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 여제’ 김자인 올림픽 다시 도전…“임신 8개월에도 홀드 매달려”

입력 2021.10.14 (16:54) 수정 2021.10.1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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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벽 여제'란 호칭으로 더 많이 알려진 김자인 선수(33·올댓스포츠). 근처 산을 오르기에 딱 좋을 만큼 날씨가 화창한 오후, 경기도 고양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났습니다.

김자인 선수가 2021 체육발전 유공자로서 최고의 영예인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김 선수는 요즘 TV 예능 출연, 공익 광고 촬영 등 바쁜 일정 속에서 기꺼이 시간을 내서 자신의 근황과 포부를 밝혔습니다.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회장 손중호)과 선수 소속사 자료에 따르면 김자인 선수는 12년이 넘는 선수 경력 동안 2004년 아시아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대회 최연소 우승을 시작으로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IFSC) 스포츠클라이밍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 월드컵대회와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최다 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기록하는 등 IFSC 월드컵 리드 부분 29회 금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이를 통해 국위선양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게 된 것.


"이번 훈장과 관련해서 제 경력을 정리해보니 스포츠 클라이밍 리드(lead) 종목에서 29번 우승한 것은 맞고요. 스포츠클라이밍의 3가지 세부 종목(스피드·볼더링·리드)중에서 볼더링에서 1차례 우승해서 아마 30회 정도 우승한 것이 지금까지 기록일 것입니다. 이번 수상의 영광을 가족에게도 전하고 싶고 부상 당시 치료해주신 선생님들, 10년 넘도록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스포츠 클라이밍 : 크게 세 부문으로, 볼더링(bouldering)은 안전장비 없이 매트 위에서 5m 이내의 인공암벽 4~5개를 이동해야 하는 경기이며 추락 횟수는 상관 없지만,가장 적은 시도로 모든 암벽을 탄 선수가 우승.

김 선수의 주 종목으로 알려진 리드(lead) 부문은 12m 이상의 인공암벽에서 7~11분 사이로 정해진 시간 안에 누가 더 높이 오르느냐를 겨루는 경기. 스피드(speed)는 IFSC에서 지정한 공식 루트 15m를 가장 빨리 오르는 선수를 가리는 종목


김 선수는 크고 작은 부상 이외에도 수많은 침체기가 있었는데, 그 당시는 너무 힘들었지만" 모든 일은 곧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낙천적이라 할 수도 있는데, 이런 영향은 산을 좋아하고 인도를 3차례 다녀온 아버지이자 클라이밍 마니아인 김학은 씨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결정적인 경기를 앞두고 손가락 등 다치면 '모든 일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저를 '강제로 쉬게 하는구나!' 생각하고 편하고 부드럽게 대처하고 편하게 마음먹으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개인적으로 슬럼프 같은 것들이나 모든 부상을 극복하게 해준 원동력일수도 있지요."

대화하면 할수록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드러내는 김자인 선수는 '아직 배가 고프다'는 식으로 앞으로 포부를 밝혔습니다. 다음 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것.

이 같은 결심은 지난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대신 올림픽 중계 해설 위원으로 각국 선수들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더 굳건해졌다고 밝혔습니다.


왼쪽 사진 출처=탈잉왼쪽 사진 출처=탈잉

"중계를 위해 선수 연구를 마치고 한밤중에 태어난지 7개월이 된 제 딸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아이가 나중에 커서 '엄마는 왜 은퇴를 했어'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을 할지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이 경우 '네가 태어나고 그냥 그만두었어'라고 말하기는 정말 싫다, 다음 올림픽에 코치나 감독이 아닌 선수로 가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지요. 다시 도전하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여하튼 중계를 준비하는 중에 제 곁에 귀여운 딸이 있어서 너무 고마워서 눈물까지 나더라고요."

김자인의 뛰어난 클라이밍 실력은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대기만성'형이라고 생각한다고.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신예 서채현의 경우 올해 나이는 불과 18살. 서 선수는 지난 도쿄올림픽에 출전 직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여자부 금메달을 차지했는데, 서 선수의 경우 세계선수권대회 첫 메달이 '금메달'인 셈. 이처럼 초반부터 뛰어난 성적을 거둔 일부 선수들과 비교할 경우 김자인 선수는 "2009년부터 차근차근 성적을 올린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김자인은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존경하는 선수가 있는데, 2010 스포츠 클라이밍 남자 챔피언 라몬 줄리안(스페인)입니다. 신장 152cm 김자인 선수처럼, 라몬 줄리안은 159cm의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

"라몬 줄리안 선수의 경기를 보면 엄청난 노력을 통해 저 자리에 왔겠다, 이런 것이 저절로 느껴져요. 키가 단신이란 걸 떠나서 '저 선수가 정말 순수하게 클라이밍을 즐기고 있구나'란 것도 알수 있지요. 요즘 인공암장에서 운동하시는 분들의 패션도 바뀌고 하시는 분의 연령대도 낮아져서 보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 클라이밍을 할 때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순수한 즐거움을 찾아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김 선수의 가족 모두가 스포츠 클라이머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머니 이승형 씨는 대한산악연맹 심판을 역임했고, 오빠인 자하, 자비도 클라이머 생활을 했고 현재도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김학은 씨도 클라이밍 마니아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돌림자인 ‘자’는 ‘자일’의 첫 글자이고, 김자인의 ‘인’ 자는 인수봉을 뜻한다고. 도쿄 올림픽 해설 위원 활동 이후 TV 예능에도 출연하는 김 선수는 출산 이후 운동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참 쉽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임신 8개월 차일 때까지도 인공 암장에서 조금 낮은 높이에서 운동했어요. 경사를 오른다는 것보다는 온몸을 스트레칭을 하듯이 풀어주는 것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막상 출산하고 나니 '과연 운동에 복귀할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어요. 오랜 시간 쉰 뒤 암장에 매달리니 느낌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그랬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3, 4차례씩 가면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봐주는 어머니와 시어머니 덕분이지요."


김자인 선수에겐 이젠 부상으로 날린 '올림픽 출전권' 등에는 전혀 미련이 없어 보였습니다. 아이의 웃는 모습에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하다는 김 선수는 든든한 팬들의 사랑과 함께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결심을 밝혔습니다.

홀드에 매달리기 전, 손에 땀을 없애려고 바르는 초크의 느낌은 과연 어떠할까?

김 선수는 취재 기자 같은 중년 남성(47살)도 수많은 홀드를 잡고 벽을 오르며 '충분히 뱃살을 뺄수 있다'고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유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녀 노소 누구나 체력에 관계없이 제대로만 배운다면 '스포츠 클라이밍'이 최고의 운동이 될수 있다며 '클라이밍 예찬론'까지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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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벽 여제’ 김자인 올림픽 다시 도전…“임신 8개월에도 홀드 매달려”
    • 입력 2021-10-14 16:54:51
    • 수정2021-10-14 18:49:03
    취재K


' 암벽 여제'란 호칭으로 더 많이 알려진 김자인 선수(33·올댓스포츠). 근처 산을 오르기에 딱 좋을 만큼 날씨가 화창한 오후, 경기도 고양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났습니다.

김자인 선수가 2021 체육발전 유공자로서 최고의 영예인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김 선수는 요즘 TV 예능 출연, 공익 광고 촬영 등 바쁜 일정 속에서 기꺼이 시간을 내서 자신의 근황과 포부를 밝혔습니다.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회장 손중호)과 선수 소속사 자료에 따르면 김자인 선수는 12년이 넘는 선수 경력 동안 2004년 아시아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대회 최연소 우승을 시작으로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IFSC) 스포츠클라이밍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 월드컵대회와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최다 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기록하는 등 IFSC 월드컵 리드 부분 29회 금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이를 통해 국위선양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게 된 것.


"이번 훈장과 관련해서 제 경력을 정리해보니 스포츠 클라이밍 리드(lead) 종목에서 29번 우승한 것은 맞고요. 스포츠클라이밍의 3가지 세부 종목(스피드·볼더링·리드)중에서 볼더링에서 1차례 우승해서 아마 30회 정도 우승한 것이 지금까지 기록일 것입니다. 이번 수상의 영광을 가족에게도 전하고 싶고 부상 당시 치료해주신 선생님들, 10년 넘도록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스포츠 클라이밍 : 크게 세 부문으로, 볼더링(bouldering)은 안전장비 없이 매트 위에서 5m 이내의 인공암벽 4~5개를 이동해야 하는 경기이며 추락 횟수는 상관 없지만,가장 적은 시도로 모든 암벽을 탄 선수가 우승.

김 선수의 주 종목으로 알려진 리드(lead) 부문은 12m 이상의 인공암벽에서 7~11분 사이로 정해진 시간 안에 누가 더 높이 오르느냐를 겨루는 경기. 스피드(speed)는 IFSC에서 지정한 공식 루트 15m를 가장 빨리 오르는 선수를 가리는 종목


김 선수는 크고 작은 부상 이외에도 수많은 침체기가 있었는데, 그 당시는 너무 힘들었지만" 모든 일은 곧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낙천적이라 할 수도 있는데, 이런 영향은 산을 좋아하고 인도를 3차례 다녀온 아버지이자 클라이밍 마니아인 김학은 씨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결정적인 경기를 앞두고 손가락 등 다치면 '모든 일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저를 '강제로 쉬게 하는구나!' 생각하고 편하고 부드럽게 대처하고 편하게 마음먹으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개인적으로 슬럼프 같은 것들이나 모든 부상을 극복하게 해준 원동력일수도 있지요."

대화하면 할수록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드러내는 김자인 선수는 '아직 배가 고프다'는 식으로 앞으로 포부를 밝혔습니다. 다음 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것.

이 같은 결심은 지난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대신 올림픽 중계 해설 위원으로 각국 선수들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더 굳건해졌다고 밝혔습니다.


왼쪽 사진 출처=탈잉
"중계를 위해 선수 연구를 마치고 한밤중에 태어난지 7개월이 된 제 딸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아이가 나중에 커서 '엄마는 왜 은퇴를 했어'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을 할지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이 경우 '네가 태어나고 그냥 그만두었어'라고 말하기는 정말 싫다, 다음 올림픽에 코치나 감독이 아닌 선수로 가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지요. 다시 도전하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여하튼 중계를 준비하는 중에 제 곁에 귀여운 딸이 있어서 너무 고마워서 눈물까지 나더라고요."

김자인의 뛰어난 클라이밍 실력은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대기만성'형이라고 생각한다고.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신예 서채현의 경우 올해 나이는 불과 18살. 서 선수는 지난 도쿄올림픽에 출전 직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여자부 금메달을 차지했는데, 서 선수의 경우 세계선수권대회 첫 메달이 '금메달'인 셈. 이처럼 초반부터 뛰어난 성적을 거둔 일부 선수들과 비교할 경우 김자인 선수는 "2009년부터 차근차근 성적을 올린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김자인은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존경하는 선수가 있는데, 2010 스포츠 클라이밍 남자 챔피언 라몬 줄리안(스페인)입니다. 신장 152cm 김자인 선수처럼, 라몬 줄리안은 159cm의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

"라몬 줄리안 선수의 경기를 보면 엄청난 노력을 통해 저 자리에 왔겠다, 이런 것이 저절로 느껴져요. 키가 단신이란 걸 떠나서 '저 선수가 정말 순수하게 클라이밍을 즐기고 있구나'란 것도 알수 있지요. 요즘 인공암장에서 운동하시는 분들의 패션도 바뀌고 하시는 분의 연령대도 낮아져서 보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 클라이밍을 할 때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순수한 즐거움을 찾아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김 선수의 가족 모두가 스포츠 클라이머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머니 이승형 씨는 대한산악연맹 심판을 역임했고, 오빠인 자하, 자비도 클라이머 생활을 했고 현재도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김학은 씨도 클라이밍 마니아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돌림자인 ‘자’는 ‘자일’의 첫 글자이고, 김자인의 ‘인’ 자는 인수봉을 뜻한다고. 도쿄 올림픽 해설 위원 활동 이후 TV 예능에도 출연하는 김 선수는 출산 이후 운동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참 쉽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임신 8개월 차일 때까지도 인공 암장에서 조금 낮은 높이에서 운동했어요. 경사를 오른다는 것보다는 온몸을 스트레칭을 하듯이 풀어주는 것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막상 출산하고 나니 '과연 운동에 복귀할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어요. 오랜 시간 쉰 뒤 암장에 매달리니 느낌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그랬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3, 4차례씩 가면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봐주는 어머니와 시어머니 덕분이지요."


김자인 선수에겐 이젠 부상으로 날린 '올림픽 출전권' 등에는 전혀 미련이 없어 보였습니다. 아이의 웃는 모습에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하다는 김 선수는 든든한 팬들의 사랑과 함께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결심을 밝혔습니다.

홀드에 매달리기 전, 손에 땀을 없애려고 바르는 초크의 느낌은 과연 어떠할까?

김 선수는 취재 기자 같은 중년 남성(47살)도 수많은 홀드를 잡고 벽을 오르며 '충분히 뱃살을 뺄수 있다'고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유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녀 노소 누구나 체력에 관계없이 제대로만 배운다면 '스포츠 클라이밍'이 최고의 운동이 될수 있다며 '클라이밍 예찬론'까지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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