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1잔 값도 미래엔 부담?…일부 음식은 ‘사치품’ 된다는데

입력 2021.10.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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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곳곳에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들….

인류학, 음식, 기상 전문가들이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앞으로 구하기 힘들어질 음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데, 이 가운데 고기와 같은 육류와 커피, 초콜릿 등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BBC는 최근 '앞으로 사치품이 될 음식, 식재료'에 대해 심층 보도를 했는데, 역사적으로 커피와 초콜릿과 같은 음식은 한때 사치품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커피 콩이나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등은 매우 귀했는데 대량 재배가 이뤄지면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 됐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기온의 상승과 불규칙한 강우량은 향후 몇십 년 안에 현재 모습을 다시 '과거'로 되돌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고대 마야 문명이 전성기였던 무렵,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는 가치 있는 화폐였습니다. 이것을 스페인 상인들이 유럽으로 가져온 직후 카카오가 왕실의 인기 있는 식재료가 되었다는 것.

커피는 발전 역사와 기원에 대해서는 워낙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기원이 시작된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는 종교적 의식에 사용될 정도로 귀했고, 구하기도 어려웠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7세기에 들어오면서 서양 무역업자들이 이 '음료'(커피의 원조 격)를 자신의 나라로 가져가 커피점에서 선주와 브로커, 예술가들에게 대접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후 네덜란드인들이 커피 묘목을 재배하면서 커피 재배도 널리 확장됐다고 BBC는 설명했습니다.

'밥 먹은 뒤 커피 1잔'이 평범한 일상처럼 여겨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앞으로는 어떨까요?


BBC는 2015년 한 연구를 예로 들면서, 기후 변화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커피 재배지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기온 상승으로 2050년까지 라틴 아메리카에서 커피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지역이 80%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연구도 제시됐습니다.

'육식 애호가'들에겐 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에서는 저탄소, 친환경 추세에 맞춰 일상적인 육류 소비를 줄이고 식물성 식단을 채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사육 환경도 바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이전처럼 증가 추세를 이어간다면, 육류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토지의 면적이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BBC는 분석했습니다.

이 경우 육류 소비가 마치 '흡연'처럼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견해도 나왔는데, 이런 주장보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들이 향후 육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더 설득력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경우 육류의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스테이크 등 고기는 더 사치스러운 상품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환경론자들은 물론 이런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입니다.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의 14.5%를 농사에 활용되는 동물들이 차지하고, 소고기 생산에는 콩과 같은 작물보다 단백질 1g당 20배 더 많은 땅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굴과 고급 식재료로 유명한 랍스터는 어떻게 될까요?

19세기에 굴은 사회계층 중 가난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미식사 연구가 폴리 러셀은 "굴은 당시에 흔해서 가격이 저렴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스튜나 파이를 만들 때 부피를 더 크게 만드는 용도로 첨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초가 되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맛과 영양이 널리 알려지면서, 남획이 이뤄지기 시작했고 산업 폐기물 등으로 인한 바다 오염으로 영국에서 굴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 연구가인 러셀의 분석에 따르면, 점점 희소해질수록 굴의 위상이 올라서 특별한 식재료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값도 올랐습니다.

랍스터의 경우 18세기 미국 동부 해안에서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였는데, 비료나 수용된 죄수들의 음식으로 사용될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은 철도의 발전과 함께 차량 내 식당에서 랍스터를 제공하기로 했고 이를 맛본 사람들이 도시로 랍스터를 전파한 뒤, 고급 레스토랑 메뉴판에 랍스터가 등장하게 됐다는 것.

이런 관점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도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BBC가 소개한 한 연구에 따르면, 비싼 음식과 연관된 특정 장소에 가게 되면 그곳에서 전형적으로 먹고 마시는 음식에 대한 욕구가 올라가고 사람들도 기꺼이 더 많은 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 나온 한 연구 중에는 사람들은 바닷가보다는 '초밥 레스토랑'에서 초밥을 더 먹고 싶어 한다는 소비 성향 분석도 있습니다.

결국, 음식이나 식재료의 값을 결정하는 유통 비용도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비 상승의 압박을 받고 있고, 각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등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 차제가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살펴야 할 변화상들입니다.

이에 대해 한명숙 요리연구가는 "국내는 아직 '사치품화'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육류의 경우 이를 대체한 대체육(콩 등을 사용해 고기의 맛을 낸 제품, 혹은 비건 패티)의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이런 식의 식생활 변화는 가까운 시기에 현실화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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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 1잔 값도 미래엔 부담?…일부 음식은 ‘사치품’ 된다는데
    • 입력 2021-10-10 08:10:03
    취재K

지구 곳곳에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들….

인류학, 음식, 기상 전문가들이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앞으로 구하기 힘들어질 음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데, 이 가운데 고기와 같은 육류와 커피, 초콜릿 등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BBC는 최근 '앞으로 사치품이 될 음식, 식재료'에 대해 심층 보도를 했는데, 역사적으로 커피와 초콜릿과 같은 음식은 한때 사치품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커피 콩이나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등은 매우 귀했는데 대량 재배가 이뤄지면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 됐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기온의 상승과 불규칙한 강우량은 향후 몇십 년 안에 현재 모습을 다시 '과거'로 되돌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고대 마야 문명이 전성기였던 무렵,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는 가치 있는 화폐였습니다. 이것을 스페인 상인들이 유럽으로 가져온 직후 카카오가 왕실의 인기 있는 식재료가 되었다는 것.

커피는 발전 역사와 기원에 대해서는 워낙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기원이 시작된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는 종교적 의식에 사용될 정도로 귀했고, 구하기도 어려웠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7세기에 들어오면서 서양 무역업자들이 이 '음료'(커피의 원조 격)를 자신의 나라로 가져가 커피점에서 선주와 브로커, 예술가들에게 대접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후 네덜란드인들이 커피 묘목을 재배하면서 커피 재배도 널리 확장됐다고 BBC는 설명했습니다.

'밥 먹은 뒤 커피 1잔'이 평범한 일상처럼 여겨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앞으로는 어떨까요?


BBC는 2015년 한 연구를 예로 들면서, 기후 변화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커피 재배지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기온 상승으로 2050년까지 라틴 아메리카에서 커피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지역이 80%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연구도 제시됐습니다.

'육식 애호가'들에겐 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에서는 저탄소, 친환경 추세에 맞춰 일상적인 육류 소비를 줄이고 식물성 식단을 채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사육 환경도 바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이전처럼 증가 추세를 이어간다면, 육류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토지의 면적이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BBC는 분석했습니다.

이 경우 육류 소비가 마치 '흡연'처럼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견해도 나왔는데, 이런 주장보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들이 향후 육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더 설득력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경우 육류의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스테이크 등 고기는 더 사치스러운 상품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환경론자들은 물론 이런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입니다.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의 14.5%를 농사에 활용되는 동물들이 차지하고, 소고기 생산에는 콩과 같은 작물보다 단백질 1g당 20배 더 많은 땅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굴과 고급 식재료로 유명한 랍스터는 어떻게 될까요?

19세기에 굴은 사회계층 중 가난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미식사 연구가 폴리 러셀은 "굴은 당시에 흔해서 가격이 저렴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스튜나 파이를 만들 때 부피를 더 크게 만드는 용도로 첨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초가 되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맛과 영양이 널리 알려지면서, 남획이 이뤄지기 시작했고 산업 폐기물 등으로 인한 바다 오염으로 영국에서 굴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 연구가인 러셀의 분석에 따르면, 점점 희소해질수록 굴의 위상이 올라서 특별한 식재료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값도 올랐습니다.

랍스터의 경우 18세기 미국 동부 해안에서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였는데, 비료나 수용된 죄수들의 음식으로 사용될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은 철도의 발전과 함께 차량 내 식당에서 랍스터를 제공하기로 했고 이를 맛본 사람들이 도시로 랍스터를 전파한 뒤, 고급 레스토랑 메뉴판에 랍스터가 등장하게 됐다는 것.

이런 관점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도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BBC가 소개한 한 연구에 따르면, 비싼 음식과 연관된 특정 장소에 가게 되면 그곳에서 전형적으로 먹고 마시는 음식에 대한 욕구가 올라가고 사람들도 기꺼이 더 많은 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 나온 한 연구 중에는 사람들은 바닷가보다는 '초밥 레스토랑'에서 초밥을 더 먹고 싶어 한다는 소비 성향 분석도 있습니다.

결국, 음식이나 식재료의 값을 결정하는 유통 비용도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비 상승의 압박을 받고 있고, 각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등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 차제가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살펴야 할 변화상들입니다.

이에 대해 한명숙 요리연구가는 "국내는 아직 '사치품화'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육류의 경우 이를 대체한 대체육(콩 등을 사용해 고기의 맛을 낸 제품, 혹은 비건 패티)의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이런 식의 식생활 변화는 가까운 시기에 현실화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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