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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분리시대 1막1장…①중국 전력난이라는 파열음
입력 2021.10.05 (15:42) 수정 2021.10.05 (21:33) 취재K
-전랑(늑대전사) 외교 펼치다 외통수에 빠진 중국
-냉전 치르듯 ‘자유’가 아닌 ‘질서’ 위해 정치적 압력 행사하는 미국
-불확실한 시대, 1막 1장은 ‘글로벌 공급망의 삐걱댐’
-미중 분리 시대가 도래할까, 온다면 우리의 선택은?

■중국의 전력난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파열음

‘전기가 없어서 공장을 못돌린다’는, 어쩌면 전근대적인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일이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석탄 발전에 문제가 생겨서다. 그리고 이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공급망 분리의 시대가 내는 파열음이다.

중국은 전기생산량의 60% 안팎을 석탄 화력발전에 의존한다. 석탄 의존도가 절대적인 것. 중국 에너지 산업 분석가 첸첸은 올해 이런 중국 전기 수요가 10% 증가했다고 했다. 이 자체가 천문학적으로 높지는 않다.

게다가 국내 석탄 생산량도 4.9% 늘었다. 중국은 석탄의 90%를 자급자족한다. 따라서 전기 사용 증가분은 상당 부분 상쇄했다.

문제는 수입이다. 석탄 수입은 15% 감소했다. 그래서 올해 공급은 수요보다 6% 정도 모자란다. 그리고 이 수입 감소가 호주와의 관계에서 발생했다. 중국이 스스로 수입을 끊은 것이다.


이유는 '보복'이었다. 한국에 사드 보복했을 때처럼,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 압박했을 때처럼, 호주에도 호통치는 게 목적이었다

잘 알려진 ‘늑대전사(戰狼)’ 외교다. 호주가 코로나 발원지 조사를 하자고 하고,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각종 인권 문제에 쓴소리를 하자, 중국은 ‘본때’를 보여주기로 했다. 지난해 중반부터 소고기, 와인, 곡물 할 것 없이 수입 금지 조치 혹은 구두 조치를 내리더니 급기야 석탄에까지 그 금지조치를 확장한 것.

석탄은 사실 중국과 호주 사이 경제 관계의 한 상징이다. 중국이 발전용으로, 또 철강 제조를 위해 수입하는 석탄의 절반 가까이는 호주산이다. 최대 수입국이다. 호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중국은 지구상에서 호주 석탄을 가장 많이 사가는 고객이다.

중국은 이 ‘보복’을 호주 경제의 심장을 겨누는 비수라고 생각했다. 2000년대 후반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갈등 과정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 ‘희토류’를 수출하지 않는다고 협박해 일본의 굴욕적인 항복선언을 받아냈듯, 또 사드 국면에서 관광과 문화교류 차단으로 한국의 정치인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듯 호주도 길들이려 했다.


[ET] 엘리베이터 갇히고 촛불 켜고…시진핑이 전기 끊은 속사정?
https://www.youtube.com/watch?v=bqJyC269KVg&t=5

결론적으론 자충수가 됐다. 금수조치가 내려진 지난해 중반 이후 석탄 가격은 다른 원자재와 마찬가지로 급등했다. 호주는 일본 유럽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면서 중국 충격을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사태가 장기화됐다.

그 결과가 중국의 발전석탄 부족사태다. 석탄 수입은 전체 석탄 소비의 10% 정도, 그 절반 정도가 호주라 치면 고작 5%의 공급이 사라진 게 전체 중국 전력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놀랍지는 않다. 올 여름 우리도 전력 예비율이 부족하다고 걱정했다. 당시 언론이 ‘원전 1~2기의 가동 여부’를 놓고 전력부족 사태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을 생각해보라. ‘마지막 한 단위의 한계 용량’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장기적으론 안정 찾겠지만 당분간 혼란 불가피

이 발전 공급망 위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른 편에 속하는 나라이고, 동시에 석탄 의존을 버리기 위해 수없이 많은 원자력 발전소도 짓고 있다. 장기적으론 변수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기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당장 블룸버그가 ‘헝다’가 아니라 ‘발전’이 중국의 발목 잡는다고 했다. 당장 국내 석탄 생산량을 늘리겠다 했지만, 1~2년 안에는 쉽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지도 최소한 19개 성이 단전사태를 겪었다며, 중국의 GDP가 2분기와 비교하면 3분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 했다.

상황이 이러니 고개를 숙이고 호주와의 관계 개선을 해야한다는 관측이 나올 법 하지만 암초는 많다. 텐안먼 사태 이후 국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은 ‘외부의 적’을 강조하고 애국심을 부추겨 왔다. 중국 인민은 ‘애국주의 교육’의 세뇌 속에 자랐다. 이 애국주의는 양날의 칼이다. 공산당이 충분히 애국적이지 않을 때, 혹은 중국의 이익을 제대로 수호하지 못할 때, 외부로 향했던 비난의 화살은 공산당으로 향할 수 있다. 그래서 얻은 것 없는 ‘항복’을 공산당의 실패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시진핑 공산당의 선택 폭은 넓지 않다.


이런 상황에 오커스(AUKUS)라는 핵펀치가 날아왔다. 호주와 영미 3개국 사이 안보 동맹이다. 핵잠수함 8척 건조 약속을 골자로 하는 동맹은 호주를 더욱더 ‘미국편’으로 견착시켰다. ‘앞으로도 계속 중국 없는 세상에 살아보지 않겠냐?’는 미국의 제안을 호주가 받아들인 셈이다. 중국은 ‘역시 서방은 중국의 적’이라는 시각을 더 강화했다.

■이코노미스트紙, 中 봉쇄 목적이라면 ”오커스 결성 축하한다“

결국 중국은 호주 없는 전력 공급망을 짜야 할 것이다. 호주와의 화해 여부와 관계 없이 미중 갈등의 시대 ‘거대한 분기(分岐)’에 대비하지 않으면 위기는 다시 찾아올 수 있단 걸 학습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중국은 답을 찾겠지만 그 전환의 초기, 당분간은 혼란이 불가피하다.

아직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세계 공급망은 아직 재편 전이다. 게다가 이번 전력난은 ‘호전적 늑대전사 외교를 벌이다 불러일으킨 자충수’기도 하다. 당장 ‘이게 디커플링이다’라고 단언하기 쉽지 않긴 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전력 공급망 뒤틀림은 분명 미중 ‘디커플링’의 실질적 시작점이기도 하다. 중국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면 중국 공산당은 본질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AUKUS를 쿼드와 CPTPP, 파이브아이즈 등 미국 바이든 정부의 ‘중국 봉쇄 정책’의 최신 버전으로 평가하면서 프랑스가 분개하는데도 불구하고 ‘봉쇄Containment가 목적이라면 이는 합리적 정책’이라며 “축하한다Celebrate”고 했다.

그 자체가 호주와 중국의 분리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또 여기 더해 미국이 ‘중국의 늑대외교’에 위협받는 동맹에 ‘핵안보 우산’을 제공했단 점에서. 같은 위협에 시달리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이 ‘신호’는 분명 미국 편에 서게 할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단 얘기다.
  • 미중 분리시대 1막1장…①중국 전력난이라는 파열음
    • 입력 2021-10-05 15:42:13
    • 수정2021-10-05 21:33:46
    취재K
-전랑(늑대전사) 외교 펼치다 외통수에 빠진<strong> 중국</strong><br />-냉전 치르듯 ‘자유’가 아닌 ‘질서’ 위해 정치적 압력 행사하는 <strong>미국</strong><br />-불확실한 시대, 1막 1장은 ‘글로벌 공급망의 삐걱댐’<br />-미중 분리 시대가 도래할까, 온다면 우리의 선택은?

■중국의 전력난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파열음

‘전기가 없어서 공장을 못돌린다’는, 어쩌면 전근대적인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일이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석탄 발전에 문제가 생겨서다. 그리고 이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공급망 분리의 시대가 내는 파열음이다.

중국은 전기생산량의 60% 안팎을 석탄 화력발전에 의존한다. 석탄 의존도가 절대적인 것. 중국 에너지 산업 분석가 첸첸은 올해 이런 중국 전기 수요가 10% 증가했다고 했다. 이 자체가 천문학적으로 높지는 않다.

게다가 국내 석탄 생산량도 4.9% 늘었다. 중국은 석탄의 90%를 자급자족한다. 따라서 전기 사용 증가분은 상당 부분 상쇄했다.

문제는 수입이다. 석탄 수입은 15% 감소했다. 그래서 올해 공급은 수요보다 6% 정도 모자란다. 그리고 이 수입 감소가 호주와의 관계에서 발생했다. 중국이 스스로 수입을 끊은 것이다.


이유는 '보복'이었다. 한국에 사드 보복했을 때처럼,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 압박했을 때처럼, 호주에도 호통치는 게 목적이었다

잘 알려진 ‘늑대전사(戰狼)’ 외교다. 호주가 코로나 발원지 조사를 하자고 하고,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각종 인권 문제에 쓴소리를 하자, 중국은 ‘본때’를 보여주기로 했다. 지난해 중반부터 소고기, 와인, 곡물 할 것 없이 수입 금지 조치 혹은 구두 조치를 내리더니 급기야 석탄에까지 그 금지조치를 확장한 것.

석탄은 사실 중국과 호주 사이 경제 관계의 한 상징이다. 중국이 발전용으로, 또 철강 제조를 위해 수입하는 석탄의 절반 가까이는 호주산이다. 최대 수입국이다. 호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중국은 지구상에서 호주 석탄을 가장 많이 사가는 고객이다.

중국은 이 ‘보복’을 호주 경제의 심장을 겨누는 비수라고 생각했다. 2000년대 후반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갈등 과정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 ‘희토류’를 수출하지 않는다고 협박해 일본의 굴욕적인 항복선언을 받아냈듯, 또 사드 국면에서 관광과 문화교류 차단으로 한국의 정치인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듯 호주도 길들이려 했다.


[ET] 엘리베이터 갇히고 촛불 켜고…시진핑이 전기 끊은 속사정?
https://www.youtube.com/watch?v=bqJyC269KVg&t=5

결론적으론 자충수가 됐다. 금수조치가 내려진 지난해 중반 이후 석탄 가격은 다른 원자재와 마찬가지로 급등했다. 호주는 일본 유럽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면서 중국 충격을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사태가 장기화됐다.

그 결과가 중국의 발전석탄 부족사태다. 석탄 수입은 전체 석탄 소비의 10% 정도, 그 절반 정도가 호주라 치면 고작 5%의 공급이 사라진 게 전체 중국 전력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놀랍지는 않다. 올 여름 우리도 전력 예비율이 부족하다고 걱정했다. 당시 언론이 ‘원전 1~2기의 가동 여부’를 놓고 전력부족 사태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을 생각해보라. ‘마지막 한 단위의 한계 용량’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장기적으론 안정 찾겠지만 당분간 혼란 불가피

이 발전 공급망 위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른 편에 속하는 나라이고, 동시에 석탄 의존을 버리기 위해 수없이 많은 원자력 발전소도 짓고 있다. 장기적으론 변수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기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당장 블룸버그가 ‘헝다’가 아니라 ‘발전’이 중국의 발목 잡는다고 했다. 당장 국내 석탄 생산량을 늘리겠다 했지만, 1~2년 안에는 쉽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지도 최소한 19개 성이 단전사태를 겪었다며, 중국의 GDP가 2분기와 비교하면 3분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 했다.

상황이 이러니 고개를 숙이고 호주와의 관계 개선을 해야한다는 관측이 나올 법 하지만 암초는 많다. 텐안먼 사태 이후 국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은 ‘외부의 적’을 강조하고 애국심을 부추겨 왔다. 중국 인민은 ‘애국주의 교육’의 세뇌 속에 자랐다. 이 애국주의는 양날의 칼이다. 공산당이 충분히 애국적이지 않을 때, 혹은 중국의 이익을 제대로 수호하지 못할 때, 외부로 향했던 비난의 화살은 공산당으로 향할 수 있다. 그래서 얻은 것 없는 ‘항복’을 공산당의 실패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시진핑 공산당의 선택 폭은 넓지 않다.


이런 상황에 오커스(AUKUS)라는 핵펀치가 날아왔다. 호주와 영미 3개국 사이 안보 동맹이다. 핵잠수함 8척 건조 약속을 골자로 하는 동맹은 호주를 더욱더 ‘미국편’으로 견착시켰다. ‘앞으로도 계속 중국 없는 세상에 살아보지 않겠냐?’는 미국의 제안을 호주가 받아들인 셈이다. 중국은 ‘역시 서방은 중국의 적’이라는 시각을 더 강화했다.

■이코노미스트紙, 中 봉쇄 목적이라면 ”오커스 결성 축하한다“

결국 중국은 호주 없는 전력 공급망을 짜야 할 것이다. 호주와의 화해 여부와 관계 없이 미중 갈등의 시대 ‘거대한 분기(分岐)’에 대비하지 않으면 위기는 다시 찾아올 수 있단 걸 학습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중국은 답을 찾겠지만 그 전환의 초기, 당분간은 혼란이 불가피하다.

아직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세계 공급망은 아직 재편 전이다. 게다가 이번 전력난은 ‘호전적 늑대전사 외교를 벌이다 불러일으킨 자충수’기도 하다. 당장 ‘이게 디커플링이다’라고 단언하기 쉽지 않긴 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전력 공급망 뒤틀림은 분명 미중 ‘디커플링’의 실질적 시작점이기도 하다. 중국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면 중국 공산당은 본질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AUKUS를 쿼드와 CPTPP, 파이브아이즈 등 미국 바이든 정부의 ‘중국 봉쇄 정책’의 최신 버전으로 평가하면서 프랑스가 분개하는데도 불구하고 ‘봉쇄Containment가 목적이라면 이는 합리적 정책’이라며 “축하한다Celebrate”고 했다.

그 자체가 호주와 중국의 분리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또 여기 더해 미국이 ‘중국의 늑대외교’에 위협받는 동맹에 ‘핵안보 우산’을 제공했단 점에서. 같은 위협에 시달리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이 ‘신호’는 분명 미국 편에 서게 할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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