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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인생 62년 이미자 “우리 가요 ‘뿌리’ 기억하고 잘 지켜야”
입력 2021.10.14 (15:04) 연합뉴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가슴에 와닿는 게 노래죠. 서로 위로받고 위안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주는 게 우리 가요라고 생각해요."

구성진 음색으로 많은 이들의 슬픔을 달랜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80)는 14일 노래와 함께 살아 온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며 "노래야말로 시대가 겪는 애환, 고난, 또 역사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지 어느덧 62년. 작은 체구로 심금을 울리던 열아홉 소녀는 이제 80대가 됐다. 숱한 여정 속에서도 묵묵히 전통 가요 외길을 걸어온 그는 노래 이야기를 하는 내내 특유의 정갈한 목소리 그대로였다.

이미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오직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데뷔했다. 노래하면서, 또 공연하면서 열심히 지내왔는데 어느덧 6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노래는 한국 가요사는 물론, 시대의 격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울 아가씨'(1963), '동백 아가씨'(1964), '황포돛대'(1966), '빙점'(1967), '여자의 일생'(1968), '기러기 아빠'(1969), '아씨'(1970) 등은 1960∼1970년대 어려운 시대를 살던 사람들을 어루만졌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음반과 노래를 취입한 가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당시인 1990년까지 발표한 음반만 해도 총 560장, 2천69곡에 달한다. 가요사의 한 획을 그었고, 그 자체로 역사인 셈이다.

그러나 이미자는 "노래에 있어서는 항상 부족한 것 같다"며 자신을 낮췄다.

노래하면서 가장 뜻깊었던 순간 역시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고 애환을 위로해준 때였다.

이미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던 독일 공연을 언급하며 "낯선 타국에서 지하 몇백 미터까지 내려가 '동백 아가씨'를 들으며 석탄을 캐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울며 위로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베트남전 참전 병사를 위한 위문 공연에서는 얼굴만 마주쳐도 눈물이 뚝뚝 떨어져 함께 울었다"고 더 많은 이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전했다.

대중의 큰 사랑만 받았을 것 같은 그지만, 시대의 아픔 속 상처도 있다.

특히 1964년 '동백 아가씨'를 시작으로 '기러기 아빠', '섬마을 선생님' 등 주옥같은 곡들이 잇달아 금지곡으로 묶였을 때는 아픔도 컸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세 곡을 뽑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미자는 "20년 가까이 금지된 곡이었지만, 대중들이 잊지 않고 불러주셨다는 것, 그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도 없는 곡이지만 국민들이 잊지 않고 가사 하나하나를 외워 불러주셨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 이후 1년 가까이 활동하지 않았던 그는 다시 노래로 대중을 만난다.

이미자는 이날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 1TV의 특별기획 4부작 '시대를 바꾼 아티스트- 데뷔의 순간'을 통해 한국 대중 음악사 100년 역사를 이야기하고 화면 너머 관객을 위해 노래한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생소한 그였지만, 우리 가요를 지키고 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고심 끝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동백 아가씨'와 '전선야곡' 두 곡을 선택해 부르기로 한 것에 대해 "6·25 전쟁을 겪고 1960년대를 지나오면서 많은 고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시대를 살아오고 성장한 한 사람으로서 노래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아버지, 어머니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시대 속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노고를 기억하고 꼭 전하고 싶었어요."

방송과 별개로 이번 주말에는 약 2년 만에 무대에 직접 오를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 2019년 공연을 끝으로 대부분의 일정이 미뤄지거나 취소됐는데 오는 16일에는 '노래 인생 60년 기념 이미자 음악회 부산' 콘서트를 한다.

그간 다섯 차례나 연기된 일정인데도 많은 이들이 환불하지 않은 채 이미자를 기다렸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미자는 "너무 오랫동안 무대에 오르지 않아 노래 순서도 잊어버렸다"면서도 "내 노래 자체가 가식을 넣거나, 꾸밈이 있는 게 아닌 만큼 정석대로, 있는 그대로의 이미자를 그대로 보여드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는 "딱히 없다"면서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딱 하나 전통 가요를 잊지 않고 잘 지키려 한 가수였다고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미자는 최근 '트로트 열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통 가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가요계를 향한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우리 시대를 대변하면서 함께 가슴 아프고, 기뻐했던 노래가 흥겨운 음악에 묻히는 게 속상합니다. 다행히 요즘 훌륭한 후배 가수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 가요의 '뿌리'를 기억하고 잘 지켜줬으면 바랍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노래 인생 62년 이미자 “우리 가요 ‘뿌리’ 기억하고 잘 지켜야”
    • 입력 2021-10-14 15:04:37
    연합뉴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가슴에 와닿는 게 노래죠. 서로 위로받고 위안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주는 게 우리 가요라고 생각해요."

구성진 음색으로 많은 이들의 슬픔을 달랜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80)는 14일 노래와 함께 살아 온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며 "노래야말로 시대가 겪는 애환, 고난, 또 역사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지 어느덧 62년. 작은 체구로 심금을 울리던 열아홉 소녀는 이제 80대가 됐다. 숱한 여정 속에서도 묵묵히 전통 가요 외길을 걸어온 그는 노래 이야기를 하는 내내 특유의 정갈한 목소리 그대로였다.

이미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오직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데뷔했다. 노래하면서, 또 공연하면서 열심히 지내왔는데 어느덧 6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노래는 한국 가요사는 물론, 시대의 격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울 아가씨'(1963), '동백 아가씨'(1964), '황포돛대'(1966), '빙점'(1967), '여자의 일생'(1968), '기러기 아빠'(1969), '아씨'(1970) 등은 1960∼1970년대 어려운 시대를 살던 사람들을 어루만졌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음반과 노래를 취입한 가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당시인 1990년까지 발표한 음반만 해도 총 560장, 2천69곡에 달한다. 가요사의 한 획을 그었고, 그 자체로 역사인 셈이다.

그러나 이미자는 "노래에 있어서는 항상 부족한 것 같다"며 자신을 낮췄다.

노래하면서 가장 뜻깊었던 순간 역시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고 애환을 위로해준 때였다.

이미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던 독일 공연을 언급하며 "낯선 타국에서 지하 몇백 미터까지 내려가 '동백 아가씨'를 들으며 석탄을 캐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울며 위로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베트남전 참전 병사를 위한 위문 공연에서는 얼굴만 마주쳐도 눈물이 뚝뚝 떨어져 함께 울었다"고 더 많은 이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전했다.

대중의 큰 사랑만 받았을 것 같은 그지만, 시대의 아픔 속 상처도 있다.

특히 1964년 '동백 아가씨'를 시작으로 '기러기 아빠', '섬마을 선생님' 등 주옥같은 곡들이 잇달아 금지곡으로 묶였을 때는 아픔도 컸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세 곡을 뽑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미자는 "20년 가까이 금지된 곡이었지만, 대중들이 잊지 않고 불러주셨다는 것, 그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도 없는 곡이지만 국민들이 잊지 않고 가사 하나하나를 외워 불러주셨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 이후 1년 가까이 활동하지 않았던 그는 다시 노래로 대중을 만난다.

이미자는 이날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 1TV의 특별기획 4부작 '시대를 바꾼 아티스트- 데뷔의 순간'을 통해 한국 대중 음악사 100년 역사를 이야기하고 화면 너머 관객을 위해 노래한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생소한 그였지만, 우리 가요를 지키고 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고심 끝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동백 아가씨'와 '전선야곡' 두 곡을 선택해 부르기로 한 것에 대해 "6·25 전쟁을 겪고 1960년대를 지나오면서 많은 고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시대를 살아오고 성장한 한 사람으로서 노래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아버지, 어머니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시대 속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노고를 기억하고 꼭 전하고 싶었어요."

방송과 별개로 이번 주말에는 약 2년 만에 무대에 직접 오를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 2019년 공연을 끝으로 대부분의 일정이 미뤄지거나 취소됐는데 오는 16일에는 '노래 인생 60년 기념 이미자 음악회 부산' 콘서트를 한다.

그간 다섯 차례나 연기된 일정인데도 많은 이들이 환불하지 않은 채 이미자를 기다렸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미자는 "너무 오랫동안 무대에 오르지 않아 노래 순서도 잊어버렸다"면서도 "내 노래 자체가 가식을 넣거나, 꾸밈이 있는 게 아닌 만큼 정석대로, 있는 그대로의 이미자를 그대로 보여드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는 "딱히 없다"면서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딱 하나 전통 가요를 잊지 않고 잘 지키려 한 가수였다고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미자는 최근 '트로트 열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통 가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가요계를 향한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우리 시대를 대변하면서 함께 가슴 아프고, 기뻐했던 노래가 흥겨운 음악에 묻히는 게 속상합니다. 다행히 요즘 훌륭한 후배 가수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 가요의 '뿌리'를 기억하고 잘 지켜줬으면 바랍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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