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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강한 자장에 10kg 산소통까지…경찰, 의료진 과실 여부 조사
입력 2021.10.19 (16:25) 취재K
MRI 기기에 산소통과 환자가 끼인 사고 사진MRI 기기에 산소통과 환자가 끼인 사고 사진

■ MRI 기기에 산소통 끼어 60대 환자 숨져

지난 14일 밤 8시 19분쯤, 경남소방본부에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경남 김해시의 한 병원 MRI실에서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MRI 기기의 좁고 둥근 공간 안에 60대 남성 환자 A 씨가 산소통, 산소통 운반용 수레와 함께 끼어 있었습니다.

소방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구조대 도착 당시 A 씨는 얼굴과 가슴에 압박을 받아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강한 자력으로 인해 끼인 산소통 등이 빠지지 않아 구조대는 구조용 줄을 이용해 환자를 꺼내야 했습니다.

의료진이 긴급히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A 씨는 안타깝게도 숨졌습니다.

■ MRI 기기의 강한 자력에 금속 산소통 빨려 들어가

경찰은 병원 영상의학과 MRI실에서 뇌 촬영을 하던 중, MRI 기기의 강한 자력에 의해 기기와 2m 거리에 떨어져 환자와 연결돼 있던 산소통이 빨려 들어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남 김해서부경찰서는 산소통이 MRI기기에서 촬영을 준비하던 환자와 부딪힌 뒤 기기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환자가 머리와 가슴 부위가 눌려 숨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금속 재질 산소통의 높이는 128㎝, 둘레는 76㎝입니다. 무게는 산소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경찰은 현장 조사를 한 결과 최소 10㎏은 넘는다고 설명했습니다.


■ 영상의학 전문가 "너무나 기본적인 상식이어서 관련 법조차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싶은 황망한 사고.

영상의학 전문가들과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들에게 이 사고를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습니다.

먼저 일선 병원에서 일하는 영상의학 전문가들은 너무나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MRI 기기에는 강력한 자장이 흐르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의료장비는 자성이 없는 것들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또 통상 종합병원에서는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환자가 MRI 촬영을 할 경우 MRI실 안에 설치된 (자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산소공급 장비를 활용한다며, MRI실에 금속 성분인 산소통을 갖고 들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사고가 난 뒤 MRI 기기를 껐다고 해도 자장은 상당 시간 동안 흐르기 때문에 환자를 구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구조대가 구조용 줄을 이용해 기기에 끼인 환자를 꺼낸 이유입니다.

너무나 기본적인 사안이기 때문일까요? 현재 의료법에는 몸속에 인공물을 설치한 사람만 MRI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뿐 'MRI 근처에 금속물질을 두면 안 된다'는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 의료기기 업계 "불 옆에 휘발유 두는 격…하지만 유사사고 이따금 일어나"

의료기기 업계에도 문의했습니다. MRI 기기를 포함한 의료기기를 다루는 대형업체 관계자는 사고 사진만 보고도 어떤 기기인지 기기명까지 정확하게 집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있을 수 없는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MRI 기기 근처에 금속물질을 두지 않는 건 안전사고 예방 수칙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의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한 자장 근처에 금속을 두지 말아야 하는 것은 불 옆에 가스나 휘발유를 두지 않는 것처럼 아주 기초적인 지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너무나 상식적인 부분이어서 과연 교육이 필요하냐는 회의가 들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방사선사나 간호사, 의사 등의 의료진이 아닌, 병원에서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인력 등 기본적인 안전 관련 수칙을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이들에 의해 이따금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주'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발생 가능한 사고라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다른 병원에서 일어난 사고를 예로 들었습니다. MRI 검사를 받은 뒤 환자를 옮기기 위해 철제 휠체어를 MRI실 안으로 끌고 갔는데, 휠체어가 기기에 붙어버린 겁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도 휠체어가 MRI 기기에서 떼어지지 않아 결국 기기를 끄고 자성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휠체어를 떨어뜨렸다고 설명했습니다.


■ 병원 측 "예상하지 못한 안전사고…환자 위독해 산소통 뗄 수 없었어"

사고가 난 병원은 사고 내용을 인정했습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안전사고가 일어났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병원 측은, 하지만 당시 환자가 경련과 호흡곤란 등 위독한 증세를 보여 산소통을 뗄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MRI 촬영을 할 당시 의사와 간호사도 함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고가 난 MRI실에 CCTV는 없었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기기 결함, 의료진의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MRI 강한 자장에 10kg 산소통까지…경찰, 의료진 과실 여부 조사
    • 입력 2021-10-19 16:25:38
    취재K
MRI 기기에 산소통과 환자가 끼인 사고 사진MRI 기기에 산소통과 환자가 끼인 사고 사진

■ MRI 기기에 산소통 끼어 60대 환자 숨져

지난 14일 밤 8시 19분쯤, 경남소방본부에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경남 김해시의 한 병원 MRI실에서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MRI 기기의 좁고 둥근 공간 안에 60대 남성 환자 A 씨가 산소통, 산소통 운반용 수레와 함께 끼어 있었습니다.

소방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구조대 도착 당시 A 씨는 얼굴과 가슴에 압박을 받아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강한 자력으로 인해 끼인 산소통 등이 빠지지 않아 구조대는 구조용 줄을 이용해 환자를 꺼내야 했습니다.

의료진이 긴급히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A 씨는 안타깝게도 숨졌습니다.

■ MRI 기기의 강한 자력에 금속 산소통 빨려 들어가

경찰은 병원 영상의학과 MRI실에서 뇌 촬영을 하던 중, MRI 기기의 강한 자력에 의해 기기와 2m 거리에 떨어져 환자와 연결돼 있던 산소통이 빨려 들어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남 김해서부경찰서는 산소통이 MRI기기에서 촬영을 준비하던 환자와 부딪힌 뒤 기기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환자가 머리와 가슴 부위가 눌려 숨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금속 재질 산소통의 높이는 128㎝, 둘레는 76㎝입니다. 무게는 산소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경찰은 현장 조사를 한 결과 최소 10㎏은 넘는다고 설명했습니다.


■ 영상의학 전문가 "너무나 기본적인 상식이어서 관련 법조차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싶은 황망한 사고.

영상의학 전문가들과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들에게 이 사고를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습니다.

먼저 일선 병원에서 일하는 영상의학 전문가들은 너무나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MRI 기기에는 강력한 자장이 흐르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의료장비는 자성이 없는 것들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또 통상 종합병원에서는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환자가 MRI 촬영을 할 경우 MRI실 안에 설치된 (자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산소공급 장비를 활용한다며, MRI실에 금속 성분인 산소통을 갖고 들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사고가 난 뒤 MRI 기기를 껐다고 해도 자장은 상당 시간 동안 흐르기 때문에 환자를 구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구조대가 구조용 줄을 이용해 기기에 끼인 환자를 꺼낸 이유입니다.

너무나 기본적인 사안이기 때문일까요? 현재 의료법에는 몸속에 인공물을 설치한 사람만 MRI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뿐 'MRI 근처에 금속물질을 두면 안 된다'는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 의료기기 업계 "불 옆에 휘발유 두는 격…하지만 유사사고 이따금 일어나"

의료기기 업계에도 문의했습니다. MRI 기기를 포함한 의료기기를 다루는 대형업체 관계자는 사고 사진만 보고도 어떤 기기인지 기기명까지 정확하게 집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있을 수 없는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MRI 기기 근처에 금속물질을 두지 않는 건 안전사고 예방 수칙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의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한 자장 근처에 금속을 두지 말아야 하는 것은 불 옆에 가스나 휘발유를 두지 않는 것처럼 아주 기초적인 지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너무나 상식적인 부분이어서 과연 교육이 필요하냐는 회의가 들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방사선사나 간호사, 의사 등의 의료진이 아닌, 병원에서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인력 등 기본적인 안전 관련 수칙을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이들에 의해 이따금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주'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발생 가능한 사고라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다른 병원에서 일어난 사고를 예로 들었습니다. MRI 검사를 받은 뒤 환자를 옮기기 위해 철제 휠체어를 MRI실 안으로 끌고 갔는데, 휠체어가 기기에 붙어버린 겁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도 휠체어가 MRI 기기에서 떼어지지 않아 결국 기기를 끄고 자성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휠체어를 떨어뜨렸다고 설명했습니다.


■ 병원 측 "예상하지 못한 안전사고…환자 위독해 산소통 뗄 수 없었어"

사고가 난 병원은 사고 내용을 인정했습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안전사고가 일어났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병원 측은, 하지만 당시 환자가 경련과 호흡곤란 등 위독한 증세를 보여 산소통을 뗄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MRI 촬영을 할 당시 의사와 간호사도 함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고가 난 MRI실에 CCTV는 없었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기기 결함, 의료진의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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