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테슬라와 기도투자

입력 2021.10.1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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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테슬라”

[시드머니 백만 원, 40년 동안 매년 천만 원씩 추매. 연 이자율 13%. 40년 후 순자산 115억 원. 테슬라, 누구나 가능한 이야기...]

SNS에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우리 투자자들의 테슬라에 대한 믿음이 정말 뜨겁습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 계속 경고등이 켜지는데도, 테슬라 주가는 보란 듯이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철옹성, 누가 테슬라를 이길 수 있을까’ ‘명품백을 2~30% 할인 판매한다면 당연히 사지 않을까요? 지금 테슬라가 그렇습니다’ ‘테슬라에 대한 나의 투자로 나는 나의 미래에 자유를 선물한다’ ‘이제는 놓치지 않을 거예요. 나의 테슬라...’

이른바 ‘기도투자’라고 하죠. 테슬라의 투자 이유가 시장 근거에서 점점 ‘자신감’이나 ‘신념’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신념이 아니고 불안의 표출일지 모릅니다. ‘제발 믿어주세요. 테슬라의 성장가능성’이라고 매일 기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기도한다고 오르는 게 아닙니다.

지난해 테슬라 주식을 쓸어담아 월가를 놀라게 한 우리 주식투자자들은 올해도 8월까지 테슬라 주식을 14억 달러(1조 7천억)나 사들였습니다. ‘천슬람’(테슬라 주가가 1,000달러 간다)에 이어 ‘테슬람’이란 용어까지 생겨났습니다. 실적도 좋습니다. 상반기에도 또 시장 전망을 넘어섰습니다.

당신이 어느 기업의 미래가치를 분석하고 전망해서 오래 오래 투자한 뒤 이제 수익을 내고 있다면 당신은 진짜 투자를 하는 겁니다. 하지만 투자의 오르막길에 우연히 남을 따라 탑승한 뒤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면, 그것은 우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위터에는 하루에도 수도 없이 자신이 기록한 ‘기특한’ 투자 수익이 캡처돼 올라옵니다. 상당수가 자산가격이 계속 오르자 따라서 투자한 뒤, 더 급등하면서 오른 수익들입니다. 정말 과학적인 투자일까? 우리 삶에는 수많은 ‘우연’의 요소가 들어가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입니다.

2. 파티가 끝나간다.

그런데 시장이 조금씩 불안해집니다. 연준이 마지못해 테이퍼링(Tapering)을 준비중입니다. 안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돈이란 너무 풀리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쫌 산다는 나라’ 중에서 한국은 제일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존 템플턴(John Templeton)은 “강세장은 비관속에 태어나, 회의속에서 자라며, 낙관속에 성숙해, 행복속에서 죽는다”고 했습니다. 지금 글로벌 증시는 어디쯤 와 있을까요.

오를 때는 브라질의 날씨만 좋아도 오르던 주가가, 요즘은 낙엽만 떨어져도 ‘출렁’합니다. 보수적 시장 접근을 주문하는 전문가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시장을 예측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 증시는 11월 속리산 등반같은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참 조심스럽습니다.

자산의 가격은 미니애폴리스 연준의장의 마음부터, 이란의 지정학적 위험은 물론, 중국의 자율주행 규제까지 수많은 변수로 결정됩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도무지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 끼어듭니다)

3. 열심히 공부해서 주가를 전망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시장에 참여할 때 정량적 편익에 정량적 확률을 곱해서 가중평균을 구하는 식으로 ‘가격’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요소를 종합해 결국 ‘마음이 끌리는 대로’ 결정을 하지요. 사실 가격도 결국 ‘마음’이 결정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공부해서 주가를 전망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그러니 모든 학원이 다 있는데 주가전망 학원은 없는 게 아닐까요)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던 90년대 말, 사람들은 온라인 슈퍼마켓의 미래를 예측했습니다. 사람들이 마트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웹밴(Webvan)이나 코즈모(Kozmo)에 투자했죠. 몇 해 뒤 다 파산했습니다. 지금 돈은 아마존(AMZN)이 법니다.

우리가 아무리 시장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해도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니 기도라도 열심히 해볼까요.

자산시장의 흐름과 우리의 엉터리 전망은 늘 되풀이됩니다. 자산시장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다 지친 경제학자들은 요즘 부쩍 인간의 마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심지어 시장 참여자들의 ‘자신감’이 GDP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도 있습니다)

그 인간의 심리까지 버무려 우리는 과연 미래의 가격을 예측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는 내일 어떤 트윗을 날릴까요.

4. 지난 5년간 증권사 신년 전망을 찾아봤더니...

그럼 전문가들의 전망은 맞을까요? 제가 아는 자산시장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가격’을 조심스럽게 전망합니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고구마가 목에 걸린 느낌입니다. 그들은 ‘가격’ 전망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간 우리 증권사들의 한 해 전망은 얼마나 맞았을까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1)
2016년 말, 지긋지긋한 박스권 장세가 6년째 계속되고 주요 증권사들은 2017년 전망을 매우 암울하고 보수적으로 전망했습니다. 코스피를 또 박스권인 ‘1800~2300’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정작 2017년 코스피는 2500선을 뚫고 20% 이상 올랐습니다.

2017년 증권사들의 코스피 전망은 1800-2350까지였다. 이번엔 맞을까? 역시 또 크게 빗나갔다.2017년 증권사들의 코스피 전망은 1800-2350까지였다. 이번엔 맞을까? 역시 또 크게 빗나갔다.


2)
2017년 10월, 주가가 2500을 넘자, 증권사들은 앞다퉈 2018년 ‘코스피 3000시대’를 예언합니다. ‘코스피 3천시대 이끌 업종과 전망’ ‘지난해와 다르다. 코스피 3000이 다가온 이유’. 하지만 2018년 1월 ‘2467.49’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그해 17.28% 하락하며 겨우 2천선을 지켜냈습니다.


3)
정작 코스피(KOSPI)가 꿈의 3000을 뚫은 것은 코로나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해 12월입니다. 아무도 코로나를 예측하지 못했고, 그 코로나로 풀린 유동성이 지수 3000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코스피지수 움직임. 지난해 초부터 급등한 코스피 지수는 결국 3천 선을 돌파했다.  아무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범람을 예측하지 못했고, 그 위기가 코로나 3천 시대를 불러올지 예측하지 못했다.지난 10년간의 코스피지수 움직임. 지난해 초부터 급등한 코스피 지수는 결국 3천 선을 돌파했다. 아무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범람을 예측하지 못했고, 그 위기가 코로나 3천 시대를 불러올지 예측하지 못했다.

5. 당신이 그 주식을 산 이유는 혹시 ‘마음이 끌려서’가 아닌가요?

그럼 과학적인 인간은 왜 자산시장에만 가면 망가질까요? 우리는 질투하고, 속상해하고, 욕심내고, 따라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정 자산의 가격이 아주 많이 오르면, 그때 모두들 투자시장에 뛰어듭니다. (사실 그 재벌 사모님이 그 중국 화가의 그림을 273억 원에 산 이유도 다른 재벌이 그렇게 하기 때문 아닌가요) 우리는 사실 ‘다들 할 때 나도 해야’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인간의 경제활동 대부분은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만들어낸 낙관주의에 의한 불안전성이 판단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인간의 의지는 추측건데 오직 ‘야성적 충동’의 결과로 이뤄지며, 수량의 계산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 중에서

케인스의 말처럼 인간의 경제활동은 생각처럼 ‘합리적인 동기’에 의해 이뤄지지 않습니다(그는 그 야성적 충동이 경기 변동과 비자발적 실업의 주요인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우리로 돌아와서, 당신이 그 주식에 투자한 이유는 합리적인 동기에 의한 건가요? 아니면 그냥 몇 가지 긍정적인 주가요인에 우주의 기운까지 반영한 ‘충동’인가요?

오징어게임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사람은 믿을만 해서 믿는 게 아니야, 기댈 데가 없으니까 믿는거지”

6. 이번엔 다를까요?

우리는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그러다 위기가 찾아오면 또 돈을 풉니다. 시장은 그렇게 여러 번 망가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이제는 펄펄 끓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입니다(이 용어는 96년에 그린스펀이 처음 사용했습니다). 이 자본시장의 호황이 몇 해를 더 간다고 해도, 지금 누군가는 시장이 과열됐으며, 비이성적이라고 외쳐야 할 시간입니다.

이 위기를 지탱하고 있는 돈의 범람은 절대 정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바이러스가 번지기 시작하자 연준은 매달 800억 달러의 재무부 채권과 400억 달러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 우주적 범람의 중단을 예고만 해도 시장은 발작 (taper tantrum)을 일으킵니다. 인간이 만든 화폐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자산가격은 꾸준히 오르다 한꺼번에 떨어집니다. 경기는 늘 천천히 확장되고 빠르게 수축됩니다. 20여 년 만에 어렵게 이륙한 코스피 항공기는 지나치게 고공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연착륙할 수 있을까요. 과거의 경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면, 위기로부터 달아날 때는 우리 모두 정신없이 뛰기 때문입니다.

2007년 여름 모기지에 대한 채무불이행 비율이 증가하고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이 주춤거릴 무렵 시티그룹의 CEO 찰스 프린스는 “음악이 나오는 한 일어나서 춤을 춰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춤을 추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에두와르도 포터, ‘모든 것의 가격’ 중에서

몇 달후 그는 해고됐습니다. 시티그룹은 공중분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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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테슬라와 기도투자
    • 입력 2021-10-15 07:08:35
    특파원 리포트

1. “나의 테슬라”

[시드머니 백만 원, 40년 동안 매년 천만 원씩 추매. 연 이자율 13%. 40년 후 순자산 115억 원. 테슬라, 누구나 가능한 이야기...]

SNS에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우리 투자자들의 테슬라에 대한 믿음이 정말 뜨겁습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 계속 경고등이 켜지는데도, 테슬라 주가는 보란 듯이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철옹성, 누가 테슬라를 이길 수 있을까’ ‘명품백을 2~30% 할인 판매한다면 당연히 사지 않을까요? 지금 테슬라가 그렇습니다’ ‘테슬라에 대한 나의 투자로 나는 나의 미래에 자유를 선물한다’ ‘이제는 놓치지 않을 거예요. 나의 테슬라...’

이른바 ‘기도투자’라고 하죠. 테슬라의 투자 이유가 시장 근거에서 점점 ‘자신감’이나 ‘신념’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신념이 아니고 불안의 표출일지 모릅니다. ‘제발 믿어주세요. 테슬라의 성장가능성’이라고 매일 기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기도한다고 오르는 게 아닙니다.

지난해 테슬라 주식을 쓸어담아 월가를 놀라게 한 우리 주식투자자들은 올해도 8월까지 테슬라 주식을 14억 달러(1조 7천억)나 사들였습니다. ‘천슬람’(테슬라 주가가 1,000달러 간다)에 이어 ‘테슬람’이란 용어까지 생겨났습니다. 실적도 좋습니다. 상반기에도 또 시장 전망을 넘어섰습니다.

당신이 어느 기업의 미래가치를 분석하고 전망해서 오래 오래 투자한 뒤 이제 수익을 내고 있다면 당신은 진짜 투자를 하는 겁니다. 하지만 투자의 오르막길에 우연히 남을 따라 탑승한 뒤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면, 그것은 우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위터에는 하루에도 수도 없이 자신이 기록한 ‘기특한’ 투자 수익이 캡처돼 올라옵니다. 상당수가 자산가격이 계속 오르자 따라서 투자한 뒤, 더 급등하면서 오른 수익들입니다. 정말 과학적인 투자일까? 우리 삶에는 수많은 ‘우연’의 요소가 들어가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입니다.

2. 파티가 끝나간다.

그런데 시장이 조금씩 불안해집니다. 연준이 마지못해 테이퍼링(Tapering)을 준비중입니다. 안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돈이란 너무 풀리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쫌 산다는 나라’ 중에서 한국은 제일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존 템플턴(John Templeton)은 “강세장은 비관속에 태어나, 회의속에서 자라며, 낙관속에 성숙해, 행복속에서 죽는다”고 했습니다. 지금 글로벌 증시는 어디쯤 와 있을까요.

오를 때는 브라질의 날씨만 좋아도 오르던 주가가, 요즘은 낙엽만 떨어져도 ‘출렁’합니다. 보수적 시장 접근을 주문하는 전문가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시장을 예측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 증시는 11월 속리산 등반같은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참 조심스럽습니다.

자산의 가격은 미니애폴리스 연준의장의 마음부터, 이란의 지정학적 위험은 물론, 중국의 자율주행 규제까지 수많은 변수로 결정됩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도무지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 끼어듭니다)

3. 열심히 공부해서 주가를 전망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시장에 참여할 때 정량적 편익에 정량적 확률을 곱해서 가중평균을 구하는 식으로 ‘가격’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요소를 종합해 결국 ‘마음이 끌리는 대로’ 결정을 하지요. 사실 가격도 결국 ‘마음’이 결정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공부해서 주가를 전망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그러니 모든 학원이 다 있는데 주가전망 학원은 없는 게 아닐까요)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던 90년대 말, 사람들은 온라인 슈퍼마켓의 미래를 예측했습니다. 사람들이 마트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웹밴(Webvan)이나 코즈모(Kozmo)에 투자했죠. 몇 해 뒤 다 파산했습니다. 지금 돈은 아마존(AMZN)이 법니다.

우리가 아무리 시장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해도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니 기도라도 열심히 해볼까요.

자산시장의 흐름과 우리의 엉터리 전망은 늘 되풀이됩니다. 자산시장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다 지친 경제학자들은 요즘 부쩍 인간의 마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심지어 시장 참여자들의 ‘자신감’이 GDP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도 있습니다)

그 인간의 심리까지 버무려 우리는 과연 미래의 가격을 예측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는 내일 어떤 트윗을 날릴까요.

4. 지난 5년간 증권사 신년 전망을 찾아봤더니...

그럼 전문가들의 전망은 맞을까요? 제가 아는 자산시장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가격’을 조심스럽게 전망합니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고구마가 목에 걸린 느낌입니다. 그들은 ‘가격’ 전망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간 우리 증권사들의 한 해 전망은 얼마나 맞았을까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1)
2016년 말, 지긋지긋한 박스권 장세가 6년째 계속되고 주요 증권사들은 2017년 전망을 매우 암울하고 보수적으로 전망했습니다. 코스피를 또 박스권인 ‘1800~2300’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정작 2017년 코스피는 2500선을 뚫고 20% 이상 올랐습니다.

2017년 증권사들의 코스피 전망은 1800-2350까지였다. 이번엔 맞을까? 역시 또 크게 빗나갔다.

2)
2017년 10월, 주가가 2500을 넘자, 증권사들은 앞다퉈 2018년 ‘코스피 3000시대’를 예언합니다. ‘코스피 3천시대 이끌 업종과 전망’ ‘지난해와 다르다. 코스피 3000이 다가온 이유’. 하지만 2018년 1월 ‘2467.49’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그해 17.28% 하락하며 겨우 2천선을 지켜냈습니다.


3)
정작 코스피(KOSPI)가 꿈의 3000을 뚫은 것은 코로나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해 12월입니다. 아무도 코로나를 예측하지 못했고, 그 코로나로 풀린 유동성이 지수 3000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코스피지수 움직임. 지난해 초부터 급등한 코스피 지수는 결국 3천 선을 돌파했다.  아무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범람을 예측하지 못했고, 그 위기가 코로나 3천 시대를 불러올지 예측하지 못했다.
5. 당신이 그 주식을 산 이유는 혹시 ‘마음이 끌려서’가 아닌가요?

그럼 과학적인 인간은 왜 자산시장에만 가면 망가질까요? 우리는 질투하고, 속상해하고, 욕심내고, 따라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정 자산의 가격이 아주 많이 오르면, 그때 모두들 투자시장에 뛰어듭니다. (사실 그 재벌 사모님이 그 중국 화가의 그림을 273억 원에 산 이유도 다른 재벌이 그렇게 하기 때문 아닌가요) 우리는 사실 ‘다들 할 때 나도 해야’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인간의 경제활동 대부분은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만들어낸 낙관주의에 의한 불안전성이 판단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인간의 의지는 추측건데 오직 ‘야성적 충동’의 결과로 이뤄지며, 수량의 계산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 중에서

케인스의 말처럼 인간의 경제활동은 생각처럼 ‘합리적인 동기’에 의해 이뤄지지 않습니다(그는 그 야성적 충동이 경기 변동과 비자발적 실업의 주요인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우리로 돌아와서, 당신이 그 주식에 투자한 이유는 합리적인 동기에 의한 건가요? 아니면 그냥 몇 가지 긍정적인 주가요인에 우주의 기운까지 반영한 ‘충동’인가요?

오징어게임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사람은 믿을만 해서 믿는 게 아니야, 기댈 데가 없으니까 믿는거지”

6. 이번엔 다를까요?

우리는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그러다 위기가 찾아오면 또 돈을 풉니다. 시장은 그렇게 여러 번 망가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이제는 펄펄 끓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입니다(이 용어는 96년에 그린스펀이 처음 사용했습니다). 이 자본시장의 호황이 몇 해를 더 간다고 해도, 지금 누군가는 시장이 과열됐으며, 비이성적이라고 외쳐야 할 시간입니다.

이 위기를 지탱하고 있는 돈의 범람은 절대 정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바이러스가 번지기 시작하자 연준은 매달 800억 달러의 재무부 채권과 400억 달러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 우주적 범람의 중단을 예고만 해도 시장은 발작 (taper tantrum)을 일으킵니다. 인간이 만든 화폐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자산가격은 꾸준히 오르다 한꺼번에 떨어집니다. 경기는 늘 천천히 확장되고 빠르게 수축됩니다. 20여 년 만에 어렵게 이륙한 코스피 항공기는 지나치게 고공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연착륙할 수 있을까요. 과거의 경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면, 위기로부터 달아날 때는 우리 모두 정신없이 뛰기 때문입니다.

2007년 여름 모기지에 대한 채무불이행 비율이 증가하고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이 주춤거릴 무렵 시티그룹의 CEO 찰스 프린스는 “음악이 나오는 한 일어나서 춤을 춰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춤을 추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에두와르도 포터, ‘모든 것의 가격’ 중에서

몇 달후 그는 해고됐습니다. 시티그룹은 공중분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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