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잇따라 전세대출 재개…실수요자 숨통 트이나

입력 2021.10.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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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셋값 폭등에도 대출은 안 된다'던 금융당국, 한 발 물러서

열흘 전만 해도 전세대출 규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강경했습니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목표인) 6.9%를 달성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고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고 위원장은 여기에 “가능한 한 실수요자도 상환 범위 내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 전세대출을 사실상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포함 시킬 수 있다는 구상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폭등하는 전셋값에 대출마저 안 된다면 어떻게 하냐는 불만의 글이 폭주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며칠 새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글이 빗발쳤습니다.

청와대의 시각도 금융당국과는 온도 차가 있었습니다. 고 위원장의 발언이 있던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회의에서 "실수요자가 전세대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금융당국이 백기를 들었습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세대출과 집단대출로 인해 목표치인 6.9%를 넘더라도 용인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6%대를 목표로 하는 정부 기조는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혀, 목표 달성은 실패했더라도 대출규제 강화 방침은 이어갈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 일단 한숨 돌린 은행들...전세대출 잇따라 재개

당장 NH농협은행이 움직였습니다. 8월 말부터 중단했던 전세자금 대출을 다음 주 월요일(18일)부터 재개하기로 한 겁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도 영업점의 월 단위 가계대출 한도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기로 했고, 신한은행도 모집인 전세대출에 적용했던 5천억 원 대출 한도를 해제했습니다.

전세대출을 중단한 카카오뱅크와 BNK경남은행은 재개 여부를 검토 중이고, 11월부터 모집법인 전세대출 전면 중단 예정인 하나은행은 아직 관련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조였던 은행권에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가계대출잔액은 지난 7일 기준 703조 4,416억 원으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이미 지난달에 6.5%를 넘었습니다. 금융 당국의 목표치 최상단 6.99%를 적용하면 연말까지 최대 13조 5,000억 원가량을 대출할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턱 끝까지 찬 상태였습니다.

여기에 월 2조 5천억 원가량 늘어나던 전세대출이 총량 규제에서 빠지면서 은행권의 대출 여력은 연내 8조~10조 원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지만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이번 조치가 시행되는 만큼, 금융당국은 돈이 있으면서도 대출을 받는 경우를 막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전세대출을 갱신할 때 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은 전 은행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이 해당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 가계대출 추가 대책 내용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될 가계부채 추가대책에는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한 돈을 빌리는 사람(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주로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DSR 규제는 '버는 만큼 빌릴 수 있게'하는 방식입니다. 대출 심사를 할 때 차주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모든 대출에 대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비율로 나타낸 겁니다. 현재 규제지역에서 6억 초과 주택을 사거나, 신용대출이 1억 원을 초과한 차주의 경우 DSR 40% 규제가 적용됩니다.

금융당국은 2023년까지 단계별로 DSR 40% 규제적용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었는데, 이를 조기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2022년 7월과 2023년 7월부터 각각 총 대출액 2억 원, 1억 원을 넘는 차주에게 DSR 40%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이 시기를 당긴다는 겁니다. 카드론 등을 대출액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중입니다.

금융회사별 고(高) DSR 대출액 비중을 축소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습니다. 고 DSR 대출이란 개인별 DSR 비율이 70%와 90%를 초과한 대출을 가리킵니다. 은행 유형에 따라 DSR 70% 초과 비중은 신규 대출 취급액의 5∼15%, DSR 90% 초과 비중은 3∼10%로 관리 중이고, 비은행권은 허용 비율이 더 높습니다. 이 비율을 낮추면 다중채무자와 고액채무자의 추가대출을 막는 효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제2금융권 대출 관리 방안과 각 금융사 차원의 부채관리 시스템 강화 방안도 추가 대책 포함이 유력합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수십 가지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막판 조율을 하고 있습니다. 전방위적인 규제 노력을 펼치다 예기치 않게 한걸음 물러서게 된 금융당국, 이번 추가대책을 통해선 '전세대출을 제외한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 증가율 6.9%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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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들 잇따라 전세대출 재개…실수요자 숨통 트이나
    • 입력 2021-10-15 14:25:52
    취재K

■ '전셋값 폭등에도 대출은 안 된다'던 금융당국, 한 발 물러서

열흘 전만 해도 전세대출 규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강경했습니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목표인) 6.9%를 달성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고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고 위원장은 여기에 “가능한 한 실수요자도 상환 범위 내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 전세대출을 사실상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포함 시킬 수 있다는 구상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폭등하는 전셋값에 대출마저 안 된다면 어떻게 하냐는 불만의 글이 폭주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며칠 새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글이 빗발쳤습니다.

청와대의 시각도 금융당국과는 온도 차가 있었습니다. 고 위원장의 발언이 있던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회의에서 "실수요자가 전세대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금융당국이 백기를 들었습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세대출과 집단대출로 인해 목표치인 6.9%를 넘더라도 용인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6%대를 목표로 하는 정부 기조는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혀, 목표 달성은 실패했더라도 대출규제 강화 방침은 이어갈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 일단 한숨 돌린 은행들...전세대출 잇따라 재개

당장 NH농협은행이 움직였습니다. 8월 말부터 중단했던 전세자금 대출을 다음 주 월요일(18일)부터 재개하기로 한 겁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도 영업점의 월 단위 가계대출 한도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기로 했고, 신한은행도 모집인 전세대출에 적용했던 5천억 원 대출 한도를 해제했습니다.

전세대출을 중단한 카카오뱅크와 BNK경남은행은 재개 여부를 검토 중이고, 11월부터 모집법인 전세대출 전면 중단 예정인 하나은행은 아직 관련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조였던 은행권에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가계대출잔액은 지난 7일 기준 703조 4,416억 원으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이미 지난달에 6.5%를 넘었습니다. 금융 당국의 목표치 최상단 6.99%를 적용하면 연말까지 최대 13조 5,000억 원가량을 대출할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턱 끝까지 찬 상태였습니다.

여기에 월 2조 5천억 원가량 늘어나던 전세대출이 총량 규제에서 빠지면서 은행권의 대출 여력은 연내 8조~10조 원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지만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이번 조치가 시행되는 만큼, 금융당국은 돈이 있으면서도 대출을 받는 경우를 막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전세대출을 갱신할 때 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은 전 은행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이 해당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 가계대출 추가 대책 내용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될 가계부채 추가대책에는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한 돈을 빌리는 사람(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주로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DSR 규제는 '버는 만큼 빌릴 수 있게'하는 방식입니다. 대출 심사를 할 때 차주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모든 대출에 대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비율로 나타낸 겁니다. 현재 규제지역에서 6억 초과 주택을 사거나, 신용대출이 1억 원을 초과한 차주의 경우 DSR 40% 규제가 적용됩니다.

금융당국은 2023년까지 단계별로 DSR 40% 규제적용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었는데, 이를 조기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2022년 7월과 2023년 7월부터 각각 총 대출액 2억 원, 1억 원을 넘는 차주에게 DSR 40%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이 시기를 당긴다는 겁니다. 카드론 등을 대출액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중입니다.

금융회사별 고(高) DSR 대출액 비중을 축소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습니다. 고 DSR 대출이란 개인별 DSR 비율이 70%와 90%를 초과한 대출을 가리킵니다. 은행 유형에 따라 DSR 70% 초과 비중은 신규 대출 취급액의 5∼15%, DSR 90% 초과 비중은 3∼10%로 관리 중이고, 비은행권은 허용 비율이 더 높습니다. 이 비율을 낮추면 다중채무자와 고액채무자의 추가대출을 막는 효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제2금융권 대출 관리 방안과 각 금융사 차원의 부채관리 시스템 강화 방안도 추가 대책 포함이 유력합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수십 가지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막판 조율을 하고 있습니다. 전방위적인 규제 노력을 펼치다 예기치 않게 한걸음 물러서게 된 금융당국, 이번 추가대책을 통해선 '전세대출을 제외한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 증가율 6.9%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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