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재택근무? 주4일제?…‘코로나19 이후 근무 형태’ 얼마나 바뀔까?

입력 2021.10.04 (08:01) 수정 2021.10.0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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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데서나 일해도 돼" 영구 재택근무 도입한 美 기업…"유연성의 진화" 확대될까?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거의 일상화된 재택 근무를, 이제 영구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한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회계업체인 PwC가 고객 서비스 부문에서 일하는 정규 근로자 4만 명 전원에게 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직원들은 한 달에 최대 3번까지만 중요 회의나 고객 방문, 직업교육 등을 이유로 회사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고객들을 직접 접하지 않는 인사관리나 법률사무 부문 직원들에게는 이미 상시 재택근무 선택권을 줬는데, 회사 측은 이번에도 "원격근무는 유연성의 진화를 생각할 때 당연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 한국, 맞벌이 가정의 유연 근무제 이용 늘어…'자녀 돌볼 시간 원해'

코로나19로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맞벌이 가구의 유연 근무가 크게 늘긴 했습니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 상황 속 맞벌이 가구의 일·가정 양립 실태와 요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유연근무제를 처음 이용한 맞벌이 가구는 이전의 2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막내 자녀가 만 10세 미만인 맞벌이 가구 1천5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유연근무제 경험자의 50.3%는 코로나19 사태로 처음 유연근무제를 이용했다고 답했는데요, 이들의 68.1%는 덕분에 자녀 돌봄 시간을 확보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돌봄 시간은 평균 3.1시간이었습니다.

육아휴직과 가족 돌봄 휴가·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돌봄 관련 제도 이용률은 역시나 여성이 남성보다 모두 높았는데, 이 중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이용률은 여성 15.1%, 남성 14.4%로 비슷했습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하루 1∼5시간 줄이면 임금 감소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로, 경력 단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소는 "여전히 부모 간에 공평한 자녀 돌봄 분배가 이뤄지진 않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아버지가 자녀 돌봄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 남성 이용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맞벌이 가구가 가장 선호하는 일-가정 양립 지원책으로는 55.3%가 '시간 지원'을 꼽아, '돌봄 비용 지원' 22.8%이나 '대신 자녀를 맡아주는 돌봄 서비스 지원' 21.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부모들이 직접 자녀를 돌보려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시간 지원 제도'를 더 원한다는 분석입니다.

■ 이 참에, 주4일 근무 시대 열릴까?…스코틀랜드는 시범 시행, 영국은 여론 조사

아예 발 빠르게 주4일 근무를 적극 고민 중인 나라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북유럽 쪽이 그런데요.

영국 일간 메트로는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오피니엄이 성인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 영국 성인 10명 중 6명(57%)은 임금 삭감 없이 주간 근로 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이기를 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주 4일 근무제는 남녀 구분 없이 3분의 1 이상이 강력히 지지했고, 반대는 21%에 그쳤습니다.

앞서 영국 기업의 20%는 코로나19 이후 주 4일 근무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이미 장기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던 아이슬란드를 비롯해 핀란드와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등 유럽에서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주 4일 근무제 논의는 일자리 창출이 더 큰 목적이긴 하지만, 역시 유연 근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 대변인은 메트로와 인터뷰에서도 "국가 경제와 기업에 모두 일자리 창출 비용이 과도하므로 정부가 주 4일 근무제를 의무화할 계획은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유연한 근무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고, 이를 위해 근로자들이 더 유연한 근무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광범위한 대책을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에서의 이번 여론 조사는 스코틀랜드 정부가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뤄졌는데, 스코틀랜드 집권당인 국민당(SNP)은 주 4일제 시행을 위해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1천만 파운드(160억 상당)의 기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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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구 재택근무? 주4일제?…‘코로나19 이후 근무 형태’ 얼마나 바뀔까?
    • 입력 2021-10-04 08:01:05
    • 수정2021-10-04 08:55:05
    취재K

■ "아무 데서나 일해도 돼" 영구 재택근무 도입한 美 기업…"유연성의 진화" 확대될까?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거의 일상화된 재택 근무를, 이제 영구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한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회계업체인 PwC가 고객 서비스 부문에서 일하는 정규 근로자 4만 명 전원에게 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직원들은 한 달에 최대 3번까지만 중요 회의나 고객 방문, 직업교육 등을 이유로 회사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고객들을 직접 접하지 않는 인사관리나 법률사무 부문 직원들에게는 이미 상시 재택근무 선택권을 줬는데, 회사 측은 이번에도 "원격근무는 유연성의 진화를 생각할 때 당연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 한국, 맞벌이 가정의 유연 근무제 이용 늘어…'자녀 돌볼 시간 원해'

코로나19로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맞벌이 가구의 유연 근무가 크게 늘긴 했습니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 상황 속 맞벌이 가구의 일·가정 양립 실태와 요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유연근무제를 처음 이용한 맞벌이 가구는 이전의 2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막내 자녀가 만 10세 미만인 맞벌이 가구 1천5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유연근무제 경험자의 50.3%는 코로나19 사태로 처음 유연근무제를 이용했다고 답했는데요, 이들의 68.1%는 덕분에 자녀 돌봄 시간을 확보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돌봄 시간은 평균 3.1시간이었습니다.

육아휴직과 가족 돌봄 휴가·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돌봄 관련 제도 이용률은 역시나 여성이 남성보다 모두 높았는데, 이 중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이용률은 여성 15.1%, 남성 14.4%로 비슷했습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하루 1∼5시간 줄이면 임금 감소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로, 경력 단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소는 "여전히 부모 간에 공평한 자녀 돌봄 분배가 이뤄지진 않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아버지가 자녀 돌봄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 남성 이용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맞벌이 가구가 가장 선호하는 일-가정 양립 지원책으로는 55.3%가 '시간 지원'을 꼽아, '돌봄 비용 지원' 22.8%이나 '대신 자녀를 맡아주는 돌봄 서비스 지원' 21.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부모들이 직접 자녀를 돌보려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시간 지원 제도'를 더 원한다는 분석입니다.

■ 이 참에, 주4일 근무 시대 열릴까?…스코틀랜드는 시범 시행, 영국은 여론 조사

아예 발 빠르게 주4일 근무를 적극 고민 중인 나라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북유럽 쪽이 그런데요.

영국 일간 메트로는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오피니엄이 성인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 영국 성인 10명 중 6명(57%)은 임금 삭감 없이 주간 근로 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이기를 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주 4일 근무제는 남녀 구분 없이 3분의 1 이상이 강력히 지지했고, 반대는 21%에 그쳤습니다.

앞서 영국 기업의 20%는 코로나19 이후 주 4일 근무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이미 장기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던 아이슬란드를 비롯해 핀란드와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등 유럽에서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주 4일 근무제 논의는 일자리 창출이 더 큰 목적이긴 하지만, 역시 유연 근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 대변인은 메트로와 인터뷰에서도 "국가 경제와 기업에 모두 일자리 창출 비용이 과도하므로 정부가 주 4일 근무제를 의무화할 계획은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유연한 근무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고, 이를 위해 근로자들이 더 유연한 근무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광범위한 대책을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에서의 이번 여론 조사는 스코틀랜드 정부가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뤄졌는데, 스코틀랜드 집권당인 국민당(SNP)은 주 4일제 시행을 위해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1천만 파운드(160억 상당)의 기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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