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건강식품 ‘쪽지처방’…리베이트 처벌 사각지대

입력 2021.10.07 (07:43) 수정 2021.10.0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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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사가 정식 처방전이 아닌 쪽지에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주는 것을 소위 '쪽지 처방'이라고 합니다.

의사가 업체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제품을 권해도 의약품과 달리 리베이트에 해당되지 않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9년째 약국을 운영하는 오인석 약사는 '쪽지 처방'을 받은 환자가 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합니다.

의사가 특정 건강기능식품을 권하며 제품명을 써주는 건데, 업체 직원이 우선 약국을 찾아옵니다.

[오인석/약사 : "(건강식품 업체가) 와서 '의사 선생님께서 이걸 처방하기로 하셨으니까 약국에 들여놓으시면 좋을 겁니다' 라고 얘기해주고..."]

쪽지를 받아온 환자는 똑같은 제품이 아니면 선뜻 사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인석/약사 : "동일한 성분, 혹은 더 좋은, 혹은 함량이 높은 걸 추천해드려도 환자분들께서는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먹으라고 했는데 이걸 먹어야지' 하면서 돌아가십니다."]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 약사 4명 중 1명 이상이 이같은 '쪽지 처방'을 경험했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발행 진료과는 안과, 내과, 피부과와 비뇨기과 순이었습니다.

[조동환/건강소비자연대 수석부대표 : "(의사가) 업체들의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심증이 가죠, 충분히. 건강기능식품도 성분으로 다 얘기할 수 있어요. 굳이 쪽지로 얘기를 안 해도."]

'쪽지 처방' 제품은 같은 성분의 다른 제품보다 1.5배 이상 비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문가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이용해 고가의 건강식품을 사실상 강매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원이/국회 보건복지위원 : "판매 대금의 절반 정도가 리베이트로 제공된다고 하거든요. 즉 리베이트 비용이 소비자에게 불법적으로 전가되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돈을 받고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도 현행 의료법으로는 리베이트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 유인행위를 이유로 올해 3월 건강식품 제조업체에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의사는 처벌을 피했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윤재구/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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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가 건강식품 ‘쪽지처방’…리베이트 처벌 사각지대
    • 입력 2021-10-07 07:43:17
    • 수정2021-10-07 07: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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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정식 처방전이 아닌 쪽지에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주는 것을 소위 '쪽지 처방'이라고 합니다.

의사가 업체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제품을 권해도 의약품과 달리 리베이트에 해당되지 않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9년째 약국을 운영하는 오인석 약사는 '쪽지 처방'을 받은 환자가 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합니다.

의사가 특정 건강기능식품을 권하며 제품명을 써주는 건데, 업체 직원이 우선 약국을 찾아옵니다.

[오인석/약사 : "(건강식품 업체가) 와서 '의사 선생님께서 이걸 처방하기로 하셨으니까 약국에 들여놓으시면 좋을 겁니다' 라고 얘기해주고..."]

쪽지를 받아온 환자는 똑같은 제품이 아니면 선뜻 사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인석/약사 : "동일한 성분, 혹은 더 좋은, 혹은 함량이 높은 걸 추천해드려도 환자분들께서는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먹으라고 했는데 이걸 먹어야지' 하면서 돌아가십니다."]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 약사 4명 중 1명 이상이 이같은 '쪽지 처방'을 경험했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발행 진료과는 안과, 내과, 피부과와 비뇨기과 순이었습니다.

[조동환/건강소비자연대 수석부대표 : "(의사가) 업체들의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심증이 가죠, 충분히. 건강기능식품도 성분으로 다 얘기할 수 있어요. 굳이 쪽지로 얘기를 안 해도."]

'쪽지 처방' 제품은 같은 성분의 다른 제품보다 1.5배 이상 비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문가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이용해 고가의 건강식품을 사실상 강매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원이/국회 보건복지위원 : "판매 대금의 절반 정도가 리베이트로 제공된다고 하거든요. 즉 리베이트 비용이 소비자에게 불법적으로 전가되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돈을 받고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도 현행 의료법으로는 리베이트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 유인행위를 이유로 올해 3월 건강식품 제조업체에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의사는 처벌을 피했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윤재구/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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