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사건팀장] “재앙 대비해 한의사 마을 건설”…‘신’ 행세하며 38억 갈취
입력 2021.10.12 (19:20) 수정 2021.10.12 (19:55) 뉴스7(대전)
자동재생
동영상영역 시작
동영상영역 끝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갑자기 인류 종말이 시작돼 전염병이 돌고 지진과 홍수 같은 대재앙이 나타난다.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실 수 있는데, 이런 재앙으로 환자들이 속출할 것에 대비해 한의사 마을을 건설해야 한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일당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피해액만 38억 원에 달하는데요.

오늘은 자신이 신의 화신이라며 접근해 각종 명목으로 거액을 챙긴 일당과 이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지금 코로나19 상황을 놓고 보면 재앙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의사 마을을 건설해야 한다거나 신의 화신이라거나 이런 말들은 쉽게 이해가 안 되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속인 건가요?

[기자]

네, 10여 년 동안 물리치료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50대 권 모 씨, 지난 2010년부터는 별다른 직업이나 수입이 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다 2년 뒤 지인 소개로 평소 동양철학이나 사상의학에 관심이 많던 한의사 2명을 알게 됐는데요.

권 씨는 돌연 자신이 신을 소환할 수 있고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의사들을 더 끌어모아 '해탈의 법칙', '악신 빙의 처리법'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 모임을 정기적으로 열었습니다.

이때부터 여기에 현혹된 한의사 2명이 권 씨의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데요.

이들은 이른바 '한의사 마을 건설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앞서 성 팀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재앙에 대비해서 한의사 마을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14년 7월, 권 씨 일당은 대전 서구의 한 호텔에서 한의사와 한의원 직원 등 추종자 10여 명을 모아 두고 자신의 계획을 설명합니다.

곧 악의 세력이 창궐하면서 지구의 종말을 알리는 재앙이 시작되는데 악한 기운 때문에 괴질이 유행할 것이다,

또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 행렬이 이어질 텐데 이에 대비해 부지를 확보해 한의사 마을을 건설해야 한다는 황당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들은 이런 계획을 설명한 뒤에 주로 돈을 내고 참여해 실제로 한의사 마을이 건설되면 막대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거나, 영적인 조건이 안 되는 가족도 돈을 내면 한의사 마을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겼습니다.

[앵커]

이렇게 가로챈 피해액이 38억 원이나 된다고 했는데 개인마다 피해가 상당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한 한의사는 10년 넘게 영업하던 한의원을 처분하고 보험까지 모두 해약해 한의사 마을 건립비와 입주비로 6억 원을 넘겼습니다.

또 권 씨 일당이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가로챘다고 말씀드렸는데, 한 추종자가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신이 분노했다며 투자 수익금을 넘기지 않으면 불행이 닥칠 것처럼 말해 1억 5천여만 원을 받아 챙겼고요.

집과 한의원에 악신이 많아 나쁜 일이 계속 생긴다며 악신 정화비 명목으로 1억 3천여만 원을 가로채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추종자 10여 명으로부터 3년 여 동안 무려 38억 원을 갈취했는데 결국, 의심을 품은 추종자가 지난 2017년 권 씨 일당을 고소했고 특가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법정에서 서게 된 이들이 뭐라고 주장했을지도 궁금하군요?

[기자]

네, 일단 권 씨는 한의사 2명과 범행을 공모한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또 추종자들이 선한 일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의사 마을 건설에 참여했고 돈도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범행에 가담한 한의사 임 모 씨가 특정한 물품 구입비까지 피해자들에게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사기 행위를 벌이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봤습니다.

다만 또 다른 가담자 황 모 씨는 이들에 편승해서 돈을 갈취하기는 했지만 주도적인 역할은 아니었다고 봤습니다.

추종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특별한 영적 능력이 있다고 기망해 피해자들에게서 돈을 편취했고 범행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며 유죄로 판단했는데요.

범행을 주도한 권 씨에게는 징역 5년, 권 씨보다 더 큰 돈을 가로챈 가담자 임 씨에게는 징역 6년, 그리고 나머지 공범 황 씨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이 각각 선고됐습니다.

[앵커]

1심에서는 범행에 가담한 사람 모두 유죄 판단이 내려진 건데,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권 씨 일당은 항소했습니다.

권 씨는 자신이 신의 화신 행세를 하거나 종말이 온다고 말한 적 없다고 주장했고요.

악신 정화 같은 행위들도 치료행위였다며 1심에서 받은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권 씨 등이 피해자들 앞에서 종말 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하는 등 사기 범죄가 명백하다고 봤습니다.

또 악신 정화 같은 행위도 무속 행위나 종교 행위에 가깝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해자들이 맹목적으로 권 씨 일당을 추종한 점,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정한 점, 일부 피해금이 반환된 점을 참작했는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최근 권 씨와 임 씨에게 1년씩 감경된 징역 4년과 5년, 황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권 씨 등이 곧바로 상고해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질 예정인데요.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허황된 기대감을 심어 돈을 요구하는 이런 사기, 주의하셔야겠습니다.
  • [사건팀장] “재앙 대비해 한의사 마을 건설”…‘신’ 행세하며 38억 갈취
    • 입력 2021-10-12 19:20:28
    • 수정2021-10-12 19:55:30
    뉴스7(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갑자기 인류 종말이 시작돼 전염병이 돌고 지진과 홍수 같은 대재앙이 나타난다.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실 수 있는데, 이런 재앙으로 환자들이 속출할 것에 대비해 한의사 마을을 건설해야 한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일당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피해액만 38억 원에 달하는데요.

오늘은 자신이 신의 화신이라며 접근해 각종 명목으로 거액을 챙긴 일당과 이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지금 코로나19 상황을 놓고 보면 재앙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의사 마을을 건설해야 한다거나 신의 화신이라거나 이런 말들은 쉽게 이해가 안 되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속인 건가요?

[기자]

네, 10여 년 동안 물리치료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50대 권 모 씨, 지난 2010년부터는 별다른 직업이나 수입이 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다 2년 뒤 지인 소개로 평소 동양철학이나 사상의학에 관심이 많던 한의사 2명을 알게 됐는데요.

권 씨는 돌연 자신이 신을 소환할 수 있고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의사들을 더 끌어모아 '해탈의 법칙', '악신 빙의 처리법'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 모임을 정기적으로 열었습니다.

이때부터 여기에 현혹된 한의사 2명이 권 씨의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데요.

이들은 이른바 '한의사 마을 건설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앞서 성 팀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재앙에 대비해서 한의사 마을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14년 7월, 권 씨 일당은 대전 서구의 한 호텔에서 한의사와 한의원 직원 등 추종자 10여 명을 모아 두고 자신의 계획을 설명합니다.

곧 악의 세력이 창궐하면서 지구의 종말을 알리는 재앙이 시작되는데 악한 기운 때문에 괴질이 유행할 것이다,

또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 행렬이 이어질 텐데 이에 대비해 부지를 확보해 한의사 마을을 건설해야 한다는 황당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들은 이런 계획을 설명한 뒤에 주로 돈을 내고 참여해 실제로 한의사 마을이 건설되면 막대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거나, 영적인 조건이 안 되는 가족도 돈을 내면 한의사 마을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겼습니다.

[앵커]

이렇게 가로챈 피해액이 38억 원이나 된다고 했는데 개인마다 피해가 상당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한 한의사는 10년 넘게 영업하던 한의원을 처분하고 보험까지 모두 해약해 한의사 마을 건립비와 입주비로 6억 원을 넘겼습니다.

또 권 씨 일당이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가로챘다고 말씀드렸는데, 한 추종자가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신이 분노했다며 투자 수익금을 넘기지 않으면 불행이 닥칠 것처럼 말해 1억 5천여만 원을 받아 챙겼고요.

집과 한의원에 악신이 많아 나쁜 일이 계속 생긴다며 악신 정화비 명목으로 1억 3천여만 원을 가로채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추종자 10여 명으로부터 3년 여 동안 무려 38억 원을 갈취했는데 결국, 의심을 품은 추종자가 지난 2017년 권 씨 일당을 고소했고 특가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법정에서 서게 된 이들이 뭐라고 주장했을지도 궁금하군요?

[기자]

네, 일단 권 씨는 한의사 2명과 범행을 공모한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또 추종자들이 선한 일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의사 마을 건설에 참여했고 돈도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범행에 가담한 한의사 임 모 씨가 특정한 물품 구입비까지 피해자들에게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사기 행위를 벌이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봤습니다.

다만 또 다른 가담자 황 모 씨는 이들에 편승해서 돈을 갈취하기는 했지만 주도적인 역할은 아니었다고 봤습니다.

추종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특별한 영적 능력이 있다고 기망해 피해자들에게서 돈을 편취했고 범행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며 유죄로 판단했는데요.

범행을 주도한 권 씨에게는 징역 5년, 권 씨보다 더 큰 돈을 가로챈 가담자 임 씨에게는 징역 6년, 그리고 나머지 공범 황 씨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이 각각 선고됐습니다.

[앵커]

1심에서는 범행에 가담한 사람 모두 유죄 판단이 내려진 건데,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권 씨 일당은 항소했습니다.

권 씨는 자신이 신의 화신 행세를 하거나 종말이 온다고 말한 적 없다고 주장했고요.

악신 정화 같은 행위들도 치료행위였다며 1심에서 받은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권 씨 등이 피해자들 앞에서 종말 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하는 등 사기 범죄가 명백하다고 봤습니다.

또 악신 정화 같은 행위도 무속 행위나 종교 행위에 가깝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해자들이 맹목적으로 권 씨 일당을 추종한 점,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정한 점, 일부 피해금이 반환된 점을 참작했는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최근 권 씨와 임 씨에게 1년씩 감경된 징역 4년과 5년, 황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권 씨 등이 곧바로 상고해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질 예정인데요.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허황된 기대감을 심어 돈을 요구하는 이런 사기, 주의하셔야겠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뉴스7(대전) 전체보기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