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에 생태계 교란종 ‘브라운송어’ 서식…“대책 서둘러야”

입력 2021.10.1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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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배스’, ‘블루길’이라는 이름은 이제 익숙하실 겁니다. 국내 민물 어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래어종이라는 이유로 환경부의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된 종들입니다. 올해 8월 말, ‘생태계교란생물’ 1종이 더 추가됐습니다. ‘브라운송어’인데요.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100대 악성 침입 외래어종’이기도 합니다. 소양댐 하류에서 서식이 확인됐는데, 마땅한 개체수 조절 대책은 없다는 게 문젭니다.

소양강에서 발견된 브라운 송어소양강에서 발견된 브라운 송어

소양강댐 하류에서 발견된 브라운송어. 몸길이 50cm가 넘는 성체로 추정된다.소양강댐 하류에서 발견된 브라운송어. 몸길이 50cm가 넘는 성체로 추정된다.


■외래종 ‘브라운송어’ 소양강댐 하류서 출몰…최대 1m까지 성장
발목 정도 되는 깊이의 물가에서 큼직한 물고기가 헤엄치다 강 바닥 돌무더기에서 팔딱거립니다.

머리가 어른 손바닥만 하고, 몸 길이만 어림잡아도 50cm가 넘습니다. 몸통에는 검고 빨간 점 수십 개가 있고, 전체적으론 누런색 빛을 띠고 있습니다.

이 물고기의 이름은 ‘브라운 송어’입니다.

원래 유럽이나 북미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몸길이가 최대 1m까지 자라기도 합니다.

찬 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어종’으로 30cm가 넘게 자라면 육식을 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소양댐 하류에선 지난해부터 브라운송어가 출몰한다는 목격담이 잇따랐습니다.

원래 블루길이나 배스같은 외래종을 주로 낚는 낚시꾼들에게는 ‘성지’같은 곳인데, 새로운 어종이 출현한 겁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브라운 송어를 낚았다거나, 브라운송어를 낚기 위해 출조를 나간 과정을 담아 올리는 유튜버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브라운송어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양댐 하류. 연중 섭씨 15도 내외의 찬 물이 흐른다.브라운송어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양댐 하류. 연중 섭씨 15도 내외의 찬 물이 흐른다.

■전국서 춘천에서만 서식…“토종 어류 생태계에 악영향 우려”
지난해 환경부가 벌인 외래생물 연구조사에 따르면, 현재 브라운송어는 전국에서 춘천에서만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소양강댐 바로 아래 지점을 시작으로 하류 6km지점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습니다.

이 구간에선 댐을 거쳐 나온 섭씨 15도 가량 되는 찬물이 일 년 내내 흐르기 때문에, 소양댐 주변이 브라운송어에겐 최적의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브라운송어가 어떻게 내륙 깊숙한 곳까지 유입됐는지 정확한 유입 경로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브라운 송어는 우리나라 하천에 천적이 없습니다.

브라운송어가 집중적으로 서식하는 장소는 2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가시고기나 열목어의 서식지와도 일부 겹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성체가 돼도 몸길이가 10cm 내외에 불과한 가시고기는 브라운송어의 먹잇감이 될 수 있고, 식성이 비슷한 열목어와는 먹이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 마디로 토종 생태계가 교란에 빠지거나 잠식당할 우려가 있는 겁니다.

브라운송어와 서식지가 겹치는 멸종위기종 가시고기.브라운송어와 서식지가 겹치는 멸종위기종 가시고기.

■‘생태계교란종’ 지정은 됐지만…후속 대책은 아직
환경부는 올해 8월 31일 브라운송어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했습니다.

토종 생태계 파괴가 우려돼 개체수 조절 및 제거,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브라운송어는 배스나 블루길처럼 연구나 교육, 식용 등 목적에 한해 각 지방 환경청 허가를 받아야만 사육, 재배, 유통 등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개체수 조절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와있는 게 없습니다.

원래 배스나 블루길같은 생태계 교란어종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돈을 주고 사들이는 ‘수매’를 하는데, 브라운송어에 대해선 아직 수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장완 춘천시 환경정책과장은 “생태계 교란어종의 경우 수매사업 이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수매 어종은 해양수산부에서 정하는데, 브라운송어는 아직 수매 어종으로는 지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련 부서와 협의해서 수매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확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최재석 강원대학교 어류연구센터장은 “브라운송어가 어디까지 어떻게 분포하고 있느냐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소양댐 하류, 춘천댐 하류를 포함해 북한강 상류 전체에 대해 정밀 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사가 먼저 선행돼야만 개체수 조절 방식도 효과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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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양강에 생태계 교란종 ‘브라운송어’ 서식…“대책 서둘러야”
    • 입력 2021-10-10 13:13:21
    취재K
‘배스’, ‘블루길’이라는 이름은 이제 익숙하실 겁니다. 국내 민물 어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래어종이라는 이유로 환경부의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된 종들입니다. 올해 8월 말, ‘생태계교란생물’ 1종이 더 추가됐습니다. ‘브라운송어’인데요.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100대 악성 침입 외래어종’이기도 합니다. 소양댐 하류에서 서식이 확인됐는데, 마땅한 개체수 조절 대책은 없다는 게 문젭니다.
소양강에서 발견된 브라운 송어
소양강댐 하류에서 발견된 브라운송어. 몸길이 50cm가 넘는 성체로 추정된다.

■외래종 ‘브라운송어’ 소양강댐 하류서 출몰…최대 1m까지 성장
발목 정도 되는 깊이의 물가에서 큼직한 물고기가 헤엄치다 강 바닥 돌무더기에서 팔딱거립니다.

머리가 어른 손바닥만 하고, 몸 길이만 어림잡아도 50cm가 넘습니다. 몸통에는 검고 빨간 점 수십 개가 있고, 전체적으론 누런색 빛을 띠고 있습니다.

이 물고기의 이름은 ‘브라운 송어’입니다.

원래 유럽이나 북미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몸길이가 최대 1m까지 자라기도 합니다.

찬 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어종’으로 30cm가 넘게 자라면 육식을 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소양댐 하류에선 지난해부터 브라운송어가 출몰한다는 목격담이 잇따랐습니다.

원래 블루길이나 배스같은 외래종을 주로 낚는 낚시꾼들에게는 ‘성지’같은 곳인데, 새로운 어종이 출현한 겁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브라운 송어를 낚았다거나, 브라운송어를 낚기 위해 출조를 나간 과정을 담아 올리는 유튜버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브라운송어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양댐 하류. 연중 섭씨 15도 내외의 찬 물이 흐른다.
■전국서 춘천에서만 서식…“토종 어류 생태계에 악영향 우려”
지난해 환경부가 벌인 외래생물 연구조사에 따르면, 현재 브라운송어는 전국에서 춘천에서만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소양강댐 바로 아래 지점을 시작으로 하류 6km지점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습니다.

이 구간에선 댐을 거쳐 나온 섭씨 15도 가량 되는 찬물이 일 년 내내 흐르기 때문에, 소양댐 주변이 브라운송어에겐 최적의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브라운송어가 어떻게 내륙 깊숙한 곳까지 유입됐는지 정확한 유입 경로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브라운 송어는 우리나라 하천에 천적이 없습니다.

브라운송어가 집중적으로 서식하는 장소는 2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가시고기나 열목어의 서식지와도 일부 겹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성체가 돼도 몸길이가 10cm 내외에 불과한 가시고기는 브라운송어의 먹잇감이 될 수 있고, 식성이 비슷한 열목어와는 먹이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 마디로 토종 생태계가 교란에 빠지거나 잠식당할 우려가 있는 겁니다.

브라운송어와 서식지가 겹치는 멸종위기종 가시고기.
■‘생태계교란종’ 지정은 됐지만…후속 대책은 아직
환경부는 올해 8월 31일 브라운송어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했습니다.

토종 생태계 파괴가 우려돼 개체수 조절 및 제거,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브라운송어는 배스나 블루길처럼 연구나 교육, 식용 등 목적에 한해 각 지방 환경청 허가를 받아야만 사육, 재배, 유통 등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개체수 조절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와있는 게 없습니다.

원래 배스나 블루길같은 생태계 교란어종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돈을 주고 사들이는 ‘수매’를 하는데, 브라운송어에 대해선 아직 수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장완 춘천시 환경정책과장은 “생태계 교란어종의 경우 수매사업 이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수매 어종은 해양수산부에서 정하는데, 브라운송어는 아직 수매 어종으로는 지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련 부서와 협의해서 수매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확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최재석 강원대학교 어류연구센터장은 “브라운송어가 어디까지 어떻게 분포하고 있느냐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소양댐 하류, 춘천댐 하류를 포함해 북한강 상류 전체에 대해 정밀 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사가 먼저 선행돼야만 개체수 조절 방식도 효과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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