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오징어 게임’ 中 열풍이 우려되는 이유

입력 2021.10.0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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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제공: 넷플릭스화면제공: 넷플릭스

국가를 가리지 않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중국에서도 연일 화제입니다.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 게임에서 착안해 아내가 남편에게 남긴 쪽지 (출처: 웨이보)‘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 게임에서 착안해 아내가 남편에게 남긴 쪽지 (출처: 웨이보)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들이라면 바로 무슨 의미인지 눈치를 챌만한 이런 사진도 등장했고요.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사진 (출처: 웨이보)‘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사진 (출처: 웨이보)

드라마 장면을 패러디한 사진이나 영상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배우 우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비를 거는 듯한 모습이 밈으로 만들어져  유명한데, 같은 모습을 ‘오징어 게임’에 이용한 밈까지 등장했다. (출처: 웨이보)중국 배우 우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비를 거는 듯한 모습이 밈으로 만들어져 유명한데, 같은 모습을 ‘오징어 게임’에 이용한 밈까지 등장했다. (출처: 웨이보)

중국 유명 배우 우징(吴京)의 경우 원래 꾸중하는 듯한 표정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이 밈(meme: SNS 등에서 유행해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짧은 동영상 혹은 패러디물)으로 자주 만들어지곤 하는데, 이번에는 ‘오징어 게임’과 연관된 밈도 탄생했습니다.

중국의 ‘오징어 게임’ 열풍은 중국 대표 SNS 웨이보의 ‘오징어 게임’ 해시태그(#) 누적 조회 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0월 1일 오후 현재 16억 4천만이 넘었습니다.


중국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팔고 있는 ‘오징어 게임’ 상품들 (출처: 타오바오 갈무리)중국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팔고 있는 ‘오징어 게임’ 상품들 (출처: 타오바오 갈무리)

그런가 하면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는 이미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달고나는 물론, 드라마 속 인물들이 입었던 단체복, 통제요원 가면까지 판매되고 있는데요.


■중국 당국은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데 ‘오징어 게임’, 중국 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이 드라마는 한국 감독이 만든 한국 드라마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K-드라마에 대한 세계적 관심 자체가 커지는 중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한류’는 사드 배치 논의가 시작됐던 2016년 말 무렵부터 현재까지, 중국 내에서는 일종의 ‘금지어’입니다.

일명 한한령(한류 금지)은 지금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 예능, 드라마, 영화 보려면 불법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오징어 게임’ 연출과 각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 (화면제공: 넷플릭스)‘오징어 게임’ 연출과 각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 (화면제공: 넷플릭스)

더구나 이번 드라마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가 제작· 유통했습니다.

문제는 중국에서는 넷플릭스를 공식적으로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서비스를 중국 당국이 허가하지 않아서입니다. (타이완과 홍콩은 제외)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이 드라마를 시청했을까요?

모두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중국 당국이 불법으로 단속하고 있는 VPN(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을 이용해 시청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쉽게 말하면 두 방식 다 중국이 하지 말라는 걸 하는 것이죠.

한류도 막았고(콘텐츠), 시청 서비스도 허락하지 않았는데(플랫폼), ‘오징어 게임’은 중국인들에게도 회자 되는 드라마가 됐습니다. 공식적으로 볼 수도 없는데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겁니다.


화면 제공: 넷플릭스화면 제공: 넷플릭스

화제성도 화제성인데, 드라마 내용도 중국 당국으로서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것 투성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 세계를 은유적으로 꼬집고 있는 이 드라마는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또 게임을 설계하고 즐기는 사람들, ‘없는 사람들’끼리 경쟁시키면서 공정을 논하는 사람들, 극 중 VIP로 불리는 지배 계층은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합니다.


화면 제공: 넷플릭스화면 제공: 넷플릭스

한 마디로 ‘오징어 게임’의 내용도, 표현법도, 불법적인 시청방식도 모두 최근 중국 당국이 벌이고 있는 연예계 정풍(政風) 운동에 배치되는 상황입니다.

연예계 정풍운동은 말 그대로 “잘못된 연예계 문화를 바로 세우겠다며” 중국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규제들입니다. 실은 외부 세력이 문화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을 막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큰데요.

홍콩이나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거나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연예인, 외국 국적을 가진 연예인, 소득이 너무 많은 연예인 등이 이미 이 정풍에 휩쓸려 대중 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또 각종 팬클럽 게시판, 예능 프로그램도 ‘관리’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중국 한한령에는 어떤 영향 줄까?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정풍 운동에 시동을 건 이 시점에, 공식적으로는 볼 수 없는 한국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내 ‘오징어 게임’ 열풍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 받을수록 역설적으로 중국은 한류를 더 경계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한 관계자는 “중국으로서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떨치는 한국 드라마에 더 경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일이 앞으로 한한령을 푸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너무 ‘잘 나가서’ 더 ‘무섭다’는 반응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 한한령(한류 금지)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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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오징어 게임’ 中 열풍이 우려되는 이유
    • 입력 2021-10-02 07:01:01
    특파원 리포트
화면제공: 넷플릭스
국가를 가리지 않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중국에서도 연일 화제입니다.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 게임에서 착안해 아내가 남편에게 남긴 쪽지 (출처: 웨이보)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들이라면 바로 무슨 의미인지 눈치를 챌만한 이런 사진도 등장했고요.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사진 (출처: 웨이보)
드라마 장면을 패러디한 사진이나 영상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배우 우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비를 거는 듯한 모습이 밈으로 만들어져  유명한데, 같은 모습을 ‘오징어 게임’에 이용한 밈까지 등장했다. (출처: 웨이보)
중국 유명 배우 우징(吴京)의 경우 원래 꾸중하는 듯한 표정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이 밈(meme: SNS 등에서 유행해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짧은 동영상 혹은 패러디물)으로 자주 만들어지곤 하는데, 이번에는 ‘오징어 게임’과 연관된 밈도 탄생했습니다.

중국의 ‘오징어 게임’ 열풍은 중국 대표 SNS 웨이보의 ‘오징어 게임’ 해시태그(#) 누적 조회 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0월 1일 오후 현재 16억 4천만이 넘었습니다.


중국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팔고 있는 ‘오징어 게임’ 상품들 (출처: 타오바오 갈무리)
그런가 하면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는 이미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달고나는 물론, 드라마 속 인물들이 입었던 단체복, 통제요원 가면까지 판매되고 있는데요.


■중국 당국은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데 ‘오징어 게임’, 중국 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이 드라마는 한국 감독이 만든 한국 드라마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K-드라마에 대한 세계적 관심 자체가 커지는 중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한류’는 사드 배치 논의가 시작됐던 2016년 말 무렵부터 현재까지, 중국 내에서는 일종의 ‘금지어’입니다.

일명 한한령(한류 금지)은 지금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 예능, 드라마, 영화 보려면 불법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오징어 게임’ 연출과 각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 (화면제공: 넷플릭스)
더구나 이번 드라마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가 제작· 유통했습니다.

문제는 중국에서는 넷플릭스를 공식적으로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서비스를 중국 당국이 허가하지 않아서입니다. (타이완과 홍콩은 제외)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이 드라마를 시청했을까요?

모두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중국 당국이 불법으로 단속하고 있는 VPN(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을 이용해 시청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쉽게 말하면 두 방식 다 중국이 하지 말라는 걸 하는 것이죠.

한류도 막았고(콘텐츠), 시청 서비스도 허락하지 않았는데(플랫폼), ‘오징어 게임’은 중국인들에게도 회자 되는 드라마가 됐습니다. 공식적으로 볼 수도 없는데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겁니다.


화면 제공: 넷플릭스
화제성도 화제성인데, 드라마 내용도 중국 당국으로서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것 투성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 세계를 은유적으로 꼬집고 있는 이 드라마는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또 게임을 설계하고 즐기는 사람들, ‘없는 사람들’끼리 경쟁시키면서 공정을 논하는 사람들, 극 중 VIP로 불리는 지배 계층은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합니다.


화면 제공: 넷플릭스
한 마디로 ‘오징어 게임’의 내용도, 표현법도, 불법적인 시청방식도 모두 최근 중국 당국이 벌이고 있는 연예계 정풍(政風) 운동에 배치되는 상황입니다.

연예계 정풍운동은 말 그대로 “잘못된 연예계 문화를 바로 세우겠다며” 중국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규제들입니다. 실은 외부 세력이 문화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을 막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큰데요.

홍콩이나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거나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연예인, 외국 국적을 가진 연예인, 소득이 너무 많은 연예인 등이 이미 이 정풍에 휩쓸려 대중 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또 각종 팬클럽 게시판, 예능 프로그램도 ‘관리’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중국 한한령에는 어떤 영향 줄까?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정풍 운동에 시동을 건 이 시점에, 공식적으로는 볼 수 없는 한국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내 ‘오징어 게임’ 열풍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 받을수록 역설적으로 중국은 한류를 더 경계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한 관계자는 “중국으로서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떨치는 한국 드라마에 더 경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일이 앞으로 한한령을 푸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너무 ‘잘 나가서’ 더 ‘무섭다’는 반응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 한한령(한류 금지)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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