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 이슈] “부실 대응 인정하지만”…화재참사 민사소송 ‘기각’

입력 2021.10.20 (20:01) 수정 2021.10.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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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피해자들이 충청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판결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소방 당국의 현장 화재 대응에 일부 과실이 있었지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고 판단했는데요.

무슨 일 이슈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보도국 진희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 기자,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반 만에 나온 판결입니다.

사고가 난 지 4년 만이고요.

이 판결, 왜 중요할까요?

[기자]

최근 우리 지역 화재 중에 특히 인명 피해가 컸던 참사입니다.

화재 조사 과정에서 건물의 불법 증축이나 현장 소방 활동을 지연시킨 불법 주·정차 등 여러 문제도 드러나면서 늦게나마 제도적 보완을 이끌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제천 참사는 화재 현장에서 소방 활동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사회적으로 공론화한 사고이기도 했습니다.

현장 대응이 부실했다면서 피해자들은 소방 지휘 감독자인 충청북도지사에게 책임을 물은 반면, 충청북도는 도의적인 수준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면서 공방이 계속됐고, 결국 책임 규명을 두고 이번 국가배상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1심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소방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일부 부실했지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는데요.

[기자]

네, 핵심 쟁점은 결국 화재 대응에 실제 문제가 있었냐, 있었다면 이로 인해 피해가 커졌느냐, 이 두가지였습니다.

재판부는 100쪽 넘는 판결문에서, 화재 당시 소방 대응을 재구성하고, 세부적인 활동을 나열하면서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살피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는데요.

재판부가 소방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 건 크게 3가집니다.

먼저, 사전에 장비 관리나 점검을 게을리해 일부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꼽았습니다.

또 화재 당시 현장 지휘 책임자가 초기, 신속한 대응 전략을 짜기 위해 현장 상황을 다양하게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건물을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지휘 활동도 부족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인명 구조보다 현장 주변의 LP가스 폭발 방지에 주력한 점, 희생자가 집중됐던 건물 2층에 더 빨리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지 않은 점 등 부실 대응의 근거로 꾸준히 제기된 다른 부분에 대해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현장 판단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봤습니다.

[앵커]

어쨌든 대응이 일부 부실했다는 건데,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왜 받아들이지 않은거죠?

[기자]

재판부는 이런 과실이 실제 희생자 구조에 영향을 줬다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앞서 언급한 과실들이 없었더라도 희생자를 구조할 수 없었다고 본 건데요.

장비 고장이나, 일부 부실했던 현장 지휘로, 구조 활동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선착대 도착 당시 대응 인력이 부족했고, 이미 불이 최성기였다는 점 등에서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화재 현장의 특수성, 위험성 등을 고려해, 소방 대원의 현장 활동을 두고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사후적으로 봤을 때 더 적절한 대응 방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정해 잘못이 있었다, 단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앵커]

화재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 다른 판결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번 판결이 나오고, 제천 참사 한 달 뒤에 발생했던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국가배상 판결이 같이 주목받았습니다.

밀양 세종병원은 2018년 1월 화재로 47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친, 대형 참사였는데요.

제천 참사 판결 한달 전인 지난달 밀양 세종병원 화재도 1심 판결이 났는데, 경상남도와 밀양시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두 판결을 동일 선상에 두고 직접 비교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밀양 화재 건은 화재 당시 현장에서의 소방 대응에 대한 과실 책임이 아니라, 사전에 화재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방 안전시설 검사나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느냐를 두고 다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화재 피해 국가배상 판결이 이런 자치단체의 화재 예방 책임을 따진다는 점에서 제천 참사 판결은 재난 상황에서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책임을 묻는 사실상 사법기관의 첫 판단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천 참사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서, 향후 재판이나 충청북도와의 협의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앵커]

네, 앞으로 진행 상황 또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보도국 진희정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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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일 이슈] “부실 대응 인정하지만”…화재참사 민사소송 ‘기각’
    • 입력 2021-10-20 20:01:15
    • 수정2021-10-20 20:04:35
    뉴스7(청주)
[앵커]

최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피해자들이 충청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판결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소방 당국의 현장 화재 대응에 일부 과실이 있었지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고 판단했는데요.

무슨 일 이슈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보도국 진희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 기자,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반 만에 나온 판결입니다.

사고가 난 지 4년 만이고요.

이 판결, 왜 중요할까요?

[기자]

최근 우리 지역 화재 중에 특히 인명 피해가 컸던 참사입니다.

화재 조사 과정에서 건물의 불법 증축이나 현장 소방 활동을 지연시킨 불법 주·정차 등 여러 문제도 드러나면서 늦게나마 제도적 보완을 이끌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제천 참사는 화재 현장에서 소방 활동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사회적으로 공론화한 사고이기도 했습니다.

현장 대응이 부실했다면서 피해자들은 소방 지휘 감독자인 충청북도지사에게 책임을 물은 반면, 충청북도는 도의적인 수준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면서 공방이 계속됐고, 결국 책임 규명을 두고 이번 국가배상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1심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소방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일부 부실했지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는데요.

[기자]

네, 핵심 쟁점은 결국 화재 대응에 실제 문제가 있었냐, 있었다면 이로 인해 피해가 커졌느냐, 이 두가지였습니다.

재판부는 100쪽 넘는 판결문에서, 화재 당시 소방 대응을 재구성하고, 세부적인 활동을 나열하면서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살피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는데요.

재판부가 소방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 건 크게 3가집니다.

먼저, 사전에 장비 관리나 점검을 게을리해 일부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꼽았습니다.

또 화재 당시 현장 지휘 책임자가 초기, 신속한 대응 전략을 짜기 위해 현장 상황을 다양하게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건물을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지휘 활동도 부족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인명 구조보다 현장 주변의 LP가스 폭발 방지에 주력한 점, 희생자가 집중됐던 건물 2층에 더 빨리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지 않은 점 등 부실 대응의 근거로 꾸준히 제기된 다른 부분에 대해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현장 판단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봤습니다.

[앵커]

어쨌든 대응이 일부 부실했다는 건데,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왜 받아들이지 않은거죠?

[기자]

재판부는 이런 과실이 실제 희생자 구조에 영향을 줬다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앞서 언급한 과실들이 없었더라도 희생자를 구조할 수 없었다고 본 건데요.

장비 고장이나, 일부 부실했던 현장 지휘로, 구조 활동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선착대 도착 당시 대응 인력이 부족했고, 이미 불이 최성기였다는 점 등에서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화재 현장의 특수성, 위험성 등을 고려해, 소방 대원의 현장 활동을 두고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사후적으로 봤을 때 더 적절한 대응 방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정해 잘못이 있었다, 단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앵커]

화재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 다른 판결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번 판결이 나오고, 제천 참사 한 달 뒤에 발생했던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국가배상 판결이 같이 주목받았습니다.

밀양 세종병원은 2018년 1월 화재로 47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친, 대형 참사였는데요.

제천 참사 판결 한달 전인 지난달 밀양 세종병원 화재도 1심 판결이 났는데, 경상남도와 밀양시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두 판결을 동일 선상에 두고 직접 비교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밀양 화재 건은 화재 당시 현장에서의 소방 대응에 대한 과실 책임이 아니라, 사전에 화재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방 안전시설 검사나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느냐를 두고 다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화재 피해 국가배상 판결이 이런 자치단체의 화재 예방 책임을 따진다는 점에서 제천 참사 판결은 재난 상황에서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책임을 묻는 사실상 사법기관의 첫 판단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천 참사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서, 향후 재판이나 충청북도와의 협의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앵커]

네, 앞으로 진행 상황 또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보도국 진희정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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