 돌아갔습니다.

1년 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관방장관과 맞붙어 2위로 낙선한 뒤 두 번째 도전 끝에 얻은 성과입니다.

선거 전 일본 주요 언론들의 판세 분석에서 기시다는 1차 투표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상에 이어 2위를 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29일 총재 선거 1차 투표부터 1위에 오르면서 일찌감치 당선을 예약해 놓았습니다.

2차 결선 투표에선 무려 87표 차이로 고노를 꺾고 압승을 거뒀고, 이제 다음 주 총리 취임만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 민심 외면한 선거

9월 17일 자민당 선거 고시와 함께 후보 등록이 이뤄졌습니다. 그 다음날인 18일과 19일 산케이신문이 ‘누가 차기 총리에 적합하냐’고 묻는 여론조사를 했는데요. ‘고노 다로’라고 응답한 사람이 52%가 넘었습니다.

기시다는 3분의 1도 안 되는 15% 수준에 그쳤습니다. 다른 일간지 여론조사에서도 고노는 최소 40%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민심은 본 선거에도 반영돼 고노는 당원, 지방 표를 각각 169표, 39표 얻었습니다. 반면 기시다는 110표, 8표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총리가 되려면 먼저 집권당의 총재가 돼야 하고, 집권당 총재 선거에서 이기려면 소속 국회의원의 표가 절대적입니다.

2차 결선 투표에서 기시다는 의원들로부터 249표를 받아 131표를 받은 고노를 크게 따돌렸습니다. 고노는 당원 투표에서 크게 앞섰고 광역자치단체 47표 가운데 무려 39표를 가져갔지만, 결과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민심이 외면당한 선거였다는 얘기는 그래서 이번에 또 나왔습니다.


■ 다카이치 출격에 고노 추락

선거는 기시다의 승리로 끝났지만 많은 이들은 그 뒤에 있는 아베를 떠올렸습니다.

알려진 대로 아베는 이번에 정치 입문 동기이자 같은 극우 세력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의 출마를 독려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다카이치는 1차 투표에서 3위로 탈락했지만, 그가 가져간 의원 표는 114표로 고노보다 28표나 더 많았습니다.기시다는 2차 투표에서 다카이치가 받았던 표를 거의 그대로 흡수했고, 낙승을 거뒀습니다.

아베가 던진 ‘다카이치 카드’가 결과적으로 눈엣가시였던 고노를 주저앉히고 기시다를 총리로 만드는데 큰 위력을 발휘한 셈입니다.

9월 27일 아베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세제조사회장과 만나 ‘고노-기시다가 결선에서 맞붙을 경우 기시다에 몰표를 주자’고 합의했습니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 내용인데, 닛케이는 “선거 결과는 사실상 이날 결정됐다”고 썼습니다.

9월 29일 치러진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투표하고 있다.   KBS뉴스 화면 갈무리9월 29일 치러진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투표하고 있다. KBS뉴스 화면 갈무리

■ 아베 그림자 여전

총리 자리가 아베에서 스가로, 스가에서 다시 기시다로 넘어가게 됐지만, 아베의 그림자는 옅어질 줄 모릅니다.

신임 ‘기시다 내각’과 당내 요직에 아베의 최측근들이 포진할 것이라는 일본 주요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상황은 더욱 그렇게 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은 ‘총리 아래 2인자’ 자리인 내각관방장관에 등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직 각료이면서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당당하게 참배해 왔던 인물입니다. 공천권과 자금을 쥐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민당 간사장 자리엔 아마리가 유력합니다. 역시 아베 2기 내각을 좌지우지했던 인물입니다.

당정 통틀어 가장 중요한 두 자리가 이대로 확정된다면 인사권자가 도대체 아베인지 기시다인지 헷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만인지상 일국의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 기시다 역시 아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기시다 당선 직후 기자회견 때 누군가가 아베의 아킬레스건인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재조사할 거냐고 묻자 그는 어물쩍 구체적 답변을 피해갔습니다.

권좌에서 물러난 상왕이 구중궁궐 모처에서 암투를 벌이며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사극 같은 장면은 앞으로 언제까지 더 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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