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받고 곧바로 공항행’ 제주서 원정 보이스피싱 기승

입력 2021.10.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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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제주시에서 50대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받고 이동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사진=제주동부경찰서)지난 7일 제주시에서 50대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받고 이동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주시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면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

이 남성은 "직원을 보낼 테니 돈을 전달해 달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말을 믿고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0대 남성 A 씨에게 4차례에 걸쳐 자신의 집 등에서 현금 6,500만 원을 건넸다.

이에 앞선 지난 2일에는 또 다른 남성 B 씨에게 현금 2,000만 원을 전달하는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8,5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지난 7일 CCTV 등을 분석해 현금수거책 A 씨를 신고 당일 제주시 모 처에서 검거했다.

하지만 B 씨는 범행 이후 항공기를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고, 경찰은 B씨의 뒤를 쫓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20대 여성이, 지난달 7일에는 60대 남성이 비슷한 방법에 속아 각각 현금 800만 원과 1,000만 원을 인출해 수거책에게 전달했다.

당시 신속한 검거로 수거책 2명 모두 경찰에 붙잡혔는데, 조사결과 이들 모두 다른 지역 거주자로 드러났다.

지난달 8일 제주시에서 20대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전달받아 이동하는 현금수거책 (사진=제주동부경찰서)지난달 8일 제주시에서 20대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전달받아 이동하는 현금수거책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이처럼 제주에서 다른 지역 사람들이 내려와 현금을 수거하는 이른바 '원정 수거책'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두 달 동안 제주에서 29명의 현금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다른 지역 거주자로 드러났다.

이들은 범행 이후 현금을 윗선에 송금한 뒤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도주하거나, 제주에서 추가로 범행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박종남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이전에는 대부분 도내 거주자들이 수거책으로 활동했지만, 최근에는 수거책이 원정 왔다가 곧바로 항공기를 이용해 도망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피해 발생 시 즉시 신고를 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직접 만나 돈 건네 받는 '대면편취형' 급증

보이스피싱 수법도 계좌이체에서 직접 만나 돈을 건네 받는 방식의 '대면편취형'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398건으로 대면편취형이 215건, 계좌이체형 115건, 기타 68건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20여 건에 불과하던 대면편취형 범죄가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제주에서만 77억 원이 넘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는데, 대면편취형 피해금이 57억 원으로 7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제주시에서 60대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전달받는 현금수거책 (사진=제주동부경찰서)지난달 7일 제주시에서 60대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전달받는 현금수거책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이 때문에 제주경찰청은 지난 8월 3일부터 각 경찰서에 대면편취형 추적 수사팀을 신설하고, 11명을 증원해 현금수거책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계좌 이체 전 수거책을 잡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각 경찰서에 전담팀 신설 이후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는 67건으로, 이 가운데 63건(29명)의 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율이 94%에 이른다.

경찰은 수거책 검거가 잇따르자 보이스피싱 윗선이 일부러 다른 지역 거주자들을 제주로 보내 범행을 지시하고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공항과 항만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검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제주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를 통해 윗선에 대한 추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영향과 범죄 지능화 등으로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종남 동부서 형사과장은 "어떤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에서도 현금 인출을 유도하거나, 현금 전달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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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2 15:00:43
    취재K
지난 7일 제주시에서 50대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받고 이동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주시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면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

이 남성은 "직원을 보낼 테니 돈을 전달해 달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말을 믿고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0대 남성 A 씨에게 4차례에 걸쳐 자신의 집 등에서 현금 6,500만 원을 건넸다.

이에 앞선 지난 2일에는 또 다른 남성 B 씨에게 현금 2,000만 원을 전달하는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8,5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지난 7일 CCTV 등을 분석해 현금수거책 A 씨를 신고 당일 제주시 모 처에서 검거했다.

하지만 B 씨는 범행 이후 항공기를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고, 경찰은 B씨의 뒤를 쫓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20대 여성이, 지난달 7일에는 60대 남성이 비슷한 방법에 속아 각각 현금 800만 원과 1,000만 원을 인출해 수거책에게 전달했다.

당시 신속한 검거로 수거책 2명 모두 경찰에 붙잡혔는데, 조사결과 이들 모두 다른 지역 거주자로 드러났다.

지난달 8일 제주시에서 20대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전달받아 이동하는 현금수거책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이처럼 제주에서 다른 지역 사람들이 내려와 현금을 수거하는 이른바 '원정 수거책'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두 달 동안 제주에서 29명의 현금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다른 지역 거주자로 드러났다.

이들은 범행 이후 현금을 윗선에 송금한 뒤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도주하거나, 제주에서 추가로 범행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박종남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이전에는 대부분 도내 거주자들이 수거책으로 활동했지만, 최근에는 수거책이 원정 왔다가 곧바로 항공기를 이용해 도망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피해 발생 시 즉시 신고를 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직접 만나 돈 건네 받는 '대면편취형' 급증

보이스피싱 수법도 계좌이체에서 직접 만나 돈을 건네 받는 방식의 '대면편취형'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398건으로 대면편취형이 215건, 계좌이체형 115건, 기타 68건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20여 건에 불과하던 대면편취형 범죄가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제주에서만 77억 원이 넘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는데, 대면편취형 피해금이 57억 원으로 7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제주시에서 60대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전달받는 현금수거책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이 때문에 제주경찰청은 지난 8월 3일부터 각 경찰서에 대면편취형 추적 수사팀을 신설하고, 11명을 증원해 현금수거책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계좌 이체 전 수거책을 잡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각 경찰서에 전담팀 신설 이후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는 67건으로, 이 가운데 63건(29명)의 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율이 94%에 이른다.

경찰은 수거책 검거가 잇따르자 보이스피싱 윗선이 일부러 다른 지역 거주자들을 제주로 보내 범행을 지시하고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공항과 항만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검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제주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를 통해 윗선에 대한 추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영향과 범죄 지능화 등으로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종남 동부서 형사과장은 "어떤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에서도 현금 인출을 유도하거나, 현금 전달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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