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등 17명 실종 경비정…‘예산 0원’에 아직도 수심 100미터 속

입력 2021.10.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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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수심 약 100미터에서 포착된 72정 선체바닷속 수심 약 100미터에서 포착된 72정 선체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앞바다 수심 약 100미터 지점에서 소형 경비정 선체가 발견됐습니다.

관계기관 조사 결과, 1980년 1월 침몰한 60톤급 해경 경비정 72정으로 잠정 파악됐습니다. 이 경비정은 당시 다른 경비정과 충돌한 뒤 침몰한 것으로 추정돼 왔습니다.

영상 속에서는 무엇보다 72정의 함포 거치대 등 옛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침몰 당시 선체에 갇혔던 것으로 추정되는 해경 대원과 전경 등 실종자 17명의 유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선체 발견 후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더이상 진전된 게 거의 없습니다. 유해 수습이나 선체 인양 등은 물론 추가 정밀 탐색 등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의 조병주 대표는 "너무나 실망이 크다"면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특히 "선체 위치가 파악된 상황에서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라며 답답해 했습니다.

무인잠수정으로 촬영한 ‘침몰 72정’무인잠수정으로 촬영한 ‘침몰 72정’

■ 내년 예산도 '0원'..해경 "아쉽게 생각"

유가족들이 '국가의 배신'이라며 강하게 성토하는 건 '불확실한 계획' 때문입니다. 해양경찰청은 내년에는 침몰한 선체의 정밀 탐색 등을 위해 현장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언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해경 관계자는 "현장 조사 예산 45억 원을 요구했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최종 편성되지 않았다"면서 "아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현재 상태대로라면 내년에도 침몰 당시 실종된 17명의 유해 수습이나 선체 조사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72정 선체는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가족을 그 바다 속에 둔 유족들의 기다림도 더 길어지게 됐습니다.

72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대원들72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대원들

■"순직자 유해 수습은 돈 문제 아니라 국가의 책무"

해양경찰청은 2023년 시작되는 중기 재정운영계획을 수립할 때, 72정 관련 예산을 다시 편성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계획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또다시 미뤄지거나 취소될 수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이 부분을 가장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순직자 유해 수습이 예산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6.25 당시 순직자를 찾기 위해 정부나 관계기관이 산을 헤매는 등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을 많이 봤다"면서 "17명이 순직한 72정은 침몰한 지점도 정확히 알고 있는데, 왜 유해 수습 시도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조병주 대표는 특히 "순직자 유해 수습을 돈과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일하다 순직한 대원들의 유해를 찾는 건 선택 사항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 아니냐"라고 강조했습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
■ 국회 심의가 마지막 희망 "일부라도 반영돼야"

유가족들은 국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 일부라도 반영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72정 선체 인양 등을 위한 예산 205억 원을 증액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와 본회의 의결 과정에 전액 삭감됐습니다.

당시 코로나19에 따른 백신비용 증액 등이 삭감 이유로 전해졌는데요. 유가족들은 올해는 사정이 다른 만큼, 해경이 애초 계획한 45억 원이라도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72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라면서, 오랜 기간 바닷속에 방치되고 있는 선체가 자칫 유실되거나 파손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찾아놨을 때, 빨리 인양을 해서 유가족들이 바라는 대로 국가에서 책임을 다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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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경 등 17명 실종 경비정…‘예산 0원’에 아직도 수심 100미터 속
    • 입력 2021-10-12 11:00:24
    취재K
바닷속 수심 약 100미터에서 포착된 72정 선체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앞바다 수심 약 100미터 지점에서 소형 경비정 선체가 발견됐습니다.

관계기관 조사 결과, 1980년 1월 침몰한 60톤급 해경 경비정 72정으로 잠정 파악됐습니다. 이 경비정은 당시 다른 경비정과 충돌한 뒤 침몰한 것으로 추정돼 왔습니다.

영상 속에서는 무엇보다 72정의 함포 거치대 등 옛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침몰 당시 선체에 갇혔던 것으로 추정되는 해경 대원과 전경 등 실종자 17명의 유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선체 발견 후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더이상 진전된 게 거의 없습니다. 유해 수습이나 선체 인양 등은 물론 추가 정밀 탐색 등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의 조병주 대표는 "너무나 실망이 크다"면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특히 "선체 위치가 파악된 상황에서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라며 답답해 했습니다.

무인잠수정으로 촬영한 ‘침몰 72정’
■ 내년 예산도 '0원'..해경 "아쉽게 생각"

유가족들이 '국가의 배신'이라며 강하게 성토하는 건 '불확실한 계획' 때문입니다. 해양경찰청은 내년에는 침몰한 선체의 정밀 탐색 등을 위해 현장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언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해경 관계자는 "현장 조사 예산 45억 원을 요구했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최종 편성되지 않았다"면서 "아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현재 상태대로라면 내년에도 침몰 당시 실종된 17명의 유해 수습이나 선체 조사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72정 선체는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가족을 그 바다 속에 둔 유족들의 기다림도 더 길어지게 됐습니다.

72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대원들
■"순직자 유해 수습은 돈 문제 아니라 국가의 책무"

해양경찰청은 2023년 시작되는 중기 재정운영계획을 수립할 때, 72정 관련 예산을 다시 편성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계획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또다시 미뤄지거나 취소될 수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이 부분을 가장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순직자 유해 수습이 예산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6.25 당시 순직자를 찾기 위해 정부나 관계기관이 산을 헤매는 등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을 많이 봤다"면서 "17명이 순직한 72정은 침몰한 지점도 정확히 알고 있는데, 왜 유해 수습 시도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조병주 대표는 특히 "순직자 유해 수습을 돈과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일하다 순직한 대원들의 유해를 찾는 건 선택 사항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 아니냐"라고 강조했습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 국회 심의가 마지막 희망 "일부라도 반영돼야"

유가족들은 국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 일부라도 반영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72정 선체 인양 등을 위한 예산 205억 원을 증액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와 본회의 의결 과정에 전액 삭감됐습니다.

당시 코로나19에 따른 백신비용 증액 등이 삭감 이유로 전해졌는데요. 유가족들은 올해는 사정이 다른 만큼, 해경이 애초 계획한 45억 원이라도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72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라면서, 오랜 기간 바닷속에 방치되고 있는 선체가 자칫 유실되거나 파손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찾아놨을 때, 빨리 인양을 해서 유가족들이 바라는 대로 국가에서 책임을 다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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