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시가격 올랐다지만…취약계층은 ‘복지 사각’ 우려

입력 2021.10.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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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대구시 남구 대명동 일대 전경.최근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대구시 남구 대명동 일대 전경.

최근 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19.08% 증가했는데요.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이 복지 대상에서 제외되기 시작한 겁니다.


■ "밤에 배가 고파서, 데굴데굴 뒹굽니다."

대구에 사는 78살 박종상 할아버지는 최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석 달 전부터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매달 소득은 80만 원에 불과한데, 고정적인 의료비는 100만 원 넘게 지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수 밖에 없겠죠.

박종상 할아버지.박종상 할아버지.
박종상 할아버지

"아내가 척추수술, 고관절 수술, 암 수술을 해서 계속 치료를 해야 돼요.

지금은 카드로 빚 내서 치료비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하루에 한 끼 밖에 못 먹습니다. 어떨 때는 밤에 배가 고파서 울면서 데굴데굴 굴러요."

박 할아버지는 원래 의료비의 최대 80%까지 감면 받고 있었습니다. 매달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50%에 해당하는 차상위계층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차상위계층의 경우, 건강보험료 면제와 의료비 감면 혜택을 주고 있는데요.

그런데 석 달 전 박 할아버지가 차상위계층에서 제외되면서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겁니다.


■ 주택 공시가격 급등, 취약계층 복지사각지대 우려

할아버지가 차상위계층에서 빠진 건, 할아버지 집이 지은 지 40년이 넘어 노후한데도 공시가격은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매년 전체 가구의 소득 중간값인 '중위소득'을 기존으로, 이보다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은 복지대상자로 선정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취약계층의 소득을, 주택 공시가격을 환산하여 산출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정부의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이들이 소유한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자, 덩달아 이들의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복지대상 기준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잇따르게 된 겁니다.

실제 박 할아버지 사례를 살펴볼까요?

할아버지 집 공시가격은 2016년 8,070만 원에서 2021년 1억 2,400만 원으로 약 55% 올랐습니다. 문제는 같은 기간 동안 실제 소득은 전혀 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소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의료비 감면 혜택이 사라지게 되자, 박 할아버지의 생활고가 시작된 겁니다.



대구시와 해당구청 역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복지담당 부서에서 주택 공시가격 오르는 것까지 신경쓸 수는 없다는 겁니다.


■ '당장 내년이 문제' 복지대상자 선정 소득 기준액 높여야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무슨 복지 혜택을 주느냐?'라고 반문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취약계층이 소유한 주택 대부분은 이른바 '큰 돈은 안 되는 부동산'입니다. 노인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오직 주거만을 목적으로 오래된 집에 살고 있다는 거죠.

이들이 소유한 주택은 너무 낡아서 임대소득을 올리기도 쉽지 않고,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즉, 내 몸 하나 뉘일 보금자리 역할만 할 뿐이란 겁니다.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집만 있고 소득이 없는 빈곤층은 복지 대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이 빈곤의 수레에 빠지지 않도록, 재산 기준을 상향시키는 등 대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올해 전국 평균 19.08%나 오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분이 내년에 취약계층 소득으로 반영될 경우, 수급자 대거 탈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입니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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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 공시가격 올랐다지만…취약계층은 ‘복지 사각’ 우려
    • 입력 2021-10-12 12:01:33
    취재K
최근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대구시 남구 대명동 일대 전경.
최근 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19.08% 증가했는데요.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이 복지 대상에서 제외되기 시작한 겁니다.


■ "밤에 배가 고파서, 데굴데굴 뒹굽니다."

대구에 사는 78살 박종상 할아버지는 최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석 달 전부터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매달 소득은 80만 원에 불과한데, 고정적인 의료비는 100만 원 넘게 지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수 밖에 없겠죠.

박종상 할아버지.
박종상 할아버지

"아내가 척추수술, 고관절 수술, 암 수술을 해서 계속 치료를 해야 돼요.

지금은 카드로 빚 내서 치료비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하루에 한 끼 밖에 못 먹습니다. 어떨 때는 밤에 배가 고파서 울면서 데굴데굴 굴러요."

박 할아버지는 원래 의료비의 최대 80%까지 감면 받고 있었습니다. 매달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50%에 해당하는 차상위계층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차상위계층의 경우, 건강보험료 면제와 의료비 감면 혜택을 주고 있는데요.

그런데 석 달 전 박 할아버지가 차상위계층에서 제외되면서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겁니다.


■ 주택 공시가격 급등, 취약계층 복지사각지대 우려

할아버지가 차상위계층에서 빠진 건, 할아버지 집이 지은 지 40년이 넘어 노후한데도 공시가격은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매년 전체 가구의 소득 중간값인 '중위소득'을 기존으로, 이보다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은 복지대상자로 선정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취약계층의 소득을, 주택 공시가격을 환산하여 산출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정부의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이들이 소유한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자, 덩달아 이들의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복지대상 기준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잇따르게 된 겁니다.

실제 박 할아버지 사례를 살펴볼까요?

할아버지 집 공시가격은 2016년 8,070만 원에서 2021년 1억 2,400만 원으로 약 55% 올랐습니다. 문제는 같은 기간 동안 실제 소득은 전혀 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소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의료비 감면 혜택이 사라지게 되자, 박 할아버지의 생활고가 시작된 겁니다.



대구시와 해당구청 역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복지담당 부서에서 주택 공시가격 오르는 것까지 신경쓸 수는 없다는 겁니다.


■ '당장 내년이 문제' 복지대상자 선정 소득 기준액 높여야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무슨 복지 혜택을 주느냐?'라고 반문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취약계층이 소유한 주택 대부분은 이른바 '큰 돈은 안 되는 부동산'입니다. 노인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오직 주거만을 목적으로 오래된 집에 살고 있다는 거죠.

이들이 소유한 주택은 너무 낡아서 임대소득을 올리기도 쉽지 않고,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즉, 내 몸 하나 뉘일 보금자리 역할만 할 뿐이란 겁니다.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집만 있고 소득이 없는 빈곤층은 복지 대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이 빈곤의 수레에 빠지지 않도록, 재산 기준을 상향시키는 등 대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올해 전국 평균 19.08%나 오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분이 내년에 취약계층 소득으로 반영될 경우, 수급자 대거 탈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입니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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