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한파’…점점 사라지는 가을, 왜?

입력 2021.10.14 (11:53) 수정 2021.10.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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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늘을 볼 때마다 자꾸 사진을 찍게 됩니다. 매년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이렇게 새파란 하늘이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요. 공기도 깨끗합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 '좋음' 수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을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이번 주말 '한파'가 예고됐습니다. 16일, 그러니까 이번 주 토요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고 대부분 지역에 올가을 첫 한파특보가 발표될 전망입니다.

북서쪽에서 밀려 내려오는 영하 25도의 찬 공기 때문입니다. 한파특보는 전날보다 기온이 10~15℃ 떨어질 때 내려집니다. 한파특보가 시작된 2004년 이후 가장 빠른 발효 시점은 10월 1일(서울)이었습니다.


17일(일요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아침 기온은 0도 안팎까지 내려가 추위가 최고조에 달하겠습니다.

내륙과 산간에 첫 얼음과 서리도 관측될 것으로 보입니다. 농작물 냉해 피해 가능성이 큰 만큼 사전에 보온 조치를 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번 추위는 18일(월요일)까지 이어지겠고 이후에도 대륙 고기압이 다시 확장하면서 기온을 끌어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 '가을'의 기상학적 정의는?

가을이 무르익자마자 한파 소식에 불쑥 겨울이 찾아온 듯한데요. 1년 내내 가을이어도 좋을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도 그럴까요?


먼저 '가을'의 기상학적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보통 9월부터 11월까지가 가을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상청은 가을의 시작을 '하루 평균기온이 20℃ 미만으로 유지되는 첫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앞뒤로 4일씩, 그러니까 9일간의 이동평균을 구해 가을이 언제 시작됐는지 사후에 분석하는 방식인데요. 기온이 반짝 올라가거나 떨어지면 '무효'입니다.

지난 108년간의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과거 30년(1912~1940년)에는 가을의 시작일이 평균 '9월 17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30년(1991~2020년)으로 오면서 가을의 시작이 평균 '9월 26일'로 과거보다 9일이나 늦어졌는데요. 9월이라고 생각했던 가을이 거의 10월이 다 되어서야 찾아오게 된 겁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최근 10년간 가을의 시작일은 9월 29일, 남쪽의 부산은 10월 7일로 분석됐습니다. 부산에선 10월 상순은 돼야 '진짜 가을'을 느낄 수 있게 된 겁니다.

■ 가을 길이 '2달' 남짓, 4계절 중 가장 짧아

가을의 시작이 늦어진 만큼 그 길이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출처: 기상청출처: 기상청
왼쪽 원그래프를 보면 과거 30년간(1912~1940년) 가을의 길이는 평균 '73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30년(1991~2020년)에는 '69일'로 2달 남짓에 불과하고 모든 계절 중 가장 짧아졌습니다.

가을 다음으로 짧은 계절은 겨울로 같은 기간 '109일'에서 '87일'로 22일이나 줄었습니다.

여름은 과거 30년 평균 '98일'이었지만 최근 30년 들어선 '118일'로 20일 늘었습니다. 여름이 거의 4달 가깝게 이어지게 되면서 혹독한 폭염과 싸워야 하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반면 가을은 말 그대로 '전광석화'처럼 스쳐 지나가는 계절이 됐습니다.

■ 계절 대혼란 불러온 '기후변화'

우리나라 4계절에 대혼란을 불러온 원인은 역시 '기후변화'로 지목됩니다.

아래 그림에 연두색으로 표시된 그래프를 보면 1912년 이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12~1920년에는 12.0℃였지만 가장 최근인 2011~2020년에는 13.9℃까지 올랐습니다.

우리나라 평균기온 추세와 이산화탄소 농도_출처: 기상청우리나라 평균기온 추세와 이산화탄소 농도_출처: 기상청

기온 상승의 주범은 온실가스입니다.

안면도와 태안에서 관측된 이산화탄소 농도(회색 그래프)는 1990년대 365.8ppm에 불과했지만 최근(2019년) 420ppm에 근접했습니다. 3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50ppm 이상 치솟은 건데 상승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 도시화 등으로 가을철 '최저기온'도 상승

기후변화와 함께 도시화도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에선 밤이 되어도 열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는데요. 이러한 도심의 열섬효과는 '최저기온'을 끌어올리고 결과적으로 평균기온 상승을 불러왔습니다.

최근 30년간(1991~2020년) 가을철 기온을 분석한 아래 결과를 보면 최고기온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최저기온 상승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도시화를 비롯해 가을 태풍 등으로 인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출처: 기상청출처: 기상청

가을로 접어들어야 하는 지난달에도 선선하기보다는 다소 덥게 느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태풍 '찬투' 등의 영향으로 따뜻한 공기가 밀려와 기온이 내려가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이달 들어서도 아열대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우리나라에 버티며 영향을 줬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아열대 고기압이 물러나고 차고 건조한 북쪽 대륙 고기압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서서히 겨울에 대한 채비도 해야 한다는 뜻인데요.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보된 만큼 호흡기 질환자나 심혈관계 질환자는 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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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주말 ‘한파’…점점 사라지는 가을, 왜?
    • 입력 2021-10-14 11:53:21
    • 수정2021-10-16 11:35:58
    취재K

요즘 하늘을 볼 때마다 자꾸 사진을 찍게 됩니다. 매년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이렇게 새파란 하늘이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요. 공기도 깨끗합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 '좋음' 수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을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이번 주말 '한파'가 예고됐습니다. 16일, 그러니까 이번 주 토요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고 대부분 지역에 올가을 첫 한파특보가 발표될 전망입니다.

북서쪽에서 밀려 내려오는 영하 25도의 찬 공기 때문입니다. 한파특보는 전날보다 기온이 10~15℃ 떨어질 때 내려집니다. 한파특보가 시작된 2004년 이후 가장 빠른 발효 시점은 10월 1일(서울)이었습니다.


17일(일요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아침 기온은 0도 안팎까지 내려가 추위가 최고조에 달하겠습니다.

내륙과 산간에 첫 얼음과 서리도 관측될 것으로 보입니다. 농작물 냉해 피해 가능성이 큰 만큼 사전에 보온 조치를 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번 추위는 18일(월요일)까지 이어지겠고 이후에도 대륙 고기압이 다시 확장하면서 기온을 끌어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 '가을'의 기상학적 정의는?

가을이 무르익자마자 한파 소식에 불쑥 겨울이 찾아온 듯한데요. 1년 내내 가을이어도 좋을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도 그럴까요?


먼저 '가을'의 기상학적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보통 9월부터 11월까지가 가을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상청은 가을의 시작을 '하루 평균기온이 20℃ 미만으로 유지되는 첫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앞뒤로 4일씩, 그러니까 9일간의 이동평균을 구해 가을이 언제 시작됐는지 사후에 분석하는 방식인데요. 기온이 반짝 올라가거나 떨어지면 '무효'입니다.

지난 108년간의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과거 30년(1912~1940년)에는 가을의 시작일이 평균 '9월 17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30년(1991~2020년)으로 오면서 가을의 시작이 평균 '9월 26일'로 과거보다 9일이나 늦어졌는데요. 9월이라고 생각했던 가을이 거의 10월이 다 되어서야 찾아오게 된 겁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최근 10년간 가을의 시작일은 9월 29일, 남쪽의 부산은 10월 7일로 분석됐습니다. 부산에선 10월 상순은 돼야 '진짜 가을'을 느낄 수 있게 된 겁니다.

■ 가을 길이 '2달' 남짓, 4계절 중 가장 짧아

가을의 시작이 늦어진 만큼 그 길이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출처: 기상청왼쪽 원그래프를 보면 과거 30년간(1912~1940년) 가을의 길이는 평균 '73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30년(1991~2020년)에는 '69일'로 2달 남짓에 불과하고 모든 계절 중 가장 짧아졌습니다.

가을 다음으로 짧은 계절은 겨울로 같은 기간 '109일'에서 '87일'로 22일이나 줄었습니다.

여름은 과거 30년 평균 '98일'이었지만 최근 30년 들어선 '118일'로 20일 늘었습니다. 여름이 거의 4달 가깝게 이어지게 되면서 혹독한 폭염과 싸워야 하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반면 가을은 말 그대로 '전광석화'처럼 스쳐 지나가는 계절이 됐습니다.

■ 계절 대혼란 불러온 '기후변화'

우리나라 4계절에 대혼란을 불러온 원인은 역시 '기후변화'로 지목됩니다.

아래 그림에 연두색으로 표시된 그래프를 보면 1912년 이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12~1920년에는 12.0℃였지만 가장 최근인 2011~2020년에는 13.9℃까지 올랐습니다.

우리나라 평균기온 추세와 이산화탄소 농도_출처: 기상청
기온 상승의 주범은 온실가스입니다.

안면도와 태안에서 관측된 이산화탄소 농도(회색 그래프)는 1990년대 365.8ppm에 불과했지만 최근(2019년) 420ppm에 근접했습니다. 3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50ppm 이상 치솟은 건데 상승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 도시화 등으로 가을철 '최저기온'도 상승

기후변화와 함께 도시화도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에선 밤이 되어도 열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는데요. 이러한 도심의 열섬효과는 '최저기온'을 끌어올리고 결과적으로 평균기온 상승을 불러왔습니다.

최근 30년간(1991~2020년) 가을철 기온을 분석한 아래 결과를 보면 최고기온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최저기온 상승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도시화를 비롯해 가을 태풍 등으로 인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출처: 기상청
가을로 접어들어야 하는 지난달에도 선선하기보다는 다소 덥게 느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태풍 '찬투' 등의 영향으로 따뜻한 공기가 밀려와 기온이 내려가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이달 들어서도 아열대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우리나라에 버티며 영향을 줬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아열대 고기압이 물러나고 차고 건조한 북쪽 대륙 고기압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서서히 겨울에 대한 채비도 해야 한다는 뜻인데요.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보된 만큼 호흡기 질환자나 심혈관계 질환자는 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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