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정상회담을 향한 ‘삼단뛰기’…미중 정상 무엇을 논의할까?
입력 2021.10.07 (13:35)
수정 2021.10.0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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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시진핑 당시 중국 국가 부주석이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갈등 양상을 이어가는 미중 두나라가 화상 정상회담을 연내에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올해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첫 미중 양자 정상회담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스위스 취리에서 6시간 회담 끝에 내놓은 성과입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논의되고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 미중, 2차례 고위급 회담으로 삼단뛰기하듯 정상회담 합의
이번 미중 정상회담 합의는 ‘삼단뛰기’를 연상시킵니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2차례 고위급 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거친 설전이 오갔던 3월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 비해 이번 10월 고위급 회담은 비교적 큰 마찰 없이 진행됐습니다.
미 고위당국자는 회담 뒤 가진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 부 출범 뒤 중국과 가진 가장 건설적이고 심도 있는 회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10월 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나 고위급회담을 했다. 알래스카에서 양측 외교장관까지 포함한 2+2 형식의 1차 고위급 회담을 한지 7개월 만이다. (CCTV 캡처)
두차례 고위급 회담 사이, 지난 7월 중국 텐진에서 열린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대면 회담도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회담 상대와 형식을 놓고 의전 논란을 겪을 정도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당시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며 관심 의제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7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톈진에서 만나 회담했다. (사진=미 국무부)
특히 중국은 미국에 요구하는 개선 사항과 중점 관심사항을 두개의 리스트로 제시했습니다.
개선 사항에는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철폐, 중국 관리와 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공자학원과 기업에 대한 규제 중단,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송환 등이 담겼습니다. 또 중국 국민과 공관이 부당한 대우를 받다고 주장하며 중요 관심사항인 만큼 조속히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 멍완저우 석방으로 회담 전 주요 걸림돌 제거
그 사이 대 이란 제재 위반 혐의에 따라 미국의 요구로 캐나다에 억류돼있던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석방돼 귀국했습니다. 미중 관계의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됐다고 평가받았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 회담을 한지 보름만이었습니다. 중국이 어느 정도 체면을 갖출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9월 25일 화웨이 본사가 있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 도착한 뒤 환영 나온 시민들과 취재진 앞에서 두 팔을 벌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의 고위급 회담이 가시적 성과를 맺지 못한데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고, 미국 측이 양국 정상이 직접 머리를 맞대는 ‘톱다운’ 방식의 접근을 추진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화상회담이라는 형식 역시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면 외교를 꺼리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시 주석은 현지 시간 10월 30일 로마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회담에도 화상으로만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스위스 회담 뒤 중국 측이 내놓은 반응도 비교적 긍정적입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포괄적이고 솔직하며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미중관계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인 입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미중 관계를 ‘경쟁’으로 정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도 말했습니다.
■ 인권·신장·홍콩·타이완 입장 여전히 평행선
다만 이번에도 주요 현안에 대한 미중 양측의 입장은 엇갈렸습니다. 미국측 설리번 보좌관은 회담 후 성명에서 인권과 신장 위구르, 홍콩, 남중국해, 타이완 등에 대한 중국의 행동과 관련해 미국의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중국측 양제츠 정치국원은 미국 측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사 통신은 전했습니다.
신화사를 비롯한 중국 매체는 ‘미중 화상 정상회담’을 언급하는 대신 ‘중요한 사안에 대해 상시적인 대화와 소통을 유지하기로 했다’고만 전했지만, 이제 관심은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논의될지에 쏠립니다.
■ 미중 화상 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국제질서를 둘러싼 외교 안보 현안이 우선 순위로 꼽힙니다.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와의 안보협의체 ‘쿼드’를 정상협의체 수준으로 격상해 강화하고, 최근 영국, 호주와의 안보 동맹 ‘오커스’도 출범시키면서 중국에 대한 포위 압박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원하고 중국이 공군력을 동원해 타이완을 압박하면서 긴장 수위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현지 시간 10월 15일 공동 화상 회견을 갖고 새로운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를 발족한다고 발표했다. 오커스는 세 나라의 국가 이름을 딴 명칭이다.(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이 예상됩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을 유지하겠다는 미국과,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대외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중국의 입장이 충돌할 공산이 큽니다.
그 과정에서 신장 위구르 인권과 홍콩 민주주의, 타이완 문제 등에 대한 서로의 입장이 다시 한번 거론될 것입니다.
무역 분야 역시 주요 현안입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10월 4일 연설에서 고율 관세 유지와 1단계 무역 합의 준수 압박을 바탕으로 하는 대중 정책 기조를 밝혔습니다. 이같은 무역 갈등 상황을 양국 정상이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심입니다. 더불어 중국 측이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첨단 반도체 공급 규제 정책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10월 4일 발표한 무역 정책 기조는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대중 강경책을 고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사진=연합뉴스)
경제 분야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규제하고 미국 역시 자국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양국의 투자 관련 디커플링(decoupling: 국가와 국가, 또는 한 국가와 세계의 경기 등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탈동조화되는 현상) 흐름 역시 논의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미국의 ‘월스트리트 자본가’와 중국의 ‘홍색 자본가’가 유지하던 밀월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후 변화 문제는 미중 양측이 늘 함께 강조하는 사안입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탄소 중립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관심을 쏟고 있지만, 최근 전력난을 겪는 등 나름 진통을 치르고 있습니다.
■ ‘북핵’ 논의할지도 관심...대면 아닌 화상 정상회담인 점은 변수
한국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가 다뤄질지도 관심사입니다. 미국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역할을 놓고 두 정상이 논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을 대면이 아닌 화상회담으로 진행하는 점은 변수입니다. 미중 정상이 단 둘이 만나 속내를 털어놓거나 개인적 신뢰를 쌓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사전에 조율된 의제를 최종 결정권을 지닌 양국 정상이 서로 마주보며 책임있게 논의한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같은 화상 정상회담이 향후 남북 간, 한중 간에 활용될 가능성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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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양상을 이어가는 미중 두나라가 화상 정상회담을 연내에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올해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첫 미중 양자 정상회담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스위스 취리에서 6시간 회담 끝에 내놓은 성과입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논의되고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 미중, 2차례 고위급 회담으로 삼단뛰기하듯 정상회담 합의
이번 미중 정상회담 합의는 ‘삼단뛰기’를 연상시킵니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2차례 고위급 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거친 설전이 오갔던 3월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 비해 이번 10월 고위급 회담은 비교적 큰 마찰 없이 진행됐습니다.
미 고위당국자는 회담 뒤 가진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 부 출범 뒤 중국과 가진 가장 건설적이고 심도 있는 회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두차례 고위급 회담 사이, 지난 7월 중국 텐진에서 열린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대면 회담도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회담 상대와 형식을 놓고 의전 논란을 겪을 정도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당시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며 관심 의제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은 미국에 요구하는 개선 사항과 중점 관심사항을 두개의 리스트로 제시했습니다.
개선 사항에는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철폐, 중국 관리와 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공자학원과 기업에 대한 규제 중단,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송환 등이 담겼습니다. 또 중국 국민과 공관이 부당한 대우를 받다고 주장하며 중요 관심사항인 만큼 조속히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 멍완저우 석방으로 회담 전 주요 걸림돌 제거
그 사이 대 이란 제재 위반 혐의에 따라 미국의 요구로 캐나다에 억류돼있던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석방돼 귀국했습니다. 미중 관계의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됐다고 평가받았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 회담을 한지 보름만이었습니다. 중국이 어느 정도 체면을 갖출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동안의 고위급 회담이 가시적 성과를 맺지 못한데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고, 미국 측이 양국 정상이 직접 머리를 맞대는 ‘톱다운’ 방식의 접근을 추진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화상회담이라는 형식 역시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면 외교를 꺼리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시 주석은 현지 시간 10월 30일 로마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회담에도 화상으로만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스위스 회담 뒤 중국 측이 내놓은 반응도 비교적 긍정적입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포괄적이고 솔직하며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미중관계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인 입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미중 관계를 ‘경쟁’으로 정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도 말했습니다.
■ 인권·신장·홍콩·타이완 입장 여전히 평행선
다만 이번에도 주요 현안에 대한 미중 양측의 입장은 엇갈렸습니다. 미국측 설리번 보좌관은 회담 후 성명에서 인권과 신장 위구르, 홍콩, 남중국해, 타이완 등에 대한 중국의 행동과 관련해 미국의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중국측 양제츠 정치국원은 미국 측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사 통신은 전했습니다.
신화사를 비롯한 중국 매체는 ‘미중 화상 정상회담’을 언급하는 대신 ‘중요한 사안에 대해 상시적인 대화와 소통을 유지하기로 했다’고만 전했지만, 이제 관심은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논의될지에 쏠립니다.
■ 미중 화상 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국제질서를 둘러싼 외교 안보 현안이 우선 순위로 꼽힙니다.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와의 안보협의체 ‘쿼드’를 정상협의체 수준으로 격상해 강화하고, 최근 영국, 호주와의 안보 동맹 ‘오커스’도 출범시키면서 중국에 대한 포위 압박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원하고 중국이 공군력을 동원해 타이완을 압박하면서 긴장 수위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이 예상됩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을 유지하겠다는 미국과,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대외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중국의 입장이 충돌할 공산이 큽니다.
그 과정에서 신장 위구르 인권과 홍콩 민주주의, 타이완 문제 등에 대한 서로의 입장이 다시 한번 거론될 것입니다.
무역 분야 역시 주요 현안입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10월 4일 연설에서 고율 관세 유지와 1단계 무역 합의 준수 압박을 바탕으로 하는 대중 정책 기조를 밝혔습니다. 이같은 무역 갈등 상황을 양국 정상이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심입니다. 더불어 중국 측이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첨단 반도체 공급 규제 정책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 분야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규제하고 미국 역시 자국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양국의 투자 관련 디커플링(decoupling: 국가와 국가, 또는 한 국가와 세계의 경기 등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탈동조화되는 현상) 흐름 역시 논의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미국의 ‘월스트리트 자본가’와 중국의 ‘홍색 자본가’가 유지하던 밀월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후 변화 문제는 미중 양측이 늘 함께 강조하는 사안입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탄소 중립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관심을 쏟고 있지만, 최근 전력난을 겪는 등 나름 진통을 치르고 있습니다.
■ ‘북핵’ 논의할지도 관심...대면 아닌 화상 정상회담인 점은 변수
한국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가 다뤄질지도 관심사입니다. 미국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역할을 놓고 두 정상이 논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을 대면이 아닌 화상회담으로 진행하는 점은 변수입니다. 미중 정상이 단 둘이 만나 속내를 털어놓거나 개인적 신뢰를 쌓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사전에 조율된 의제를 최종 결정권을 지닌 양국 정상이 서로 마주보며 책임있게 논의한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같은 화상 정상회담이 향후 남북 간, 한중 간에 활용될 가능성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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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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