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이견 논란 속 ‘종전선언’ 거듭 강조…이유는?

입력 2021.10.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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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주 만에 다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외교부는 특히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이 종전선언에 대해 설명했고, 한미 두 나라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혀,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미 외교, 2주 만에 회동…"종전선언 소통"

한미 외교장관은 현지시간 어제(5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습니다. OECD 각료이사회 참석을 계기로 약식 회담을 가진 것인데, 지난달 22일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가진 지 2주 만입니다.

외교부는 회담 뒤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 등을 논의했다"며, 특히 "정 장관은 대북 관여를 위한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로서 종전선언에 대해 설명했고, 앞으로 계속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장관이 앞서 블링컨 장관을 만난 지난달 22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밝힌 다음날이어서, 이 때도 관련 논의가 있었습니다. 당시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종전선언 후속 논의가 있었고 "미국 측은 우리 측의 설명을 경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가 2주 만에 다시 종전선언을 강조한 데에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그 사이 변화된 한반도 상황을 반영한 측면도 있겠지만, 임기가 길게 남지 않은 현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됩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정의용 장관이 최근 "대북제재 완화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뒤, 대북 정책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화 재개 먼저' vs '제재 완화 먼저'

최근 한미 외교 당국 간 만남에서 빠지지 않는 설명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남북, 특히 북미 간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데에서는 한미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사실, 대화 자체에 대해서는 북한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 기준'이 철회돼야 한다며, 대북제재,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이 먼저 이뤄져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미국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전제조건 없는 대화', 즉 대화 재개를 위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고 제재 완화 등 '관심사'는 대화를 재개하면 그 테이블 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화 재개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제재 완화가 먼저 라는 북한과 대화 재개가 먼저 라는 미국이 '끝없는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용 장관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와 미국 외교협회와의 대담 등에서 '제재 완화 필요성'을 잇따라 언급하자 제재 완화를 놓고 한미 간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국무부가 정 장관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은 유엔 등과 함께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VOA가 보도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종전선언이 '마중물' 될까?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외교부는 정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경우 논의할 수 있는 사안으로 제재 완화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어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양측 간에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외교부는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로서 종전선언에 대해 설명했고, 한미 양국이 앞으로 계속 이 문제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며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대화 재개가 먼저라는 미국과 제재 완화가 먼저라는 북한의 교착 상태를 꼽고 있습니다.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으로 대화를 이끌어내면, 만날 수 없는 북미 간 평행선에 접점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다만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지 않게 평가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자국법에 따른 대북 제재도 하고 있는데,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독자적인 제재에 대한 명분이 없어져 제재 완화 요구가 강해질 수 있다"며 "종전선언으로 대화를 이끌어 낸다는 방안에 대해 한미 간에 어느정도 의견 조율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자칫 다음 정부의 선택지를 좁힐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추진하기보다는 대북 정책의 성과를 정확하게 분석해 넘겨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가능성과는 별개로 "종전선언 논의가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이 더 고도화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종전선언 논의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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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정책 이견 논란 속 ‘종전선언’ 거듭 강조…이유는?
    • 입력 2021-10-06 17:29:55
    취재K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주 만에 다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외교부는 특히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이 종전선언에 대해 설명했고, 한미 두 나라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혀,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미 외교, 2주 만에 회동…"종전선언 소통"

한미 외교장관은 현지시간 어제(5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습니다. OECD 각료이사회 참석을 계기로 약식 회담을 가진 것인데, 지난달 22일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가진 지 2주 만입니다.

외교부는 회담 뒤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 등을 논의했다"며, 특히 "정 장관은 대북 관여를 위한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로서 종전선언에 대해 설명했고, 앞으로 계속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장관이 앞서 블링컨 장관을 만난 지난달 22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밝힌 다음날이어서, 이 때도 관련 논의가 있었습니다. 당시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종전선언 후속 논의가 있었고 "미국 측은 우리 측의 설명을 경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가 2주 만에 다시 종전선언을 강조한 데에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그 사이 변화된 한반도 상황을 반영한 측면도 있겠지만, 임기가 길게 남지 않은 현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됩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정의용 장관이 최근 "대북제재 완화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뒤, 대북 정책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화 재개 먼저' vs '제재 완화 먼저'

최근 한미 외교 당국 간 만남에서 빠지지 않는 설명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남북, 특히 북미 간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데에서는 한미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사실, 대화 자체에 대해서는 북한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 기준'이 철회돼야 한다며, 대북제재,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이 먼저 이뤄져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미국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전제조건 없는 대화', 즉 대화 재개를 위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고 제재 완화 등 '관심사'는 대화를 재개하면 그 테이블 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화 재개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제재 완화가 먼저 라는 북한과 대화 재개가 먼저 라는 미국이 '끝없는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용 장관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와 미국 외교협회와의 대담 등에서 '제재 완화 필요성'을 잇따라 언급하자 제재 완화를 놓고 한미 간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국무부가 정 장관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은 유엔 등과 함께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VOA가 보도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종전선언이 '마중물' 될까?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외교부는 정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경우 논의할 수 있는 사안으로 제재 완화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어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양측 간에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외교부는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로서 종전선언에 대해 설명했고, 한미 양국이 앞으로 계속 이 문제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며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대화 재개가 먼저라는 미국과 제재 완화가 먼저라는 북한의 교착 상태를 꼽고 있습니다.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으로 대화를 이끌어내면, 만날 수 없는 북미 간 평행선에 접점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다만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지 않게 평가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자국법에 따른 대북 제재도 하고 있는데,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독자적인 제재에 대한 명분이 없어져 제재 완화 요구가 강해질 수 있다"며 "종전선언으로 대화를 이끌어 낸다는 방안에 대해 한미 간에 어느정도 의견 조율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자칫 다음 정부의 선택지를 좁힐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추진하기보다는 대북 정책의 성과를 정확하게 분석해 넘겨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가능성과는 별개로 "종전선언 논의가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이 더 고도화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종전선언 논의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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