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입력 2021.10.14 (07: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몇 주간은 타이완을 둘러싸고 전례 없이 긴장이 고조된 시기였습니다.

중국이 10월 1일부터 4일까지 전투기와 전술 폭격기, 대잠초계기, 조기경보기까지 동원해 타이완의 방공식별 구역(ADIZ)을 비행하며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였었죠. 그야말로 입체적인 항공작전이 가능한 초대형 규모로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을 드나든 것이었죠.

타이완 전투기들이 대응 출격하면서 긴장이 크게 고조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양측의 충돌로 비화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상황이 종료됐다고 하기엔 여진이 남아 있어 보입니다. 더욱이 타이완과 인근 해상을 두고 펼쳐지는 지정학적 대결 구도를 놓고 본다면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의  J-16 전투기 비행 모습. 타이완 공군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중국 공군의 전투기와 폭격기 등 모두 149대의 항공기가 자국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타이완 당국은 중화민국 건국기념일인 10일에도 J-16 와 대잠초계기 등  중국 공군기 3대가 방공 식별구역을 침범했다고 발표했다.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의 J-16 전투기 비행 모습. 타이완 공군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중국 공군의 전투기와 폭격기 등 모두 149대의 항공기가 자국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타이완 당국은 중화민국 건국기념일인 10일에도 J-16 와 대잠초계기 등 중국 공군기 3대가 방공 식별구역을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군사적 충돌은 없었지만…타이완 해협의 긴장은 '이제부터 시작'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을 중국군 전투기들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휘젓고 다닌 것은 2000년대 들어서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타이완 군 당국은 "먼저 공격을 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절대 준수하겠다"며 조심스럽고 수세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긴장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칫 공세적이고 자극적인 발언으로 중국군에게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겠죠.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더 나아가 10월 10일 '중화민국 건국 110주년 기념일' 에서 "타이완 사람들이 압력에 굴복할 것이란 환상은 절대 없어야 할 것" 이라면서도 "타이완은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며 "현상유지가 우리의 주장"이라는 대 중국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하나의 중국'원칙에 따라 타이완 완전 병합을 '통일 중국의 완성'으로 보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현상유지'가 달갑지 않겠죠. 하지만 타이완 당국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자극적인 군사행동을 계속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지난 10일 중화민국 건국 110주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지난 10일 중화민국 건국 110주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또 10월 6일에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의 산물로 미·중 정상 간 화상회담 날짜가 발표되고, 미·중 양국 간에 당분간 '더 이상의 긴장고조행위는 하지 말자'라는 무언의 합의가 나온 것도 타이완 해협의 긴장 고조를 막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10월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을 맞아 행한 연설에서 "평화적 방식의 조국 통일은 타이완을 포함한 중화민족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언급을 내놨습니다.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타이완을 향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을 해왔던 것에 비하면 타이완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양안관계 위기 관리 시스템' 계속 작동될까…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는?

이쯤 되면 군사와 외교 분야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만큼은 피하자는 이른바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내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필요 이상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도 보이고요. 경제는 물론 문화와 스포츠 분야에서도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국제적 공생관계가 '완충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만큼 국제적 상호의존이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역내 갈등이 극적인 대규모 충돌이나 전면적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줄어들 여지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타이완과 인근 해협을 무대로 이 같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계속 작동할 수 있을까요? 불확실한 미래를 그 누구도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로선 '사활적 국익'을 놓고 벌이는 더 뜨거운 지정학적 대결의 장이 될 가능성, 그에 따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재연되고 불확실성 역시 커질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 보입니다.

미국으로서는 여전히 중국 대륙의 턱 밑에, 그리고 동아시아의 주요 해상교역로에 위치한 타이완의 전략적 가치가 중요하고, 결과적으로 미국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타이완 유사시'에 개입할 명분과 이유가 적지 않습니다.

반면 중국의 입장에서도 제1도련선과 제2도련선을 설정하고 해상영역 확대를 천명한 상황에서, 타이완과 인근 해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사활적 국익'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같은 '본질'에 변함이 없다면 앞으로 충돌 가능성이 더 늘어나는 것만큼은 불가피해 보이기도 합니다.

중국정부는 1980년대 들어 쿠릴열도에서 필리핀 해역을 지나 인도네시아 북부와 베트남 주변 해역 등 남중국해를 아우르는 해역을 제1도련선으로,   사이판과 괌 주변 해역까지를 아우르는  해역을 제2도련선으로 설정한 뒤  꾸준히 재해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중국정부는 1980년대 들어 쿠릴열도에서 필리핀 해역을 지나 인도네시아 북부와 베트남 주변 해역 등 남중국해를 아우르는 해역을 제1도련선으로, 사이판과 괌 주변 해역까지를 아우르는 해역을 제2도련선으로 설정한 뒤 꾸준히 재해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은 중국을 향해 요란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충돌 가능성은 적절히 제어하면서 말이죠.

'오커스(AUKUS)'의 출범…지각 변동의 신호탄?

미국은 9월 15일 '오커스'(AUKUS)'를 출범시켰습니다. 전통 해상강국인 영국을 포함해 호주를 묶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안보동맹체를 창설한 것입니다. 같은 동맹이라도 한국에는 인색했던 핵잠수함 기술을 호주에게 이전하는 내용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중국의 인도 태평양 진출과 세력확장을 막기 위한 역외동맹의 강화 차원입니다. 중국 역시 신형 전투함을 연이어 만들어내고 항모전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정도라면 '타이완 유사시 미군의 참전은 당연지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결국 미국 의회의 초당적 논의와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여부에 달려있겠지만, 그리 쉽게 결정은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미국은 타이완과 동맹 관계가 아닙니다. 법적으로 타이완이 침공받았을 경우 자동 개입할 근거가 없습니다. 몰론 '타이완 관계법'에 따라 타이완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고 또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타이완의 양안관계가 전면전으로 비화될 경우, 법적 근거는 여전히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기 전에 중국에 대한 압박을 하나씩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지난 3일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와 칼 빈슨 호 등 미군 항모 2척과 영국 해군의 항모 퀸 엘리자베스, 일본 해군의 이세함을 포함해 캐나다와 네덜란드, 뉴질랜드 해군 병력 등 총 1만 5천의 병력과 함정 등이 동원된 연합해상훈련이 필리핀 해역에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지난 3일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와 칼 빈슨 호 등 미군 항모 2척과 영국 해군의 항모 퀸 엘리자베스, 일본 해군의 이세함을 포함해 캐나다와 네덜란드, 뉴질랜드 해군 병력 등 총 1만 5천의 병력과 함정 등이 동원된 연합해상훈련이 필리핀 해역에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중국 공군의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침범이 최고조에 이른 10월 3일, 오키나와 남서쪽 해상에서 타이완 쪽을 향해 미국,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해군에 일본 해상자위대까지 참가한 대규모 해상훈련이 있었는데요.

'중첩되는 동맹과 협의체'…미국의 대중 포위 향방

로널드 레이건호 등 미국 항공모함 2척, 영국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는 물론, 강습상륙전이 가능한 일본의 경항모도 참가했습니다. 대함전, 방공전, 대잠수함전 등 다양한 전투상황을 가정한 그야말로 대규모 입체 훈련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가상의 적을 상정한 연합훈련인지 언급은 없었지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을 위한 훈련"으로 규정된 것만 봐도 다분히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10월 7일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WSJ)이 미군 특수부대가 1년간 타이완에 머무르며 타이완군에게 특수전 역량을 전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었는데요, 미국 국방부는 이렇다 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중국과 미국 간 '보이지 않는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중국은 물론 타이완 내부에서도 일체 외세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대외적 천명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직 느슨한 연합체이긴 하지만 미국은 올해 초부터 일본과 인도 호주를 묶는 협의체 '쿼드(QUAD)'를 출범시키고 '쿼드의 확대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상태입니다. 거기에 최근 출범한 더 강력한 안보협의체인 '오커스'( AUKUS : 미국 영국 호주 참여)까지 출범시키면서 동맹들을 중첩해서 여러 협의체에 끌어들이는 이른바 '중첩 동맹 전략'으로 대중 포위망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투기디데스의 함정'…미·중의 충돌은 불가피한가?

오래전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기존 패권국과 떠오르는 신흥 강국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봤고, 그의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근대 이후 강대국의 패권경쟁을 설명하는 주요 저서로, 오늘날까지 국제정치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강대국간 피할 수 없는 대결에로의 길을 '투키디데스 함정( Thucydides Trap)' 으로 표현한 그레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가 널리 회자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제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의 마지막 장에서 충돌을 향해 돌진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다면, 아니 이미 빠졌다면 양측의 군사적 충돌은 정말 불가피한 것일까요?

변화무쌍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그 어떤 결론도 쉽게 예단해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급격한 정세변화와 강대국 간 힘의 논리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았던 나라라면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한 치열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겠지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돋보기]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입력 2021-10-14 07:01:49
    글로벌 돋보기

지난 몇 주간은 타이완을 둘러싸고 전례 없이 긴장이 고조된 시기였습니다.

중국이 10월 1일부터 4일까지 전투기와 전술 폭격기, 대잠초계기, 조기경보기까지 동원해 타이완의 방공식별 구역(ADIZ)을 비행하며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였었죠. 그야말로 입체적인 항공작전이 가능한 초대형 규모로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을 드나든 것이었죠.

타이완 전투기들이 대응 출격하면서 긴장이 크게 고조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양측의 충돌로 비화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상황이 종료됐다고 하기엔 여진이 남아 있어 보입니다. 더욱이 타이완과 인근 해상을 두고 펼쳐지는 지정학적 대결 구도를 놓고 본다면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의  J-16 전투기 비행 모습. 타이완 공군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중국 공군의 전투기와 폭격기 등 모두 149대의 항공기가 자국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타이완 당국은 중화민국 건국기념일인 10일에도 J-16 와 대잠초계기 등  중국 공군기 3대가 방공 식별구역을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군사적 충돌은 없었지만…타이완 해협의 긴장은 '이제부터 시작'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을 중국군 전투기들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휘젓고 다닌 것은 2000년대 들어서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타이완 군 당국은 "먼저 공격을 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절대 준수하겠다"며 조심스럽고 수세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긴장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칫 공세적이고 자극적인 발언으로 중국군에게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겠죠.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더 나아가 10월 10일 '중화민국 건국 110주년 기념일' 에서 "타이완 사람들이 압력에 굴복할 것이란 환상은 절대 없어야 할 것" 이라면서도 "타이완은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며 "현상유지가 우리의 주장"이라는 대 중국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하나의 중국'원칙에 따라 타이완 완전 병합을 '통일 중국의 완성'으로 보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현상유지'가 달갑지 않겠죠. 하지만 타이완 당국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자극적인 군사행동을 계속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지난 10일 중화민국 건국 110주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또 10월 6일에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의 산물로 미·중 정상 간 화상회담 날짜가 발표되고, 미·중 양국 간에 당분간 '더 이상의 긴장고조행위는 하지 말자'라는 무언의 합의가 나온 것도 타이완 해협의 긴장 고조를 막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10월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을 맞아 행한 연설에서 "평화적 방식의 조국 통일은 타이완을 포함한 중화민족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언급을 내놨습니다.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타이완을 향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을 해왔던 것에 비하면 타이완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양안관계 위기 관리 시스템' 계속 작동될까…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는?

이쯤 되면 군사와 외교 분야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만큼은 피하자는 이른바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내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필요 이상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도 보이고요. 경제는 물론 문화와 스포츠 분야에서도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국제적 공생관계가 '완충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만큼 국제적 상호의존이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역내 갈등이 극적인 대규모 충돌이나 전면적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줄어들 여지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타이완과 인근 해협을 무대로 이 같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계속 작동할 수 있을까요? 불확실한 미래를 그 누구도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로선 '사활적 국익'을 놓고 벌이는 더 뜨거운 지정학적 대결의 장이 될 가능성, 그에 따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재연되고 불확실성 역시 커질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 보입니다.

미국으로서는 여전히 중국 대륙의 턱 밑에, 그리고 동아시아의 주요 해상교역로에 위치한 타이완의 전략적 가치가 중요하고, 결과적으로 미국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타이완 유사시'에 개입할 명분과 이유가 적지 않습니다.

반면 중국의 입장에서도 제1도련선과 제2도련선을 설정하고 해상영역 확대를 천명한 상황에서, 타이완과 인근 해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사활적 국익'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같은 '본질'에 변함이 없다면 앞으로 충돌 가능성이 더 늘어나는 것만큼은 불가피해 보이기도 합니다.

중국정부는 1980년대 들어 쿠릴열도에서 필리핀 해역을 지나 인도네시아 북부와 베트남 주변 해역 등 남중국해를 아우르는 해역을 제1도련선으로,   사이판과 괌 주변 해역까지를 아우르는  해역을 제2도련선으로 설정한 뒤  꾸준히 재해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은 중국을 향해 요란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충돌 가능성은 적절히 제어하면서 말이죠.

'오커스(AUKUS)'의 출범…지각 변동의 신호탄?

미국은 9월 15일 '오커스'(AUKUS)'를 출범시켰습니다. 전통 해상강국인 영국을 포함해 호주를 묶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안보동맹체를 창설한 것입니다. 같은 동맹이라도 한국에는 인색했던 핵잠수함 기술을 호주에게 이전하는 내용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중국의 인도 태평양 진출과 세력확장을 막기 위한 역외동맹의 강화 차원입니다. 중국 역시 신형 전투함을 연이어 만들어내고 항모전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정도라면 '타이완 유사시 미군의 참전은 당연지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결국 미국 의회의 초당적 논의와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여부에 달려있겠지만, 그리 쉽게 결정은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미국은 타이완과 동맹 관계가 아닙니다. 법적으로 타이완이 침공받았을 경우 자동 개입할 근거가 없습니다. 몰론 '타이완 관계법'에 따라 타이완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고 또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타이완의 양안관계가 전면전으로 비화될 경우, 법적 근거는 여전히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기 전에 중국에 대한 압박을 하나씩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지난 3일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와 칼 빈슨 호 등 미군 항모 2척과 영국 해군의 항모 퀸 엘리자베스, 일본 해군의 이세함을 포함해 캐나다와 네덜란드, 뉴질랜드 해군 병력 등 총 1만 5천의 병력과 함정 등이 동원된 연합해상훈련이 필리핀 해역에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중국 공군의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침범이 최고조에 이른 10월 3일, 오키나와 남서쪽 해상에서 타이완 쪽을 향해 미국,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해군에 일본 해상자위대까지 참가한 대규모 해상훈련이 있었는데요.

'중첩되는 동맹과 협의체'…미국의 대중 포위 향방

로널드 레이건호 등 미국 항공모함 2척, 영국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는 물론, 강습상륙전이 가능한 일본의 경항모도 참가했습니다. 대함전, 방공전, 대잠수함전 등 다양한 전투상황을 가정한 그야말로 대규모 입체 훈련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가상의 적을 상정한 연합훈련인지 언급은 없었지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을 위한 훈련"으로 규정된 것만 봐도 다분히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10월 7일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WSJ)이 미군 특수부대가 1년간 타이완에 머무르며 타이완군에게 특수전 역량을 전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었는데요, 미국 국방부는 이렇다 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중국과 미국 간 '보이지 않는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중국은 물론 타이완 내부에서도 일체 외세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대외적 천명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직 느슨한 연합체이긴 하지만 미국은 올해 초부터 일본과 인도 호주를 묶는 협의체 '쿼드(QUAD)'를 출범시키고 '쿼드의 확대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상태입니다. 거기에 최근 출범한 더 강력한 안보협의체인 '오커스'( AUKUS : 미국 영국 호주 참여)까지 출범시키면서 동맹들을 중첩해서 여러 협의체에 끌어들이는 이른바 '중첩 동맹 전략'으로 대중 포위망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투기디데스의 함정'…미·중의 충돌은 불가피한가?

오래전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기존 패권국과 떠오르는 신흥 강국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봤고, 그의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근대 이후 강대국의 패권경쟁을 설명하는 주요 저서로, 오늘날까지 국제정치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강대국간 피할 수 없는 대결에로의 길을 '투키디데스 함정( Thucydides Trap)' 으로 표현한 그레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가 널리 회자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제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의 마지막 장에서 충돌을 향해 돌진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다면, 아니 이미 빠졌다면 양측의 군사적 충돌은 정말 불가피한 것일까요?

변화무쌍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그 어떤 결론도 쉽게 예단해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급격한 정세변화와 강대국 간 힘의 논리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았던 나라라면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한 치열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겠지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