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지난 9월 미얀마에서 실제 일어난 일들

입력 2021.10.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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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5년간 철도 기관사로 일해온 윈 코 오(win ko oo). 쿠데타가 발생하자 철도 파업을 주도했다. 그의 부서원 319명 중에 285명이 파업에 동참했고, 이들 대부분이 직장에서 쫓겨났다. 철도 직원 사택에서도 쫓겨난 그는 시장에서 국수를 팔며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갔다.

지난 9월 9일, 갑자기 나타난 8명의 남성들이 윈 코 오를 납치한 뒤 잔인하게 폭행했다. 며칠뒤 가족들에게 인계된 그는 열흘 뒤인 19일 사망했다.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 조차 하지 못했다.

철도 기관사 윈 코 오가 집회 도중 발언하고 있다.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해고된 윈 코 오는 시장에서 국수를 팔면서 생계를 이어갔지만, 괴한들에게 끌려가 살해당했다. [사진 미얀마 나우]철도 기관사 윈 코 오가 집회 도중 발언하고 있다.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해고된 윈 코 오는 시장에서 국수를 팔면서 생계를 이어갔지만, 괴한들에게 끌려가 살해당했다. [사진 미얀마 나우]

2.

9월 28일. 친주(최근 가장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의 탄틀랑지역에 100여 명의 정부군이 진입했다. 이들은 민가를 향해 닥치는 대로 총격을 가했고, 지나가던 승합차에 탄 시민 6명이 총에 맞았다. 그중 평생 판사로 일해 온 '랄 투'(70)와 목수인 '람 쿵'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쿠데타 이후 군사정부의 탄압을 피해 지방으로 피신한 '랄 투' 전 판사는 마을의 지도자같은 존재였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두 사람은 다음날 탄틀랑의 기독교 공동묘지에 묻혔다.

지난 9월 18일 시민방위대(CDF)와 친주 민족해방군은 정부군을 공격해 정부군 3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군의 마을 공격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이후 8천여 명의 마을 주민들은 집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피신했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군경의 보복 총격으로 숨진 ‘랄 투’(70) 전 판사(우)와 목수인 람 쿵.  이들은 피난온 지역 주민들의 거주문제를 위한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오던 중 변을 당했다.군경의 보복 총격으로 숨진 ‘랄 투’(70) 전 판사(우)와 목수인 람 쿵. 이들은 피난온 지역 주민들의 거주문제를 위한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오던 중 변을 당했다.

3.

9월 25일, 양곤 산추앙 타운십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4명이 군인들에게 체포됐다. 이중 시위대를 치료해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 진 린(Zin Lin)과 간호사 킨 킨 교(Khin Khin Kywae))가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독립 매체인 '킷 팃 미디어(Khit Thit Media)'는 새벽 1시쯤 다리밑에서 벌이진 이 사건의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영상은 매우 참혹하다. 4명의 청년들이 끌려나와 폭행 당한 뒤 이들 중 몇 명에게 군인들이 총을 쏘는 장면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다음날인 26일, 역시 양곤에서 의사로 활동해 온 린 진 박사의 아내 역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체포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인권을 위한 미얀마 의사 연합'은 아내도 사망했다고 전했지만, 미얀마 군정의 조 민 툰 대변인은 아내가 '보안상의 이유'로 구금중이라고만 밝혔다. 진 린 부부에게는 7개월된 자녀가 있다.

체포 된 뒤 군의 총격으로 숨진 의사 진 린과 그의 부인.  부부는 양곤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부상당한 시위대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는 7개월된 자녀가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사진 미얀마 시민들의 sns 등]체포 된 뒤 군의 총격으로 숨진 의사 진 린과 그의 부인. 부부는 양곤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부상당한 시위대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는 7개월된 자녀가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사진 미얀마 시민들의 sns 등]

4.

지난 9월 18일, 카야주(역시 교전이 치열한 지역중 한 곳이다) 데모소 지역에서 붙잡힌 10대 시민방위군 2명이 포승줄에 묶여있다. 군인들은 이들의 세손가락을 묶어 조롱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공포에 잠긴 두 10대의 얼굴에 심하게 폭행당한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다. (사진 출처 Myanmar Doctors For Human Rights Network)

정부군에 붙잡힌 10대 시민방위대(PDF) 소년들이 포승줄에 묶여 있다. 군인들이 조롱하듯 이들의 세 손가락을 묶어놨다.정부군에 붙잡힌 10대 시민방위대(PDF) 소년들이 포승줄에 묶여 있다. 군인들이 조롱하듯 이들의 세 손가락을 묶어놨다.

5.

9월 25일, 군경이 수배중인 민주주의민족동맹(전 여당) 주요인사의 체포에 실패하자, 그의 부인과 어린 딸을 대신 잡아갔다. 딸 수 엣 웨잉(5)은 곧 풀려났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구금중이다. 톰 앤드류스 (Tom Andrews)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은 sns를 통해 즉각 수 엣 웨잉의 어머니를 풀어줄 것을 촉구했다.

어머니와 함께 붙잡혔다 풀려난 수 엣 웨잉(5)이 수배중인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출처 톰 앤드류스 유엔 특별보고관의 트위터]어머니와 함께 붙잡혔다 풀려난 수 엣 웨잉(5)이 수배중인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출처 톰 앤드류스 유엔 특별보고관의 트위터]

6.

미얀마에서는 지난 9월에만 99명이 숨졌다고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AAPP(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 통계에 따르면 10월 들어서도 지난 4일까지 모두 12명이 숨져 전체 사망자는 1,158명으로 늘었다.

여전히 7,079명이 구금되거나 구속돼 있다. 사가잉 교육대학에서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 '마 예 난다 소'도 9월 19일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에게 붙잡혀갔다. 가족들은 아직도 그녀가 어디에 수감됐는지 모른다. AAPP의 통계에 실종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사진 미얀마 대학생연합(ABFSU))

지난달 19일 군인들에게 의해 체포된 사가잉교육대 학생 ‘마 예 난다 소’.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지난달 19일 군인들에게 의해 체포된 사가잉교육대 학생 ‘마 예 난다 소’.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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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지난 9월 미얀마에서 실제 일어난 일들
    • 입력 2021-10-07 07:00:30
    특파원 리포트

1.

25년간 철도 기관사로 일해온 윈 코 오(win ko oo). 쿠데타가 발생하자 철도 파업을 주도했다. 그의 부서원 319명 중에 285명이 파업에 동참했고, 이들 대부분이 직장에서 쫓겨났다. 철도 직원 사택에서도 쫓겨난 그는 시장에서 국수를 팔며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갔다.

지난 9월 9일, 갑자기 나타난 8명의 남성들이 윈 코 오를 납치한 뒤 잔인하게 폭행했다. 며칠뒤 가족들에게 인계된 그는 열흘 뒤인 19일 사망했다.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 조차 하지 못했다.

철도 기관사 윈 코 오가 집회 도중 발언하고 있다.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해고된 윈 코 오는 시장에서 국수를 팔면서 생계를 이어갔지만, 괴한들에게 끌려가 살해당했다. [사진 미얀마 나우]
2.

9월 28일. 친주(최근 가장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의 탄틀랑지역에 100여 명의 정부군이 진입했다. 이들은 민가를 향해 닥치는 대로 총격을 가했고, 지나가던 승합차에 탄 시민 6명이 총에 맞았다. 그중 평생 판사로 일해 온 '랄 투'(70)와 목수인 '람 쿵'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쿠데타 이후 군사정부의 탄압을 피해 지방으로 피신한 '랄 투' 전 판사는 마을의 지도자같은 존재였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두 사람은 다음날 탄틀랑의 기독교 공동묘지에 묻혔다.

지난 9월 18일 시민방위대(CDF)와 친주 민족해방군은 정부군을 공격해 정부군 3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군의 마을 공격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이후 8천여 명의 마을 주민들은 집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피신했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군경의 보복 총격으로 숨진 ‘랄 투’(70) 전 판사(우)와 목수인 람 쿵.  이들은 피난온 지역 주민들의 거주문제를 위한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오던 중 변을 당했다.
3.

9월 25일, 양곤 산추앙 타운십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4명이 군인들에게 체포됐다. 이중 시위대를 치료해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 진 린(Zin Lin)과 간호사 킨 킨 교(Khin Khin Kywae))가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독립 매체인 '킷 팃 미디어(Khit Thit Media)'는 새벽 1시쯤 다리밑에서 벌이진 이 사건의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영상은 매우 참혹하다. 4명의 청년들이 끌려나와 폭행 당한 뒤 이들 중 몇 명에게 군인들이 총을 쏘는 장면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다음날인 26일, 역시 양곤에서 의사로 활동해 온 린 진 박사의 아내 역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체포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인권을 위한 미얀마 의사 연합'은 아내도 사망했다고 전했지만, 미얀마 군정의 조 민 툰 대변인은 아내가 '보안상의 이유'로 구금중이라고만 밝혔다. 진 린 부부에게는 7개월된 자녀가 있다.

체포 된 뒤 군의 총격으로 숨진 의사 진 린과 그의 부인.  부부는 양곤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부상당한 시위대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는 7개월된 자녀가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사진 미얀마 시민들의 sns 등]
4.

지난 9월 18일, 카야주(역시 교전이 치열한 지역중 한 곳이다) 데모소 지역에서 붙잡힌 10대 시민방위군 2명이 포승줄에 묶여있다. 군인들은 이들의 세손가락을 묶어 조롱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공포에 잠긴 두 10대의 얼굴에 심하게 폭행당한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다. (사진 출처 Myanmar Doctors For Human Rights Network)

정부군에 붙잡힌 10대 시민방위대(PDF) 소년들이 포승줄에 묶여 있다. 군인들이 조롱하듯 이들의 세 손가락을 묶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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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군경이 수배중인 민주주의민족동맹(전 여당) 주요인사의 체포에 실패하자, 그의 부인과 어린 딸을 대신 잡아갔다. 딸 수 엣 웨잉(5)은 곧 풀려났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구금중이다. 톰 앤드류스 (Tom Andrews)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은 sns를 통해 즉각 수 엣 웨잉의 어머니를 풀어줄 것을 촉구했다.

어머니와 함께 붙잡혔다 풀려난 수 엣 웨잉(5)이 수배중인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출처 톰 앤드류스 유엔 특별보고관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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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는 지난 9월에만 99명이 숨졌다고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AAPP(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 통계에 따르면 10월 들어서도 지난 4일까지 모두 12명이 숨져 전체 사망자는 1,158명으로 늘었다.

여전히 7,079명이 구금되거나 구속돼 있다. 사가잉 교육대학에서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 '마 예 난다 소'도 9월 19일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에게 붙잡혀갔다. 가족들은 아직도 그녀가 어디에 수감됐는지 모른다. AAPP의 통계에 실종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사진 미얀마 대학생연합(ABFSU))

지난달 19일 군인들에게 의해 체포된 사가잉교육대 학생 ‘마 예 난다 소’.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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