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좀 도와주세요”…보험금 노린 살인미수 피해 여성 구한 투숙객들

입력 2021.10.14 (16:16) 수정 2021.10.1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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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서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19살 A 군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 군은 지난 9일 저녁 11시 30분쯤 화순군 북면의 한 펜션에서 자신과 놀러 온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대상으로 친구들과 함께 살인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남자친구 A 군의 말에 속아 사건 현장으로 홀로 걸어 내려가는 피해자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전남 화순경찰서 제공남자친구 A 군의 말에 속아 사건 현장으로 홀로 걸어 내려가는 피해자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전남 화순경찰서 제공

A 군은 기념일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여자친구를 펜션 밖 숲으로 유인했습니다. 하지만 홀로 펜션을 나선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A 군과 살인을 공모한 친구 B 군.

B 군은 A 군의 여자친구 목을 겨냥해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격렬한 저항 끝에 가까스로 사건 현장을 벗어난 여자친구는 펜션 근처 수로로 몸을 숨겼습니다.


■ 어둠 속에서 들린 희미한 목소리 "도와주세요"

피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가까스로 도망쳐 몸을 숨긴 펜션 근처 수로. 전남 화순경찰서 제공피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가까스로 도망쳐 몸을 숨긴 펜션 근처 수로. 전남 화순경찰서 제공

피해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옆방 투숙객들이었습니다.

30대인 K 씨와 친구 네 명은 지난 9일 전남 화순군 북면의 한 펜션을 찾았습니다.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 뒤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섭니다. 이들은 펜션의 한 객실에서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펜션 밖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때, 어둠 속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

밤 11시 30분쯤이었습니다.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습니다. 도와달라, 살려달라는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습니다. K 씨는 친구들과 함께 목소리가 들리는 펜션 뒤쪽으로 뛰어갔습니다.

수로에 빠진 피해자가 보였습니다. 입고 있던 흰색 티셔츠는 온통 피범벅이었습니다.


K씨 일행은 소방과 경찰에 즉시 신고했습니다.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수건 등으로 지혈을 도왔습니다.

피해자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이불과 옷을 가져다주고, 물도 챙겨줬습니다. 혹시 모를 2차 피해를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 빠른 신고와 대처가 큰 피해 막아


펜션은 화순 시내로부터 30km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산 깊숙한 곳이었고, 가로등 하나 없어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K 씨와 친구들이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과다출혈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어딘가에 잠복해있던 피의자들이 피해자를 먼저 발견했다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송종혁 화순경찰서 수사과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현장에서 빨리 발견하고 신고해주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며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과의 거리도 차로 1시간이 넘고, 자칫하면 피해자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목격자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 "남자친구가 옷 바꿔입은 것 같다" 경찰에 진술…공범 검거에 도움


K 씨와 친구들은 공범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K 씨는 사건 당시 피해자의 남자친구 A 군이 구급대가 도착하고 나서야 뒤늦게 차를 몰고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편의점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다녀왔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정작 빈손이었다고 회상합니다.


경찰은 우선 함께 있던 A 군을 제1용의자로 의심했고, A 군이 타고 온 차와 투숙한 방 등을 수색했습니다.

경찰이 증거품 등을 수색하고 현장을 떠나려던 찰나 "남자친구가 옷을 바꿔입은 것 같다"고 경찰에 증언했습니다. 경찰은 차를 한 번 더 수색했고, 차 트렁크에 숨어있던 공범 B 군을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송종혁 화순경찰서 수사과장은 "실제로 A 군이 옷을 바꿔입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진술을 해 주어서 한 번 더 차량을 수색했다. 수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 사망보험금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A 군은 현장에서, B 군은 A 군의 차 트렁크에서 현행범 체포됐습니다. 두 사람과 함께 살인을 공모한 또 다른 공범 C 군도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A 군 여자친구 이름으로 든 5억 원가량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채팅어플로 피해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뒤 보험을 들게 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외제차 할부금을 갚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피해자를 구하고,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K 씨와 친구들은 "바로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칼을 들고 달려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피해자가 생명에 지장이 없어서 다행이라며 "경찰과 소방과 함께 피해자를 구하고 공범을 검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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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좀 도와주세요”…보험금 노린 살인미수 피해 여성 구한 투숙객들
    • 입력 2021-10-14 16:16:15
    • 수정2021-10-15 10:40:52
    취재K

지난 9일,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서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19살 A 군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 군은 지난 9일 저녁 11시 30분쯤 화순군 북면의 한 펜션에서 자신과 놀러 온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대상으로 친구들과 함께 살인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남자친구 A 군의 말에 속아 사건 현장으로 홀로 걸어 내려가는 피해자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전남 화순경찰서 제공
A 군은 기념일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여자친구를 펜션 밖 숲으로 유인했습니다. 하지만 홀로 펜션을 나선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A 군과 살인을 공모한 친구 B 군.

B 군은 A 군의 여자친구 목을 겨냥해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격렬한 저항 끝에 가까스로 사건 현장을 벗어난 여자친구는 펜션 근처 수로로 몸을 숨겼습니다.


■ 어둠 속에서 들린 희미한 목소리 "도와주세요"

피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가까스로 도망쳐 몸을 숨긴 펜션 근처 수로. 전남 화순경찰서 제공
피해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옆방 투숙객들이었습니다.

30대인 K 씨와 친구 네 명은 지난 9일 전남 화순군 북면의 한 펜션을 찾았습니다.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 뒤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섭니다. 이들은 펜션의 한 객실에서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펜션 밖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때, 어둠 속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

밤 11시 30분쯤이었습니다.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습니다. 도와달라, 살려달라는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습니다. K 씨는 친구들과 함께 목소리가 들리는 펜션 뒤쪽으로 뛰어갔습니다.

수로에 빠진 피해자가 보였습니다. 입고 있던 흰색 티셔츠는 온통 피범벅이었습니다.


K씨 일행은 소방과 경찰에 즉시 신고했습니다.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수건 등으로 지혈을 도왔습니다.

피해자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이불과 옷을 가져다주고, 물도 챙겨줬습니다. 혹시 모를 2차 피해를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 빠른 신고와 대처가 큰 피해 막아


펜션은 화순 시내로부터 30km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산 깊숙한 곳이었고, 가로등 하나 없어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K 씨와 친구들이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과다출혈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어딘가에 잠복해있던 피의자들이 피해자를 먼저 발견했다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송종혁 화순경찰서 수사과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현장에서 빨리 발견하고 신고해주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며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과의 거리도 차로 1시간이 넘고, 자칫하면 피해자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목격자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 "남자친구가 옷 바꿔입은 것 같다" 경찰에 진술…공범 검거에 도움


K 씨와 친구들은 공범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K 씨는 사건 당시 피해자의 남자친구 A 군이 구급대가 도착하고 나서야 뒤늦게 차를 몰고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편의점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다녀왔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정작 빈손이었다고 회상합니다.


경찰은 우선 함께 있던 A 군을 제1용의자로 의심했고, A 군이 타고 온 차와 투숙한 방 등을 수색했습니다.

경찰이 증거품 등을 수색하고 현장을 떠나려던 찰나 "남자친구가 옷을 바꿔입은 것 같다"고 경찰에 증언했습니다. 경찰은 차를 한 번 더 수색했고, 차 트렁크에 숨어있던 공범 B 군을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송종혁 화순경찰서 수사과장은 "실제로 A 군이 옷을 바꿔입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진술을 해 주어서 한 번 더 차량을 수색했다. 수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 사망보험금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A 군은 현장에서, B 군은 A 군의 차 트렁크에서 현행범 체포됐습니다. 두 사람과 함께 살인을 공모한 또 다른 공범 C 군도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A 군 여자친구 이름으로 든 5억 원가량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채팅어플로 피해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뒤 보험을 들게 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외제차 할부금을 갚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피해자를 구하고,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K 씨와 친구들은 "바로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칼을 들고 달려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피해자가 생명에 지장이 없어서 다행이라며 "경찰과 소방과 함께 피해자를 구하고 공범을 검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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