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호찌민 봉쇄 해제 첫날…“두부 먹어야겠어요!”

입력 2021.10.02 (09:31) 수정 2021.10.0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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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봉쇄가 풀리고 거리로 쏟아져나온 호찌민 시민들. 호찌민시는 지난 8월 23일부터 시민들의 모든 외출을 금지했다. 오랜 봉쇄끝에 결국 10월 1일부터 도시봉쇄가 풀렸지만, 여전히 베트남의 백신 2차 접종률은 10% 수준이다. 사진:로이터도시봉쇄가 풀리고 거리로 쏟아져나온 호찌민 시민들. 호찌민시는 지난 8월 23일부터 시민들의 모든 외출을 금지했다. 오랜 봉쇄끝에 결국 10월 1일부터 도시봉쇄가 풀렸지만, 여전히 베트남의 백신 2차 접종률은 10% 수준이다. 사진:로이터

1. 호찌민 도시봉쇄 해제

사상 유래없이 900만 주민들을 집에 가둔 '호찌민'의 도시봉쇄가 풀렸다. 시민들은 거의 한달 열흘만에 처음으로 상쾌한 바깥 공기(?)를 맡았다.

8월 중순 베트남의 확진자는 1만 명을 넘었다. 하루 사망자도 700명을 넘어섰다(치명률이 무려 7%였다). 최대도시 호찌민은 이미 강력한 도시봉쇄가 이뤄지고 있었다. 모든 상가가 문을 닫고, 엄격하게 외출이 제한됐다(부부가 함께 장을 보러 가도 경찰에 적발됐다). 저녁 6시에는 통금이 시행됐다. 하지만 확진자 증가세는 더 가팔라졌다.

지난 8월 23일, 베트남 정부는 결국 호찌민을 완전 봉쇄했다. 의료와 전기통신 등 긴급한 업무를 제외한 모든 주민들의 외출이 금지됐다. 간단한 식재료만(그것도 마트에 남아있는) 주문이 가능했고, 서민들이 사는 지역은 군이 동원돼 식량을 배급했다. 그렇게 호찌민은 거대한 감옥이 됐다.

한달넘게 의도하지 않은 감금생활을 해온 시민들이 어제(1일) 집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베트남 정부는 쇼핑몰과 재래시장은 물론, 식당과 미용실, 주유소의 영업도 전격 허가했다. 도심 곳곳을 가로막은 검문소와 바리케이트도 상당수 철거됐다.

봉쇄된 호찌민시에서 주민들에게 군이 식료품을 배급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봉쇄된 호찌민시에서 주민들에게 군이 식료품을 배급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2. "드디어 석방입니다"

교민들의 카톡방에는 "우리 모두 잘 견뎌냈어요" "이제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는 격려의 문구가 이어졌다. 한 교민은 한인 카톡방에 " 두부를 챙겨먹어야 겠어요. 드디어 석방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호찌민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 교민들의 카톡방. 1일 도시봉쇄가 해제되자, 오랜 격리에 지친 서로를 격려하는 문자가 이어졌다. 한 교민이 “저녁에 두부를 챙겨먹어야 겠다”는 글을 올렸다.호찌민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 교민들의 카톡방. 1일 도시봉쇄가 해제되자, 오랜 격리에 지친 서로를 격려하는 문자가 이어졌다. 한 교민이 “저녁에 두부를 챙겨먹어야 겠다”는 글을 올렸다.

공원에는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미용실에는 오랜만에 머리를 손질하는 시민들이 이어졌다. 고향으로 돌아간 종업원들이 아직 돌아오지 못하면서(여전히 지역간 왕래는 매우 어렵다), 상당수 식당은 여전히 문을 닫고 있다고 교민들이 전했다. 관공서와 대부분의 은행도 여전히 문을 닫고 있다.

10월 1일 도시봉쇄가 풀리고 주변 공원을 찾은 호찌민 시민들. 교민 카톡방에 JessieL81이 올린 사진이다.10월 1일 도시봉쇄가 풀리고 주변 공원을 찾은 호찌민 시민들. 교민 카톡방에 JessieL81이 올린 사진이다.

3. 떠나는 글로벌 기업들...울며 겨자먹기로 '봉쇄 해제'

세계 최강 수준의 도시봉쇄를 이어온 베트남 정부는 왜 갑자기 봉쇄를 풀었을까. 일단 증가세가 어느정도 잡혔다. 하루 확진자가 1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도 하루 200명 가까운 국민들이 코로나로 사망한다. 진짜 이유는 외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보따리를 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개월간의 도시 봉쇄 기간 동안 미국 기업의 25%가 베트남을 떠났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대표적인 미국 기업 나이키는 이미 상당수 생산물량을 중국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미 증권사 BTIG는 나이키사가 베트남에서 10주간의 조업중단으로 1억 켤레의 운동화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고 분석했다.

4. '어쩔수 없이' 위드 코로나

지난 7월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었던 인도네시아는 최근 하루 확진자가 2천 명으로 급감했다. 백신 접종률도 높아졌고, 워낙 감염률이 높아 자체 집단면역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태국, 말레이시아 등 다른 동남아 개도국들도 서둘러 도시 봉쇄를 풀고 있다.

태국은 이달부터 방콕의 통행금지를 밤 10시로 미루고, 식당에서 주류판매도 허용했다.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도 15일에서 7일로 줄어들었다. 마사지 점포들도 일제히 문을 열고, 수쿰빗 도심에는 벌써부터 차량 정체가 시작됐다.

오랜 봉쇄에 성장률 전망치가 뚝뚝 떨어지고, 지친 시민들의 분노로 정부 지지율이 바닥으로 치기 때문이다(말레이시아는 이미 지난 8월 '무히딘 야신' 총리가 낙마했다). 여전히 확산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너도나도 학교와 쇼핑몰을 열고, 유행처럼 '위드 코로나'를 쫓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어쩔수 없이' 위드 코로나다.


하지만 오는 12월 여러 축제와 휴가기간을 지나, 또 신년 연휴까지 겹치면 이들 나라에 또 거대한 감염의 물결이 들이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행처럼 봉쇄를 풀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위드 코로나'가 꼭 반갑기만 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봉쇄가 풀린 것을 축하(?) 드리기위해, 종종 소식을 전해주시는 호찌민의 한 교민에게 전화를 드렸다.
그는 사흘전 불가피하게 호찌민을 떠났다고 했다. 어렵게 이동허가증을 받아 사흘간 1,800km를 운전해 사업장이 있는 하노이에 도착했다. 하지만 호찌민 번호판을 알아차린 경찰이 갑자기 자가격리를 지시했고 다시 숙소에 갇혔다. 이번 자가격리는 일주일간이다.


호찌민은 우리 교민 10만여 명이 거주하는 동남아 최대 한인 거주 도시였다. 지금은 대략 3만여 명이 남아 힘겹게 생업을 지키고 있다. 긴 코로나를 이겨내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교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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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호찌민 봉쇄 해제 첫날…“두부 먹어야겠어요!”
    • 입력 2021-10-02 09:31:51
    • 수정2021-10-02 09:37:34
    특파원 리포트
도시봉쇄가 풀리고 거리로 쏟아져나온 호찌민 시민들. 호찌민시는 지난 8월 23일부터 시민들의 모든 외출을 금지했다. 오랜 봉쇄끝에 결국 10월 1일부터 도시봉쇄가 풀렸지만, 여전히 베트남의 백신 2차 접종률은 10% 수준이다. 사진:로이터
1. 호찌민 도시봉쇄 해제

사상 유래없이 900만 주민들을 집에 가둔 '호찌민'의 도시봉쇄가 풀렸다. 시민들은 거의 한달 열흘만에 처음으로 상쾌한 바깥 공기(?)를 맡았다.

8월 중순 베트남의 확진자는 1만 명을 넘었다. 하루 사망자도 700명을 넘어섰다(치명률이 무려 7%였다). 최대도시 호찌민은 이미 강력한 도시봉쇄가 이뤄지고 있었다. 모든 상가가 문을 닫고, 엄격하게 외출이 제한됐다(부부가 함께 장을 보러 가도 경찰에 적발됐다). 저녁 6시에는 통금이 시행됐다. 하지만 확진자 증가세는 더 가팔라졌다.

지난 8월 23일, 베트남 정부는 결국 호찌민을 완전 봉쇄했다. 의료와 전기통신 등 긴급한 업무를 제외한 모든 주민들의 외출이 금지됐다. 간단한 식재료만(그것도 마트에 남아있는) 주문이 가능했고, 서민들이 사는 지역은 군이 동원돼 식량을 배급했다. 그렇게 호찌민은 거대한 감옥이 됐다.

한달넘게 의도하지 않은 감금생활을 해온 시민들이 어제(1일) 집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베트남 정부는 쇼핑몰과 재래시장은 물론, 식당과 미용실, 주유소의 영업도 전격 허가했다. 도심 곳곳을 가로막은 검문소와 바리케이트도 상당수 철거됐다.

봉쇄된 호찌민시에서 주민들에게 군이 식료품을 배급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2. "드디어 석방입니다"

교민들의 카톡방에는 "우리 모두 잘 견뎌냈어요" "이제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는 격려의 문구가 이어졌다. 한 교민은 한인 카톡방에 " 두부를 챙겨먹어야 겠어요. 드디어 석방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호찌민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 교민들의 카톡방. 1일 도시봉쇄가 해제되자, 오랜 격리에 지친 서로를 격려하는 문자가 이어졌다. 한 교민이 “저녁에 두부를 챙겨먹어야 겠다”는 글을 올렸다.
공원에는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미용실에는 오랜만에 머리를 손질하는 시민들이 이어졌다. 고향으로 돌아간 종업원들이 아직 돌아오지 못하면서(여전히 지역간 왕래는 매우 어렵다), 상당수 식당은 여전히 문을 닫고 있다고 교민들이 전했다. 관공서와 대부분의 은행도 여전히 문을 닫고 있다.

10월 1일 도시봉쇄가 풀리고 주변 공원을 찾은 호찌민 시민들. 교민 카톡방에 JessieL81이 올린 사진이다.
3. 떠나는 글로벌 기업들...울며 겨자먹기로 '봉쇄 해제'

세계 최강 수준의 도시봉쇄를 이어온 베트남 정부는 왜 갑자기 봉쇄를 풀었을까. 일단 증가세가 어느정도 잡혔다. 하루 확진자가 1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도 하루 200명 가까운 국민들이 코로나로 사망한다. 진짜 이유는 외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보따리를 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개월간의 도시 봉쇄 기간 동안 미국 기업의 25%가 베트남을 떠났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대표적인 미국 기업 나이키는 이미 상당수 생산물량을 중국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미 증권사 BTIG는 나이키사가 베트남에서 10주간의 조업중단으로 1억 켤레의 운동화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고 분석했다.

4. '어쩔수 없이' 위드 코로나

지난 7월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었던 인도네시아는 최근 하루 확진자가 2천 명으로 급감했다. 백신 접종률도 높아졌고, 워낙 감염률이 높아 자체 집단면역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태국, 말레이시아 등 다른 동남아 개도국들도 서둘러 도시 봉쇄를 풀고 있다.

태국은 이달부터 방콕의 통행금지를 밤 10시로 미루고, 식당에서 주류판매도 허용했다.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도 15일에서 7일로 줄어들었다. 마사지 점포들도 일제히 문을 열고, 수쿰빗 도심에는 벌써부터 차량 정체가 시작됐다.

오랜 봉쇄에 성장률 전망치가 뚝뚝 떨어지고, 지친 시민들의 분노로 정부 지지율이 바닥으로 치기 때문이다(말레이시아는 이미 지난 8월 '무히딘 야신' 총리가 낙마했다). 여전히 확산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너도나도 학교와 쇼핑몰을 열고, 유행처럼 '위드 코로나'를 쫓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어쩔수 없이' 위드 코로나다.


하지만 오는 12월 여러 축제와 휴가기간을 지나, 또 신년 연휴까지 겹치면 이들 나라에 또 거대한 감염의 물결이 들이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행처럼 봉쇄를 풀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위드 코로나'가 꼭 반갑기만 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봉쇄가 풀린 것을 축하(?) 드리기위해, 종종 소식을 전해주시는 호찌민의 한 교민에게 전화를 드렸다.
그는 사흘전 불가피하게 호찌민을 떠났다고 했다. 어렵게 이동허가증을 받아 사흘간 1,800km를 운전해 사업장이 있는 하노이에 도착했다. 하지만 호찌민 번호판을 알아차린 경찰이 갑자기 자가격리를 지시했고 다시 숙소에 갇혔다. 이번 자가격리는 일주일간이다.


호찌민은 우리 교민 10만여 명이 거주하는 동남아 최대 한인 거주 도시였다. 지금은 대략 3만여 명이 남아 힘겹게 생업을 지키고 있다. 긴 코로나를 이겨내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교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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