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해자 보호 지침’ 비공개…“2차 피해 예방 역부족”

입력 2021.10.15 (21:25) 수정 2021.10.1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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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이 문제를 취재한 사회부 이유민 기자와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이 기자. 성범죄 사건인데 '주요경제범죄조사단'이란 데서 수사하다 이런 일이 생긴거에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성범죄 전담 검사가 한 명도 없는 곳입니다.

왜 여기서 이 사건을 맡게 됐는지 물어봤더니, 서울동부지검은 서울고검이 재수사를 명령하면서 이 부서에 배당하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서울고검에도 물어봤습니다.

고검은 자체 규정에 따라 그렇게 배당하도록 한 게 사실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검찰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성범죄 사건 특수성을 따지지 않고 기계적으로 배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재수사 명령이 내려온 사건은 일단 중요경제범죄조사단에 배당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합니다.

[앵커]

또 한 가지, 성폭력 관련 사건을 수사할 때 2차 피해로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법에서도 규정해 놓은 사안입니다.

성폭력처벌법을 보면, 성폭력 사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범죄 전담검사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배당은 법 규정에도 어긋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검찰 내부적으로도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지침 같은 게 있을텐데요?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검찰은 2013년에 '성폭력 사건처리와 피해자 보호 지원에 관한 지침'을 대검 예규로 제정했습니다.

이후 수차례 개정됐는데 비공개 예규여서 아직 언론 등에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진이 내용을 확인해봤는데요.

검찰 지침에서는 성폭력처벌법과 마찬가지로 성범죄 사건을 성폭력 전담검사에게 일괄 배당하게 했습니다.

다만, 신속성과 효율성 등을 고려해 다른 부서에 배당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지난 3월 재수사 명령이 떨어진 뒤 다섯달이 지나서야 첫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신속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배당한 것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앵커]

검찰이 성폭력 사건 관련 지침을 공개 안 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법무부와 검찰에 각각 물어봤는데,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건 처리 지침을 모르니 검찰이 수사 절차나 유의사항을 지침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국회를 통해 해당 지침 관련 민원이나 지침 위반에 따른 징계, 감찰 여부를 확인해봤는데요.

지금까지 한 건도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지침 자체가 비공개이다보니 민원 자체가 없고, 관련 통계를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경찰의 경우는 어떻죠?

[기자]

경찰의 경우 공개된 훈령에서 비교적 명확한 2차 피해 방지 조항을 찾을 수 있습니다.

관할이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사건을 반려하거나, 피해자 비난, 피해사실 축소 등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공개하는 지침을 검찰이라고 공개 못할 이유가 뭔지 수사를 받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과연 납득할 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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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피해자 보호 지침’ 비공개…“2차 피해 예방 역부족”
    • 입력 2021-10-15 21:25:51
    • 수정2021-10-15 21: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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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이 문제를 취재한 사회부 이유민 기자와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이 기자. 성범죄 사건인데 '주요경제범죄조사단'이란 데서 수사하다 이런 일이 생긴거에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성범죄 전담 검사가 한 명도 없는 곳입니다.

왜 여기서 이 사건을 맡게 됐는지 물어봤더니, 서울동부지검은 서울고검이 재수사를 명령하면서 이 부서에 배당하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서울고검에도 물어봤습니다.

고검은 자체 규정에 따라 그렇게 배당하도록 한 게 사실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검찰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성범죄 사건 특수성을 따지지 않고 기계적으로 배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재수사 명령이 내려온 사건은 일단 중요경제범죄조사단에 배당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합니다.

[앵커]

또 한 가지, 성폭력 관련 사건을 수사할 때 2차 피해로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법에서도 규정해 놓은 사안입니다.

성폭력처벌법을 보면, 성폭력 사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범죄 전담검사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배당은 법 규정에도 어긋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검찰 내부적으로도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지침 같은 게 있을텐데요?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검찰은 2013년에 '성폭력 사건처리와 피해자 보호 지원에 관한 지침'을 대검 예규로 제정했습니다.

이후 수차례 개정됐는데 비공개 예규여서 아직 언론 등에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진이 내용을 확인해봤는데요.

검찰 지침에서는 성폭력처벌법과 마찬가지로 성범죄 사건을 성폭력 전담검사에게 일괄 배당하게 했습니다.

다만, 신속성과 효율성 등을 고려해 다른 부서에 배당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지난 3월 재수사 명령이 떨어진 뒤 다섯달이 지나서야 첫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신속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배당한 것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앵커]

검찰이 성폭력 사건 관련 지침을 공개 안 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법무부와 검찰에 각각 물어봤는데,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건 처리 지침을 모르니 검찰이 수사 절차나 유의사항을 지침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국회를 통해 해당 지침 관련 민원이나 지침 위반에 따른 징계, 감찰 여부를 확인해봤는데요.

지금까지 한 건도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지침 자체가 비공개이다보니 민원 자체가 없고, 관련 통계를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경찰의 경우는 어떻죠?

[기자]

경찰의 경우 공개된 훈령에서 비교적 명확한 2차 피해 방지 조항을 찾을 수 있습니다.

관할이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사건을 반려하거나, 피해자 비난, 피해사실 축소 등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공개하는 지침을 검찰이라고 공개 못할 이유가 뭔지 수사를 받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과연 납득할 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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