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석탄발전소 퇴출 위해 한국 기업에 주주행동”…세계 최대 투자모임의 경고

입력 2021.10.11 (00:01) 수정 2021.10.1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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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기후행동 100+' 한국 탄중위에 서한…"명확한 계획·신규 석탄발전소 해결"
탄소배출 국내 10대 기업에 주주 행동 시작…삼성전자·LG화학 포함 예정

‘기후행동 100+’가 탄소중립위원회에 보낸 공개 서한‘기후행동 100+’가 탄소중립위원회에 보낸 공개 서한

10월 7일,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보낸 곳은 ' 기후행동 100+(Climate Action 100+)'라는 세계 최대 투자기관 모임입니다. 세계 투자기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만든 일종의 협의체입니다.

단체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이곳에 속한 투자기관의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전 세계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615개 투자기관이 가입해 있습니다. 이들이 굴리는 자금만 55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경 5천조 원에 이릅니다.

주요 참여 기관을 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등이 있습니다. 참고로 블랙록은 국내 3대 금융지주인 KB·하나·신한 금융지주에서 국민연금에 이어 2대 주주이고, APG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10조 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계 최대 투자기관 모임에서 우리나라 탄소중립위원회에 공식 서한을 보낸 겁니다.


■탄소감축 세부 일정·민간 석탄발전소 폐기 요구

편지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615개 투자 기관 가운데 23개 기관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외에도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노르디아 자산운용(Nordea Asset Management), 일본 최대 신탁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 금융그룹의 미쓰이스미토모 자산운용 등도 포함됐습니다. 23개 투자기관의 자산 운용 규모는 6조 7천억 달러, 한화로 7,993조 원입니다.

주요 내용을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탄소(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라는 것. 두 번째는 민간 석탄발전소 퇴출 문제를 논의해 달라는 겁니다.

‘기후행동 100+’ 서한의 주요 내용‘기후행동 100+’ 서한의 주요 내용

'기후행동 100+'는 명확한 탄소 감축 계획은 국제 규범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말한 국제 규범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IEA Net Zero 2050)'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선진국의 경우 2030년까지 석탄 발전 퇴출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행동 100+'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있던 석탄발전소를 없애는 마당에 한국은 새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행동 100+'는 새 석탄발전소 건설은 탄소 감축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고, 어차피 경제적 관점에서도 신규 석탄발전소가 경제성이 떨어져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런 문제를 탄중위가 하루 빨리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에서 민간 기업이 짓는 신규 석탄발전소는 7곳입니다. 그 중 한 곳인 신서천화력발전소는 최근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 발전소들이 모두 가동을 하면 한 해에 3,850만 톤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한국 상황 급박…한국 대표기업에 주주행동 시작"

600개 기관이 모여있는 곳에서 공동 서한을 보내는 건 이례적입니다. '기후행동 100+'에 있는 기관들도 이제까지 개별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접촉해왔습니다.

이번 공동 서한 작성을 주도한 박유경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이사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탄소 감축 선언만 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지적합니다. 박유경 이사는 오늘(11일) 청와대에도 참고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유경 /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총괄이사
"한국은 선진국이고 OECD 가입 국가인데, 기후위기 대응에 첫 걸음을 떼지도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이걸 해결하려고 서한을 보냈습니다."

"한국 관련해서 가장 상징적이고 첨예한 문제가 '민간 석탄발전소'입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박유경 이사는 '기후행동 100+' 차원에서 한국 대표 기업들을 상대로 주주로서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이사는 "삼성전자의 경우, 탄소 배출이 줄지 않았다."라면서 "탄소배출 관련 한국 대표기업 10곳을 추려 접촉을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올해 말부터 공세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탄소 감축과 관련한 주주 행동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대표기업 10곳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LG화학 등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기후행동 100+'은 설립 초기부터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상위 167개 기업을 뽑아 탄소 감축 계획을 물어보고 요구했습니다. 한국 기업으로는 한국전력, 포스코, SK이노베이션이 있습니다. APG 등은 탄소 감축이 더딘 한국전력의 주식을 지난해 말 모두 팔아치웠습니다.


■'2030년 석탄 발전 20%' 하겠다는 정부

서한이 도착한 다음 날(10월 8일), 탄소중립위원회는 새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했습니다.

국제사회 압박이 심해진 가운데 발표한 새 감축안에도 석탄발전은 20%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2030년 석탄발전 퇴출'이나 '기후행동 100+'가 원하는 신규 석탄발전소 논의 내용은 없었습니다.


탄중위는 '기후행동 100+' 서한을 받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탄중위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 법인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는 '기후행동 100+' 공식 서한은 큰 의미가 있고 한국기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망합니다.

윤세종 / 기후솔루션 변호사
"'기후행동 100+'는 협의체 이름으로 대외에 입장 표명을 잘 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공식 서한이 나왔다면, 자본 시장 흐름이 완전히 바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정하면 기업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탄소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를 받으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도 낮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서한은 끝이 아닙니다. '기후행동 100+'는 개별 접촉에서 공동 대응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협의체 관계자도 이번에 한국의 대응이 부족하다면 다음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국 경제가 세계 자본시장에서 경쟁력 유지하는데 탄소 감축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밝힌 공동 서한의 문구는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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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석탄발전소 퇴출 위해 한국 기업에 주주행동”…세계 최대 투자모임의 경고
    • 입력 2021-10-11 00:01:17
    • 수정2021-10-11 00:34:32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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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행동 100+’가 탄소중립위원회에 보낸 공개 서한
10월 7일,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보낸 곳은 ' 기후행동 100+(Climate Action 100+)'라는 세계 최대 투자기관 모임입니다. 세계 투자기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만든 일종의 협의체입니다.

단체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이곳에 속한 투자기관의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전 세계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615개 투자기관이 가입해 있습니다. 이들이 굴리는 자금만 55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경 5천조 원에 이릅니다.

주요 참여 기관을 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등이 있습니다. 참고로 블랙록은 국내 3대 금융지주인 KB·하나·신한 금융지주에서 국민연금에 이어 2대 주주이고, APG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10조 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계 최대 투자기관 모임에서 우리나라 탄소중립위원회에 공식 서한을 보낸 겁니다.


■탄소감축 세부 일정·민간 석탄발전소 폐기 요구

편지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615개 투자 기관 가운데 23개 기관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외에도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노르디아 자산운용(Nordea Asset Management), 일본 최대 신탁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 금융그룹의 미쓰이스미토모 자산운용 등도 포함됐습니다. 23개 투자기관의 자산 운용 규모는 6조 7천억 달러, 한화로 7,993조 원입니다.

주요 내용을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탄소(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라는 것. 두 번째는 민간 석탄발전소 퇴출 문제를 논의해 달라는 겁니다.

‘기후행동 100+’ 서한의 주요 내용
'기후행동 100+'는 명확한 탄소 감축 계획은 국제 규범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말한 국제 규범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IEA Net Zero 2050)'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선진국의 경우 2030년까지 석탄 발전 퇴출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행동 100+'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있던 석탄발전소를 없애는 마당에 한국은 새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행동 100+'는 새 석탄발전소 건설은 탄소 감축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고, 어차피 경제적 관점에서도 신규 석탄발전소가 경제성이 떨어져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런 문제를 탄중위가 하루 빨리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에서 민간 기업이 짓는 신규 석탄발전소는 7곳입니다. 그 중 한 곳인 신서천화력발전소는 최근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 발전소들이 모두 가동을 하면 한 해에 3,850만 톤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한국 상황 급박…한국 대표기업에 주주행동 시작"

600개 기관이 모여있는 곳에서 공동 서한을 보내는 건 이례적입니다. '기후행동 100+'에 있는 기관들도 이제까지 개별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접촉해왔습니다.

이번 공동 서한 작성을 주도한 박유경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이사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탄소 감축 선언만 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지적합니다. 박유경 이사는 오늘(11일) 청와대에도 참고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유경 /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총괄이사
"한국은 선진국이고 OECD 가입 국가인데, 기후위기 대응에 첫 걸음을 떼지도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이걸 해결하려고 서한을 보냈습니다."

"한국 관련해서 가장 상징적이고 첨예한 문제가 '민간 석탄발전소'입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박유경 이사는 '기후행동 100+' 차원에서 한국 대표 기업들을 상대로 주주로서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이사는 "삼성전자의 경우, 탄소 배출이 줄지 않았다."라면서 "탄소배출 관련 한국 대표기업 10곳을 추려 접촉을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올해 말부터 공세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탄소 감축과 관련한 주주 행동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대표기업 10곳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LG화학 등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기후행동 100+'은 설립 초기부터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상위 167개 기업을 뽑아 탄소 감축 계획을 물어보고 요구했습니다. 한국 기업으로는 한국전력, 포스코, SK이노베이션이 있습니다. APG 등은 탄소 감축이 더딘 한국전력의 주식을 지난해 말 모두 팔아치웠습니다.


■'2030년 석탄 발전 20%' 하겠다는 정부

서한이 도착한 다음 날(10월 8일), 탄소중립위원회는 새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했습니다.

국제사회 압박이 심해진 가운데 발표한 새 감축안에도 석탄발전은 20%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2030년 석탄발전 퇴출'이나 '기후행동 100+'가 원하는 신규 석탄발전소 논의 내용은 없었습니다.


탄중위는 '기후행동 100+' 서한을 받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탄중위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 법인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는 '기후행동 100+' 공식 서한은 큰 의미가 있고 한국기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망합니다.

윤세종 / 기후솔루션 변호사
"'기후행동 100+'는 협의체 이름으로 대외에 입장 표명을 잘 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공식 서한이 나왔다면, 자본 시장 흐름이 완전히 바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정하면 기업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탄소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를 받으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도 낮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서한은 끝이 아닙니다. '기후행동 100+'는 개별 접촉에서 공동 대응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협의체 관계자도 이번에 한국의 대응이 부족하다면 다음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국 경제가 세계 자본시장에서 경쟁력 유지하는데 탄소 감축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밝힌 공동 서한의 문구는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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