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갭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골병’

입력 2021.10.14 (07:36) 수정 2021.10.1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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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값과 전세금의 차액만 내는 갭투자로 다세대주택 수백 채를 사들여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리는 임대사업자들이 있습니다.

이들 빌라왕들이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떼어먹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갚아주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나중에 집을 경매해 대납한 전세금을 회수하지만, 원금도 못 건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정재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서구의 이 다세대주택은 일명 '빌라왕'으로 불리던 진 모 씨 소유였습니다.

진 씨가 전세보증금을 안 돌려주고 잠적하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나섰습니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고, 나중에 이 집을 경매에 넘겼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진 씨가 소유한 수백 채 가운데, 9채를 경매에 넘겨 14억 원을 회수했습니다.

그런데 세입자에게 대신 물어준 보증금은 17억 원이 넘었습니다.

3억 원을 손해 본 겁니다.

공사 측이 경매에 넘길 때 '특별매각조건'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경매로 전세 보증금보다 더 싸게 집을 낙찰받으면, 낙찰자는 그 차액만큼을 더 내야 합니다.

공사는 이걸 안 받겠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경매에서 전세 보증금이 비싼 물건은 유찰이 반복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입니다.

여러 세입자들로부터 전세금을 떼어먹는 악성 집주인들 탓에 올해만 6백 채 가까이를 경매로 넘겼습니다.

절반 가까운 2백88채는 '특별매각조건'을 붙였고 31채가 낙찰됐는데, 5억 원 이상을 손해 봤습니다.

공사 재정이 부실해지고, 세입자 전세보증보험 요율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신동근/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 "보증금을 받은 돈을 날리는 꼴이 되는 거죠. 세금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허그(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재정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그런 결과를 가져 오는 거죠."]

세입자 3명 이상에게 보증금을 안 돌려주고 연락이 두절돼 악성 집주인으로 분류된 사람은 129명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이들 대신 물어준 전세보증금은 3천9백억 원이 넘습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최창준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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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과 전세금의 차액만 내는 갭투자로 다세대주택 수백 채를 사들여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리는 임대사업자들이 있습니다.

이들 빌라왕들이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떼어먹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갚아주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나중에 집을 경매해 대납한 전세금을 회수하지만, 원금도 못 건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정재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서구의 이 다세대주택은 일명 '빌라왕'으로 불리던 진 모 씨 소유였습니다.

진 씨가 전세보증금을 안 돌려주고 잠적하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나섰습니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고, 나중에 이 집을 경매에 넘겼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진 씨가 소유한 수백 채 가운데, 9채를 경매에 넘겨 14억 원을 회수했습니다.

그런데 세입자에게 대신 물어준 보증금은 17억 원이 넘었습니다.

3억 원을 손해 본 겁니다.

공사 측이 경매에 넘길 때 '특별매각조건'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경매로 전세 보증금보다 더 싸게 집을 낙찰받으면, 낙찰자는 그 차액만큼을 더 내야 합니다.

공사는 이걸 안 받겠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경매에서 전세 보증금이 비싼 물건은 유찰이 반복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입니다.

여러 세입자들로부터 전세금을 떼어먹는 악성 집주인들 탓에 올해만 6백 채 가까이를 경매로 넘겼습니다.

절반 가까운 2백88채는 '특별매각조건'을 붙였고 31채가 낙찰됐는데, 5억 원 이상을 손해 봤습니다.

공사 재정이 부실해지고, 세입자 전세보증보험 요율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신동근/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 "보증금을 받은 돈을 날리는 꼴이 되는 거죠. 세금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허그(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재정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그런 결과를 가져 오는 거죠."]

세입자 3명 이상에게 보증금을 안 돌려주고 연락이 두절돼 악성 집주인으로 분류된 사람은 129명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이들 대신 물어준 전세보증금은 3천9백억 원이 넘습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최창준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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