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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독도가 일본 땅? 도쿄 전시장 가보니…
입력 2021.10.16 (07:04) 특파원 리포트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황당한 주장은 얼마 전부터 도쿄 한복판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도쿄 중심가에 있는 '영토주권 전시관'이 바로 그 공간입니다. 일본 정부 내각관방 소속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이란 곳에서 운영합니다.

'영토주권 전시관'에서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독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한 일본 정부의 주장을 상설 전시합니다.

지난해 초 접근성이 좋은 지금의 위치로 옮겼고, 규모도 7배나 확장했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당시 한국 외교부도 이 곳을 폐관하라고 요구해 한일 갈등이 커졌지만 이후로는 코로나 영향 탓인지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영토주권 전시관'의 트위터 계정에는 매일같이 게시글이 올라옵니다. 캐릭터들이 등장해 상대 국가의 주장에 반박하며 일본 정부의 주장을 선전합니다.


일본 영토주권 전시관 트위터. 독도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일본 정부의 주장을 선전한다일본 영토주권 전시관 트위터. 독도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일본 정부의 주장을 선전한다

최근 새로운 독도 관련 영상도 소개됐습니다. 트위터에서 링크를 클릭하면 역시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이 운영하는 '다케시마 연구 해설 사이트'를 거쳐 유튜브로 연결됩니다.


island_research 유튜브 채널. ‘[다케시마연구해설사이트 PART2]에도시대의 다케시마와 안용복의 진술’ 영상 일부분island_research 유튜브 채널. ‘[다케시마연구해설사이트 PART2]에도시대의 다케시마와 안용복의 진술’ 영상 일부분

'islands_research'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에는 '에도시대의 다케시마와 안용복의 진술'이라는 제목으로 2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영상을 재생하면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이 영상은 정부의 위탁사업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만든 것으로 정부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채널의 구독자는 4명 뿐이고, 두 영상의 조회 수는 각각 겨우 100회를 넘겼습니다.

채널 정보를 살펴보니, 개설 날짜는 2021년 5월 27일로 이제 넉 달이 조금 지났습니다. 두 영상을 홍보하기 위해 급조한 채널로 보입니다.

최근 '영토주권 전시관'이 가장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건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일본의 영토' 전시입니다. 일본이 '다케시마' 주장의 근거로 악용하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70주년에 맞춰 기획한 전시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일본의 영토’ 전시 포스터‘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일본의 영토’ 전시 포스터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전시의 키워드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그리고 '일본의 영토'입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일본의 영토'를 '독도'로 바꿔도 될 만한 구성입니다. 기획전 섹션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독도 얘기부터 등장합니다.

관람객들은 가장 먼저 진열대 안에 놓인 샌프란시스코 조약 '2조 a항'을 마주하게 됩니다.



벽면은 전시 패널로 빽빽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준비하며 국가 간 주고 받은 외교문서 원문과 그에 대한 일본의 해설입니다.

그 중 한 섹션에 '각국의 인식과 한국의 움직임'이라는 제목 아래 5개의 자료가 등장합니다. 일본은 최근 연구를 통해 이 자료들을 새롭게 발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내세운 자료는 영국과 네덜란드 대표의 회의록입니다. 일본이 원문에서 발췌한 부분을 우리말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존스톤(영국 외무성 일본태평양부장)은 '미국 대표가 미국 초안 제3조의 확대판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견해였기 때문에 영국 대표는 영국 초안 제1조를 고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일본의 해설입니다.

영국 초안 1조의 목적은 일본 주변의 섬들의 귀속을 명확하게 해 분쟁의 불씨를 남기지 않는 데 있었습니다. 미국안 제 3조에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를 포함한다'를 추가하는 것으로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비춰봐서 영국은 영국 초안 제1조를 철회해 다케시마를 일본의 영토로 남기는 안에 동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은 당초 영국의 초안에 지도를 넣었습니다. 이 지도에는 독도를 일본령에서 배제하는 경계선이 명확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일본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던 미국의 초안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영국이 만든 지도는 빠졌고, 2조 a항에 제주도와 거문도, 울릉도 등 세 섬만 표기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국이 독도가 일본령이라는 데 동의한 건 아닙니다. 일본의 영토를 어떤 식으로 표시할지 방법의 문제였을 뿐입니다.

오히려 독도를 일본령에서 배제한 지도를 만들었던 영국이 여전히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그런데 전시에서는 '고집하지 않았다'는 표현 하나만 갖고 마치 영국이 독도가 일본령이라는 걸 인정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일본의 영토’ 전시‘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일본의 영토’ 전시
호주의 사례는 더 황당합니다. 호주 외무성이 주한외교관에게 보낸 서한을 인용했는데 그 중 일부를 다시 옮겨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조선의 지도에서 두 섬을 찾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조선의 일부로 인정할 수 있는 섬들을 가급적 기재하는 초안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일본은 이에 대한 해설에서 '한국 외무부장관이 호주 측에 두 섬(독도와 이어도)이 본토 남방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거리에 있다고 설명했다'며 '외무부장관 조차 독도와 이어도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라고 엉뚱한 얘기를 합니다.

일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렇게 결론내립니다. 핵심과는 전혀 다른 부분을 발췌한 뒤 확대해석하고 전혀 다른 결론을 이끌어낸 겁니다.

결국, 호주는 '독도'와 '파랑도(이어도)'를 특정할 수 없어 한국 측 주장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 외교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도 이번 전시에서 일본의 억지 주장을 위한 좋은 재료로 사용됐습니다. 당시 무치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측 서한을 미 국무성에 보내며 덧붙인 자신의 견해입니다.

(한국 외무부장관이) 구두로 일본과 한국의 공문서관 이곳저곳에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수많은 문서상의 증거가) 있다고 했다. 현재 수중에는 그와 같은 '증거'는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 같은 정보가 제시될지는 의심스럽다.


일본이 새로운 근거라며 제시한 자료들은 조금만 살펴보면 이처럼 오류와 왜곡투성이입니다. 하지만 가볍게 볼 수는 없습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홍보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중의원 선거 공약을 발표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중의원 선거 공약을 발표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이번 전시가 그 출발점입니다. 지금까지 정부 보고서 형태로 먼저 공개하던 내용들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시를 통해 먼저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트위터와 유튜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민당은 고유영토에 대한 해외 홍보 강화를 총선 공약으로까지 내걸었습니다.
  • [특파원 리포트] 독도가 일본 땅? 도쿄 전시장 가보니…
    • 입력 2021-10-16 07:04:14
    특파원 리포트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황당한 주장은 얼마 전부터 도쿄 한복판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도쿄 중심가에 있는 '영토주권 전시관'이 바로 그 공간입니다. 일본 정부 내각관방 소속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이란 곳에서 운영합니다.

'영토주권 전시관'에서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독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한 일본 정부의 주장을 상설 전시합니다.

지난해 초 접근성이 좋은 지금의 위치로 옮겼고, 규모도 7배나 확장했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당시 한국 외교부도 이 곳을 폐관하라고 요구해 한일 갈등이 커졌지만 이후로는 코로나 영향 탓인지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영토주권 전시관'의 트위터 계정에는 매일같이 게시글이 올라옵니다. 캐릭터들이 등장해 상대 국가의 주장에 반박하며 일본 정부의 주장을 선전합니다.


일본 영토주권 전시관 트위터. 독도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일본 정부의 주장을 선전한다일본 영토주권 전시관 트위터. 독도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일본 정부의 주장을 선전한다

최근 새로운 독도 관련 영상도 소개됐습니다. 트위터에서 링크를 클릭하면 역시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이 운영하는 '다케시마 연구 해설 사이트'를 거쳐 유튜브로 연결됩니다.


island_research 유튜브 채널. ‘[다케시마연구해설사이트 PART2]에도시대의 다케시마와 안용복의 진술’ 영상 일부분island_research 유튜브 채널. ‘[다케시마연구해설사이트 PART2]에도시대의 다케시마와 안용복의 진술’ 영상 일부분

'islands_research'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에는 '에도시대의 다케시마와 안용복의 진술'이라는 제목으로 2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영상을 재생하면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이 영상은 정부의 위탁사업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만든 것으로 정부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채널의 구독자는 4명 뿐이고, 두 영상의 조회 수는 각각 겨우 100회를 넘겼습니다.

채널 정보를 살펴보니, 개설 날짜는 2021년 5월 27일로 이제 넉 달이 조금 지났습니다. 두 영상을 홍보하기 위해 급조한 채널로 보입니다.

최근 '영토주권 전시관'이 가장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건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일본의 영토' 전시입니다. 일본이 '다케시마' 주장의 근거로 악용하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70주년에 맞춰 기획한 전시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일본의 영토’ 전시 포스터‘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일본의 영토’ 전시 포스터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전시의 키워드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그리고 '일본의 영토'입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일본의 영토'를 '독도'로 바꿔도 될 만한 구성입니다. 기획전 섹션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독도 얘기부터 등장합니다.

관람객들은 가장 먼저 진열대 안에 놓인 샌프란시스코 조약 '2조 a항'을 마주하게 됩니다.



벽면은 전시 패널로 빽빽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준비하며 국가 간 주고 받은 외교문서 원문과 그에 대한 일본의 해설입니다.

그 중 한 섹션에 '각국의 인식과 한국의 움직임'이라는 제목 아래 5개의 자료가 등장합니다. 일본은 최근 연구를 통해 이 자료들을 새롭게 발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내세운 자료는 영국과 네덜란드 대표의 회의록입니다. 일본이 원문에서 발췌한 부분을 우리말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존스톤(영국 외무성 일본태평양부장)은 '미국 대표가 미국 초안 제3조의 확대판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견해였기 때문에 영국 대표는 영국 초안 제1조를 고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일본의 해설입니다.

영국 초안 1조의 목적은 일본 주변의 섬들의 귀속을 명확하게 해 분쟁의 불씨를 남기지 않는 데 있었습니다. 미국안 제 3조에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를 포함한다'를 추가하는 것으로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비춰봐서 영국은 영국 초안 제1조를 철회해 다케시마를 일본의 영토로 남기는 안에 동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은 당초 영국의 초안에 지도를 넣었습니다. 이 지도에는 독도를 일본령에서 배제하는 경계선이 명확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일본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던 미국의 초안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영국이 만든 지도는 빠졌고, 2조 a항에 제주도와 거문도, 울릉도 등 세 섬만 표기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국이 독도가 일본령이라는 데 동의한 건 아닙니다. 일본의 영토를 어떤 식으로 표시할지 방법의 문제였을 뿐입니다.

오히려 독도를 일본령에서 배제한 지도를 만들었던 영국이 여전히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그런데 전시에서는 '고집하지 않았다'는 표현 하나만 갖고 마치 영국이 독도가 일본령이라는 걸 인정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일본의 영토’ 전시‘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일본의 영토’ 전시
호주의 사례는 더 황당합니다. 호주 외무성이 주한외교관에게 보낸 서한을 인용했는데 그 중 일부를 다시 옮겨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조선의 지도에서 두 섬을 찾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조선의 일부로 인정할 수 있는 섬들을 가급적 기재하는 초안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일본은 이에 대한 해설에서 '한국 외무부장관이 호주 측에 두 섬(독도와 이어도)이 본토 남방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거리에 있다고 설명했다'며 '외무부장관 조차 독도와 이어도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라고 엉뚱한 얘기를 합니다.

일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렇게 결론내립니다. 핵심과는 전혀 다른 부분을 발췌한 뒤 확대해석하고 전혀 다른 결론을 이끌어낸 겁니다.

결국, 호주는 '독도'와 '파랑도(이어도)'를 특정할 수 없어 한국 측 주장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 외교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도 이번 전시에서 일본의 억지 주장을 위한 좋은 재료로 사용됐습니다. 당시 무치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측 서한을 미 국무성에 보내며 덧붙인 자신의 견해입니다.

(한국 외무부장관이) 구두로 일본과 한국의 공문서관 이곳저곳에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수많은 문서상의 증거가) 있다고 했다. 현재 수중에는 그와 같은 '증거'는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 같은 정보가 제시될지는 의심스럽다.


일본이 새로운 근거라며 제시한 자료들은 조금만 살펴보면 이처럼 오류와 왜곡투성이입니다. 하지만 가볍게 볼 수는 없습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홍보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중의원 선거 공약을 발표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중의원 선거 공약을 발표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이번 전시가 그 출발점입니다. 지금까지 정부 보고서 형태로 먼저 공개하던 내용들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시를 통해 먼저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트위터와 유튜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민당은 고유영토에 대한 해외 홍보 강화를 총선 공약으로까지 내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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