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대재앙의 길 위에 있다”…2050년, 과학자들의 예상은?

입력 2021.10.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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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맘껏 마시지도 못하고, 제대로 씻을 수도 없는 인구가 50억 명을 넘어섰다.

느닷없이 쏟아지는 비로 강과 하천은 순식간에 불어 넘쳤고, 그게 아니면 가뭄이 덮쳤다.

당연히 이재민 역시 급격히 늘어났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사막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심 산업인 농업의 피해가 커져 무려 8천600만 명이 이주했다.

북아프리카에서는 튀니지 북동부와 알제리 북서부, 모로코 서부·남부와 중부 아틀라스 산기슭의 물 부족 사태로 인구의 9%에 이르는 1천900만 명이 이주했다. 기후 이재민들이다.

특히 방글라데시에서는 홍수 등으로 남아시아 지역 피해 규모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천990만 명이 기후 이재민이 됐다.

기후 재앙으로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재민만, 2억 1천600만 명이다.


식량 작물의 수확량은 30%가량 줄어들었다.

심각한 가뭄 탓에 10년 전부터 농경지의 32%가 피해를 보기 시작하더니, 밀과 쌀 재배지의 35%가 무더위로 바짝 타들어 갔다.

인구는 급증했는데, 식량은 이전보다 훨씬 줄어든 것이다.


말그대로 식량 위기다.

2050년의 지구는 이처럼 백척간두에 서있다.


■ 과학자들이 내다본 2050년…우리 인류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9월 이후 국제 기구와 과학자들이 내놓은 수치들만을 이용해 2050년 세계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위와 같이 무시무시했습니다.

2021년 현재의 과학자들이 예상하는, 가깝게는 2030년부터 멀게는 80년 뒤인 2100년 우리 지구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로 세계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강수량이 변화하고 있으며 강우 패턴과 농사 계절, 식량 안보, 보건 등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난 20년간 물과 관련한 위험의 빈도가 높아져 2000년 이후 홍수 관련 재해는 134%, 가뭄 관련 재해는 29% 늘었고, 이런 물 관련 위기로 수자원 접근에 제한을 받는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2018년을 기준으로 일 년에 한 달 이상 물 접근에 어려움을 겪은 인구는 36억 명이었지만, 2050년에는 50억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가뭄의 심화로 식량 공급이 인구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기후변화 리스크 진단 2021'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연구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극심한 기후의 영향이 일상화돼, 2040년까지 심각한 가뭄의 영향을 받는 농경지의 비율이 32%까지 늘고 특히 2050년까지 밀과 쌀을 재배하는 농경지의 35%가 무더위에 노출돼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그 여파로 식량 작물 수확량이 2050년까지 3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여기에 인구가 증가하고 기후 변화로 식량 안보 상황이 악화되면서, 세계 식량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2050년까지 식량 생산을 50% 가까이 늘려야 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더 나아가, 세계은행은 기후 변화로 인한 다양한 기후 행동과 전개를 반영한 시나리오를 점검한 결과, 물 부족과 작물의 생산성 감소, 해수면 상승과 같은 느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50년까지 2억 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높은 수준의 탄소 배출량과 불평등한 개발'이라는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라틴 아메리카와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아시아와 태평양 등 6개 지역에서 최대 2억 1천600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습니다.

'낮은 수준의 탄소 배출량과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가장 기후 친화적인 시나리오에서도 4천400만 명이 이주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전 세계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개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향후 30년간 2억 명 이상이 살던 곳을 떠나 '이주 관심 지역(HOT SPOT)'을 만들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기후 변화에서 시작된 식량 안보 위기와 거주지를 잃은 인류의 대이동까지….

각각 별개의 기관에서 내놓은 자료들이지만, 실은 모두가 서로서로 얽혀있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 왜 2050년인가?…유엔 사무총장 "지구가 대재앙의 길 위에 있다."

지난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더 나아가선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또는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은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조약으로,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2020년 1월부터 적용될 기후변화 대응을 담아 2016년 11월 4일부터 국제법적 효력을 지닙니다.

교토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에 구속력 있는 보편적인 첫 기후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협약에 따라,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50년 탄소 중립'(실질적인 탄소배출량 '0')을 목표로 설정했고, 2030년 그 중간 목표치로는 '2010년 대비 최소 45%의 탄소 감축'을 권고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내놓는 여러 예측치나 전망들도 2030년과 2050년을 기준으로 삼곤 합니다.

그리고 2021년 10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성명을 내고 "지구가 대재앙의 길 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의 기후 변화 협약에 따른 글로벌 감축 목표 보고서 발표 직후였는데, 보고서는 현재 각국의 탄소 배출 목표치를 감안하면 2030년 탄소 배출량은 2010년에 비해 오히려 16% 증가하고,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7도는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2.7도는, 현 인류와 지구가 곧 맞닥뜨릴지 모를 기후 위기를 피하기 위한 지구 온도 상승 목표 1.5도를 크게 웃돕니다. 보고서는 또한 현재의 지구 온도가 2010년 대비 이미 1.2도 상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이(글로벌 감축) 목표 달성의 실패는 엄청난 생명의 손실로 나타날 것"이며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지만, 시간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곧 COP26 총회, 세계의 움직임은?…인류는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달 말부터(10.31~11.12)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는 196개국이 참석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열립니다.

각국은 총회 개최 전까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목표로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NDC)'를 제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요즘 각국에서 탄소 중립 방안이 많이 발표되는 이유입니다.

지난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던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 미국.

올 초 재가입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에너지와 기후에 관한 주요경제국포럼'(MEF)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는 내용을 포함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의 과감한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와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에 이어 이번 화상회의에서 이같은 다짐과 협력을 재확인했습니다.

국내 온실가스·에너지 목표 관리제 대상인 350개 업체의 68%가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조차 '과도하다'는 전경련의 설문조사 발표 직후였던 지난 5일, '2050 탄소 중립위원회'는 이전보다 목표를 상향 조정해 2018년 대비 탄소가스 감축 목표를 96.3%, 97.3%, 100%로 상정한 3개의 시나리오를 공개했습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라는 압도적인 비중의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세계 1위의 석탄 생산국인 중국도,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엔 총회 화상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의 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세계 각 기업의 변화도 한층 빨라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에너지 기후정보분석원(ECIU)에 따르면, 전 세계 대형 상장사 2천 곳 중 이미 5분의 1이 각각 2030년과 2040년,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순 배출량 '제로' 달성 의사를 밝혔는데요.

지난달 말엔, 최고급 자동차생산 업체인 롤스로이스가 2030년부터 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차 시대를 끝내고 전기차만 생산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이달 초, 2030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올리며 테슬라를 넘어서는 최대의 전기차 판매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가나 기업의 목표 시점이 제각각인 점이나 강제력은 아직 한계 같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무한 경쟁 중인 기업들 역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둘러 시대에 맞게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 미래 지도 바뀔까?…지금, 이 순간에도, '영구동토층'은 녹고 있다

러시아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영구동토층,

지하실이 식품 보관 창고였던 영구동토대에서도 이젠 냉장고가 필요합니다. 토양 온도가 물이 어는 점 이하로 유지되지 않아 땅 속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봄철 하천 수량은 1980년대보다 최대 30% 늘었고, 밭은 습지로 변했습니다.

지반이 불안정해지니 광산, 공장, 송유관 시설들도 더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북부 노릴스크에서 유류 저장고가 파열돼 디젤 2만t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곧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됐습니다.

러시아 영구동토층에 있는 건물과 기간 시설의 40%가 이미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는데, 여기서 그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50년까지 러시아 경제는 추가로 680억 달러(약 81조 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영구동토층이 녹아 그 안에 있던 유기물이 부패하면서 메탄과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가 대량 방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동토층 깊은 곳에 꽁꽁 얼어붙어 있던 미지의, 혹은 사라진 줄 알았던 병균이 깨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 역시, 단지 우려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과학자들이 내놓은 예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우리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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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가 대재앙의 길 위에 있다”…2050년, 과학자들의 예상은?
    • 입력 2021-10-11 08:00:45
    취재K

물을 맘껏 마시지도 못하고, 제대로 씻을 수도 없는 인구가 50억 명을 넘어섰다.

느닷없이 쏟아지는 비로 강과 하천은 순식간에 불어 넘쳤고, 그게 아니면 가뭄이 덮쳤다.

당연히 이재민 역시 급격히 늘어났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사막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심 산업인 농업의 피해가 커져 무려 8천600만 명이 이주했다.

북아프리카에서는 튀니지 북동부와 알제리 북서부, 모로코 서부·남부와 중부 아틀라스 산기슭의 물 부족 사태로 인구의 9%에 이르는 1천900만 명이 이주했다. 기후 이재민들이다.

특히 방글라데시에서는 홍수 등으로 남아시아 지역 피해 규모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천990만 명이 기후 이재민이 됐다.

기후 재앙으로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재민만, 2억 1천600만 명이다.


식량 작물의 수확량은 30%가량 줄어들었다.

심각한 가뭄 탓에 10년 전부터 농경지의 32%가 피해를 보기 시작하더니, 밀과 쌀 재배지의 35%가 무더위로 바짝 타들어 갔다.

인구는 급증했는데, 식량은 이전보다 훨씬 줄어든 것이다.


말그대로 식량 위기다.

2050년의 지구는 이처럼 백척간두에 서있다.


■ 과학자들이 내다본 2050년…우리 인류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9월 이후 국제 기구와 과학자들이 내놓은 수치들만을 이용해 2050년 세계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위와 같이 무시무시했습니다.

2021년 현재의 과학자들이 예상하는, 가깝게는 2030년부터 멀게는 80년 뒤인 2100년 우리 지구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로 세계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강수량이 변화하고 있으며 강우 패턴과 농사 계절, 식량 안보, 보건 등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난 20년간 물과 관련한 위험의 빈도가 높아져 2000년 이후 홍수 관련 재해는 134%, 가뭄 관련 재해는 29% 늘었고, 이런 물 관련 위기로 수자원 접근에 제한을 받는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2018년을 기준으로 일 년에 한 달 이상 물 접근에 어려움을 겪은 인구는 36억 명이었지만, 2050년에는 50억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가뭄의 심화로 식량 공급이 인구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기후변화 리스크 진단 2021'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연구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극심한 기후의 영향이 일상화돼, 2040년까지 심각한 가뭄의 영향을 받는 농경지의 비율이 32%까지 늘고 특히 2050년까지 밀과 쌀을 재배하는 농경지의 35%가 무더위에 노출돼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그 여파로 식량 작물 수확량이 2050년까지 3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여기에 인구가 증가하고 기후 변화로 식량 안보 상황이 악화되면서, 세계 식량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2050년까지 식량 생산을 50% 가까이 늘려야 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더 나아가, 세계은행은 기후 변화로 인한 다양한 기후 행동과 전개를 반영한 시나리오를 점검한 결과, 물 부족과 작물의 생산성 감소, 해수면 상승과 같은 느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50년까지 2억 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높은 수준의 탄소 배출량과 불평등한 개발'이라는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라틴 아메리카와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아시아와 태평양 등 6개 지역에서 최대 2억 1천600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습니다.

'낮은 수준의 탄소 배출량과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가장 기후 친화적인 시나리오에서도 4천400만 명이 이주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전 세계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개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향후 30년간 2억 명 이상이 살던 곳을 떠나 '이주 관심 지역(HOT SPOT)'을 만들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기후 변화에서 시작된 식량 안보 위기와 거주지를 잃은 인류의 대이동까지….

각각 별개의 기관에서 내놓은 자료들이지만, 실은 모두가 서로서로 얽혀있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 왜 2050년인가?…유엔 사무총장 "지구가 대재앙의 길 위에 있다."

지난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더 나아가선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또는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은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조약으로,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2020년 1월부터 적용될 기후변화 대응을 담아 2016년 11월 4일부터 국제법적 효력을 지닙니다.

교토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에 구속력 있는 보편적인 첫 기후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협약에 따라,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50년 탄소 중립'(실질적인 탄소배출량 '0')을 목표로 설정했고, 2030년 그 중간 목표치로는 '2010년 대비 최소 45%의 탄소 감축'을 권고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내놓는 여러 예측치나 전망들도 2030년과 2050년을 기준으로 삼곤 합니다.

그리고 2021년 10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성명을 내고 "지구가 대재앙의 길 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의 기후 변화 협약에 따른 글로벌 감축 목표 보고서 발표 직후였는데, 보고서는 현재 각국의 탄소 배출 목표치를 감안하면 2030년 탄소 배출량은 2010년에 비해 오히려 16% 증가하고,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7도는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2.7도는, 현 인류와 지구가 곧 맞닥뜨릴지 모를 기후 위기를 피하기 위한 지구 온도 상승 목표 1.5도를 크게 웃돕니다. 보고서는 또한 현재의 지구 온도가 2010년 대비 이미 1.2도 상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이(글로벌 감축) 목표 달성의 실패는 엄청난 생명의 손실로 나타날 것"이며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지만, 시간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곧 COP26 총회, 세계의 움직임은?…인류는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달 말부터(10.31~11.12)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는 196개국이 참석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열립니다.

각국은 총회 개최 전까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목표로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NDC)'를 제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요즘 각국에서 탄소 중립 방안이 많이 발표되는 이유입니다.

지난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던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 미국.

올 초 재가입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에너지와 기후에 관한 주요경제국포럼'(MEF)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는 내용을 포함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의 과감한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와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에 이어 이번 화상회의에서 이같은 다짐과 협력을 재확인했습니다.

국내 온실가스·에너지 목표 관리제 대상인 350개 업체의 68%가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조차 '과도하다'는 전경련의 설문조사 발표 직후였던 지난 5일, '2050 탄소 중립위원회'는 이전보다 목표를 상향 조정해 2018년 대비 탄소가스 감축 목표를 96.3%, 97.3%, 100%로 상정한 3개의 시나리오를 공개했습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라는 압도적인 비중의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세계 1위의 석탄 생산국인 중국도,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엔 총회 화상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의 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세계 각 기업의 변화도 한층 빨라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에너지 기후정보분석원(ECIU)에 따르면, 전 세계 대형 상장사 2천 곳 중 이미 5분의 1이 각각 2030년과 2040년,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순 배출량 '제로' 달성 의사를 밝혔는데요.

지난달 말엔, 최고급 자동차생산 업체인 롤스로이스가 2030년부터 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차 시대를 끝내고 전기차만 생산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이달 초, 2030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올리며 테슬라를 넘어서는 최대의 전기차 판매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가나 기업의 목표 시점이 제각각인 점이나 강제력은 아직 한계 같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무한 경쟁 중인 기업들 역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둘러 시대에 맞게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 미래 지도 바뀔까?…지금, 이 순간에도, '영구동토층'은 녹고 있다

러시아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영구동토층,

지하실이 식품 보관 창고였던 영구동토대에서도 이젠 냉장고가 필요합니다. 토양 온도가 물이 어는 점 이하로 유지되지 않아 땅 속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봄철 하천 수량은 1980년대보다 최대 30% 늘었고, 밭은 습지로 변했습니다.

지반이 불안정해지니 광산, 공장, 송유관 시설들도 더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북부 노릴스크에서 유류 저장고가 파열돼 디젤 2만t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곧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됐습니다.

러시아 영구동토층에 있는 건물과 기간 시설의 40%가 이미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는데, 여기서 그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50년까지 러시아 경제는 추가로 680억 달러(약 81조 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영구동토층이 녹아 그 안에 있던 유기물이 부패하면서 메탄과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가 대량 방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동토층 깊은 곳에 꽁꽁 얼어붙어 있던 미지의, 혹은 사라진 줄 알았던 병균이 깨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 역시, 단지 우려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과학자들이 내놓은 예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우리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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