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김정은 “남북통신선 복원”…‘강온전략’ 의도는?

입력 2021.10.02 (07:50) 수정 2021.10.0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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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부터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서는 대북 적대시 정책이 달라진 게 없다며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북한은 최근 무력 시위와 남북정상회담 언급 등의 대남 유화 메시지를 번갈아 내놓으면서,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인데요.

북한의 속내는 무엇인지, 이슈앤 한반도에서 집중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검은색 줄무늬 양복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 들어섭니다.

지난달 열병식 때보다 다소 얼굴이 부은 모습으로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

하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얼굴에 꽉 끼었던 안경테는 여전히 눈에 띄게 헐거워졌고, 이마엔 짙은 주름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경색된 남북 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기 위해 10월 초부터 남북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29일 :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회복은 남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남한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에 대해선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29일 :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 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하셨습니다."]

“미국 새 행정부가 들어선 지난 8개월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그 수법이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방위력 강화는 최우선 권리라고 밝혀 무기 개발을 계속해 나갈 뜻을 내비쳤습니다.

[정한범/국방대 국방정책연구센터장 : "북한은 남북 관계와 상관없이 본인들의 무기 개발 계획이 있다고 봐요. 김여정 부부장도 그렇게 분명 얘기했지만 무기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서 이뤄지고 있다고 애기했고요."]

통일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며, 통신선이 복원되면 비대면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 문제부터 북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주/통일부 대변인/9월 30일 :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남북통신연락선의 복원과 안정적인 운용이 기대됩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선 북한 국무위원들도 대거 교체됐습니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용원 당 조직 비서가 국무위원에 이름을 올리면서 권력의 핵심임을 입증했습니다.

김덕훈 내각 총리는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하고, 북한 군부서열 1위 박정천도 국무위원에 진입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2021년 10월 김정은 시대 내각의 구도는 정점에 김정은 위원장이 있고 좌측에 김여정, 우측에 조용원이 있으면서, 그 바로 밑에 박정천 군부가 뒤를 받치고 있고 앞에 그림자를 수행하는 역할을 하는 건 김덕훈 부위원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의 대미 정책을 주도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국무위원에서 물러나고, 대중 외교를 총괄하는 김성남 당 국제부장이 새로 진입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중국과의 밀착을 더욱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정부 입장에선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습니다.

최근 북한이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인데요.

북한은 남북통신 연락선 복원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새로 개발한 반항공미사일도 발사했습니다.

육중한 발사체 아래로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 나옵니다.

탄두부엔 작은 날개가 달려있습니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중국이 실전 배치한 극초음속 활공체, 둥펑-17과 유사합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발사한 미사일이 음속의 5배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TV/9월 29일 :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의 유도 기동성과 활공 비행 특성을 비롯한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했습니다."]

보통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기권 하강 단계에서 궤도를 바꿔가며 비행하는 만큼 사실상 요격이 어렵습니다.

북한은 액체 연료를 밀봉해 보관하는 ‘앰풀화’에도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미사일 발사 영상 없이 사진 1장만 공개했고, 비행 거리 등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우리 군 당국도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초기 단계이며, 한미 연합 자산으로 탐지와 요격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정한범/국방대 국방정책연구센터장 : "극초음속 활강체라고 하는 건 현재 미국하고 중국, 러시아 정도만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기존에 없던 완전 신무기를 만들어서 남한이나 미국에 무력시위를 하는 성격이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청와대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도 이번 북한 미사일이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인 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반면 미국은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의 미사일이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성 김/美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9월 30일 : "(북한은) 여러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북한 이웃 국가들과 국제 사회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다만,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면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한미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대화와 평화 프로세스를 복원해야 하는 청와대 입장에선 곤혹스럽기 짝이 없죠. 반면 미국 입장에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사태에 대해서 그냥 좌시할 수만은 없고요. 이것을 규탄하고 일종의 안보리를 통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죠."]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지대공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반항공 미사일도 시험 발사했습니다.

시험 발사는 박정천 당 비서가 국방과학연구 부문 간부들과 함께 참관했고, 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네 차례 미사일 발사와 한미를 겨냥한 담화 3건을 번갈아 내놨습니다.

무력시위는 이어가면서 대화 여지는 남겨두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건데요.

북한이 이렇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 과연 무엇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직후, 김여정 부부장은 연이틀 대남 유화 담화를 쏟아냈습니다.

지난달 24일엔 종전선언이“흥미 있는 제안”이라고 평가했고, 하루 뒤엔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남북정상회담도 논의해 볼 수 있다며 한발 더 나아간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두 차례 담화에선 모두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선결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은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유엔 총회 연설에서 더욱 구체화 됐습니다.

[김 성/유엔주재 북한 대사/9월 27일 유엔총회 연설 : "(미국은)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우리를 겨냥한 합동군사연습과 각종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는 것으로부터 대조선 적대시 정책 포기 첫걸음을 떼야 할 것입니다."]

김 성 대사는 한국엔 3만 명의 미군이 상시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했습니다.

[김 성/유엔주재 북한 대사/현지 시간 9월 27일 : "(미군 철수까지도 저희가 생각하면 될까요?) (연설문에) 답이 다 있는데 괜히 자꾸 물어봅니다.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모두 다 밝혀놨는데..."]

북한이 조건부 남북관계 복원을 제안한 지 사흘 만에 미사일을 발사한 건, 결국 한미 양국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미가 대응 수위를 조절하면 이를 명분 삼아 다시 대화 국면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단 기대감을 현실로 하기 위해선 서울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요.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는 데 앞장서고 또 적대시 정책은 결국 대북제재 해제로 이어지도록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측의 차기 정권도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하도록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막판까지 계기를 만들려 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고유환/통일연구원장 : "문재인 대통령도 곧 있으면 역사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시간적인 한계, 종착에 다다라 가고 있고... 그렇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앞으로도 계속 집권할 사람이잖아요.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면 바이든 행정부하고도 관계 설정이 어려울 수 있거든요."]

북한은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대화의 조건을 타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력 과시와 병행해서 나오는 북한의 전향적인 메시지에 한미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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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김정은 “남북통신선 복원”…‘강온전략’ 의도는?
    • 입력 2021-10-02 07:50:33
    • 수정2021-10-02 08:12:30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부터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서는 대북 적대시 정책이 달라진 게 없다며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북한은 최근 무력 시위와 남북정상회담 언급 등의 대남 유화 메시지를 번갈아 내놓으면서,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인데요.

북한의 속내는 무엇인지, 이슈앤 한반도에서 집중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검은색 줄무늬 양복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 들어섭니다.

지난달 열병식 때보다 다소 얼굴이 부은 모습으로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

하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얼굴에 꽉 끼었던 안경테는 여전히 눈에 띄게 헐거워졌고, 이마엔 짙은 주름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경색된 남북 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기 위해 10월 초부터 남북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29일 :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회복은 남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남한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에 대해선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29일 :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 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하셨습니다."]

“미국 새 행정부가 들어선 지난 8개월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그 수법이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방위력 강화는 최우선 권리라고 밝혀 무기 개발을 계속해 나갈 뜻을 내비쳤습니다.

[정한범/국방대 국방정책연구센터장 : "북한은 남북 관계와 상관없이 본인들의 무기 개발 계획이 있다고 봐요. 김여정 부부장도 그렇게 분명 얘기했지만 무기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서 이뤄지고 있다고 애기했고요."]

통일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며, 통신선이 복원되면 비대면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 문제부터 북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주/통일부 대변인/9월 30일 :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남북통신연락선의 복원과 안정적인 운용이 기대됩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선 북한 국무위원들도 대거 교체됐습니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용원 당 조직 비서가 국무위원에 이름을 올리면서 권력의 핵심임을 입증했습니다.

김덕훈 내각 총리는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하고, 북한 군부서열 1위 박정천도 국무위원에 진입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2021년 10월 김정은 시대 내각의 구도는 정점에 김정은 위원장이 있고 좌측에 김여정, 우측에 조용원이 있으면서, 그 바로 밑에 박정천 군부가 뒤를 받치고 있고 앞에 그림자를 수행하는 역할을 하는 건 김덕훈 부위원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의 대미 정책을 주도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국무위원에서 물러나고, 대중 외교를 총괄하는 김성남 당 국제부장이 새로 진입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중국과의 밀착을 더욱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정부 입장에선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습니다.

최근 북한이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인데요.

북한은 남북통신 연락선 복원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새로 개발한 반항공미사일도 발사했습니다.

육중한 발사체 아래로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 나옵니다.

탄두부엔 작은 날개가 달려있습니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중국이 실전 배치한 극초음속 활공체, 둥펑-17과 유사합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발사한 미사일이 음속의 5배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TV/9월 29일 :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의 유도 기동성과 활공 비행 특성을 비롯한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했습니다."]

보통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기권 하강 단계에서 궤도를 바꿔가며 비행하는 만큼 사실상 요격이 어렵습니다.

북한은 액체 연료를 밀봉해 보관하는 ‘앰풀화’에도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미사일 발사 영상 없이 사진 1장만 공개했고, 비행 거리 등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우리 군 당국도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초기 단계이며, 한미 연합 자산으로 탐지와 요격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정한범/국방대 국방정책연구센터장 : "극초음속 활강체라고 하는 건 현재 미국하고 중국, 러시아 정도만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기존에 없던 완전 신무기를 만들어서 남한이나 미국에 무력시위를 하는 성격이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청와대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도 이번 북한 미사일이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인 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반면 미국은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의 미사일이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성 김/美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9월 30일 : "(북한은) 여러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북한 이웃 국가들과 국제 사회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다만,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면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한미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대화와 평화 프로세스를 복원해야 하는 청와대 입장에선 곤혹스럽기 짝이 없죠. 반면 미국 입장에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사태에 대해서 그냥 좌시할 수만은 없고요. 이것을 규탄하고 일종의 안보리를 통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죠."]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지대공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반항공 미사일도 시험 발사했습니다.

시험 발사는 박정천 당 비서가 국방과학연구 부문 간부들과 함께 참관했고, 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네 차례 미사일 발사와 한미를 겨냥한 담화 3건을 번갈아 내놨습니다.

무력시위는 이어가면서 대화 여지는 남겨두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건데요.

북한이 이렇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 과연 무엇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직후, 김여정 부부장은 연이틀 대남 유화 담화를 쏟아냈습니다.

지난달 24일엔 종전선언이“흥미 있는 제안”이라고 평가했고, 하루 뒤엔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남북정상회담도 논의해 볼 수 있다며 한발 더 나아간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두 차례 담화에선 모두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선결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은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유엔 총회 연설에서 더욱 구체화 됐습니다.

[김 성/유엔주재 북한 대사/9월 27일 유엔총회 연설 : "(미국은)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우리를 겨냥한 합동군사연습과 각종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는 것으로부터 대조선 적대시 정책 포기 첫걸음을 떼야 할 것입니다."]

김 성 대사는 한국엔 3만 명의 미군이 상시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했습니다.

[김 성/유엔주재 북한 대사/현지 시간 9월 27일 : "(미군 철수까지도 저희가 생각하면 될까요?) (연설문에) 답이 다 있는데 괜히 자꾸 물어봅니다.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모두 다 밝혀놨는데..."]

북한이 조건부 남북관계 복원을 제안한 지 사흘 만에 미사일을 발사한 건, 결국 한미 양국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미가 대응 수위를 조절하면 이를 명분 삼아 다시 대화 국면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단 기대감을 현실로 하기 위해선 서울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요.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는 데 앞장서고 또 적대시 정책은 결국 대북제재 해제로 이어지도록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측의 차기 정권도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하도록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막판까지 계기를 만들려 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고유환/통일연구원장 : "문재인 대통령도 곧 있으면 역사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시간적인 한계, 종착에 다다라 가고 있고... 그렇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앞으로도 계속 집권할 사람이잖아요.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면 바이든 행정부하고도 관계 설정이 어려울 수 있거든요."]

북한은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대화의 조건을 타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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