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사망’ 삼성중공업 무죄?…대법원 ‘파기환송’

입력 2021.10.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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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일 '노동절'.
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크레인이 충돌해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습니다. 4년이 흘렀지만 다친 노동자와 사고를 목격한 동료, 그리고 유족들은 여전히 트라우마와 싸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업주인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 대표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1심과 2심 판결은 이들을 더욱 힘겹게 만들었습니다.
작은 위로가 되는 소식이 이들에게 전해졌습니다. 대법원이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 대표에게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낸 겁니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안전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산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1·2심 재판부, "크레인 두 대 이상 사용 규정 없어 '무죄'"

사고 당시 '골리앗 크레인'은 삼성중공업이 운전과 신호를 맡았고, '지브형 크레인'은 협력업체가 운전했습니다. 산안법 위반 혐의의 쟁점은 두 대 이상의 크레인을 함께 사용하다가 서로 충돌했을 때 피고인들에게 안전조치가 의무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현장.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현장.

원심은 크레인을 중첩해서 사용하다 사고가 났을 경우, 관련법에 구체적이고 명백한 규정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당시 '작업계획서'에는 두 대의 크레인을 쓸 때 충돌을 막기 위한 안전대책이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원심은 산안법 시행규칙에 크레인 충돌 사고 위험을 막기 위한 안전대책까지 작업계획서에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또 크레인을 두 대 이상 사용할 때 별도의 신호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피고인들이 안전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작업 반경 안에 간이화장실과 흡연실을 방치하는 등 출입금지구역을 설정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도 원심은 고려의 대상일 뿐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한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 대법원 "원청과 협력업체에 안전조치 의무 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런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원심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①조선소에 수많은 근로자가 동시에 투입된다.
②다수의 대형 장비가 수시로 이동 작업을 한다.
③대형크레인이 상시적으로 이용된다.
④비슷한 크레인 사고가 난 대규모 조선소다.

안전보건규칙에는 작업장 위험을 미리 조사한 뒤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는데, 다수의 크레인을 동시에 투입하는 삼성중공업의 작업 특성상 중복작업에 대한 내용도 작업계획서에 포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또 해당 규칙에는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도록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게끔 되어 있는데, 이러한 위험에는 크레인끼리 충돌하는 사고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작업장에서 대부분 두 대의 크레인을 사용하면서도 신호방법을 따로 정해놓지 않은 것은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라는 겁니다.

참사 두 달 전 '골리앗 크레인'과 '크롤러 크레인'이 충돌하는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점,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 출입금지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점도 판결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와 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 피해자 지원단 "대법원 판결 환영, 파기환송심 '예의주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자 지원단은 성명을 통해 "아직도 2017년 5월 1일의 고통 속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4년 전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희생된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삼성중공업 앞에 설치됐다./2021.4.28/4년 전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희생된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삼성중공업 앞에 설치됐다./2021.4.28/

지원단 관계자는 "그동안 대법원과 1·2심 법원들이 '추상적인 주의 의무만 있을 뿐'이라는 이유로 사업주에게 책임을 부과하지 않은 것과는 다른 판결"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어지는 재판에서도 대법원의 판단이 유지되어야 이전 판결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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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명 사망’ 삼성중공업 무죄?…대법원 ‘파기환송’
    • 입력 2021-10-02 14:06:08
    취재K

2017년 5월 1일 '노동절'.
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크레인이 충돌해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습니다. 4년이 흘렀지만 다친 노동자와 사고를 목격한 동료, 그리고 유족들은 여전히 트라우마와 싸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업주인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 대표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1심과 2심 판결은 이들을 더욱 힘겹게 만들었습니다.
작은 위로가 되는 소식이 이들에게 전해졌습니다. 대법원이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 대표에게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낸 겁니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안전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산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1·2심 재판부, "크레인 두 대 이상 사용 규정 없어 '무죄'"

사고 당시 '골리앗 크레인'은 삼성중공업이 운전과 신호를 맡았고, '지브형 크레인'은 협력업체가 운전했습니다. 산안법 위반 혐의의 쟁점은 두 대 이상의 크레인을 함께 사용하다가 서로 충돌했을 때 피고인들에게 안전조치가 의무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현장.
원심은 크레인을 중첩해서 사용하다 사고가 났을 경우, 관련법에 구체적이고 명백한 규정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당시 '작업계획서'에는 두 대의 크레인을 쓸 때 충돌을 막기 위한 안전대책이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원심은 산안법 시행규칙에 크레인 충돌 사고 위험을 막기 위한 안전대책까지 작업계획서에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또 크레인을 두 대 이상 사용할 때 별도의 신호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피고인들이 안전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작업 반경 안에 간이화장실과 흡연실을 방치하는 등 출입금지구역을 설정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도 원심은 고려의 대상일 뿐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한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 대법원 "원청과 협력업체에 안전조치 의무 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런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원심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①조선소에 수많은 근로자가 동시에 투입된다.
②다수의 대형 장비가 수시로 이동 작업을 한다.
③대형크레인이 상시적으로 이용된다.
④비슷한 크레인 사고가 난 대규모 조선소다.

안전보건규칙에는 작업장 위험을 미리 조사한 뒤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는데, 다수의 크레인을 동시에 투입하는 삼성중공업의 작업 특성상 중복작업에 대한 내용도 작업계획서에 포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또 해당 규칙에는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도록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게끔 되어 있는데, 이러한 위험에는 크레인끼리 충돌하는 사고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작업장에서 대부분 두 대의 크레인을 사용하면서도 신호방법을 따로 정해놓지 않은 것은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라는 겁니다.

참사 두 달 전 '골리앗 크레인'과 '크롤러 크레인'이 충돌하는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점,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 출입금지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점도 판결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와 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 피해자 지원단 "대법원 판결 환영, 파기환송심 '예의주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자 지원단은 성명을 통해 "아직도 2017년 5월 1일의 고통 속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4년 전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희생된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삼성중공업 앞에 설치됐다./2021.4.28/
지원단 관계자는 "그동안 대법원과 1·2심 법원들이 '추상적인 주의 의무만 있을 뿐'이라는 이유로 사업주에게 책임을 부과하지 않은 것과는 다른 판결"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어지는 재판에서도 대법원의 판단이 유지되어야 이전 판결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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