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부의 상징’ 애완 치타 멸종 위기…밀수되고 손발톱 뽑혀

입력 2021.10.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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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빠른 동물인 치타. 최고 속도는 시속 110km 전후이며 백 미터를 3초대에 주파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초원을 자유롭게 내달리는 동물로 익숙한 치타가 목줄을 하고 가정집에서 지내는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 중동 왕족과 부호들 '애완 치타' 수요로 밀수 급증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왕족과 억만장자들이 신분 과시의 상징으로 애완용 치타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밀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간 더타임스는 약 20년간 치타 보호를 위해 일해온 독립 야생동물 전문가인 퍼트리샤 트리코라체가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공개한 데이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2010∼2019년 불법 밀수된 치타 3,600마리의 60%가 사우디로 넘어갔습니다. 치타 가격은 보통 5천 파운드(한화 약 800만 원)로, 새끼나 암컷이 최고가에 팔리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야생 치타의 개체 수는 20세기 초 약 10만 마리에서 최근 7천 마리까지 줄었습니다. 이에 '멸종위기에 처한 야행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은 치타를 멸종위기종 목록에 올렸으며, 1975년 이후 국제적으로 치타를 사고파는 것은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서는 치타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리코라체는 "거의 매주 치타가 사우디로 밀수된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면서 "왕족들은 이국적인 동물을 수집하려는 경향이 있고, 보통 사람들 또한 신분의 상징으로 이를 모방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손발톱 뽑히고 한 살 되기 전에 폐사 속출…멸종 위기

애완용 치타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도록 이빨과 손톱 등이 제거되는데, 사람들 손에서 한 살이 되기 전에 죽는 경우도 많습니다.

트리코라체는 "치타가 매우 어릴 때 죽으면서 그들은 더 많은 치타를 사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애완용 치타를 키우는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물을 올리는데, 이는 잘못된 유행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데는 위험도 따릅니다. 더타임스는 지난 4월 22세의 사우디 남성이 애완용 사자에 공격받아 사망했고, 최근 트위터에는 10세 소녀가 애완용 치타를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내용의 영상이 떠돌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물보호기관 등은 야생동물이 왕족이나 부호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희생되고 있다며 야생동물 밀수 및 보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밀수 속도라면 치타가 가까운 미래에 지구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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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부의 상징’ 애완 치타 멸종 위기…밀수되고 손발톱 뽑혀
    • 입력 2021-10-11 07:03:21
    취재K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동물인 치타. 최고 속도는 시속 110km 전후이며 백 미터를 3초대에 주파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초원을 자유롭게 내달리는 동물로 익숙한 치타가 목줄을 하고 가정집에서 지내는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 중동 왕족과 부호들 '애완 치타' 수요로 밀수 급증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왕족과 억만장자들이 신분 과시의 상징으로 애완용 치타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밀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간 더타임스는 약 20년간 치타 보호를 위해 일해온 독립 야생동물 전문가인 퍼트리샤 트리코라체가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공개한 데이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2010∼2019년 불법 밀수된 치타 3,600마리의 60%가 사우디로 넘어갔습니다. 치타 가격은 보통 5천 파운드(한화 약 800만 원)로, 새끼나 암컷이 최고가에 팔리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야생 치타의 개체 수는 20세기 초 약 10만 마리에서 최근 7천 마리까지 줄었습니다. 이에 '멸종위기에 처한 야행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은 치타를 멸종위기종 목록에 올렸으며, 1975년 이후 국제적으로 치타를 사고파는 것은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서는 치타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리코라체는 "거의 매주 치타가 사우디로 밀수된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면서 "왕족들은 이국적인 동물을 수집하려는 경향이 있고, 보통 사람들 또한 신분의 상징으로 이를 모방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손발톱 뽑히고 한 살 되기 전에 폐사 속출…멸종 위기

애완용 치타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도록 이빨과 손톱 등이 제거되는데, 사람들 손에서 한 살이 되기 전에 죽는 경우도 많습니다.

트리코라체는 "치타가 매우 어릴 때 죽으면서 그들은 더 많은 치타를 사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애완용 치타를 키우는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물을 올리는데, 이는 잘못된 유행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데는 위험도 따릅니다. 더타임스는 지난 4월 22세의 사우디 남성이 애완용 사자에 공격받아 사망했고, 최근 트위터에는 10세 소녀가 애완용 치타를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내용의 영상이 떠돌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물보호기관 등은 야생동물이 왕족이나 부호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희생되고 있다며 야생동물 밀수 및 보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밀수 속도라면 치타가 가까운 미래에 지구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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