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출 막고 금리 올릴까…‘시계제로’ 한국 경제 정책 방향은?

입력 2021.10.02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서영민 KBS 경제 전문 기자 인터뷰

-거시경제금융회의서 경제 수장 4인 회동
-“경제 정책 조율의 필요성 생겼다는 것”
-‘회색 코뿔소’ 가계부채 관리 의지 표명
-한은,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
-부동산 심리 위축 등 심리적 효과 노린 것
-“유동성 회수 준비하면서도 돈 풀어야 하는 상황”
-불확실성 만연...글로벌 경제 이슈 주목해야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10월 1일(금) 14:3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출연 : 서영민 KBS 경제 전문 기자 인터뷰

조혜진: KBS의 경제 전문 서영민 기자가 D-live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영민: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조혜진: 어제 거금회의에 네 명이 모였어요. 홍남기 기재부 장관을 비롯해서 이주열 총재 그리고 고승범 금융 위원장하고 정은보 금감원장 같은 경우에는 처음 모였다고 하는데 네 명이 모인 게 이례적이었다는 이야기들도 있더라고요. 맞나요?

서영민: 네. 한국은행은 정부 기관은 아닙니다. 독립성을 보장하는 기관이어서 정부 기관들, 공무원들하고는 좀 다른데 경제를 다루는 부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 가운데 하나죠. 금리를 결정하니까요. 그런데 경제수장들이 다 모였다는 건 어떤 정책 조율의 필요성, 그러니까 정부가 펴는 정책 그리고 한국은행이 하는 금융 정책 그리고 또 금융 감독 차원에서도 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만나서 방향성을 맞춰가면서 정책을 펴자는 취지에서 하는 회의인데요. 가장 관심이 많았던 건 역시 가계부채 때문이거든요. 앞서 지난해 대비 은행별 올해 대출 증가율을 6% 안에서 관리를 하라는 선을 제시했고요. 이 6% 수준도 평소에 비하면 많고 지금 코로나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히 좀 느슨하게 봐주고 있기 때문에 6%이고 반드시 이 선을 올해는 지키겠다고 하고요. 내년은 더 낮게, 올해 대비 내년은 4%만 늘어나게 하겠다며 전반적으로 코로나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겠다는 가계 대출 증가율 목표를 하나 제시했고요. 다른 하나는 가계 대출 관리 방안입니다. 그러니까 증가율은 은행에 부과된 목표이고요. 그리고 개인 차주, 돈 빌리는 사람별로 DSR, 그러니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라는 걸 정해서 당신의 소득 수준 등에 비추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묶는 정책이 있는데요. 지금은 아주 초기 단계 정도로 특정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데 이게 내년부터는 2억 그리고 내후년은 1억. 이 정도 수준으로 점점 적용 범위를 넓혀 갑니다. 그런데 이거 조금 당길 것인지, 아니면 전세 대출 규제는 어떻게 할지 등 돈을 빌릴 사람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또 다른 축이죠. 전반적으로 금융 부채와 관련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조혜진: 지금 말씀하신 부분 중에서도 가계부채에 대한 비중이 대단히 컸는데 그만큼 거기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생각을 할 수 있겠네요?

서영민: 당연히 어제 회의는 일부러 가계부채 때문에 판을 크게 키우고 ‘우리가 이렇게 오랜만에 모입니다’고 언론에 홍보도 한 거예요. 우리가 지금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데 이 문제를 우리가 좀 더 타이트하게 보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앞으로도 가계 대출 쭉 관리할 거니까 제발 지금 집 사려고 하지 마라’든지 아니면 집을 사려는 마음을 잠재적으로 가지게 되는 어떤 심리, 경제는 심리니까 그 부분을 좀 어떻게 제어하겠다는 차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혜진: 사실 전 세계적으로 지금 부채가 매우 많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그렇다면 유독 심각한 건가요?

서영민: 이 문제의식을 금융 당국자들 똑같이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전 세계가 다 같이 늘어나는데 우리가 정말 더 심한가'라는 측면 하나랑 '정말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느냐'라는 측면 하나인데 그래서 지금 홍남기 부총리도 좀 전에 들어본 말 중에 회색 코뿔소라는 말을 했어요. 그러니까 가계부채 문제가 지금 대표적인 현대 선진국들 아니면 우리나라 같은 중진국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인데도 그냥 보고 있다는 거죠. '이게 지탱 가능하냐, 빚이 이렇게 많은 사회가 지속 가능하냐'라고 물으면 사실 예전 같으면 '절대 안 됩니다, 줄여야 합니다'라고 했을 거예요. 그런데 전 세계가 다 같이 지금 빚더미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많은 거고 일본은 정부의 빚이 많은 거고 미국은 둘 다 많고 유럽도 마찬가지고요. 모두가 지금 빚이 많으니까 저 나라들이 다 멀쩡한데 우리가 이상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만히 있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의 빚더미를 대한민국 역사상 경험해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와중에 있는데요. 지금 경제수장들이 저렇게 강한 메시지를 주는 이유는 집값 때문이죠. 최소한 너무 자산 시장이 부풀어 올라서 거품이 커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혜진: 부채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고민하는 것 같기는 한데요. 지난 8월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좀 있었죠. 그렇게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연내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얘기가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이게 기정사실로 된 건가요?

서영민: 한국은행은 아주 대놓고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내년 합해서 한, 두 번 정도는 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발언들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하기는 할 텐데 지금 기준금리가 0.75%입니다. 여기에서 두 번 올려봐야 1.25%. 그 정도면 2년 전 수준이거든요. 집값을 잡는 데 유의미한 정도로 올라간 것이냐?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너무 과열되는 걸 막기 위한 신호를 계속해서 주는 정도죠. 사실 경제는 심리니까,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니까 의미는 있고요. 그런데 금리를 2%, 3%로 더 높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아닙니다. 만약에 금리가 너무 높아져서 집을 사는 용도로 대출을 받는 게 너무 힘들어지면 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일본이 왜 저렇게 됐냐 하면 물론 거품이 너무 커져서 그게 뻥 터졌지만, 촉매제가 금리 인상이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2~3% 정도 하던 금리를 짧은 시간 안에 5~6%까지 올려버리거든요, 거품이 크다는 이유로.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올려버리면 경제 전체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굉장히 안 좋아집니다. 그런 급속한 냉각을 정책적으로 추진할 이유는 전혀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는 오르겠지만 유의미하지는 않겠다는 거고요. 그럼에도 정부는 계속해서 금리를 올려간다는 신호를 주는 것, 시장에 심리적인 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거 자체는 뭐 효과 있기를 바라는 것이고 그래서 네 명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조혜진: 글로벌 경제 시장이 굉장히 좀 혼란스럽다고 하면서 '퍼펙트 스톰'이라는 용어까지 썼습니다. 이 퍼펙트 스톰이라는 용어에서 오는 약간 압박감도 좀 있는데요. 사실 지금 보면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고 미국도 많이 맞았고 전반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는, 그러니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이유가 뭔가요?

서영민: 미국이 지금 돈이 없어서 정부를 못 굴리는 사태가 또 오는 것 아니냐 하는, 그런 종류의 불확실성이 하나 있고요. 다른 하나는 반도체 생각하시면 돼요. 얼마 전에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기업들한테 재고 현황과 생산 계획을 좀 내라고 했잖아요. 지금 공급망이 중국이 배제된 것도 아닌데 굉장히 잘 안 돌고 있어요.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어디에서 발생하느냐? 지금 반도체 칩을 만들어야 하는 회사들이 일부러 안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 가격이 높으니까요. 가격이 높아지면 그게 오히려 더 이득이 되니까 그 가격이 높아지면 그때 내려고요. 그런 차원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거이기도 하고요.

조혜진: 공급을 좀 조절한다는 의미죠?

서영민: 네. 그런 의심이 나온다는 건 이상하다는 겁니다. 사실은 2~3년 전만 해도 우리가 뉴노멀 얘기를 했었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국가는 계속 양적 완화를 하는데 경기가 안 좋아져요. 그런데 다행스러운 건 인플레이션도 없어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돈을 풀어서 지탱해왔던 경제였는데 코로나를 맞으면서 천문학적으로 돈이 더 들어옵니다. 많은 경제학자가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올 거야, 이제는 경기 과열이 올 거야'라고 생각하는 시점인데 이게 생산이 안 돼서 지금 삐걱거리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단 말이죠. 그래서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가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거는 물음표입니다. 중국의 상황, 헝다 사태가 어떻게 수습이 되느냐도 봐야 하고, 미국의 경제는 잘 돌아가는지도 봐야 하고 조만간 자동차는 예전처럼 찍어내고 싶은 만큼 찍어낼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도 봐야 하고요. 다양한 변수들이 있겠죠. 지금은 불확실성이 커져 있는 그런 상황이니까 과도기적인 상황, 앞으로 무엇이 올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조혜진: 말씀하셨다시피 돈을 풀어서 이제는 거둬들일 때가 된 것 같기도 한데 생각보다 경기는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고요. 글로벌 상황들을 좀 봐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시중에 유동성을 거둬들인다는 정책 기조를 계속해서 밀고 나갈 수가 있는 건가요?

서영민: 사실 우리가 금리를 올린다면 그게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조치로 이해될 수가 있기는 한데요. 우리나라는 보면 돈을 찍어내서 풀 수 있는 나라는 아닙니다. 미국, 일본, 유럽은 돈을 찍어내서 경기 상황을 어떻게 좀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나라들이지만 우리나라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푼 게 별로 없어요. 그런데 금리를 좀 올린다는 것, 지금 0.75에서 한두 번 정도 더 올린다는 것이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조치가 될 수 있느냐고 한다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지금 코로나 때문에 2차 소상공인 지원금 또 나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손실보상금, 그건 또 경기에다가 돈을 더 집어넣는 거거든요. 몇조 원이 또 들어갈 텐데 여기에서는 돈을 푸는데 여기에서는 돈을 조이고 하면 아무 의미 없는 일들이 되니까요. 돈줄을 좀 조이는 과정을 준비해가고는 있는데 당장은 돈을 좀 더 푸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되는 상황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조혜진: 경기 회복에 맞춰서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에 또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기는 하네요. 오늘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인터뷰] 대출 막고 금리 올릴까…‘시계제로’ 한국 경제 정책 방향은?
    • 입력 2021-10-02 08:00:30
    용감한라이브
<strong>서영민 KBS 경제 전문 기자 인터뷰</strong><br /><br />-거시경제금융회의서 경제 수장 4인 회동<br />-“경제 정책 조율의 필요성 생겼다는 것”<br />-‘회색 코뿔소’ 가계부채 관리 의지 표명<br />-한은,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br />-부동산 심리 위축 등 심리적 효과 노린 것<br />-“유동성 회수 준비하면서도 돈 풀어야 하는 상황”<br />-불확실성 만연...글로벌 경제 이슈 주목해야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10월 1일(금) 14:3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출연 : 서영민 KBS 경제 전문 기자 인터뷰

조혜진: KBS의 경제 전문 서영민 기자가 D-live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영민: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조혜진: 어제 거금회의에 네 명이 모였어요. 홍남기 기재부 장관을 비롯해서 이주열 총재 그리고 고승범 금융 위원장하고 정은보 금감원장 같은 경우에는 처음 모였다고 하는데 네 명이 모인 게 이례적이었다는 이야기들도 있더라고요. 맞나요?

서영민: 네. 한국은행은 정부 기관은 아닙니다. 독립성을 보장하는 기관이어서 정부 기관들, 공무원들하고는 좀 다른데 경제를 다루는 부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 가운데 하나죠. 금리를 결정하니까요. 그런데 경제수장들이 다 모였다는 건 어떤 정책 조율의 필요성, 그러니까 정부가 펴는 정책 그리고 한국은행이 하는 금융 정책 그리고 또 금융 감독 차원에서도 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만나서 방향성을 맞춰가면서 정책을 펴자는 취지에서 하는 회의인데요. 가장 관심이 많았던 건 역시 가계부채 때문이거든요. 앞서 지난해 대비 은행별 올해 대출 증가율을 6% 안에서 관리를 하라는 선을 제시했고요. 이 6% 수준도 평소에 비하면 많고 지금 코로나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히 좀 느슨하게 봐주고 있기 때문에 6%이고 반드시 이 선을 올해는 지키겠다고 하고요. 내년은 더 낮게, 올해 대비 내년은 4%만 늘어나게 하겠다며 전반적으로 코로나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겠다는 가계 대출 증가율 목표를 하나 제시했고요. 다른 하나는 가계 대출 관리 방안입니다. 그러니까 증가율은 은행에 부과된 목표이고요. 그리고 개인 차주, 돈 빌리는 사람별로 DSR, 그러니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라는 걸 정해서 당신의 소득 수준 등에 비추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묶는 정책이 있는데요. 지금은 아주 초기 단계 정도로 특정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데 이게 내년부터는 2억 그리고 내후년은 1억. 이 정도 수준으로 점점 적용 범위를 넓혀 갑니다. 그런데 이거 조금 당길 것인지, 아니면 전세 대출 규제는 어떻게 할지 등 돈을 빌릴 사람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또 다른 축이죠. 전반적으로 금융 부채와 관련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조혜진: 지금 말씀하신 부분 중에서도 가계부채에 대한 비중이 대단히 컸는데 그만큼 거기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생각을 할 수 있겠네요?

서영민: 당연히 어제 회의는 일부러 가계부채 때문에 판을 크게 키우고 ‘우리가 이렇게 오랜만에 모입니다’고 언론에 홍보도 한 거예요. 우리가 지금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데 이 문제를 우리가 좀 더 타이트하게 보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앞으로도 가계 대출 쭉 관리할 거니까 제발 지금 집 사려고 하지 마라’든지 아니면 집을 사려는 마음을 잠재적으로 가지게 되는 어떤 심리, 경제는 심리니까 그 부분을 좀 어떻게 제어하겠다는 차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혜진: 사실 전 세계적으로 지금 부채가 매우 많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그렇다면 유독 심각한 건가요?

서영민: 이 문제의식을 금융 당국자들 똑같이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전 세계가 다 같이 늘어나는데 우리가 정말 더 심한가'라는 측면 하나랑 '정말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느냐'라는 측면 하나인데 그래서 지금 홍남기 부총리도 좀 전에 들어본 말 중에 회색 코뿔소라는 말을 했어요. 그러니까 가계부채 문제가 지금 대표적인 현대 선진국들 아니면 우리나라 같은 중진국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인데도 그냥 보고 있다는 거죠. '이게 지탱 가능하냐, 빚이 이렇게 많은 사회가 지속 가능하냐'라고 물으면 사실 예전 같으면 '절대 안 됩니다, 줄여야 합니다'라고 했을 거예요. 그런데 전 세계가 다 같이 지금 빚더미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많은 거고 일본은 정부의 빚이 많은 거고 미국은 둘 다 많고 유럽도 마찬가지고요. 모두가 지금 빚이 많으니까 저 나라들이 다 멀쩡한데 우리가 이상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만히 있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의 빚더미를 대한민국 역사상 경험해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와중에 있는데요. 지금 경제수장들이 저렇게 강한 메시지를 주는 이유는 집값 때문이죠. 최소한 너무 자산 시장이 부풀어 올라서 거품이 커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혜진: 부채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고민하는 것 같기는 한데요. 지난 8월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좀 있었죠. 그렇게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연내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얘기가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이게 기정사실로 된 건가요?

서영민: 한국은행은 아주 대놓고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내년 합해서 한, 두 번 정도는 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발언들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하기는 할 텐데 지금 기준금리가 0.75%입니다. 여기에서 두 번 올려봐야 1.25%. 그 정도면 2년 전 수준이거든요. 집값을 잡는 데 유의미한 정도로 올라간 것이냐?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너무 과열되는 걸 막기 위한 신호를 계속해서 주는 정도죠. 사실 경제는 심리니까,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니까 의미는 있고요. 그런데 금리를 2%, 3%로 더 높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아닙니다. 만약에 금리가 너무 높아져서 집을 사는 용도로 대출을 받는 게 너무 힘들어지면 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일본이 왜 저렇게 됐냐 하면 물론 거품이 너무 커져서 그게 뻥 터졌지만, 촉매제가 금리 인상이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2~3% 정도 하던 금리를 짧은 시간 안에 5~6%까지 올려버리거든요, 거품이 크다는 이유로.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올려버리면 경제 전체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굉장히 안 좋아집니다. 그런 급속한 냉각을 정책적으로 추진할 이유는 전혀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는 오르겠지만 유의미하지는 않겠다는 거고요. 그럼에도 정부는 계속해서 금리를 올려간다는 신호를 주는 것, 시장에 심리적인 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거 자체는 뭐 효과 있기를 바라는 것이고 그래서 네 명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조혜진: 글로벌 경제 시장이 굉장히 좀 혼란스럽다고 하면서 '퍼펙트 스톰'이라는 용어까지 썼습니다. 이 퍼펙트 스톰이라는 용어에서 오는 약간 압박감도 좀 있는데요. 사실 지금 보면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고 미국도 많이 맞았고 전반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는, 그러니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이유가 뭔가요?

서영민: 미국이 지금 돈이 없어서 정부를 못 굴리는 사태가 또 오는 것 아니냐 하는, 그런 종류의 불확실성이 하나 있고요. 다른 하나는 반도체 생각하시면 돼요. 얼마 전에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기업들한테 재고 현황과 생산 계획을 좀 내라고 했잖아요. 지금 공급망이 중국이 배제된 것도 아닌데 굉장히 잘 안 돌고 있어요.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어디에서 발생하느냐? 지금 반도체 칩을 만들어야 하는 회사들이 일부러 안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 가격이 높으니까요. 가격이 높아지면 그게 오히려 더 이득이 되니까 그 가격이 높아지면 그때 내려고요. 그런 차원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거이기도 하고요.

조혜진: 공급을 좀 조절한다는 의미죠?

서영민: 네. 그런 의심이 나온다는 건 이상하다는 겁니다. 사실은 2~3년 전만 해도 우리가 뉴노멀 얘기를 했었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국가는 계속 양적 완화를 하는데 경기가 안 좋아져요. 그런데 다행스러운 건 인플레이션도 없어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돈을 풀어서 지탱해왔던 경제였는데 코로나를 맞으면서 천문학적으로 돈이 더 들어옵니다. 많은 경제학자가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올 거야, 이제는 경기 과열이 올 거야'라고 생각하는 시점인데 이게 생산이 안 돼서 지금 삐걱거리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단 말이죠. 그래서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가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거는 물음표입니다. 중국의 상황, 헝다 사태가 어떻게 수습이 되느냐도 봐야 하고, 미국의 경제는 잘 돌아가는지도 봐야 하고 조만간 자동차는 예전처럼 찍어내고 싶은 만큼 찍어낼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도 봐야 하고요. 다양한 변수들이 있겠죠. 지금은 불확실성이 커져 있는 그런 상황이니까 과도기적인 상황, 앞으로 무엇이 올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조혜진: 말씀하셨다시피 돈을 풀어서 이제는 거둬들일 때가 된 것 같기도 한데 생각보다 경기는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고요. 글로벌 상황들을 좀 봐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시중에 유동성을 거둬들인다는 정책 기조를 계속해서 밀고 나갈 수가 있는 건가요?

서영민: 사실 우리가 금리를 올린다면 그게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조치로 이해될 수가 있기는 한데요. 우리나라는 보면 돈을 찍어내서 풀 수 있는 나라는 아닙니다. 미국, 일본, 유럽은 돈을 찍어내서 경기 상황을 어떻게 좀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나라들이지만 우리나라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푼 게 별로 없어요. 그런데 금리를 좀 올린다는 것, 지금 0.75에서 한두 번 정도 더 올린다는 것이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조치가 될 수 있느냐고 한다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지금 코로나 때문에 2차 소상공인 지원금 또 나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손실보상금, 그건 또 경기에다가 돈을 더 집어넣는 거거든요. 몇조 원이 또 들어갈 텐데 여기에서는 돈을 푸는데 여기에서는 돈을 조이고 하면 아무 의미 없는 일들이 되니까요. 돈줄을 좀 조이는 과정을 준비해가고는 있는데 당장은 돈을 좀 더 푸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되는 상황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조혜진: 경기 회복에 맞춰서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에 또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기는 하네요. 오늘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