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배고파 쓰레기 뒤지는 브라질…끔찍한 빈곤의 악순환

입력 2021.10.20 (18:05) 수정 2021.10.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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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풍부한 물자와 인구로 한때 신흥국 시장 가운데 가장 주목받던 나라 브라질.

지금은 코로나, 가뭄, 그리고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쓰레기 차에 매달려 먹을 것을 찾는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 봅니다.

브라질 주민들이 쓰레기 차를 뒤져 배를 채울 만큼 어려운 건가요?

[기자]

네, 먼저 영상으로 보실까요.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멈춘 차량에 성인 대여섯 명이 매달려 쓰레기를 파헤칩니다.

그 옆에 쓰레기통 앞에도 사람들이 붙어 쓰레기 봉지를 골라냅니다.

가방, 통에 챙겨 넣는데, 먹을 거로 추정되고요.

환경미화원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듯 자기 할 일 합니다.

[앵커]

21세기에 너무 충격적인 모습인데, 이곳이 빈민가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저 지역에서 손꼽히는 부자 동네라고 하고요.

영상을 SNS에 올린 사람은 현지 택시 운전기삽니다.

"이곳에선 쓰레기 뒤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촬영을 결심했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영상 하나를 더 같이 보실까요.

지난 7월에 촬영된 영상으로, 이곳은 한 정육점 앞입니다.

사람들이 차례로 봉지를 하나씩 받아 가는데요.

저 안에 든 게 소뼈, 고기 팔고 남은 찌꺼기입니다.

공짜로 나눠 준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든 겁니다.

[앵커]

브라질 하면 소고기 최대 생산지 아닌가요?

[기자]

네,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이기도 한데, 시민들 현실은 저렇게 비참합니다.

브라질의 한 매체는 사람이 먹지 못할 고기를 사람이 먹기 위해 찾는 이 모습을 1면에 실으며, 지금의 브라질을 '배고픔의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브라질에서 하루 한 끼도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이 천9백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2년 전 천만 명에서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앵커]

하루 한 끼도 못 먹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브라질은 지금 말 그대로 '미친 물가'입니다.

브라질 9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 넘게 상승했는데, 17년 만에 최고 수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도 약 5년 만입니다.

주식인 쌀과 소고기, 전기요금, 안 오른 게 없습니다.

브라질, 커피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데, 가스요금이 35%나 오르면서 지금 나무를 구해다가 커피를 끓인다고 합니다.

이처럼 물가가 급등한 이유는 일상 회복 과정의 '보복소비' 때문입니다.

[상파울루 주민/정육점 운영 : "가축 사룟값이 비쌉니다. 연료비가 오르고 트럭 운송비도 오릅니다. 눈덩이 효과죠."]

[앵커]

그런데 물가 상승, 공급 병목 현상은 지금 다른 나라들도 겪는 문제입니다.

왜 브라질만 유독 심한 건가요?

[기자]

우선은 코로나19 피해가 컸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고, 누적 사망자는 2위입니다.

안 좋던 경제가 더 안 좋아진 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0년 빈도의 가뭄이 찾아와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게 또 전력난으로 이어지는 게, 브라질은 전체 전력의 70%를 수력발전에 의존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댐 인근 저수지가 메말라 버렸습니다.

극심한 가뭄 탓에 농작물 생산에도 차질을 빚으면서 곡물 가격이 더 뛸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상파울루 주민 : "연료 살 돈이 있다 해도 쌀과 콩을 살 돈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외신들은 코로나와 가뭄,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 위기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고, 현지 매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반 만에 극빈층이 천470만 가구로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구 수로는 4천만 명인데, 극빈층, 1인당 월 소득이 우리 돈 2만 원이 안 되는 가구를 말합니다.

[앵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경제 살리겠다!"고 그래서 브라질 국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취임했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데, 개발 정책 드라이브를 펼치며 아마존강에 발전소, 다리, 고속도로를 지을 수 있게 규제를 다 풀어 줬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부실 대응에 본인이 코로나에 걸리기도 했고, 백신도 안 맞겠다고도 했습니다.

통화정책 실패도 심각한데, 물가를 잡으려고 연초 2%대였던 금리를 지금 6.25%로 인상했는데 물가를 잡지 못하고 있거든요.

결국 민심이 폭발했습니다.

브라질 전역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앵커]

중남미의 맹주인 브라질 경제가 어쩌다 국민들이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수렁에 빠지게 됐을까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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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0 18:05:07
    • 수정2021-10-20 18:18:24
    통합뉴스룸ET
[앵커]

풍부한 물자와 인구로 한때 신흥국 시장 가운데 가장 주목받던 나라 브라질.

지금은 코로나, 가뭄, 그리고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쓰레기 차에 매달려 먹을 것을 찾는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 봅니다.

브라질 주민들이 쓰레기 차를 뒤져 배를 채울 만큼 어려운 건가요?

[기자]

네, 먼저 영상으로 보실까요.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멈춘 차량에 성인 대여섯 명이 매달려 쓰레기를 파헤칩니다.

그 옆에 쓰레기통 앞에도 사람들이 붙어 쓰레기 봉지를 골라냅니다.

가방, 통에 챙겨 넣는데, 먹을 거로 추정되고요.

환경미화원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듯 자기 할 일 합니다.

[앵커]

21세기에 너무 충격적인 모습인데, 이곳이 빈민가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저 지역에서 손꼽히는 부자 동네라고 하고요.

영상을 SNS에 올린 사람은 현지 택시 운전기삽니다.

"이곳에선 쓰레기 뒤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촬영을 결심했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영상 하나를 더 같이 보실까요.

지난 7월에 촬영된 영상으로, 이곳은 한 정육점 앞입니다.

사람들이 차례로 봉지를 하나씩 받아 가는데요.

저 안에 든 게 소뼈, 고기 팔고 남은 찌꺼기입니다.

공짜로 나눠 준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든 겁니다.

[앵커]

브라질 하면 소고기 최대 생산지 아닌가요?

[기자]

네,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이기도 한데, 시민들 현실은 저렇게 비참합니다.

브라질의 한 매체는 사람이 먹지 못할 고기를 사람이 먹기 위해 찾는 이 모습을 1면에 실으며, 지금의 브라질을 '배고픔의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브라질에서 하루 한 끼도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이 천9백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2년 전 천만 명에서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앵커]

하루 한 끼도 못 먹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브라질은 지금 말 그대로 '미친 물가'입니다.

브라질 9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 넘게 상승했는데, 17년 만에 최고 수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도 약 5년 만입니다.

주식인 쌀과 소고기, 전기요금, 안 오른 게 없습니다.

브라질, 커피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데, 가스요금이 35%나 오르면서 지금 나무를 구해다가 커피를 끓인다고 합니다.

이처럼 물가가 급등한 이유는 일상 회복 과정의 '보복소비' 때문입니다.

[상파울루 주민/정육점 운영 : "가축 사룟값이 비쌉니다. 연료비가 오르고 트럭 운송비도 오릅니다. 눈덩이 효과죠."]

[앵커]

그런데 물가 상승, 공급 병목 현상은 지금 다른 나라들도 겪는 문제입니다.

왜 브라질만 유독 심한 건가요?

[기자]

우선은 코로나19 피해가 컸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고, 누적 사망자는 2위입니다.

안 좋던 경제가 더 안 좋아진 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0년 빈도의 가뭄이 찾아와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게 또 전력난으로 이어지는 게, 브라질은 전체 전력의 70%를 수력발전에 의존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댐 인근 저수지가 메말라 버렸습니다.

극심한 가뭄 탓에 농작물 생산에도 차질을 빚으면서 곡물 가격이 더 뛸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상파울루 주민 : "연료 살 돈이 있다 해도 쌀과 콩을 살 돈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외신들은 코로나와 가뭄,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 위기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고, 현지 매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반 만에 극빈층이 천470만 가구로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구 수로는 4천만 명인데, 극빈층, 1인당 월 소득이 우리 돈 2만 원이 안 되는 가구를 말합니다.

[앵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경제 살리겠다!"고 그래서 브라질 국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취임했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데, 개발 정책 드라이브를 펼치며 아마존강에 발전소, 다리, 고속도로를 지을 수 있게 규제를 다 풀어 줬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부실 대응에 본인이 코로나에 걸리기도 했고, 백신도 안 맞겠다고도 했습니다.

통화정책 실패도 심각한데, 물가를 잡으려고 연초 2%대였던 금리를 지금 6.25%로 인상했는데 물가를 잡지 못하고 있거든요.

결국 민심이 폭발했습니다.

브라질 전역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앵커]

중남미의 맹주인 브라질 경제가 어쩌다 국민들이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수렁에 빠지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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