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프랑스 전문가의 후쿠시마 오염수를 보는 두가지 시선

입력 2021.10.1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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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바다에 방출 가능한가


시작은 삼중수소...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려고 하는 일본 정부가 “삼중수소는 한국과 중국, 특히 프랑스의 원전에서 훨씬 더 많은 양을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주장은 사실이다.

문제는 일본이 방출하려는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보다 더 우려할 만한 다른 핵종 물질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증이 부족했다.

삼중수소가 마치 오염수 위험성의 대표 물질인 것처럼 된 것은, 단지 삼중수소가 현존하는 필터로는 걸러지지 않은 물질이기 때문이었을 뿐이다. 원래부터 삼중수소만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제기한 프랑스의 삼중수소 배출 문제를 취재하다가 두 전문가를 만났다.
이들은 일본의 오염수 배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KBS 취재진을 만나 설명하는 다비드 부예(David Boilley) ACRO 회장KBS 취재진을 만나 설명하는 다비드 부예(David Boilley) ACRO 회장

■ 다비드 부예(David Boilley) : 프랑스 원전 감시 시민단체 ACRO 회장

체르노빌 사태가 벌어진 뒤 1986년에 설립돼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원전 감시 환경단체 중 하나인 프랑스의 ACRO.
이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다비드 부예 박사는 일본이 삼중수소의 배출량만으로 안전성을 확보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스트론튬 90, 세슘 137, 요오드, 플루토늄 등 더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양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나 도쿄전략의 발표가 여러 번 부정된 전례로 볼 때 국제사회가 신뢰할 만한 정확한 정보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 해양환경 오염 문제..."IAEA 조사 큰 의미 없다."

부예 회장은 특히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인 IAEA를 유일한 파트너인 것처럼 앞세우고 오염수 방출에 앞서 이들의 조사를 받겠다고 얘기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부예 회장은 “IAEA는 기본적으로 원자력을 사용하자는 기관으로 비판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방사능의 안전성과 환경오염 연구하는 국제 전문가들은 IAEA를 독립적인 감독기구로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 예로 IAEA는 국제사회가 후쿠시마의 위험 등급을 7단계라고 얘기할 때도 IAEA는 일본이 발표한 5단계 위험을 지지한 바 있다고 했다. 이는 나중에 7단계로 판정됐다.
과학저널 네이처 역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IAEA의 보고서는 “느리고 때로는 혼란스럽다.”는 표현으로 비판한 바 있다.

부예 회장은 다른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결국 일본의 오염수는 해양에 방출하는 길 밖에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진이나 해일 피해가 잦은 일본에서 수많은 방사성 물질을 저장고에 넣어두는 건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투명한 방법으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하지 못하는 게 아쉽고 불안한 점이라고 했다.

KBS 취재진과 화상인터뷰 중인 오딜 델푸 사마마(Odile DELFOUR SAMAMA) 교수KBS 취재진과 화상인터뷰 중인 오딜 델푸 사마마(Odile DELFOUR SAMAMA) 교수

■ 오딜 델푸 사마마(Odile Delfour Samama) : 낭트대학 국제해양환경법 교수

오딜 교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배출이 국제법을 위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3가지 협약을 근거로 제시했다. 1972년 런던 폐기물 방지 협약과 1996년 런던 의정서, 1982년 체결된 유엔해양법협약이 그것이다. 일본은 이 협약에 모두 가입한 국가다.

유엔 해양법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해양 환경을 보호하고 보존할 의무가 있다. 오딜 교수는 일례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최근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한 중국의 행위에 대해 유엔협약 192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는데 일본의 오염수 방출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유엔해양법협약에 가입한 일본은 해양환경보호 의무 뿐만 아니라 절차상 의무가 있으며 방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영양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이웃 국가에 그런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도 했다.

이 의무는 협약에 명시된 것일 뿐 아니라 국제 관습법에도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오딜 교수는 강조했다. 2001년 영국과 핵물질 재처리 공장을 만들면서 아일랜드가 잠정중단 조치를 요구하자 유엔해양법재판소가 정보 제공을 포함한 양국 간의 협력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다고 알려줬다.

오딜 교수 역시 IAEA의 조사 또는 한국의 전문가가 조사단에 참가하는 건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조치이긴 하나 여전히 IAEA는 과학적인 자문을 해주는 기관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오염수 방출은 해당 국가가 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제협약과 관습법에 따라 주변국과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IAEA의 조사나 한국 전문가의 참여, 투명한 정보공개 등은 한 가지만 이뤄져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수행돼야만 유엔 해양법협약을 지키는 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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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프랑스 전문가의 후쿠시마 오염수를 보는 두가지 시선
    • 입력 2021-10-10 13:14:58
    특파원 리포트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바다에 방출 가능한가


시작은 삼중수소...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려고 하는 일본 정부가 “삼중수소는 한국과 중국, 특히 프랑스의 원전에서 훨씬 더 많은 양을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주장은 사실이다.

문제는 일본이 방출하려는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보다 더 우려할 만한 다른 핵종 물질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증이 부족했다.

삼중수소가 마치 오염수 위험성의 대표 물질인 것처럼 된 것은, 단지 삼중수소가 현존하는 필터로는 걸러지지 않은 물질이기 때문이었을 뿐이다. 원래부터 삼중수소만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제기한 프랑스의 삼중수소 배출 문제를 취재하다가 두 전문가를 만났다.
이들은 일본의 오염수 배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KBS 취재진을 만나 설명하는 다비드 부예(David Boilley) ACRO 회장
■ 다비드 부예(David Boilley) : 프랑스 원전 감시 시민단체 ACRO 회장

체르노빌 사태가 벌어진 뒤 1986년에 설립돼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원전 감시 환경단체 중 하나인 프랑스의 ACRO.
이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다비드 부예 박사는 일본이 삼중수소의 배출량만으로 안전성을 확보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스트론튬 90, 세슘 137, 요오드, 플루토늄 등 더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양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나 도쿄전략의 발표가 여러 번 부정된 전례로 볼 때 국제사회가 신뢰할 만한 정확한 정보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 해양환경 오염 문제..."IAEA 조사 큰 의미 없다."

부예 회장은 특히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인 IAEA를 유일한 파트너인 것처럼 앞세우고 오염수 방출에 앞서 이들의 조사를 받겠다고 얘기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부예 회장은 “IAEA는 기본적으로 원자력을 사용하자는 기관으로 비판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방사능의 안전성과 환경오염 연구하는 국제 전문가들은 IAEA를 독립적인 감독기구로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 예로 IAEA는 국제사회가 후쿠시마의 위험 등급을 7단계라고 얘기할 때도 IAEA는 일본이 발표한 5단계 위험을 지지한 바 있다고 했다. 이는 나중에 7단계로 판정됐다.
과학저널 네이처 역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IAEA의 보고서는 “느리고 때로는 혼란스럽다.”는 표현으로 비판한 바 있다.

부예 회장은 다른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결국 일본의 오염수는 해양에 방출하는 길 밖에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진이나 해일 피해가 잦은 일본에서 수많은 방사성 물질을 저장고에 넣어두는 건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투명한 방법으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하지 못하는 게 아쉽고 불안한 점이라고 했다.

KBS 취재진과 화상인터뷰 중인 오딜 델푸 사마마(Odile DELFOUR SAMAMA) 교수
■ 오딜 델푸 사마마(Odile Delfour Samama) : 낭트대학 국제해양환경법 교수

오딜 교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배출이 국제법을 위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3가지 협약을 근거로 제시했다. 1972년 런던 폐기물 방지 협약과 1996년 런던 의정서, 1982년 체결된 유엔해양법협약이 그것이다. 일본은 이 협약에 모두 가입한 국가다.

유엔 해양법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해양 환경을 보호하고 보존할 의무가 있다. 오딜 교수는 일례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최근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한 중국의 행위에 대해 유엔협약 192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는데 일본의 오염수 방출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유엔해양법협약에 가입한 일본은 해양환경보호 의무 뿐만 아니라 절차상 의무가 있으며 방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영양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이웃 국가에 그런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도 했다.

이 의무는 협약에 명시된 것일 뿐 아니라 국제 관습법에도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오딜 교수는 강조했다. 2001년 영국과 핵물질 재처리 공장을 만들면서 아일랜드가 잠정중단 조치를 요구하자 유엔해양법재판소가 정보 제공을 포함한 양국 간의 협력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다고 알려줬다.

오딜 교수 역시 IAEA의 조사 또는 한국의 전문가가 조사단에 참가하는 건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조치이긴 하나 여전히 IAEA는 과학적인 자문을 해주는 기관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오염수 방출은 해당 국가가 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제협약과 관습법에 따라 주변국과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IAEA의 조사나 한국 전문가의 참여, 투명한 정보공개 등은 한 가지만 이뤄져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수행돼야만 유엔 해양법협약을 지키는 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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