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우리끼리 수다 떨어요” 공동체라디오의 미래

입력 2021.10.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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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정보통 '공동체라디오'

방송 권역이 반경 5km 정도, 10w 이하 출력을 사용하는 소규모 지상파 라디오가 있습니다. 대략 서울의 한 자치구 정도 크기에 해당하죠. 이름은 '공동체라디오'입니다. 동네 정보와 소식을 전하며 사람들 사이에 소통을 늘려가자는 게 설립 취지입니다.

방송 권역을 좁게 잡은 건 동네 사랑방이나 정보통 역할을 잘해달라는 의미입니다. 작을수록 세밀한 접근이 가능하니까요. 공동체라디오 허가를 내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우리 동네, 취약계층, 지역 소외, 재난극복, 소통과 참여 확대라는 단어 등이 등장합니다.

공공성을 전제로 전파 사용 허가를 내준겁니다. 비영리 공익 방송으로 자생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공동체라디오들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습니다. K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나라에 내는 기금입니다. 최근 이런 공동체라디오가 20곳 더 허가를 받았습니다. 기존에는 7곳이었습니다. 잘 운영되고 있을까?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선 방통위에서 강조한 취지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기존 공동체 라디오 현황기존 공동체 라디오 현황

■할머니부터 직장인까지...다양한 주민 참여

서울에 공동체라디오는 현재 두 곳입니다. 먼저 관악FM을 가봤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하는 ' 쾌지나 칭칭'의 월요일 진행자 83세 이성화 씨를 만났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선 교사나 가수 출신 등 시니어 6명이 우리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노년층들을 인터뷰합니다. 모두 자원봉사입니다.

이 씨는 1960년대 초 한국 최초 민영방송 아나운서 출신으로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 때 방송을 접어야 했습니다. 70대 중반인 2015년 다시 방송의 기회가 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노년층의 목소리를 더 담아본다는 공동체라디오의 취지 때문입니다.

이 씨는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고 내 방송을 듣고 옛날도 생각할 수 있는 시니어 청취자 팬들이 꽤 계셔서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관악FM은 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재능의 봉사자 230명이 일주일에 90여 개의 콘텐츠를 만들어 24시간 방송합니다.

또 다른 한 곳인 마포FM은 동네마다 이른바 '동 라디오'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현재 염리동, 대흥동, 합정동, 망원동, 연남동, 성산동 주민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돌아가며 참여합니다. 마포구 곳곳에선 현재 옛 동네를 철거하고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는 재개발이 한창이지만, 오래된 동네에는 골목길 등지를 중심으로 특색있는 가게들이 들어서고, 예술가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도 인디 음악가나 젊은 마을 잡지 발행인 등이 등장합니다.

망원동에서 10여 년을 거주한 '리얼망사' 진행자인 직장인 신소희, 손유미 씨는 공동체라디오 제작참여 이후 동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합니다. 인구 구성이 급격하게 바뀌는 중인 동네에서 소원해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라디오가 이어줬다고 합니다. 주민들과 함께 라디오에서 "육아와 주차 문제 이야기, 많이 오른 집세 이야기 등 소소한 수다부터 직장인들은 알기 힘든 지역 상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관악구 인구는 약 48만 명, 마포구는 37만 명이니 어지간한 중소도시 크기입니다. 마포FM의 송덕호 본부장은 "서울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다보니 각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그 원인을 "동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공동체라디오가 사람 사는 공간을 풍요롭게 해주는 역할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관악FM 최고령 진행자 83살 이성화 씨관악FM 최고령 진행자 83살 이성화 씨

■이주민 방송도 준비 중....지역 재난방송 역할도

이번에 새로 허가를 받은 공동체라디오는 20곳입니다. 그 중의 한 곳인 경기도 안산으로 가봤습니다. 안산공동체라디오는 인구 약 30만 명의 단원구를 방송 권역으로 합니다. 이곳의 특징은 다문화입니다. 원곡동 다문화 거리의 경우 주변 인구의 80%가 이주민이라고 합니다.

수십 년 동안 이주민 차별 철폐 운동을 해온 정혜실 씨는 이주민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공동체 라디오 개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 씨에 따르면 안산에는 100개국 이상의 사람들이 와 있고, 안산 토박이는 3%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가급적 많은 나라의 이주민들이 각자의 언어로 음악이나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정 씨는 공동체 라디오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10%,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90%라고 강조합니다.

이주민들이 취약한 게 재난방송입니다. 이 부분에서 공동체라디오는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입니다. 안병천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 상임이사에 따르면 1995년 1월 대지진이 일어났던 일본 고베에 이주 노동자가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10여 개 국어로 이주노동자들한테 지진이 일어났으니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재난재해 시기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계속 전달했다고 합니. 그렇게 되면서 공동체라디오가 확장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현재 일본에는 우리의 10배가 넘는 300곳 이상의 공동체라디오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존 공동체라디오 7곳도 현재 지역 코로나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안산 원곡동 다문화 거리안산 원곡동 다문화 거리

■"방송 청취 어려워"..."무료 보편적 매체"

문제점도 발견됐습니다. 공동체라디오 방송을 지상파로 수신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마포 FM의 애청자인 상인 김진철 씨를 만났는데요. 시장 건물 안에서 도통 전파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마트폰 앱으로 청취를 해야 했죠. 비가 오는 날임을 감안해도 같은 마포구 지역에서도 청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체라디오 제작자들은 현재 10w 이하로 제한된 방송 출력을 확대해주는 게 청취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효율적인 공동체 구성에 필요하다는 것이죠.

또 이런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를 넘어 유튜브 시대에 지상파 라디오가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러나 지상파 라디오는 전화 등 통신망이 끊어져도, 지역 전파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작자들은 또 "라디오가 무료 보편적인 매체이고, 누구나 라디오만 있으면 주파수만 맞추면 그 매체를 통해서 지역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끼리 수다 떨어요" 공동체라디오의 미래]의 자세한 내용은 3일(일) 밤 10시 35분에 KBS 1TV <질문하는 기자들 Q> 2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부에선 [오역'으로 잃어가는 신뢰]를 주제로 김솔희 KBS 아나운서와 함께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김나나 KBS 기자가 출연해 국제뉴스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봅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다시 보기는 KBS 홈페이지유튜브 계정에서 가능합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
▲ 유튜브 계정 <질문하는 기자들 Q>: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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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우리끼리 수다 떨어요” 공동체라디오의 미래
    • 입력 2021-10-02 11:00:51
    취재K

■우리 동네 정보통 '공동체라디오'

방송 권역이 반경 5km 정도, 10w 이하 출력을 사용하는 소규모 지상파 라디오가 있습니다. 대략 서울의 한 자치구 정도 크기에 해당하죠. 이름은 '공동체라디오'입니다. 동네 정보와 소식을 전하며 사람들 사이에 소통을 늘려가자는 게 설립 취지입니다.

방송 권역을 좁게 잡은 건 동네 사랑방이나 정보통 역할을 잘해달라는 의미입니다. 작을수록 세밀한 접근이 가능하니까요. 공동체라디오 허가를 내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우리 동네, 취약계층, 지역 소외, 재난극복, 소통과 참여 확대라는 단어 등이 등장합니다.

공공성을 전제로 전파 사용 허가를 내준겁니다. 비영리 공익 방송으로 자생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공동체라디오들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습니다. K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나라에 내는 기금입니다. 최근 이런 공동체라디오가 20곳 더 허가를 받았습니다. 기존에는 7곳이었습니다. 잘 운영되고 있을까?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선 방통위에서 강조한 취지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기존 공동체 라디오 현황
■할머니부터 직장인까지...다양한 주민 참여

서울에 공동체라디오는 현재 두 곳입니다. 먼저 관악FM을 가봤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하는 ' 쾌지나 칭칭'의 월요일 진행자 83세 이성화 씨를 만났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선 교사나 가수 출신 등 시니어 6명이 우리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노년층들을 인터뷰합니다. 모두 자원봉사입니다.

이 씨는 1960년대 초 한국 최초 민영방송 아나운서 출신으로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 때 방송을 접어야 했습니다. 70대 중반인 2015년 다시 방송의 기회가 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노년층의 목소리를 더 담아본다는 공동체라디오의 취지 때문입니다.

이 씨는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고 내 방송을 듣고 옛날도 생각할 수 있는 시니어 청취자 팬들이 꽤 계셔서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관악FM은 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재능의 봉사자 230명이 일주일에 90여 개의 콘텐츠를 만들어 24시간 방송합니다.

또 다른 한 곳인 마포FM은 동네마다 이른바 '동 라디오'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현재 염리동, 대흥동, 합정동, 망원동, 연남동, 성산동 주민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돌아가며 참여합니다. 마포구 곳곳에선 현재 옛 동네를 철거하고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는 재개발이 한창이지만, 오래된 동네에는 골목길 등지를 중심으로 특색있는 가게들이 들어서고, 예술가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도 인디 음악가나 젊은 마을 잡지 발행인 등이 등장합니다.

망원동에서 10여 년을 거주한 '리얼망사' 진행자인 직장인 신소희, 손유미 씨는 공동체라디오 제작참여 이후 동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합니다. 인구 구성이 급격하게 바뀌는 중인 동네에서 소원해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라디오가 이어줬다고 합니다. 주민들과 함께 라디오에서 "육아와 주차 문제 이야기, 많이 오른 집세 이야기 등 소소한 수다부터 직장인들은 알기 힘든 지역 상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관악구 인구는 약 48만 명, 마포구는 37만 명이니 어지간한 중소도시 크기입니다. 마포FM의 송덕호 본부장은 "서울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다보니 각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그 원인을 "동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공동체라디오가 사람 사는 공간을 풍요롭게 해주는 역할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관악FM 최고령 진행자 83살 이성화 씨
■이주민 방송도 준비 중....지역 재난방송 역할도

이번에 새로 허가를 받은 공동체라디오는 20곳입니다. 그 중의 한 곳인 경기도 안산으로 가봤습니다. 안산공동체라디오는 인구 약 30만 명의 단원구를 방송 권역으로 합니다. 이곳의 특징은 다문화입니다. 원곡동 다문화 거리의 경우 주변 인구의 80%가 이주민이라고 합니다.

수십 년 동안 이주민 차별 철폐 운동을 해온 정혜실 씨는 이주민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공동체 라디오 개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 씨에 따르면 안산에는 100개국 이상의 사람들이 와 있고, 안산 토박이는 3%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가급적 많은 나라의 이주민들이 각자의 언어로 음악이나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정 씨는 공동체 라디오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10%,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90%라고 강조합니다.

이주민들이 취약한 게 재난방송입니다. 이 부분에서 공동체라디오는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입니다. 안병천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 상임이사에 따르면 1995년 1월 대지진이 일어났던 일본 고베에 이주 노동자가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10여 개 국어로 이주노동자들한테 지진이 일어났으니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재난재해 시기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계속 전달했다고 합니. 그렇게 되면서 공동체라디오가 확장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현재 일본에는 우리의 10배가 넘는 300곳 이상의 공동체라디오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존 공동체라디오 7곳도 현재 지역 코로나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안산 원곡동 다문화 거리
■"방송 청취 어려워"..."무료 보편적 매체"

문제점도 발견됐습니다. 공동체라디오 방송을 지상파로 수신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마포 FM의 애청자인 상인 김진철 씨를 만났는데요. 시장 건물 안에서 도통 전파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마트폰 앱으로 청취를 해야 했죠. 비가 오는 날임을 감안해도 같은 마포구 지역에서도 청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체라디오 제작자들은 현재 10w 이하로 제한된 방송 출력을 확대해주는 게 청취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효율적인 공동체 구성에 필요하다는 것이죠.

또 이런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를 넘어 유튜브 시대에 지상파 라디오가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러나 지상파 라디오는 전화 등 통신망이 끊어져도, 지역 전파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작자들은 또 "라디오가 무료 보편적인 매체이고, 누구나 라디오만 있으면 주파수만 맞추면 그 매체를 통해서 지역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끼리 수다 떨어요" 공동체라디오의 미래]의 자세한 내용은 3일(일) 밤 10시 35분에 KBS 1TV <질문하는 기자들 Q> 2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부에선 [오역'으로 잃어가는 신뢰]를 주제로 김솔희 KBS 아나운서와 함께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김나나 KBS 기자가 출연해 국제뉴스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봅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다시 보기는 KBS 홈페이지유튜브 계정에서 가능합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
▲ 유튜브 계정 <질문하는 기자들 Q>: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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