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대련하다 사지마비…법원 “대련 상대방·체육관장 유죄”

입력 2021.10.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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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 경기 장면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주짓수’ 경기 장면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 '조르고 눕히는 기술 주로 사용'.. 해외 격투기 종목 '주짓수'

'주짓수'라는 투기 종목을 아십니까?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일본과 브라질, 유럽 등지에서 성행하고 국내에서도 많은 일반인들이 즐기고 있는 격투기입니다.

상대를 조르고 눕혀서 제압하는 기술이 주로 쓰여서 꽤나 과격한 동작들이 동반되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인끼리 주짓수 도장에서 대련하다가 크게 다쳤을 경우, 대련 상대와 관리자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요?


2019년, 전북의 한 주짓수 도장.

2년 동안 주짓수를 배운 10대 A 씨는 다른 수강생인 30대 B 씨와 대련했습니다. B 씨는 이날 처음 대련을 해보는 초보자였습니다. 체육관장인 C 씨는 당시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주짓수 대련을 시작한 A 씨는 B 씨와 뒤엉켜 있다가 하체가 들어 올려졌고 이 과정에서 A 씨의 목에 큰 충격이 가해졌습니다.

이때, B 씨가 체중을 실어 A 씨의 몸을 10초 동안 누르게 됐고 목 부분에 물리적 압박을 받고 있던 A 씨는 결국 의식을 잃었습니다. 경추 쪽에 심한 손상을 입은 A 씨는 결국 팔, 다리가 마비됐고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 재판부, "대련 상대·체육관장 모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유죄"

전주지방법원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련 상대인 B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 주짓수 도장을 운영하는 관장 C 씨에게는 금고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전주지법 재판부는 B씨가 "움직임을 천천히 하면서 상대방의 상태를 주시하여 상대방의 관절이 꺾이거나 바닥에 몸이 눌리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대련을 멈추고 상대방의 상태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관장 C 씨에게도 "가까운 거리에서 대련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련자가 위험한 기술을 사용하거나 잘못된 자세로 인하여 관절이 꺾이는 등 부상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즉시 대련을 멈추게 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물리적 충격이 가해져 큰 부상이 우려되는 격투기를 할 때는 운동 상대방이나 관리자 모두 안전에 대해 주의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린 것입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아무런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B씨가 A 씨의 힘과 기술에 끌려가다 불가피하게 발생한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피해자가 당시 목에 물리적 충격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도 못하였으며 부상을 발견한 뒤 바로 119구급대에 신고를 했다고도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초심자가 섣불리 대련에 나섰다가 상대방까지 위험하게 할 수 있어"

오히려 "주짓수는 힘의 세기보다는 기술의 숙련도에 따라서 경기의 승패가 좌우될 수 있고, 관절 등을 공격할 때 상당히 위험할 수 있어서 금지된 기술들이 있고, 초심자의 경우에는 상대의 기술을 피하려다가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으므로 섣불리 대련에 나서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주짓수 관련 단체에서도 주짓수의 경기규칙이나 기술 방법이 다른 격투기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초심자들에게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변수가 많다고 판단해 입문 첫날의 대련은 권고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사고가 일어난 주짓수 도장은 종종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등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A 씨는 병원비 등을 제대로 보전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죄를 선고받은 B 씨와 C 씨는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2심 재판부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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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투기 대련하다 사지마비…법원 “대련 상대방·체육관장 유죄”
    • 입력 2021-10-14 16:46:34
    취재K
‘주짓수’ 경기 장면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 '조르고 눕히는 기술 주로 사용'.. 해외 격투기 종목 '주짓수'

'주짓수'라는 투기 종목을 아십니까?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일본과 브라질, 유럽 등지에서 성행하고 국내에서도 많은 일반인들이 즐기고 있는 격투기입니다.

상대를 조르고 눕혀서 제압하는 기술이 주로 쓰여서 꽤나 과격한 동작들이 동반되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인끼리 주짓수 도장에서 대련하다가 크게 다쳤을 경우, 대련 상대와 관리자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요?


2019년, 전북의 한 주짓수 도장.

2년 동안 주짓수를 배운 10대 A 씨는 다른 수강생인 30대 B 씨와 대련했습니다. B 씨는 이날 처음 대련을 해보는 초보자였습니다. 체육관장인 C 씨는 당시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주짓수 대련을 시작한 A 씨는 B 씨와 뒤엉켜 있다가 하체가 들어 올려졌고 이 과정에서 A 씨의 목에 큰 충격이 가해졌습니다.

이때, B 씨가 체중을 실어 A 씨의 몸을 10초 동안 누르게 됐고 목 부분에 물리적 압박을 받고 있던 A 씨는 결국 의식을 잃었습니다. 경추 쪽에 심한 손상을 입은 A 씨는 결국 팔, 다리가 마비됐고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 재판부, "대련 상대·체육관장 모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유죄"

전주지방법원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련 상대인 B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 주짓수 도장을 운영하는 관장 C 씨에게는 금고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전주지법 재판부는 B씨가 "움직임을 천천히 하면서 상대방의 상태를 주시하여 상대방의 관절이 꺾이거나 바닥에 몸이 눌리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대련을 멈추고 상대방의 상태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관장 C 씨에게도 "가까운 거리에서 대련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련자가 위험한 기술을 사용하거나 잘못된 자세로 인하여 관절이 꺾이는 등 부상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즉시 대련을 멈추게 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물리적 충격이 가해져 큰 부상이 우려되는 격투기를 할 때는 운동 상대방이나 관리자 모두 안전에 대해 주의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린 것입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아무런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B씨가 A 씨의 힘과 기술에 끌려가다 불가피하게 발생한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피해자가 당시 목에 물리적 충격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도 못하였으며 부상을 발견한 뒤 바로 119구급대에 신고를 했다고도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초심자가 섣불리 대련에 나섰다가 상대방까지 위험하게 할 수 있어"

오히려 "주짓수는 힘의 세기보다는 기술의 숙련도에 따라서 경기의 승패가 좌우될 수 있고, 관절 등을 공격할 때 상당히 위험할 수 있어서 금지된 기술들이 있고, 초심자의 경우에는 상대의 기술을 피하려다가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으므로 섣불리 대련에 나서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주짓수 관련 단체에서도 주짓수의 경기규칙이나 기술 방법이 다른 격투기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초심자들에게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변수가 많다고 판단해 입문 첫날의 대련은 권고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사고가 일어난 주짓수 도장은 종종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등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A 씨는 병원비 등을 제대로 보전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죄를 선고받은 B 씨와 C 씨는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2심 재판부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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