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분리시대 1막1장…②냉전 모드로 회귀하는 미국

입력 2021.10.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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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미와 호주사에 체결된 오커스AUKUS 안보 협정으로 호주와의 디젤 잠수함 12척 공급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 당한 프랑스는 주미 대사관에서 대사를 본국으로 철수시켰다. 70조 원이 넘는 초대형 계약을 강탈한 게 됐으니, 프랑스의 뒷통수가 얼얼할 만도 하다. 우방 사이에 전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이 분명 ‘무리’를 한 것인데,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그럴만한 상황이란 것이다.


#2
삼성전자에 대한 지난달 백악관의 두 번째 호출도 그랬다. 불러서 삼성전자에 ‘반협박’을 했다. 지난 3년 매출과 주문량, 출하대비 주문비율 정보를 달라고 했다. 재고 현황도 달라고 했고, 제품별 3대 고객 리스트도, 공정기술과 생산 장비 유형,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과 증설 판단 때 무엇을 고려하는지, 수요가 초과되면 누구부터 물량을 주는지까지 알려달라고 했다. 답안 제출은 45일 내에 하라고 했다.

자본주의 세계 수장이라 할 국가가 자국 기업도 아닌 외국 기업에 ‘너의 모든 정보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관보로 알렸으니 ‘구두 협박’도 ‘은밀한 요청’도 아니다) 아마도 삼성전자 경영진은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프리퀄
그러자 다시 소환되는 게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호출’이다. 삼성과 TSMC 등을 불러모은 바이든은 ‘반도체는 산업의 인프라’라며 한 손에 반도체 기판, 웨이퍼를 손에 쥐고 흔들어 보였다. 시장에 대한 개입이고, 전례 없는 일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으니 그럴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는 당장 급한 ‘차량용 반도체 사태’ 진화나, 미국에 제조공장을 지으라는 요청 수준의 목적에 그쳤다. 당시 바이든이 쥐고 흔든 웨이퍼도 직경 200mm짜리였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는 어지간하면 300mm 웨이퍼에서 생산한다. 200mm는 구형 공정 저부가가치 반도체에나 쓰거나, 사용하지 않는다. 기판 직경은 50% 커진 것에 불과하지만, 생산 가능 칩은 두 배 이상 늘기 때문이다.)

■‘자유’보다 ‘질서’를 앞에 내세우는 미국의 세계전략 재구축이 시작됐다

4월 ‘미국이 다급한가 보다’ 수준에서 상황을 바라보던 세계의 시선은 이번 9월 요구를 보고 급변하기 시작했다. 그 어떤 측면에서도 시장적이지 않은 이번 요구에서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던’ 냉전 시기 대결 구도를 엿보고 있다.

미국 변화의 원인① 더딘 글로벌 공급망 회복의 원인 파악과 대응

최근 ‘일시적 인플레이션’은 감내하겠다며 테이퍼링과 금리 정상화 시기를 늦춰오던 미 연준 파월 의장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지속 될 수 있겠단 것이다. 상황이 예상과 달리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이 예상과 달리 지속 되는 인플레이션은 그동안 기대하던 ‘수요와 생산 증가’에 의한 전통적 인플레이션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코로나로 인한 셧다운 이후 경제 재가동에 따라 원자재 가격과 반도체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상황이 지속됐는데 이 ‘일시적 병목현상’이 풀리지 않고 있다. 원자재는 물론 반도체 공급도 원활치 않다. 이 때문에 일자리 상황 개선도, 경기 정상화도 원했던 만큼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하는 판단에 이르렀다. 혹시 글로벌 기업들이 ‘일부러 생산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의심도 생겨났다. 그리고 이를 교정하기 위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미국변화의 원인② 글로벌 공급망 분리를 위한 큰 그림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단계적 전략일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얼마나 많은 제품을 제공하고 있고, 그 수준은 어느 정도며, 또 이들보다 우선해서 제품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지를 노골적으로 살피기 시작했단 얘기다.

미국은 시장을 중시하고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존중한다는 가치도 퇴색되고 있다. ‘미중 대결’ 앞에선 모두 우선순위를 잃고 있다. 우선은 이 거대한 분기점(分岐點)을 앞둔만큼 ‘근본적으로 국익을 수호할 수 있는 질서’를 먼저 가져와야 한다. 때에 따라선 ‘자유’를 후순위로 둔다는 의미다.

냉전기 소련을 적으로 둔 미국이 그랬다. 스파이전과 대리전, 타국의 주권 침해를 불사하며 벌이던 작전이 21세기의 문법으로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권위주의적 조치들이 소환된다. 미국의 세계전략 재구축이 본격화된 것이다.

■ '비시장적 결정의 시대'가 오다

그동안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은 중국을 바라봤다.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제품을 더 빨리 만들어주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도움으로 글로벌 공급혁신은 가속화되었고 그 과실을 세계가 함께 누린 것도 사실이다. 시장이 세계를 '평평하게' 만든다는 믿음도 그만큼 팽배했다.

그러나 이제 미·중 분리 시대가 도래했고 ‘시장 기능’에 의지해 공급망 차질을 해결할 수 없게 됐다.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이 반도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생산해주길’ 바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글로벌 협업 시대는 돌아오지 않는다.

미국이 싼 중국 생필품을 사는 대신, 중국은 고부가가치 미국 첨단 제품을 사주던 관행도 사라져가고 있다. 중국은 최근 중국 항공사들이 미국 항공기를 사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 상무부는 반발하지만 중국의 조치가 유별난 조치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비시장적인 질서의 시대가 더 넓고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두 파열음... 中 호전적 늑대전사 외교 vs 美 세계 질서 전략 재구축

살펴본 대로 미·중 분리시대의 시작은 양국에 크고 작은 파열음을 안기고 있다. 자유시장을 대하는 시선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중국은 애초에 체제 안정과 공산당 집권 연장을 위해 그 길을 걸어왔다. 주변국들에 호전적인 늑대전사 외교를 펼쳐왔다. 미·중 분리시대를 맞아 그 전략이 내는 파열음이 ‘호주와의 분쟁’이며 ‘전력난’이다. 질서는 서구적 자유 민주주의 가치에 앞선다.

미국도 이 질서의 시대에 들어서는 듯하다. AUKUS 체결은 그 안보 차원의 한 단면이고, 삼성전자를 향한 으름장은 경제적 한 단면이다. 전통적 동맹, 전통적 시장 가치에 선행하는 질서를 인식하고 있다.


■대 분기( 分岐)시대의 1막 1장...불확실성 앞의 우리 전략은?

우리 나라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성의 영역에 있다. 우선 이 같은 ‘미·중 양극 분리의 시대’가 어느 정도 강도로 얼마나 지속될지가 불확실하다. 또 중국이 지금과 같은 호전적 대외정책을 지속할지, 미국은 얼마나 더 나아갈지 알 수 없다.

다만 극단적 양자택일의 순간을 강요받지만 않는다면 꼭 나쁜 상황이라고 보기만도 힘들다. 삼성전자가 차지해 온 반도체 시장에서의 우위는 길게 잡아도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이 가졌던 반도체 패권은 20~30년 사이에 일본을 거쳐 우리에게 왔다.

그래서 다음 시대에는 기술 따라잡기와 가격과 생산 규모의 우위에 따라 ‘언젠가 중국이 이 패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서방의 공급망이 중국을 배제하고 새롭게 짜진다면 이 같은 두려움은 기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블록에 서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보다 장기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축출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여튼 지금 급변하는 세계, 당장 ‘세계의 공장’ 중국에는 전력난이 찾아왔고, ‘자본주의 질서의 수호자’ 미국이 타국의 기업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지금, 우리는 미·중 분기 시대의 시작, 그 1막 1장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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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분리시대 1막1장…②냉전 모드로 회귀하는 미국
    • 입력 2021-10-06 07:00:37
    취재K

#1
영미와 호주사에 체결된 오커스AUKUS 안보 협정으로 호주와의 디젤 잠수함 12척 공급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 당한 프랑스는 주미 대사관에서 대사를 본국으로 철수시켰다. 70조 원이 넘는 초대형 계약을 강탈한 게 됐으니, 프랑스의 뒷통수가 얼얼할 만도 하다. 우방 사이에 전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이 분명 ‘무리’를 한 것인데,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그럴만한 상황이란 것이다.


#2
삼성전자에 대한 지난달 백악관의 두 번째 호출도 그랬다. 불러서 삼성전자에 ‘반협박’을 했다. 지난 3년 매출과 주문량, 출하대비 주문비율 정보를 달라고 했다. 재고 현황도 달라고 했고, 제품별 3대 고객 리스트도, 공정기술과 생산 장비 유형,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과 증설 판단 때 무엇을 고려하는지, 수요가 초과되면 누구부터 물량을 주는지까지 알려달라고 했다. 답안 제출은 45일 내에 하라고 했다.

자본주의 세계 수장이라 할 국가가 자국 기업도 아닌 외국 기업에 ‘너의 모든 정보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관보로 알렸으니 ‘구두 협박’도 ‘은밀한 요청’도 아니다) 아마도 삼성전자 경영진은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프리퀄
그러자 다시 소환되는 게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호출’이다. 삼성과 TSMC 등을 불러모은 바이든은 ‘반도체는 산업의 인프라’라며 한 손에 반도체 기판, 웨이퍼를 손에 쥐고 흔들어 보였다. 시장에 대한 개입이고, 전례 없는 일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으니 그럴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는 당장 급한 ‘차량용 반도체 사태’ 진화나, 미국에 제조공장을 지으라는 요청 수준의 목적에 그쳤다. 당시 바이든이 쥐고 흔든 웨이퍼도 직경 200mm짜리였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는 어지간하면 300mm 웨이퍼에서 생산한다. 200mm는 구형 공정 저부가가치 반도체에나 쓰거나, 사용하지 않는다. 기판 직경은 50% 커진 것에 불과하지만, 생산 가능 칩은 두 배 이상 늘기 때문이다.)

■‘자유’보다 ‘질서’를 앞에 내세우는 미국의 세계전략 재구축이 시작됐다

4월 ‘미국이 다급한가 보다’ 수준에서 상황을 바라보던 세계의 시선은 이번 9월 요구를 보고 급변하기 시작했다. 그 어떤 측면에서도 시장적이지 않은 이번 요구에서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던’ 냉전 시기 대결 구도를 엿보고 있다.

미국 변화의 원인① 더딘 글로벌 공급망 회복의 원인 파악과 대응

최근 ‘일시적 인플레이션’은 감내하겠다며 테이퍼링과 금리 정상화 시기를 늦춰오던 미 연준 파월 의장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지속 될 수 있겠단 것이다. 상황이 예상과 달리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이 예상과 달리 지속 되는 인플레이션은 그동안 기대하던 ‘수요와 생산 증가’에 의한 전통적 인플레이션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코로나로 인한 셧다운 이후 경제 재가동에 따라 원자재 가격과 반도체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상황이 지속됐는데 이 ‘일시적 병목현상’이 풀리지 않고 있다. 원자재는 물론 반도체 공급도 원활치 않다. 이 때문에 일자리 상황 개선도, 경기 정상화도 원했던 만큼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하는 판단에 이르렀다. 혹시 글로벌 기업들이 ‘일부러 생산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의심도 생겨났다. 그리고 이를 교정하기 위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미국변화의 원인② 글로벌 공급망 분리를 위한 큰 그림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단계적 전략일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얼마나 많은 제품을 제공하고 있고, 그 수준은 어느 정도며, 또 이들보다 우선해서 제품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지를 노골적으로 살피기 시작했단 얘기다.

미국은 시장을 중시하고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존중한다는 가치도 퇴색되고 있다. ‘미중 대결’ 앞에선 모두 우선순위를 잃고 있다. 우선은 이 거대한 분기점(分岐點)을 앞둔만큼 ‘근본적으로 국익을 수호할 수 있는 질서’를 먼저 가져와야 한다. 때에 따라선 ‘자유’를 후순위로 둔다는 의미다.

냉전기 소련을 적으로 둔 미국이 그랬다. 스파이전과 대리전, 타국의 주권 침해를 불사하며 벌이던 작전이 21세기의 문법으로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권위주의적 조치들이 소환된다. 미국의 세계전략 재구축이 본격화된 것이다.

■ '비시장적 결정의 시대'가 오다

그동안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은 중국을 바라봤다.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제품을 더 빨리 만들어주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도움으로 글로벌 공급혁신은 가속화되었고 그 과실을 세계가 함께 누린 것도 사실이다. 시장이 세계를 '평평하게' 만든다는 믿음도 그만큼 팽배했다.

그러나 이제 미·중 분리 시대가 도래했고 ‘시장 기능’에 의지해 공급망 차질을 해결할 수 없게 됐다.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이 반도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생산해주길’ 바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글로벌 협업 시대는 돌아오지 않는다.

미국이 싼 중국 생필품을 사는 대신, 중국은 고부가가치 미국 첨단 제품을 사주던 관행도 사라져가고 있다. 중국은 최근 중국 항공사들이 미국 항공기를 사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 상무부는 반발하지만 중국의 조치가 유별난 조치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비시장적인 질서의 시대가 더 넓고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두 파열음... 中 호전적 늑대전사 외교 vs 美 세계 질서 전략 재구축

살펴본 대로 미·중 분리시대의 시작은 양국에 크고 작은 파열음을 안기고 있다. 자유시장을 대하는 시선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중국은 애초에 체제 안정과 공산당 집권 연장을 위해 그 길을 걸어왔다. 주변국들에 호전적인 늑대전사 외교를 펼쳐왔다. 미·중 분리시대를 맞아 그 전략이 내는 파열음이 ‘호주와의 분쟁’이며 ‘전력난’이다. 질서는 서구적 자유 민주주의 가치에 앞선다.

미국도 이 질서의 시대에 들어서는 듯하다. AUKUS 체결은 그 안보 차원의 한 단면이고, 삼성전자를 향한 으름장은 경제적 한 단면이다. 전통적 동맹, 전통적 시장 가치에 선행하는 질서를 인식하고 있다.


■대 분기( 分岐)시대의 1막 1장...불확실성 앞의 우리 전략은?

우리 나라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성의 영역에 있다. 우선 이 같은 ‘미·중 양극 분리의 시대’가 어느 정도 강도로 얼마나 지속될지가 불확실하다. 또 중국이 지금과 같은 호전적 대외정책을 지속할지, 미국은 얼마나 더 나아갈지 알 수 없다.

다만 극단적 양자택일의 순간을 강요받지만 않는다면 꼭 나쁜 상황이라고 보기만도 힘들다. 삼성전자가 차지해 온 반도체 시장에서의 우위는 길게 잡아도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이 가졌던 반도체 패권은 20~30년 사이에 일본을 거쳐 우리에게 왔다.

그래서 다음 시대에는 기술 따라잡기와 가격과 생산 규모의 우위에 따라 ‘언젠가 중국이 이 패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서방의 공급망이 중국을 배제하고 새롭게 짜진다면 이 같은 두려움은 기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블록에 서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보다 장기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축출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여튼 지금 급변하는 세계, 당장 ‘세계의 공장’ 중국에는 전력난이 찾아왔고, ‘자본주의 질서의 수호자’ 미국이 타국의 기업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지금, 우리는 미·중 분기 시대의 시작, 그 1막 1장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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