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고위급회담 추진’ 시사한 정부, 남북통신선 복원 다음 단계는?

입력 2021.10.05 (17:40) 수정 2021.10.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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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신연락선이 재복원 이틀째인 오늘(5일) 정상 가동되고 있습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채널은 물론,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까지 모두 복원됐습니다. 이제 남북은 매일 오전 9시, 오후 5시에 정기적으로 통화를 하게 됩니다.

■ 어떻게 소통하나?

통화는 보통 남측에서 북측에 전화를 먼저 걸면 북측이 응답하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남측 연락관이 "잘 들리십니까?"라며 통화 감도를 먼저 확인한 뒤, "업무 시작합시다" 등의 간략한 말을 전합니다. 북측 연락관도 "잘 들립니다. 업무 시작합시다" 라고 짧게 말을 하고 통화를 종료합니다.

남북이 협의할 안건이 있는 날에는 팩스 통지문을 활용합니다. 업무 시간 중 안건을 제안하는 쪽이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통지문 보내겠습니다"라고 얘기를 하고 팩스를 전송합니다. 받는 쪽은 팩스를 받으면 바로 "접수했습니다"라고 확인을 해 주는 방식입니다.

■ 어떤 현안부터 다룰까?

남북 간 산적한 현안들 가운데, 어떤 현안이 가장 먼저 다뤄질까요?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일단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이뤄지는 통화를 정례적으로 운영하면서 "통신 기능을 안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국간 대화 재개 준비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남북 화상 회담 체계를 갖추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구체적인 현안으로 들어가보면, 이 당국자는 "남북간 기존 합의 내용 이행, 코로나 등 여러 협력 수요"를 먼저 언급했습니다.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 등에 담긴 합의사항들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한미 북핵 수석대표들이 최근 협의를 지속해 오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때문에 코로나19 방역, 수해복구 지원, 식량 지원 등이 우선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연내 고위급회담 추진 시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일 독일 등 유럽 순방 중 KBS 특파원과 만나 '연내 고위급회담 추진' 의사도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남과 북이 대화와 협력을 위해 서로의 진전을 위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올해 안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추진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계기를 살리기 위해 북측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 북, '선결과제'로 퇴로 마련?

북한이 얼마나 호응해 올 지는 미지수입니다. 북한은 어제 남북통신연락선 재복원에 앞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남한 당국은 남북통신연락선의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남북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는 북측 표현대로라면 '서로에 대한 존중,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와 편견적 시각 철회, 한미연합훈련 같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의미합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대화와 협력의 '선결조건'으로 보기 보다, 남북이 대화 협력을 통해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남북 관계 역사에서 적대시 정책 철회나 이중기준 철회 등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던 사안으로, 남북관계 특성을 볼 때 어느 한 쪽 입장의 수용·관철로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북한은 '선결과제'란 명분으로 언제든 통신선을 다시 끊을 퇴로를 열어둔 셈입니다. 단절(지난해 6월 9일)과 복원(올해 7월 27일), 재단절(8월 10일)과 재복원(어제)이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왔기에, 남북통신선은 남북 관계 만큼이나 불안한 존재입니다.

이 장관 바람대로 통신선 연결이 고위급회담 성사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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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10-05 17:41:20
    취재K

남북 통신연락선이 재복원 이틀째인 오늘(5일) 정상 가동되고 있습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채널은 물론,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까지 모두 복원됐습니다. 이제 남북은 매일 오전 9시, 오후 5시에 정기적으로 통화를 하게 됩니다.

■ 어떻게 소통하나?

통화는 보통 남측에서 북측에 전화를 먼저 걸면 북측이 응답하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남측 연락관이 "잘 들리십니까?"라며 통화 감도를 먼저 확인한 뒤, "업무 시작합시다" 등의 간략한 말을 전합니다. 북측 연락관도 "잘 들립니다. 업무 시작합시다" 라고 짧게 말을 하고 통화를 종료합니다.

남북이 협의할 안건이 있는 날에는 팩스 통지문을 활용합니다. 업무 시간 중 안건을 제안하는 쪽이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통지문 보내겠습니다"라고 얘기를 하고 팩스를 전송합니다. 받는 쪽은 팩스를 받으면 바로 "접수했습니다"라고 확인을 해 주는 방식입니다.

■ 어떤 현안부터 다룰까?

남북 간 산적한 현안들 가운데, 어떤 현안이 가장 먼저 다뤄질까요?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일단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이뤄지는 통화를 정례적으로 운영하면서 "통신 기능을 안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국간 대화 재개 준비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남북 화상 회담 체계를 갖추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구체적인 현안으로 들어가보면, 이 당국자는 "남북간 기존 합의 내용 이행, 코로나 등 여러 협력 수요"를 먼저 언급했습니다.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 등에 담긴 합의사항들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한미 북핵 수석대표들이 최근 협의를 지속해 오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때문에 코로나19 방역, 수해복구 지원, 식량 지원 등이 우선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연내 고위급회담 추진 시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일 독일 등 유럽 순방 중 KBS 특파원과 만나 '연내 고위급회담 추진' 의사도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남과 북이 대화와 협력을 위해 서로의 진전을 위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올해 안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추진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계기를 살리기 위해 북측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 북, '선결과제'로 퇴로 마련?

북한이 얼마나 호응해 올 지는 미지수입니다. 북한은 어제 남북통신연락선 재복원에 앞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남한 당국은 남북통신연락선의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남북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는 북측 표현대로라면 '서로에 대한 존중,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와 편견적 시각 철회, 한미연합훈련 같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의미합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대화와 협력의 '선결조건'으로 보기 보다, 남북이 대화 협력을 통해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남북 관계 역사에서 적대시 정책 철회나 이중기준 철회 등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던 사안으로, 남북관계 특성을 볼 때 어느 한 쪽 입장의 수용·관철로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북한은 '선결과제'란 명분으로 언제든 통신선을 다시 끊을 퇴로를 열어둔 셈입니다. 단절(지난해 6월 9일)과 복원(올해 7월 27일), 재단절(8월 10일)과 재복원(어제)이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왔기에, 남북통신선은 남북 관계 만큼이나 불안한 존재입니다.

이 장관 바람대로 통신선 연결이 고위급회담 성사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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