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조 기획① 허술한 국민연금 납부…가입도 제멋대로

입력 2021.10.18 (13:54) 수정 2021.10.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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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전경부산항 전경

■ "법 밖의 노동자"

전 세계 물동량 4위,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75%를 차지하는 부산항. 수많은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부두의 모습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도 자주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물건을 옮기는 일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지난 5월에는 부산신항 물류센터에서 지게차에 노동자가 깔림 사고로 사망하는 등 최근 5년 동안 항만 내 안전사고로 208명이 다치거나 죽었습니다.

이같이 위험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바로 항운노조 노조원들입니다. 일감만큼의 돈을 받는 도급제의 특성상 특정 업체에 소속돼 일하기가 어려운데요.

하역작업, 공동어시장 분류작업 등 직군이 다양해 적용하는 법 체계도 제각각입니다. 현행법상 노동조합에 대한 소득은 조세가 면제돼 소득세 신고 의무도 없고, 사용주가 수백 곳에 이르다 보니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을 낼 때도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각각인 법 체계를 악용한 사건들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KBS는 오늘부터 부산항운노조의 비위행위와 허술한 규제로 법 밖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집중 보도합니다.

부산항운노조부산항운노조

■ 싫으면 안 내도 돼? 허술한 국민연금 납부

부산항운노조의 경우 부산항과 부산신항, 냉동창고, 부산공동어시장 등에 노조원을 투입합니다. 사용주가 수십 수백 곳에 달하다 보니 사용주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가 없는데요. 이런 복잡한 항만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항운노조를 설립하고, 노조가 노무 공급권을 독점하게 했습니다. 노조는 노조원에게 일감을 나눠주고, 중간에서 임금을 산정하는 역할까지 도맡아 합니다.

언뜻 보면 노조가 인력사무소를 같이 하는 모양새인데, 권한은 차원이 다릅니다. 항운노조는 노조원의 권리와 임금, 복지 증진을 책임지는 노동자의 대변인인 동시에 이들의 고용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노조원 입장에서는 노조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집단인 겁니다.

그런데 노조가 노조원을 위해 만든 위원회에서 오히려 부정이 벌어졌다는 제보가 KBS에 입수됐습니다. 항운노조원은 일용노무형식으로 임금이 산정되지만, 고정적으로 일해 월 임금을 받는데요. 그 수가 정식 노조원만 따지면 7천 5백여 명, 임시 노조원을 합치면 만 명 가까이 됩니다.

항운노조는 노조원들을 위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4대 보험 가입을 지난 2013년부터 추진했습니다. 부산항과 부산신항의 경우 2014년부터, 냉동지부의 경우 2016년부터 국민연금 납부가 시작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의 편의를 위해 국민연금 가입을 빼줬다는 의혹이 발생했습니다.

■ 알고도 묵인한 노조, 속셈은 따로?

부산항운노조 냉동지부 소속 노조원의 자필 확인서. 저소득층 지원을 받고 있어 국민연금 가입을 하지 않겠다고 쓰여 있다.부산항운노조 냉동지부 소속 노조원의 자필 확인서. 저소득층 지원을 받고 있어 국민연금 가입을 하지 않겠다고 쓰여 있다.

위의 사진은 KBS가 입수한 확인서입니다. 지난 2016년 부산 항운노조 냉동지부에서 국민연금 관리위원회인 복지관리위원회를 만들 당시 노조원 일부가 낸 자필 확인서인데요.

"저소득층으로 등록됐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쓰여 있습니다. 또 "가족 중 장애인연금 수령자가 있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노조원도 있습니다. 모두 자신의 소득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가입을 고의로 미룬 경우입니다.

소득을 감춰서 정부 지원금을 받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엄연히 부정수급입니다.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이 같은 부정수급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또 이를 묵인한 사용주도 처벌받을 수 있는데요. 노조가 이 같은 확인서를 제출받았다면 역시 부정수급에 대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시 냉동지부 노조원은 1,100여 명. 이 가운데 300여 명이 신용불량,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국민연금 가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위원회 구성을 추진했는데요. 책임 회피용으로 자필 확인서까지 받았던 겁니다. 특히 이들이 회의 당시 사용한 상정안에도 이미 가입자 수가 800여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위원회 구성을 강행합니다. 노조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을 두고도 위원회 구성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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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전경
■ "법 밖의 노동자"

전 세계 물동량 4위,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75%를 차지하는 부산항. 수많은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부두의 모습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도 자주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물건을 옮기는 일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지난 5월에는 부산신항 물류센터에서 지게차에 노동자가 깔림 사고로 사망하는 등 최근 5년 동안 항만 내 안전사고로 208명이 다치거나 죽었습니다.

이같이 위험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바로 항운노조 노조원들입니다. 일감만큼의 돈을 받는 도급제의 특성상 특정 업체에 소속돼 일하기가 어려운데요.

하역작업, 공동어시장 분류작업 등 직군이 다양해 적용하는 법 체계도 제각각입니다. 현행법상 노동조합에 대한 소득은 조세가 면제돼 소득세 신고 의무도 없고, 사용주가 수백 곳에 이르다 보니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을 낼 때도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각각인 법 체계를 악용한 사건들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KBS는 오늘부터 부산항운노조의 비위행위와 허술한 규제로 법 밖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집중 보도합니다.

부산항운노조
■ 싫으면 안 내도 돼? 허술한 국민연금 납부

부산항운노조의 경우 부산항과 부산신항, 냉동창고, 부산공동어시장 등에 노조원을 투입합니다. 사용주가 수십 수백 곳에 달하다 보니 사용주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가 없는데요. 이런 복잡한 항만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항운노조를 설립하고, 노조가 노무 공급권을 독점하게 했습니다. 노조는 노조원에게 일감을 나눠주고, 중간에서 임금을 산정하는 역할까지 도맡아 합니다.

언뜻 보면 노조가 인력사무소를 같이 하는 모양새인데, 권한은 차원이 다릅니다. 항운노조는 노조원의 권리와 임금, 복지 증진을 책임지는 노동자의 대변인인 동시에 이들의 고용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노조원 입장에서는 노조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집단인 겁니다.

그런데 노조가 노조원을 위해 만든 위원회에서 오히려 부정이 벌어졌다는 제보가 KBS에 입수됐습니다. 항운노조원은 일용노무형식으로 임금이 산정되지만, 고정적으로 일해 월 임금을 받는데요. 그 수가 정식 노조원만 따지면 7천 5백여 명, 임시 노조원을 합치면 만 명 가까이 됩니다.

항운노조는 노조원들을 위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4대 보험 가입을 지난 2013년부터 추진했습니다. 부산항과 부산신항의 경우 2014년부터, 냉동지부의 경우 2016년부터 국민연금 납부가 시작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의 편의를 위해 국민연금 가입을 빼줬다는 의혹이 발생했습니다.

■ 알고도 묵인한 노조, 속셈은 따로?

부산항운노조 냉동지부 소속 노조원의 자필 확인서. 저소득층 지원을 받고 있어 국민연금 가입을 하지 않겠다고 쓰여 있다.
위의 사진은 KBS가 입수한 확인서입니다. 지난 2016년 부산 항운노조 냉동지부에서 국민연금 관리위원회인 복지관리위원회를 만들 당시 노조원 일부가 낸 자필 확인서인데요.

"저소득층으로 등록됐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쓰여 있습니다. 또 "가족 중 장애인연금 수령자가 있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노조원도 있습니다. 모두 자신의 소득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가입을 고의로 미룬 경우입니다.

소득을 감춰서 정부 지원금을 받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엄연히 부정수급입니다.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이 같은 부정수급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또 이를 묵인한 사용주도 처벌받을 수 있는데요. 노조가 이 같은 확인서를 제출받았다면 역시 부정수급에 대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시 냉동지부 노조원은 1,100여 명. 이 가운데 300여 명이 신용불량,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국민연금 가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위원회 구성을 추진했는데요. 책임 회피용으로 자필 확인서까지 받았던 겁니다. 특히 이들이 회의 당시 사용한 상정안에도 이미 가입자 수가 800여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위원회 구성을 강행합니다. 노조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을 두고도 위원회 구성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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